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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 (3) (200/250)


머니게임 (3)
2022.06.19.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갔던 만큼, 간과했던 부분이었다.

마찬가지로 신우빈 역시 주민성의 능력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편의점부터 시작해서 기괴한 탑까지. 전부 보고 왔었다. 네가 학교에서 보였던 그 능력. 제대로 성장시켰더군.”

투자하려던 10조 원에는 이런 계산들이 전부 깔려 있었던 모양이다.

“단순히 계획이 있던 게 아니었군.”

“당연하다. 당장 닥친 문제들만 해결하면, 신성과 너는 대격변으로 쇠퇴한 세상을 5년 안에 복구해낸 위인 그 이상의 평가를 받겠지.”

세계 최약의 능력자에서 위인이라니.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일이었다.

심지어 이런 계획 속엔 신우빈의 회장 취임으로 생기는 불협화음까지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정당성을 확보하는 건 당연했고.

“……10조가 저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 줄이야.”

“쯧. 계약금이 10조라는 거지. 아까도 말했지만, 걱정하지 마라. 반드시 만족할 테니.”

“80%만 믿어보마.”

“그러든가.”

주민성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건물 폭발로 인해 파괴된 방송국을 복구하기 위함이었다.

“건물 보수.”

참 오랜만에 쓰는 능력이었다.

심지어 완전히 파괴되어 소실된 건물에 쓰는 건 처음이었고, 어중간하게 카오스 게이트만 형성된 부지에 능력을 쓰는 것도 처음이었다.

쿠르르……!

재료는 당연히 주변에 널려 있는 건물 잔해.

온 우주를 통틀어도 이렇게 가성비 좋은 건물 보수는 없을 터였다.

[소생 중인 건물입니다.]

[건물 보수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처음 보는 메시지였다.

소생 중인 건물이란다.

그럼에도 의미는 곧장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은 카오스 게이트 생성기가 아닌 카오스 게이트 그 자체겠지.’

생각을 마친 주민성은 건물 잔해를 그대로 꽂아 넣었다.

“오케이.”

쿵!

신우빈의 의심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거. 건물 초월 맞냐?”

“맞아. 예전하곤 다른 상황이지만.”

[파괴적으로 건물이 보수됩니다.]

이번에도 괴팍한 메시지가 이어졌다.

애초에 파괴와 보수는 반대의 의미를 지녔다.

그럼에도 건물주 능력은 이런 논리조차 통과시킨다.

보수가 파괴적이었다며.

“파괴라.”

“뭐……? 파괴하겠다고?”

“아니야. 신경 쓰지 마. 그냥 메시지니까.”

“아오.”

파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긍정적일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매우매우 긍정적이었다.

‘이러다가 카오스 게이트가 파괴되면 대박일지도?’

이것으로 펀딩 자체가 무산된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주민성이 활용할 수 있는 지분은 1%도 되지 않았으니까.

주도하기보단, 끌려 다닐 가능성이 있었다.

“건물 보수.”

콰르르!

[파괴적으로 건물이 보수됩니다.]

물론 손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39억의 피해액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것은 메시지의 사정.

상식대로라면 환불될 테고, 그마저도 무산되면 정신승리의 여지가 있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런 말을 했었다.”

“……뭐?”

“괴롭고 힘들 때 최고의 위안은 자기보다 더욱 고통받는 존재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뜬금없이 뭔 소릴 하는 거야?”

주민성이 39억을 잃으면, 협회장은 수조 원을 잃는다.

거의 백배 이상의 차이였다.

이는 최대 피해자인 신성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였다.

담당 억제기 역할을 해오던 협회장의 날개가 꺾이는 사건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혹시라도 보수가 망해도, 좋게 해석하라는 뜻이지.”

“……집중해라.”

“노력하지.”

이번에 든 건 주민성의 몸집보다 큰 거대 잔해였다.

“흐읍!”

“자, 잠깐!”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건물 잔해를 들었음에도 10미터를 넘어서는 도약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쯤 되면 건물 보수가 아니라 건물 슬램이 의심될 정도.

하지만 망설이지 않는다.

메시지가 아무튼 보수 맞다고 확인해 줬으니까.

그저 파괴적인 보수가 무엇인지 제대로 입증하는 게 최선이었다.

콰아아앙!

[절망적으로 건물이 보수됩니다.]

[카오스 게이트 생성이 지연됩니다.]

“저게 어딜 봐서 보수야! 건물 고치는 거 맞아?”

“어……. 아마도.”

이번엔 더욱 희망찬 메시지였다.

내용은 절망이지만, 방금의 보수는 카오스 게이트 생성에 제대로 된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절망적이래. 믿어봐. 무조건 이득이니까.”

“……뭐? 절망적? 그래! 절망적이지! 이제 10분 남았으니까!”

“10분? 오케이. 잘 봐.”

카오스 게이트 생성 지연 메시지는 신우빈에겐 뜨지 않은 모양이다.

좀 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필요했다.

주민성은 손을 높이 흔들어 봉춘향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응. 여기서 한 30미터쯤 위로 띄워 줘.”

“알겠습니다.”

10미터에서 떨어지는 것과 30미터에서 떨어지는 건 엄연히 달랐다.

붙는 가속도부터가 다르니까.

그리고 여기에 봉춘향까지 가세한다.

정확히는 중력 조절 능력이.

“30미터 도착입니다.”

“고마워. 이제 떨어질게. 중력 조금만 강하게 적용해 주고.”

“뼈에 무리가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그 정도면 상관없어. 금방 회복되니까. 이 정도 희생은 사소해.”

걱정은 잠시.

봉춘향은 금세 마음을 다잡았다.

못 보던 사이 더 씩씩해진 모습이다.

“3초 뒤 출력 높이겠습니다.”

“오케이.”

주민성은 그대로 추락했다.

평소 속도의 5배 이상으로.

즉, 지상과의 충돌은 눈 깜짝할 사이였다.

‘건물 보수.’

콰과과광!

흡사 건물 폭발이 재현된 것 같은 굉음이었다.

심지어 충격파까지 일어난다.

“커헉.”

당연히 충격은 주민성에게도 해당된다.

죽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

“메, 메시지…….”

건물 부가효과에 의해 흙먼지는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그 결과는.

[멸망적으로 건물이 보수됩니다.]

[카오스 게이트 생성이 중단됩니다.]

[카오스 게이트 펀딩이 무산됩니다.]

대성공이었다.

주변에 크레이터가 형성될 정도로 충돌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크흐……. 돼, 됐다…….”

“주민성 이 미친놈아!”

주민성은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신우빈에게 물었다.

“메시지. 떴냐?”

“…….”

그제야 신우빈은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대체 뭐야.”

“뭐긴 뭐야. 깽판이지.”

건물 부가효과에 의해 부러진 뼈들이 붙기 시작했다.

천천히 몸을 추스른 주민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능력을 이어갔다.

“기다려봐. 초월은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미친…….”

건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수는 됐다.

그 말은 즉, 생성이 중단된 카오스 게이트가 건물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건물 초월. 카오스 게이트.”

[지정한 건물을 초월시킵니다.]

[해당 권한은 30일에 한 번씩 사용 가능합니다.]

성공의 연속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초월시켰던 헬스장도 완파 직전이었으니까.

마찬가지로 카오스 게이트 역시 완파됐다가 보수된 케이스였기에 완파 직전쯤의 수준이 맞았다.

[카오스 게이트가 초월합니다.]

[건물의 종합 성능이 5배 강화됩니다.]

[건물이 완전보수됩니다.]

[재사용까지 남은 시간: 30일.]

여기까진 기존 매커니즘을 따른다.

다음이 중요하다.

건물 고유의 효과가 표기되는 부분이었으니까.

[건물의 상태가 복구되었습니다.]

[건물 부가효과가 적용됩니다.]

[건물 고유 능력이 발현됩니다.]

[건물 가동 효율이 상승합니다.]

헬스장과 달리 영혼은 관련되지 않는다.

조금은 의외였다.

카오스 게이트 고유의 혜택은 건물 가동 효율 상승이라는 애매한 메시지에 모두 함축되어 있었다.

쿠구구구……!

카오스 게이트가 다시금 형체를 드러냈다.

이전의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형상이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의 카오스 게이트가 전성기 수준으로 복구되었다는 뜻이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결과였지만, 주민성이 누려야 할 혜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카오스 게이트가 재생성되었습니다.]

[무산되었던 펀딩 자금이 복구됩니다.]

날아갔나 싶던 투자금까지 전부 되돌아왔다.

“크큭.”

“주민성. 이게 뭐냐.”

눈앞의 카오스 게이트가 건물 초월의 결과인지는 굳이 물어오지 않았다.

누가 봐도 초월한 카오스 게이트로 보였으니까.

신우빈의 표정엔 절망감이 가득했다.

“……미안하다. 건물 초월 제안은 내 실수였다.”

“뭐라는 거야. 대성공이구만.”

“……뭐?”

인류에 반드시 유해할 것 같은 비주얼을 자랑하는 카오스 게이트가 생성되었음에도 주민성의 표정은 싱글벙글 그 자체.

이유는 간단했다.

“저거. 내꺼야. 내 건물이고, 권리도 나에게 있어.”

“……으어?”

이번만큼은 신우빈에게도 큰 충격이었는지 보기 힘든 이상한 리액션을 취하고 있었다.

“아. 보너스 또 있네.”

“……으어어?”

주민성은 다음 메시지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상쾌하게.

[누적된 펀딩 자금이 건물 소유자에게 인계됩니다.]

이게 전부 건물 같지도 않은 건물 하나 초월시켜서 얻은 보상이었다.

심지어 인벤토리에 수령되는 금액은 주민성을 다시금 경악시켰다.

[2943조 8800억 원이 수납됩니다.]

“어?”

“또 뭔데…….”

이제 신우빈은 놀라다 못해 지친 표정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놀랄 일은 놀랄 일이니까.

“나 갑자기 부자됐어.”

“…….”

펀딩의 최고 투자자는 신명철이었다.

금액은 100조.

방금 수령된 금액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일단 실물부터 봐야지. 아직 얼떨떨하네.”

주민성은 조심스레 인벤토리를 띄워놓고 수령된 금액 일부를 쏟아냈다.

콰르르르!

돈이 쏟아지는 데 폭포 소리가 난다.

그 말은 즉, 주민성이 진짜 현금 부자가 되었다는 소리였다.

물론 조금의 변수는 존재했다.

“어라? 이건 달러잖아. 위안화도 있고.”

원화가 전부는 아니었다.

다른 나라의 화폐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

이 부분은 이해되지 않는 정도는 아니었다.

무한정 화폐를 찍어내기만 하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직격으로 체험하게 될 테니까.

“능력이 참 편하긴 해.”

걱정할 부분까진 아니었다.

다른 차원의 화폐도 알아서 원화 시세에 맞게 표기되니까.

다른 나라의 화폐도 마찬가지였다.

“……어이가 없군.”

기상천외하다 못해 해괴한 변화였다.

“부자 된 건 둘째 치고. 한 달에 한번 쓰는 능력인데 최대한 써먹어 봐야겠지. 정신 차려. 신우빈.”

“……아아.”

메시지는 이걸로 끝났지만,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있었다.

새로 얻은 카오스 게이트를 써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전성기를 보냈길래 이 정도의 거액이 축적되었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분명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으리라.

“일단 주목할 부분은…….”

[건물 가동 효율이 상승합니다.]

“하나뿐이군.”

가동 효율 상승.

이것 하나뿐이었다.

그것도 전성기 상태로 초월한 카오스 게이트의 고유효과였다.

주민성은 일렁이는 카오스 게이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덕분에 망설일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건물주에게 건물은 오로지 혜택만을 안겨주는 존재였으니까.

츠츳.

예상대로 카오스 게이트는 주민성이 접근할수록 온화한 느낌으로 일렁였다.

그리고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카오스 게이트 소유주를 인식합니다.]

[건물주 능력이 연동됩니다.]

[34건의 가동 예약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음?”

오랜만에 보는 연동 메시지.

게다가 처음 보는 형태의 예약 메시지까지 있었다.

망설일 이유는 없다.

그저 확인만 하면 그만이니까.

“일단 하나만 확인.”

확인과 동시에 커다란 메시지가 떠올랐다.

[예약자명: 정혁수]

[예약 내역: 차원 판매]

[비고: 판매는 경매로 진행됩니다.]

“음?”

놀랍게도 예약자는 협회장이었다.

별다른 코멘트는 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의도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걸 매국노라고 해야 하나.”

협회장은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걸로 모자라서 차원을 팔아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기각이다.

“참나. 일단 예약 취소.”

[게이트 소유주의 권한으로 예약을 취소합니다.]

[예약 비용 410억 원이 환불 됩니다.]

“어?”

410만 원도 아니고 410억이 환불 된단다.

순간 주민성은 다급하게 돈을 빼돌리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가 다시금 멈췄다.

메시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게이트에 재화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약이 무효화됩니다.]

“개꿀.”

전성기의 카오스 게이트는 주민성의 예상보다 훨씬 깡패 같은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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