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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 (1) (198/250)


머니게임 (1)
2022.06.17.


주민성은 그대로 지상을 향해 뛰어내렸다.

물론 실험체들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텐트의 공기저항을 이용해 속도까지 낮춰가면서.

“카르르!”

덕분에 근처에서 피 흘리는 실험체의 어그로까지 끌었다.

“첫 손님 어서 오고.”

“카륵!”

주민성은 그대로 실험체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곤 텐트로 팔과 다리를 봉쇄.

콧구멍엔 고블린 꽃을 심었다.

“카르륵!”

물건 포장이라면 문제없었다.

노가다판에서 구르다 보면 꽤 자주 하게 되는 일이니까.

그저 대상이 몬스터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 입장 시간.”

[텐트 855가 수납됩니다.]

정황을 알고 있는 장 박사는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터였다.

혹여나 개입하더라도, 주민성의 허가 없이는 인벤토리를 빠져나올 수 없다.

그나마 최신 라면 정도는 먹이겠지만.

“다음.”

“키아아악!”

찾아오는 손님은 거부하지 않는다.

손님이 없으면 찾아서라도 포장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찾아가는 서비스.

실험체들의 기행에 당황하던 서풍과 아린도 봉춘향에게 주민성의 오더를 전달받았다.

“굳이 공격할 필요 없다! 밀어만 붙여!”

“예!”

이윽고 배달 서비스까지 추가됐다.

살상 작전이 생포 작전으로 바뀌면 난이도가 오르는 게 당연했지만, 이곳에선 해당하지 않는 논리였다.

그저 방어만 굳건히 갖춘 채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니까.

심지어 머릿수라면 아군 쪽이 훨씬 우위에 있었다.

“크에에엑!”

“캬아악!”

[텐트 479가 수납됩니다.]

[텐트 565가 수납됩니다.]

반복 포장 숙련도는 실시간으로 치솟고 있었다.

종종 딸려 나오는 이족 보행 몬스터의 경우엔 훨씬 수월하게 포장 가능했기에 속도는 계속해서 배가된다.

거기에 서포터까지 제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

“대장님! 다음 몬스터입니다!”

“땡큐.”

줄에서 벗어나려는 몬스터는 봉춘향이 제압했다.

“키아아아!”

그렇게 30분이 지나고, 상황은 종료됐다.

증거로 끊임없이 일렁이며 실험체들의 피를 집어삼키던 카오스 게이트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주민성의 완벽한 승리였다.

“후우.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다행히 사망자는 없습니다. 그보다 여태 어디 계셨던 겁니까?”

“대충 저도 잘 모르던 곳에 갇혀 있었어요. 설명은 나중으로 하고, 지금은 저 카오스 게이트부터 처리해 보죠.”

전투 종료 소식과 함께 신우빈과 파벨도 합류했다.

“……조금 늦었군.”

“그러냐.”

생각보단 덤덤한 반응이었다.

“이걸로 협회장이 노림수 하나는 막았다고 봐야 하려나. 정보는 좀 있어?”

“그래. 전달해줄 내용이라면 잔뜩 있지.”

신우빈이 수집한 정보는 상당히 많았다.

신성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왔던 모양인지 세계정세까지도 디테일하게 분석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이라면 역시 세계 각지에 빌런이 출몰했다는 정보였다.

그것도 아주 고등급 능력자 출신의.

“우리나라는 기형적인 수준으로 양호한 편이지. 이 정도면 2차 대격변을 빌런 전성시대라고 기록해도 될 정도야.”

“하…….”

이유라면 간단했다.

명일학 같은 고위 능력자가, 지역을 장악하고 유물을 독점해서 생기는 결과였으니까.

“그 부분은 걱정 마. 적어도 내 눈에 띄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니까.”

주민성 세력과 아린의 인과관계쯤은 충분히 인지했을 게 확실하다.

명일학이 겪었던 사실에 대해 얼마나 오픈했는지는 모르지만, 주어진 정보만으로 배 이상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인간이 바로 신우빈이었다.

“확실히 너에겐 해결책이 있군.”

“아마도?”

“임진석과 김정남을 경기권으로 돌려 유물을 챙긴 것도 해결책과 관련이 있기 때문인가?”

“어……. 아마도?”

이 부분은 솔직히 얻어걸렸다고 할 수 있었다.

재화라면 뭐든 다다익선이니까.

“확실히 우리나라만 유독 빌런이 적지. 특히 서울과 가까울수록 그 경향은 짙어진다. 아마도 협회장과 너의 존재가 몸을 사리게 만드는 모양이야.”

굳이 주민성이 끼지 않아도 서울을 경계할 가능성은 넘치고도 남았다.

단순히 협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다.

“다행인 건 다행인 거고. 저거 없어질 기미가 안보이네.”

카오스 게이트는 성장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잠잠했다.

이 정도면 박멸이라기보단 억제에 가까운 평가를 내려야 했다.

“하여튼 잘 돌아왔다. 주민성. 들어가서 대책 회의부터 시작하지.”

“그래.”

주민성은 뒤따라온 세입자들과 함께 방송국 내부에 위치한 회의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여기서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콰장창!

“위희린! 네가 어떻게 여길……!”

천마와 7번 세입자는 구면이었던 모양이다.

“흥. 노마가 아직도 죽지 않았구나. 오래도 이어온 그 명줄. 지금 당장 끊어주마.”

아니, 구면을 넘어 원수에 가까운 사이인 모양이다.

하지만 회의엔 방해다.

“멈춰.”

“머, 멈춰!”

“복명복창할 필요는 없고.”

“아, 알겠습니다.”

주민성은 머쓱해하는 봉춘향을 지나 위희린과 7번 세입자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지금 우리 차원 망해가는 거 안 보이십니까? 분탕 칠 거면 있던 곳으로 돌아가세요.”

보통은 평소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묵묵히 할 일만 해주는 7번 세입자의 편을 들었겠지만, 여기선 아니었다.

주민성에겐 다 잡은 물고기인 위희린 쪽이 더 가치 있었다.

그리고 7번 세입자에겐 라면이라는 확실한 약점이 있었고.

“안 될 말일세! 그것만은 제발!”

“고, 곤란하다!”

“응?”

놀랍게도 이번 협박 카드는 위희린에게도 통했다.

언제나 느긋하고 전부 안다는 듯 우쭐거리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무언가에 중독된 환자의 표정이 다른 사람도 아닌 위희린에게서 나온 것이다.

“중원으로 돌아가면 라면을 먹을 수가 없느니라!”

7번 세입자의 반응 또한 말할 것도 없었다.

“적어도 한 달은 더 음미해 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걸세!”

그리고 둘은 서로를 뒤늦게 의식하기 시작했다.

“……너도?”

“크흠……!”

머쓱해 하던 것도 잠시.

둘에게선 일관되게 뻔뻔한 태도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이곳은 우리가 싸워야 할 전장이 아니었군.”

“……여기서만 봐주마.”

“얼씨구.”

상황이 정리되고, 봉춘향은 익숙하다는 듯 겹겹이 쌓인 서류를 챙겨와 브리핑을 준비했다.

이전보다 훨씬 프로 같은 모습이었다.

신우빈을 통해 실무 능력까지 습득한 모양이다.

“지금부터 대책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추가 안건은 브리핑이 끝난 이후 받을 예정이니 모두 정숙해 주시길 바랍니다.”

봉춘향이 이 다국적, 다차원 회의를 진행하는 이유는 고작 10분 만에 깨달을 수 있었다.

“……신우빈. 내가 지금 몇 개 국어를 들은 거지?”

“물어보지 마라. 나도 세는 걸 포기했으니까.”

“…….”

주민성이 의식을 잃고 인벤토리에 있던 사이, 봉춘향은 온갖 언어들을 학습했던 것이다.

어마어마한 습득력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감탄도 잠시.

회의는 바라지 않던 방향으로 중지됐다.

세입자들 주변에 이상한 장벽이 생성됐기 때문이다.

“……!”

“……!”

세입자들은 무어라 소리치고 있었지만, 들리지 않는다.

곧이어 엉뚱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2차 카오스 게이트 생성이 보류됩니다.]

[카오스 게이트 펀딩이 시작됩니다.]

[펀딩 참여자는 카오스 게이트 투자 지분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게 됩니다.]

[투자는 1000만 원 이상부터 가능합니다.]

장벽의 이유가 짐작되기 시작했다.

메시지가 다른 차원의 존재들을 제외했다고 봐야했다.

반면, 다른 동료들에겐 메시지가 떠오른 모양이다.

하나같이 허공을 바라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 대장님! 이건 대체!”

“아오. 어지럽네.”

심지어 상황은 현재 진행형으로 아주 가파른 속도를 내고 있었다.

투자자의 이름까지 메시지에 표기되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

[하인케스 님께서 1억 원 후원하셨습니다.]

신우빈에게 전해들은 영국의 대표 빌런의 이름이 메시지에 새겨졌다.

[대규모 투자!]

[하성 님께서 1억원 후원하셨습니다.]

실종됐던 하성의 이름도 나타났다.

[대규모 투자!]

[최철진 님께서 1억 5000만원 후원하셨습니다.]

심지어 부산 빌런 세력 대표의 이름까지.

이후로도 메시지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쏟아져 내렸다.

“크윽!”

“컥!”

주민성은 알고 있었다.

이런 메시지 폭풍은 읽는 이에게 어마어마한 부담을 선사한다는 걸.

자칫하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다들 속으로 메시지 차단 떠올려요! 안되면 눈이라도 감고 다른 생각하시고요!”

“윽! 알겠습니다!”

“차단 성공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 방법 전달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주민성은 메시지를 차단하지 않았다.

지금의 카오스 게이트 펀딩 메시지를 차단하면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불안감이 본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 투자하는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자아를 상실했어. 분명 유물에 씌어 있던 놈들의 짓이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경계하던 인물의 투자 소식이 이어졌다.

[대규모 투자!]

[정혁수 님께서 800억 원 후원하셨습니다!]

[정혁수 님께서 카오스 게이트 지분 50% 이상을 확보합니다.]

“젠장! 이 미친놈이 끝까지……!”

하지만 나쁜 소식이 전부는 아니었다.

[대규모 투자!]

[스미스 님께서 500억 원 후원하셨습니다!]

[스미스 님께서 카오스 게이트 지분 50% 이상을 확보합니다.]

유물에 잠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미국의 세력도 이 터무니없는 투기 전쟁에 합류했다.

지분이 어떻게 쓰일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정혁수를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젠장. 지금 현금 얼마나 있었지?”

스미스가 참전했다곤 하나, 손가락만 빨고 있는 건 바보짓이나 마찬가지였다.

권리 싸움에 있어 영원한 아군은 없으니까.

게다가 카오스 게이트 생성을 두 차례나 막힌 협회장이 이렇게까지 집착한다는 건, 분명 뭔가가 있다는 소리다.

따라서 지금은 주민성도 어떻게든 지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었다.

“일단 발이라도 담그고 보자.”

금액 파악보단 있는 돈부터 전부 박기로 했다.

추가 자금은 차후 시간만 확보된다면 차원 경매장을 통해 얼마든지 벌 수 있었으니까.

[대규모 투자!]

[주민성 님께서 39억 원 후원하셨습니다!]

“어……. 어어?”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들어갔다.

아쉬운 점이라면 다른 차원의 재화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정도.

주민성이라는 이름이 새겨져서일까.

아니면 스미스의 견제 때문일까.

협회장의 추가 투자가 시작됐다.

[정혁수 님께서 1000억 원 후원하셨습니다!]

그리고 맞서는 스미스 세력.

[스미스 님께서 1000억 원 후원하셨습니다!]

오랜 기간 준비된 세력이었던 만큼 자금력이 장난 아니다.

싸움 스케일이 워낙 커서인지 추가적인 투자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오로지 협회장과 스미스의 싸움이었다.

“1500억…. 2000억…. 2500억….”

액수는 계속해서 커져갔다.

최고 투자자로서 가질 수 있는 권리 중에 협회장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게 확실해 보인다.

“아니, 돈을 대체 얼마나 꿍쳐 놓은 건데? 큭!”

곧이어 어마어마한 두통이 밀려왔다.

심상치 않은 느낌.

무언가 큰 게 올 거라는 징조였다.

[대규모 투자!]

[정혁수 님께서 1조 원 후원하셨습니다!]

[정혁수 님께서 카오스 게이트 지분 50% 이상을 확보합니다.]

“…….”

이젠 조 단위까지 튀어나왔다.

스미스 쪽도 당황한 걸까.

그 이후로 메시지는 한동안 떠오르지 않는다.

“제기랄.”

이젠 주민성도 선택해야 했다.

차원 경매장 능력을 동시에 운용하는 부담을 떠안더라도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하든지, 생성된 카오스 게이트를 파훼할 방안을 마련하든지.

“아니. 대격변에 무슨 현금을 이렇게…….”

바닥에 쓰러진 신우빈의 손목시계가 눈에 띄었다.

딱 봐도 억대는 거뜬할 것 같다.

“손……. 대지 마라……! 큭!”

“뭐야. 메시지 차단하라니까.”

“크크…. 명색이 차기 재계 리더인데, 이런 이벤트를 놓칠 수야 있나.”

놀랍게도 신우빈은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1조……? 우습다. 그 정도 투자해서 무슨 효과를 보겠다고.”

주민성은 신우빈이 믿는 구석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이어지는 묵직한 메시지 때문이었다.

[대규모 투자!]

[신명철 님께서 100조원 후원하셨습니다!]

[신명철 님께서 카오스 게이트 지분 50% 이상을 확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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