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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찬스 (1) (194/250)


변수 찬스 (1)
2022.06.13.


“…….”

협회장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

주민성도 마찬가지.

[10분간 능력 구매가 차단됩니다.]

고작 한 줄의 메시지가 만들어낸 변수였다.

둘은 서로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메시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쿠르르!

무너진 건물 잔해가 꿈틀댔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수납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

한 남자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튀어나왔다.

파벨이었다.

“파, 파벨?”

“…….”

분석 능력이 수납에마저 작용한걸까.

황당하게도 파벨은 주민성의 인벤토리에 수납되지 않은 모양이다.

“텐트는 제대로 수납됐었는데?”

“…….”

건물이 무너진 탓에 만물 소통도 발동되지 않는다.

뭐라고 말을 해왔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협회장은 아니었다.

“……내 능력이 분석 당했다고?”

“…….”

“하하…. 으하하하하!”

협회장의 표정은 황당함과 허탈함을 오가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주민성이 봐도 협회장의 방금 능력은 필살기 수준의 사기 능력이었으니까.

정말 상대를 확실하게 끝장낼 수 있을 때만 노출하는 능력일 터였다.

측근이었던 임진석조차도 몰랐던 데다, 그나마 이현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마저도 협회장이 완벽히 이현을 제압했다는 전제하에 노출된 능력이었다.

주민성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드러나지 않았을 능력이기도 했었고.

어쨌든, 협회장과 파벨의 대화로 상황 파악은 끝났다.

“10분이라.”

주민성의 입가엔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10분 좋지.”

10분.

주민성에게 아주 익숙한 시간이었다.

건물 관조 능력만 몇 번 써 왔던가.

며칠 사이에만 수십 번 사용했다.

때문에 이 시간은 활용하기에 따라 극도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협회장의 능력 구매는 10분간 차단되어 있다.

저벅. 저벅.

“능력. 잘 봤습니다. 회장님.”

주민성은 파벨에게 새로운 텐트를 던져 주며 협회장을 향해 걸었다.

물론 협회장은 도망치지 않는다.

가소로워 보일 터였다.

“날 상대로……. 근접전이라……. 허허…….”

“쫄리십니까?”

“전혀. 내가 직접 가지.”

척.

협회장은 고작 한 걸음을 내디뎠다.

축지법이라도 쓴 걸까.

그럼에도 주민성의 바로 앞에 도달했다.

“그래. 인정하지. 내 능력이 막혔군. 축하하네. 어른 된 입장으로, 지금은 한 수 양보해야겠지.”

협회장은 위압감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가뜩이나 큰 협회장의 체구가 산처럼 느껴졌다.

“뭐든 해보시게. 막아 드리지.”

협회장의 방어 능력은 절대적인 것으로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었다.

핵포화 속에서도, 지옥 같은 SSS급 게이트 한복판에서도 유유히 살아남은 괴물로 유명했다.

심지어 임진석의 절단 능력조차 협회장을 잘라내지 못했다.

즉, 협회장의 행동은 비아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주민성은 망설임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건, 협회장뿐만이 아니었으니까.

“스읍.”

힘을 쓰는데 도움 되는 꽃들만 조합해 향을 맡았다.

그리고 벌집 하나를 꺼내 오물오물 씹었다.

이것으로 준비는 끝.

주민성은 그대로 협회장의 뺨을 냅다 후려갈겼다.

쩌엉!

놀랍게도 손바닥과 뺨이 부딪혀 나는 소리였다.

“……이, 이게 무슨!”

주민성은 대답 없이 한 번 더 후려쳤다.

쩌어엉!

그리고 말했다.

“막아 보려면 막아 보시든가.”

쩌어어엉!

“크윽?”

이쯤이면 협회장도 깨달았을 터였다.

왜인지 주민성의 공격에 저항할 수 없다는 걸.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이용료를 내셨더라고요?”

“……설마.”

“응. 그 설마.”

이용자는 건물주에게 저항할 수 없다.

저항에 성공 시, 페널티가 부여된다.

주민성은 이 점을 절묘하게 활용한 것이다.

쩌어어어엉!

뺨 다섯 번을 더 후려갈기고 나서야 협회장의 자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쉬익!

콰르르르!

다음 공격은 빗나갔다.

대신 애꿎은 건물 잔해가 박살이 났다.

“이제 좀 학습이 되셨네.”

“이 노옴!”

그제야 협회장도 방어에서 회피로 태세를 전환했다.

하지만, 무언가 어설퍼 보인다.

여태 막지 못한 공격이 없었기에 직접 몸을 쓰는 쪽으론 단련하지 않은 모양이다.

주민성은 그런 협회장은 다시금 도발했다.

“쫄? 세계최강 능력자님이 쫄?”

“감히! 감히이!”

명백한 분노.

단지 분노했다는 이유만으로 협회장 주변이 어그러졌다.

저것도 누군가에게 빼앗은 능력이리라.

“반격 안 하세요?”

“크윽!”

입장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주민성은 쫓고, 협회장은 쫓겼다.

페널티가 두려운 모양인지 협회장은 계속해서 메시지를 인식하고 있었다.

세계최강이 쌓아오던 카리스마가 서서히 무너져내렸다.

“이놈! 꺼져라!”

콰장창!

이번에도 간접적인 반격이었다.

주민성을 향하는 게 아닌, 진로를 방해하는 차원이었다.

“이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이런 문제는 문제도 아니었다.

편법에는 누구보다 도가 튼 사람이 바로 주민성이었으니까.

“아이고.”

주민성은 급격히 진로를 바꿔 협회장의 능력이 닿는 공간에 뛰어들었다.

콰직!

“큭.”

내구도를 수차례 강화한 텐트가 찢겨나갈 정도의 충격이었다.

고통도 상당했다.

그렇다는 건.

[건물 이용자 정혁수에게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건물 이용자 정혁수에게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건물 이용자 정혁수에게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바로 이런 결과를 선사한다.

건물주 능력은 사용하기에 따라 자해공갈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아, 안 돼!”

드디어 협회장의 표정에도 절망이 드리웠다.

페널티가 능력에도 영향을 끼치는 걸까.

왜인지 생각보다 더 격한 반응이었다.

‘뭐지? 페널티는 풀 수 있을 텐데?’

페널티는 절대적인 제약이었지만, 해제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건물주에게 손해배상금만 제대로 낸다면 해제할 수 있는 종류였다.

‘임진석 때는 얼마였더라.’

주민성은 임진석이 건물 이용자 제약을 파훼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건물 이용자 임진석에게 손해배상금을 청구합니다.]

[판정된 손해배상금은 176억 원입니다.]

‘처음은 176억.’

[손해배상금이 재판정됩니다.]

[재판정된 손해배상금은 29억 원입니다.]

‘다음은 29억이었고.’

[판정된 손해배상금은 1000만 원 입니다.]

최종적으론 주민성의 동의하에 1000만 원까지 낮춰진 적이 있었다.

“아. 이제 알겠다.”

협회장 역시 돈과 관련된 능력을 사용한다.

어떤 방법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었지만, 이용료도 인벤토리를 거치지 않고 곧장 납부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협회장에게 판정된 손해배상금은, 전혀 납득되지 않는 수치일 것이 분명했다.

“크흐흐…….”

드디어 주민성이 웃었다.

반면, 협회장의 표정에선 웃음기가 가셨다.

협회장도 건물주 능력에는 다소 지식이 있는 모양인지, 이제 도망도 치지 않는다.

도망치면 칠수록, 이용료가 납부되지 않을수록 페널티가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민성! 협상을 하지!”

“그냥 도망치셔도 되는데.”

“…….”

남은 시간은 5분쯤일까.

주민성은 남은 시간에 끝을 볼 작정이었다.

물론 물리적으로 협회장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눈앞의 인간은 상체 전부가 날아가도 되살아나는 괴물이었으니까.

“우리 사이에 협상이 처음은 아니잖나. 내 계획도 전부 공유해 드리지. 어떤가?”

이번에도 달콤한 제안이었다.

“아. 부모님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겠지. 전부 알려줌세.”

협회장은 전부 꿰고 있었다.

정확히 주민성이 바라는 것들이었다.

“아니면, 사과를 원하나? 대국민 방송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네.”

“흐음.”

고민해도 될 법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주민성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아이고. 허리야. 머리야. 다리야. 팔이야.”

[건물 이용자 정혁수에게 손해배상금을 청구합니다.

“그, 그렇지! 많이 아프겠지!”

[판정된 손해배상금은 9360억 원입니다.]

메시지는 끝까지 봐야 했다.

곧이어 협회장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0 하나만 빼준다면 배상해 줄 수 있네만.”

“…….”

협회장의 씀씀이는 생각 이상이었다.

900억대의 손해배상을 단번에 내겠다고 할 정도였으니.

이러면 곤란했다.

지금의 손해배상금은 협회장이 무리해서라도 낼 수 있다는 금액란 말이니까.

털썩.

주민성은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그리고 국어책 읽듯 읊조렸다.

“아. 정신적 충격. 아아. 트라우마. 아아아.”

온갖 엄살 덕분에 메시지가 새로이 갱신됐다.

[손해배상금이 재판정됩니다.]

[재판정된 손해배상금은 9조 3600억 원입니다.]

결과적으로 0이 한 개 추가됐다.

이런 메시지를 동시에 읽는 협회장의 표정도 정말 볼만하다.

“자네. 나랑 장난을 하는군.”

“음? 장난 같으시구나?”

주민성은 바닥에 누워있는 채로 데굴데굴 구르며 한탄했다.

“아. 모욕당했어. 아아. 내 명예.”

“머, 멈춰!”

“으아아. 뼈와 살이 분리되는 고통이다.”

콰지직. 콰직.

협회장의 분노에 근처에 심겨 있는 나무들이 단숨에 부서져 내렸다.

하지만 주민성에게 피해는 없다.

“이런다고 나에게 수단이 없진 않네!”

“……해보시든지요. 으아아. 말했더니 턱까지 아프다.”

협회장의 수단이라면 주민성도 계산을 마쳤다.

기껏해야 인질극 정도가 유효할 터였다.

허나 근처에 잡을 만한 인질은 전부 수납했다.

허공에 떠 있는 봉춘향과 판자촌 능력자들은 진작에 주민성이 지급한 텐트를 착용 중이었기에 인질극이 시작되기도 전에 주민성이 먼저 수납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기껏해야 인질 삼을 수 있는 대상은 파벨 정도.

그런 파벨마저도 협회장의 능력을 카운터 칠 수 있는 능력자였다.

[손해배상금이 재판정됩니다.]

[재판정된 손해배상금은 9경 3600조 원 입니다.]

결국, 협회장은 제대로 된 반격도 해 보지 못한 채 국가 예산을 아득히 초월하는 손해배상 청구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주민성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9경. 뭐……. 터무니없는 금액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되어야 원수라도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꼬우면 뒈지시든가.”

잠시 후 협회장이 허탈하게 말했다.

“꼽네.”

“……네?”

“꼽다고 말했네.”

“…….”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무언가 포기한 것처럼.

체념의 자세였다.

“이렇게 엉뚱한 방해를 받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허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있다면,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눈빛부터가, 풍겨지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협회장에게선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주민성. 이번에는 내가 졌네.”

“…….”

패배 선언.

승자로서의 권리를 당연히 누릴 차례였지만, 주민성의 선택은 회피였다.

오히려 협회장과 거리를 두고 경계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메시지가 연달아 떠오르기 시작했다.

[건물 이용자 정혁수에게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건물 이용자 정혁수에게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이런 메시지와는 별개로, 협회장은 계속해서 주민성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런 무력감은 두 번째군. 처음은 언제였는지 아나?”

“…….”

“자네 부모들에게 느꼈었네.”

“……뭐?”

갑작스런 얘기에 당황했지만, 주민성은 침착히 무시하며 거리를 더욱 벌렸다.

페널티를 무릅쓰기 시작했다는 건, 목숨마저도 포기할 각오가 되었다는 신호였으니까.

“아무튼 그렇다는 거지. 아직 나 정혁수는 패배하지 않았어. 두 번 당할 생각은 없어서 말이야.”

그 순간, 협회장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쿠훅!”

피는 지상으로 떨어지지 않고 허공으로 치솟았다.

심지어 날아다니기까지.

“저, 저쪽은…….”

동시에 메시지가 쏟아지듯 내렸다.

[카오스게이트 이용료가 납부됩니다.]

[카오스게이트 이용료가 납부됩니다.]

[카오스게이트 이용료가 납부됩니다.]



협회장의 피가 날아간 방향은 처음의 BBA 방송국.

실제 건물명, 카오스게이트 발생기 방향이었다.

[카오스게이트 발동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구매 계약에 의거, 카오스게이트가 발동됩니다.]

[권리자 명: 정혁수]

카오스게이트 발생기와 협회장에겐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던 모양이다.

“정지. 발동 취소.”

메시지는 답이 없었다.

대신 협회장이 답할 뿐.

“크하하! 크흐! 소용없네! 이것으로 끝이야! 이제부턴 시간 싸움이겠군! 누가 먼저 말라 죽는지!”

협회장의 형체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은 걱정하지 말게. 내 반드시 자넬 갈아 마셔서라도 배웅해 줄 테니.”

그리고 끔찍한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

놀라운 행보였다.

손해배상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널티는 해제되지 않는다.

즉, 협회장이 걸어온 승부수는 카오스게이트를 이용해 주민성을 죽이겠다는 말이었다.

“참나.”

안타깝게도 협회장은 주민성의 과거는 잘 알고 있었지만, 주민성이라는 사람이 능력을 각성하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미친 짓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 바로 주민성이라는 걸.

“건물 폭발. 카오스 게이트 발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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