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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2) (193/250)


전면전 (2)
2022.06.12.


“여의교? 트랩? 그게 다 뭔 소리야.”

다급해진 분위기에 주민성이 물었다.

“나름의 대책이었지. 지금 서울이랑 예전 서울이 같을 리가 없는데.”

분위기로 보아 신우빈은 여의도 주변에 아무나 접근할 수 없게끔 조치를 취한 모양이다.

“그 트랩이란 건 파벨 씨가 설치한 거고?”

“그래.”

주민성은 파벨의 실력을 확인했다.

때문에 여의도 주변에 설치된 트랩이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트랩이 아무렇지 않게 파훼됐다?”

“그만큼 실력 있는 놈이 이쪽으로 접근한다는 뜻이지.”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세입자들의 동선은 전부 파악된 상태였으니까.

근처 아군과 중립 세력의 움직임도 전부 봉춘향을 통해 보고받은 상태였다.

“협회장이군.”

“정답.”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었다.

“춘향아. 서풍하고 아린 쪽엔 내가 연락할 테니까 이현 씨 찾아가서 쉬는 인원 파악하고 합류시켜 줘. 노는 세입자들도 같이.”

“알겠습니다.”

이렇게까지 주민성이 자신 있게 협회장을 도발한 이유엔 이현의 존재 덕분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최강의 지원군을 섭외할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메리트였으니까.

5분이 지났다.

이제 방송국 근처의 트랩까지도 전부 파훼됐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도 지원군은 계속해서 합류해 수백에 가까운 인원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덕분에 침입자의 신원도 금새 밝혀졌다.

“침입자는 협회장이 맞습니다. 신원이 불분명한 다섯과 동행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주민성은 주먹을 불끈 쥐며 일전을 준비했다.

어느새 방송국 외곽엔 서풍과 아린이 각자의 진형을 형성하고 있었고, 건물 옥상엔 저격 교육과정을 제대로 수료한 판자촌 능력자들이 배치됐다.

또한 건물 입구 부근엔 하성과 대치 중인 7번과 11번 세입자를 제외한 3번, 5번 세입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거기에 지하 주차장엔 즈쉬와 즈민성, 그리고 소수의 오크 정예들까지 잠복해 있다.

어수선한 세력 분위기 탓에 심심풀이로 나온 천마는 덤이었다.

“대체 어느 정도의 사내이기에 이렇게까지 집결하나 했거늘.”

SSS급을 상대로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천마의 합류야말로 주민성에겐 가장 든든한 카드였다.

“어때요? 저 인간만 제압해도 추가 서비스 팍팍 드릴 수 있는데.”

“흐음…….”

천마 위희린은 눈을 감고 방송국으로 다가오는 협회장의 기운을 가늠하고 있었다.

“만만치 않겠구나. 이곳은 내가 있던 세계가 아닌지라 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여기서라면 승률은 1할 정도.”

“……원래 있던 곳이라면요?”

“9할 이상. 그곳에서 본좌는 무림인 수만 명과도 대치했었느니라.”

“에이. 수만은 좀…….”

“흥.”

그런 천마조차 협회장을 상대로 1할의 승률만을 보장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협회장의 기세는 어마어마했다.

까득.

하지만 주민성은 겁내지 않았다.

지금의 일전은 앞으로의 인생까지 걸려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으니까.

죽음조차 두렵지 않았다.

영혼의 존재 덕분에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물론 허무하게 죽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진정한 내 집 마련하기 전까진, 억울해서라도 못 죽습니다.”

“훗. 좋은 기개다.”

“일단 정찰 좀 하고 오겠습니다. 밀리면 도와주세요.”

“봐서.”

이 싸움은 단순히 무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봐야 했다.

천마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까.

‘건물 관조.’

때문에 주민성은 약점을 찾아야만 했다.

협회장이 이곳에 혼자 오지 않았다는 건, 분명 자신도 불안한 게 있다는 뜻이니까.

“…….”

주민성은 건물 관조 시점으로 넘어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협회장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누가 봐도 협회장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대놓고 걸어오고 있었으니까.

“살벌하구만.”

다음은 협회장과 함께 걷고 있는 이들을 살폈다.

자세히 보니 사람 같진 않다.

아마도 강남에 출현했다는 악마 연금술사로 추정된다.

이제 방송국까지의 거리는 500미터 남짓.

저격수들의 사거리에 들고도 남는 거리였다.

“첫 공격은 통하겠지.”

이현을 통해 알고 있었다.

협회장이 죽지 않는다는 걸.

지금의 목적은 죽이는 게 아닌 제압이었다.

이 정도는 가능하리라.

“지금.”

퍼걱!

예상했던 타이밍에 본격적인 저격이 시작됐다.

소음은 없다.

총알에 맞아 터져나가기 전까진.

파각! 파파팍!

협회장 일행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벌집이 됐다.

그리고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추방자의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부족 사냥이 시작됩니다.]

[사냥 성공 시 족장 권한이 대폭 추가됩니다.]

건물주와 관련된 메시지가 아닌, 뜬금없는 부족 관련 메시지였다.

“참나. 협회장 공격이 레이드라도 되는 건가.”

시련이 끝났다는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협회장이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협회장이 아닌가?”

하지만 주민성의 눈에 보이는 협회장과 그 일행들은 전부 쓰러져서 미동도 없는 상태였다.

대신, 서풍과 아린 측이 있는 장소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

주민성은 송몽룡의 표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진짜 악마, 누가 봐도 악마 같은 몬스터들이 나타나 아린 측 진형을 헤집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언제?”

놈들은 여전히 쓰러져 있었다.

그럼에도 방송국 앞은 난장판이다.

협회장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 있는 협회장은 가짜였군.”

가짜 협회장조차 이 정도의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내뿜는다는 게 놀라웠다.

“그래도 다행이야.”

주민성은 여전히 침착했다.

협회장도 아닌, 악마가 상대라면 큰 문제는 아니었기까.

푹!

이유라면 간단하다.

악마는 충분히 대비했기 때문이다.

푸푹!

콰직!

전세는 단 둘에 의해 뒤바뀌기 시작했다.

3번 세입자와 5번 세입자의 출현 덕분이었다.

“지, 지원이다! 바로 요격해!”

“예!”

과연 이름 있는 길드답게 서풍과 아린은 기습에 의한 패닉조차도 빠르게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SS급 이상쯤 되는 능력자들은 세입자들과도 협공을 시작하며 악마들을 제압해내는 모습이었다.

“휴.”

이것으로 방송국 입구는 충분히 사수할 수 있어 보인다.

이제 남은 문제는 협회장뿐.

주민성은 열심히 시점을 바꿔 가며 협회장을 찾기 시작했다.

“후방도 아니고. 지하도 아니고. 공중도 아니고.”

꺼림칙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그렇게 남은 건물 관조 시간은 이제 1분.

정찰을 마무리하고 얻은 정보들을 정리할 때였다.

그 순간.

쾅!

방송국 내부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뭐야. 바로 진입했다고?”

폭음이 들린 방향은 국장실.

신우빈과 봉춘향, 위희린 등의 핵심 인원들이 모인 장소였다.

주민성은 필사적으로 국장실로 시점을 옮겼다.

“……이런.”

안타깝게도 협회장은 이미 건물 진입을 끝마치고 신우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떻게 들어오셨대.”

“……신우빈이라. 허허.”

물론 평화적인 대화는 아니었다.

위희린의 공세를 전부 받아내며 하는 대화였다.

쾅! 쾅!

“……이걸 막아? 감히?”

“게다가 이쪽은 이 세상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천마의 정체마저 바로 파악한 모양이다.

동시에, 건물 관조도 종료를 알렸다.

[건물 관조가 종료됩니다.]

주민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제야 협회장의 느긋한 눈빛에 가벼운 놀라움이 드러났다.

“쯧. 처음 뵙겠습니다.”

“아아. 역시 자네였군. 주민성.”

콰드득!

천마의 진심 어린 공격을 막아내며 하는 대답이었다.

“악수나 하지. 자네라면 그럴 가치는 있으니.”

쿠구구구……!

주민성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협회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묘한 느낌 때문이었다.

‘중력이 달라?’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봉춘향의 중력 조절 능력이었다.

어디엔가 숨어서 능력을 쓰는지, 모습을 드러내진 않고 있었지만 확실했다.

협회장은 이마저도 동시에 막아내고 있었던 거고.

“왜 뒷걸음질 치는가? 자네라면 문제없을 텐데.”

“그쪽이 문제라서요.”

“허허. 자치권까지 보장해줬거늘.”

“그것도 공짜는 아니었고요.”

협회장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확실히 프라이드가 높은 인물이라 작은 도발도 상당히 크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입담 하나는 제대로 물려받은 모양이야. 허허.”

패드립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콰광!

“커헉!”

천마를 상대로도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걸까.

위희린은 협회장의 대답과 함께 튕겨나갔다.

“입담이라. 정말 내 부모에 대해 잘 아는 모양입니다.”

주민성은 하위 차원에서 챙긴 보물중 하나인 워해머를 꺼내 들었다.

그립감이 좋아 따로 챙겨 뒀던 무기였다.

꾸드득.

그리고 협회장에게 워해머를 겨누며 말했다.

“확실히 너는 쓰레기가 맞군.”

“허허허허…….”

그리고 협회장의 시선이 망치로 향했다.

“망치 관리를 그렇게 해서야…….”

“아. 보셨구나.”

망치에선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는 협회장을 상대하기 위해 마련한 히든카드.

벌집을 바르고 남은 파멸의 강화석을 전부 투자해 만든 회심의 망치였던 것이다.

“파멸의 워해머 9강쯤 되면 관리하지 않아도 돼서요.”

주민성은 망설임 없이 망치를 던지며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동시에 근처에 있던 텐트를 싸그리 수납했다.

신우빈과 위희린, 파벨까지 동시에 인벤토리로 대피시키려는 속셈이었다.

콰과과과과!

예상대로 파멸의 강화석으로 강화된 망치의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그저 막아서 생긴 충격파가 국장실을 싸그리 날려버릴 정도였으니까.

주민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용료 청구. 건물 폭발. 벌집 27.”

“……!”

[대상에게 이용료를 청구합니다.]

[벌집이 폭발합니다.]

가지고 있는 최강의 능력까지 혼합해 쏟아 부었다.

이는 이용료 청구로 방어의지를 상실시키고 건물 폭발로 최대한 큰 타격을 먹이려는 작전이었다.

아군 수납도 이 때문이었고.

능력은 성공이었다.

방송국에 대한 이용료가 청구되며 벌집이 폭발한 것이다.

“……!”

콰아아아앙!

[방송국5가 극도로 손상됩니다.]

[건물 부가효과가 반감됩니다.]

바닥이며 천장이며 전부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주민성은 폭발에 직격했음에도 살아남았다.

“윽!”

내구도 강화를 여러 번 중첩한 텐트로 막아냈기 때문이다.

신우빈을 비롯한 아군들을 수납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미, 미친.”

안도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주민성은 경악할 뿐이었다.

메시지가 끝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용료가 납부되었습니다.]

황당하게도 이용료가 납부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바, 받은 적 없었는데?”

쿠르르!

무너진 건물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귀찮은 짓을 하는군. 주민성.”

협회장도 폭발 속에서 살아남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꽤나 큰 타격을 입힐 거라 생각했던 공격이었다.

하지만 멀쩡했다.

이용료가 납부되어선 안 되는 게 전제였으니까.

이용자가 되어버린 협회장은 반감된 건물 부가효과라도 고스란히 받을 수 있게 됐다.

“흐흐……. 흐하하하!”

협회장은 광소하고 있었다.

“이거야! 역시 재미있는 능력이었어! 크하하하!”

“…….”

협회장은 사람 좋은 미소로 주민성에게 망치를 던졌다.

쾅!

“더 해 보시게. 다른 능력은 없나?”

“……하.”

주민성은 건물 관조로 다음 기회를 노릴지, 협회장에게 새로운 일격을 먹일지 고민했다.

“뭐, 뭐야. 협회장이 왜 저기에…….”

“대장님!”

봉춘향은 예상대로 허공 사각지대에 떠 있었다.

판자촌 능력자들과 함께.

‘건물 관조는 안 돼.’

협회장은 노골적으로 주민성의 능력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납은 이미 한차례 노출한 상태.

능력을 빼앗으려 들지 않는다는 건, 협회장에게도 모종의 조건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으로 이현의 사례가 있다.

이현은 악마에 씌었을 뿐, 능력을 빼앗기진 않았기 때문이다.

‘수납도 안 돼.’

때문에 주민성은 같은 능력을 여러 번 보이면 능력을 빼앗긴다고 추리했다.

“왜 가만히 있지? 자네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면 부하들은 전부 죽을 걸세. 뭐라도 해 보시게나.”

“…….”

주민성은 잠자코 망치만 회수한 채, 협회장을 노려볼 뿐이었다.

아니, 이미 다른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협회장 씨. 아까 기침하시던데.”

“……음?”

“기관지는 괜찮으신가?”

다음은 미세먼지였다.

물론 시간 끌기에 불과하겠지만.

“……쿨럭! 잡스러운 능력이잖나. 제대로 건물주다운 능력을 써 보시게. 방금의 이용료 청구 같은!”

“…….”

두 번째 기침.

주민성은 미세먼지에 꽃가루를 섞기 시작했다.

“콜록!”

그리고 세 번째 기침.

확실히 기관지 공격은 효과가 있었다.

나름의 승기가 보일 것 같은 상황.

하지만 협회장은 바보가 아니었다.

“역시 말로 해선 안 되겠군.”

협회장이 손을 뻗어 미세먼지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능력도 사용했는지 분위기도 달라졌다.

“……!”

그리고 여태껏 본 적 없는 일렁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정혁수 님이 주민성 님의 능력을 구매합니다.]

[책정된 금액은 400만 원입니다.]

“크흐. 출연료보단 더 넣었…….”

“…….”

메시지는 끝이 아니었다.

딱딱한 질감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적절하지 않은 거래로 분석되었습니다.]

[10분간 능력 구매가 차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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