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 작전 (3)
(19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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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불 작전 (3)
2022.06.09.
생각해 보니 신우빈이 있었다.
“갑자기?”
종로도 급했지만, 신우빈의 근황도 궁금했기에 전화를 받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혹시라도 모를 신성의 가세는 지금 같은 난관의 돌파구도 될 수 있었으니까.
“여보세요?”
-종로에 있는 능력자들. 대체 뭐냐.
“엥?”
엉뚱하게도 신우빈에게서 종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말도 통하지 않더군. 네가 부른 사람들 맞지?
“그걸 어떻게…….”
-이상한 몬스터 불러올 때부터 알았다만, 이젠 사람까지 부를 줄이야. 하아……. 알았다.
왠지 그대로 전화가 끊길 것만 같은 분위기.
주민성은 그대로 신우빈을 말렸다.
“잠깐. 잠깐만.”
-지금 바쁘다. 용건만 빨리.
“너 지금 종로 맞지?”
-그래.
“너 유럽에 있던 거 아니었어?”
-한국에 온 지 며칠 됐다. 서울 돌아가는 꼴이 워낙 이상해서 마포구에서 잠복하고 있었고.
마포구의 생존자 집단.
알고 보니 그중엔 신우빈도 있던 것이다.
“미치겠네. 왜 하필 마포구야?”
-그쪽이 강서구와 가장 가까웠으니까.
“그냥 여기로 왔어도 됐잖아.”
-아니. 분석 결과, 협회장은 매우 높은 확률로 너에게 찾아간다. 저항도 못 하고 당할 바에 숨어 있다가 기습하는 쪽이 훨씬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어.
“……분석?”
-아아.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하지. 일단 마포구로 돌아갈 테니 그때 다시 얘기하지.
주민성은 일단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종로에서 일어나는 폭음의 원인이 신우빈 측이었기에.
덕분에 아군끼리의 무의미한 살생은 발생하지 않을 터였다.
“됐어. 강서구로 와.”
-나중에. 지금은 마포구에서 기회를 노린다. 이게 맞아.
“아니, 마포구는 이제 틀렸어.”
-뭐…?
“마포구. 지금 점령 중이거든.”
-…….
신우빈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볼 때, 마포구의 상황을 물어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곧이어.
-주민서엉!
신우빈의 고함이 이어졌다.
최선아가 이끄는 고블린 부대의 습격 소식을 알아차린 모양.
“그러니까 상황은 제대로 공유했어야지. 마포구면 한강 너머 바로인데 우리 쪽 영향을 받지 않을 리가 없잖아.”
-왜 하필 마포구야! 설비 설치에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아는 거냐! 전부 약탈당했잖아!
대충 요약하면, 빈집털이를 제대로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은 곧 최선아가 맡은 임무를 충실하게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
“……내가 마포구만 공격했다고 생각해?”
주민성의 작전에 마포구는 극히 일부였다.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은 서울 전체를 타겟으로 한 포위전이었으니까.
“수도권 전체를 통틀어서, 내가 건들지 않은 지역이 훨씬 적어.”
-…….
“그리고 설비 약탈당했다고? 그 설비들. 이제 훨씬 좋게 개선할 수도 있어. 그런 능력도 있거든.”
-그, 그게 가능하다고?
“당연하지.”
최선호의 추방자 능력이라면 가능할 것이 확실했다.
지금은 뼈가 최선이었지만, 이번 원정을 통해 훨씬 좋은 재료들을 구할 테니까.
외견은 말할 것도 없다.
최선호의 꾸미는 센스는 주민성도 흡족하게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합류해.”
-후……. 강서구의 왕이라더니 성장하긴 했나보군.
“놀랄 일은 아직도 한참 남았으니까 기대하시고.”
-좋다. 그보다, 네가 데려온 괴짜들좀 말려 줬으면 좋겠는데.
“한 20분 정도만 버텨 봐. 갈 테니까.”
-알겠다.
주민성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통화를 마쳤다.
걱정하던 종로구는 협회장도, 일살의 공격도 받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이 특히 만족스러웠다.
신기한 점도 있었다.
“그나저나 신우빈 뭐지? 그 세입자들을 상대로도 버틴다고?”
신우빈에게 버티라고 했던 시간은 20분.
주민성에겐 건물 관조만 있었기에 아주 여유로운 제한이었다.
하지만 타인에겐 해당되지 않을 터였다.
20분 내내 세입자들의 무시무시한 공세를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꽤 자신 있는 모양이네.”
주민성이 끊임없이 성장했듯, 신우빈 또한 유럽에서 상당한 수확을 거둔 모양이다.
“…….”
그리고 봉춘향은 주민성을 놀란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왜? 나 뭐 잘못했니?”
“아닙니다. 신우빈 씨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아…….”
신성.
세계 굴지의 대기업이지만, 그들도 대격변 상황에선 몬스터들에게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들 역시 나름의 대책을 마련해 몬스터들과 필사적으로 전쟁을 하며 생존중이다.
국내에선 함경도와 경상도의 생산단지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도시 하나쯤은 신성이 무난하게 지켜나가고 있다고 한다.
우튜브로 봤던 내용이다.
기업 홍보 측면의 내용이 많아 눈여겨보진 않았다.
방송엔 언제나 주민성이 모르는 신성 직원들만 나올 뿐이며 신우빈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노아의 방송이나 다른 우튜버들의 방송이 훨씬 재미있었다.
“신성이 대단하긴 하지.”
“맞습니다.”
“근데 신성도 지금은 우리랑 똑같이 생존자 신세야. 이런 와중에도 기업 이미지 관리하는 회사가 세상에 신성 말고 어디 있긴 하냐만.”
판자촌 능력자들 사이에서도 신성의 이미지는 상당히 개선된 모양이다.
이들이 여기까지 코너에 몰린 본질적인 원흉은 협회였고, 사실은 신성과 협회도 갈등 관계에 있었음을 알게 된 덕분이었다.
“여태까지 신성한테 받았던 게 후원이었다면, 지금은 제대로 된 파트너쉽을 형성할 수 있다 이거지.”
“……!”
“마침 잘됐어. 신우빈도 나타났으니 제대로 밀어줄 이유도 생겼고.”
“아. 이현 씨, 곧 돌아올 겁니다.”
“그래?”
분신은 무사히 강북에 도착한 모양이다.
팟.
곧이어 이현이 돌아왔다.
“이번엔 종로로 가면 되겠습니까?”
“아뇨. 괜찮아요. 종로 쪽은 아군끼리의 트러블이었습니다. 인천으로 가시죠.”
“예.”
봉춘향의 분신이 배치된 이상, 강북 쪽은 걱정할 필요 없었다.
하성이 예상보다 일찍 발견되는 게 아니면 11번 세입자와 함께 무난히 작전을 마칠 수 있을 터였다.
“예.”
팟.
인천지부 앞.
대형 길드답게 서풍은 질서 있게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지원 요청 건으로 일단 나왔습니다만, 무슨 작전인지 설명이 부족합니다. 듣고 출발하겠…….”
성우혁 입장에선 주민성의 막무가내식 요청이 나름 난처했던 모양이다.
뒤이어 이현의 존재를 확인하고 경악했다.
“이, 이 사람은…….”
“이현 씨입니다. 아시죠?”
성우혁이라면 활동 기간이 겹쳤을 테니 알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인맥입니까…….”
현실은 각박한 인맥이었지만, 타인 시점에선 전혀 아니었다.
고등급 능력자들이 득실거리는 집단으로만 보일 터였다.
“이것도 다 협회장이 쌓아온 업보겠죠.”
“아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협회장이라는 단어가 언급될 때마다 이현에게서 살기가 흘러나왔으니까.
주민성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작전 설명을 제대로 못 드렸네요. 경황이 없었습니다. 서풍은 여의도로 갑니다.”
“……여의도요?”
“예. 남아 있는 방송가라면 그쪽뿐이라서요.”
“방송국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남일 텐데……. 제가 잘못 알고 있습니까?”
“아. 강남이 조금 전에 무너져서요.”
“……네?”
봉춘향은 쑥쓰러운 듯 주민성의 시선을 피했다.
“여의도 방송가를 탈환해서, 복구해 볼 생각입니다. 협회장 하는 짓도 조금 폭로하고.”
“……아!”
성우혁의 표정엔 큰 만족이 깃들었다.
그럴 수밖에.
지금의 인선은 정확히 성우혁을 겨냥한 노림수였다.
“그런 작전이라면 서풍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습니다. 근데 방송 송출은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요?”
“방법이 있죠.”
여의도 방송가는 전통이 깊은 만큼, 건물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관리라면 강남쪽이 훨씬 꼼꼼했다.
그런 탓에 여의도 방송국 건물의 등급이 최상급으로 판정될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물론 소유할 수 없으면 조금 부숴서 챙겨도 되고.
“한 달에 한 번 쓸 수 있는 능력이 곧 돌아오거든요.”
주민성이 말하는 능력은 바로 건물 초월과 소유물 복제였다.
때문에, 앞으로 일주일만 지나면, 주민성에겐 초월급 건물 두 개가 추가된다.
그중 하나는 방송국이 될 예정이다.
“그 능력을 사용하면 방송국내 모든 설비가 복구될 겁니다. 그것도 최상의 상태로. 또한, 스탭은 생존자분들중에서 경력 있는 분들로 뽑을 생각입니다.”
“……능력 맞죠?”
“……네.”
성우혁의 표정엔 황당함이 가득했지만, 믿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쌓아오던 경험이 무의미할 정도로 이곳에선 상식 외의 현상들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머리가 지끈거리는군요. 그냥 믿고 가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성우혁은 그대로 뒤를 돌아 길드원들에게 작전을 설명했다.
다들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끝났습니다. 출발하시죠.”
“네.”
다른 팀에서 협회장이나 하성과 마주치지 않는 이상, 주민성은 서풍 길드를 지원하며 방송국 건물을 최대한 챙길 생각이었다.
“이현 씨. 가겠습니다.”
“예. 혹시 모르니 BBA 방송국 앞으로 가겠습니다.”
BBA는 한때 공중파중 하나를 차지하던 방송사였다.
당연하게도 지금은 아니다.
협회장이 승승장구하면서 자연스레 망해버렸다.
따라서 이목이 덜 쏠리고, 협회장의 관심에서도 벗어난 BBA 방송국 앞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세요.”
대답을 확인한 이현은 바로 능력을 사용해 여의도 방송가로 이동했다.
팟.
넘어온 인원은 총 12명.
한 번에 전부를 점멸시킬 수는 없는 모양이다.
워낙 뛰어난 능력이라 이 정도의 제약조차도 딱히 핸디캡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
여의도로 넘어오고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이상할 정도로 주변이 조용하다는 점이었다.
이는 파주에서도 느꼈던 것으로 대화보다는 같이 소리를 죽인 채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서풍 역시 익숙하게 임무를 분담하는 모습이었다.
“…….”
성우혁의 수신호와 함께 탐지 능력자인 타니그라가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곧이어 타니그라의 손가락이 원을 그렸다.
이는 주변이 비어 있다는 신호.
다행히 대화는 나눌 수 있는 환경이다.
“휴. 일단 주변엔 아무것도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군요. 저는 나머지 인원을 데리고 재합류하겠습니다.”
팟.
그렇게 이현은 다시 인천지부로 떠났다.
다음은 주민성의 오더.
“우선 건물로 진입하겠습니다.”
이곳에서 무슨 변수가 있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건물 점령이었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였으나 수년간 관리되지 않은 흔적이 주민성을 만족시켰다.
“레이너. 동행하도록.”
“예.”
그리고 성우혁은 바깥에 대기했다.
물과 관련된 능력이 주력인 만큼, 언제든 한강을 이용할 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주민성은 아무런 방해 없이 수월하게 방송국 앞으로 이동했다.
스르릉.
자동문이 열렸다.
아직도 건물에 전기가 들어온다는 게 조금 불길한 기분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대로 멈추는 것보단, 일단 건물부터 챙기는 쪽이 훨씬 안전하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다행히 건물 내부에 진입함과 동시에 건물 소유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유자가 없는 건물에 입장했습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
[보유 건물 목록에 카오스게이트 발생기가 추가됩니다.]
[전설 등급 고유 효과가 발현됩니다.]
[이용료를 소모하여 건물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강화 목록은 건물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건물의 부가 능력이 발현됩니다.]
[생명력을 흡수해 카오스 게이트를 생성합니다.]
놀랍게도 방송국 건물은 상급도, 최상급 건물도 아니었다.
파주 연구소에 이어 두 번째 전설 건물이었다.
그것도 더욱 괴랄한 고유 효과를 가진.
“아니 건물 효과가 뭐 이래.”
파주의 자기장 생성기와는 달리 심상치 않은 고유효과였다.
[생명력을 흡수해 카오스 게이트를 생성합니다.]
카오스 게이트라는 이상한 이름의 게이트가 언급된 걸로 보아 인류에게 절대 득 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음?”
“크으으……!”
털썩!
주민성과 동행했던 레이너가 힘없이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