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 작전 (2)
(18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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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불 작전 (2)
2022.06.08.
“……폭격?”
“……네.”
대답과 동시에 휴대폰이 울렸다.
“일단 확인해 보십시오.”
봉춘향이 걸어온 영상 통화였다.
“…….”
화면엔 강남의 전경이 비치고 있었다.
“취에에에!”
“취이이이!”
대검과 도끼를 든 오크가 공중에서 검기를 미친 듯이 뿌려대는 모습과 함께.
콰광! 쾅!
심지어 지금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있었다.
못해도 최상급은 될법한 건물들도 전부 무너져내려 반파 상태에 이르렀다.
즉, 발만 디뎌도 전부 주민성의 건물이 된다는 뜻이었다.
“와. 전부 공짜.”
“잘못들었습니다?”
“아, 아무것도 아냐.”
건물은 둘째치고, 심각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강남에 있는 너. 분신 아니지?”
“그렇습니다.”
“…….”
봉춘향의 본체가 강남에 갔다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협회장이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그랬어.”
“상관 없습니다. 진심으로 붙어보고 싶었던 상대라서.”
“…….”
그리고 봉춘향은 협회장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능력자로만 알 뿐.
어떤 능력자인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강남엔 협회장이 없는 모양이야. 일단 거기까지만 하고 후퇴해.”
“알겠습니다.”
화면은 다시 빠르게 전환되어 하늘을 날고 있었다.
곧장 복귀하는 모습에 주민성은 크게 안도했다.
“협회장하고 정면으로 붙으면 안 돼. 능력을 사거나 뺏을 수 있다더라고.”
“……그게 능력입니까?”
“응.”
기괴하긴 건물주 능력도 마찬가지였기에 아니라는 대답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능력 같지 않은 사기 능력이었음에도.
‘저렇게 어그로를 끌어도 나타나지 않는다라.’
그리고 협회장이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도 의외였다.
감지 능력쯤은 당연히 빼앗았을 테니까.
봉춘향급의 상대라면 대응하는 쪽이 정상이었다.
“……대장님.”
“응?”
봉춘향은 어느새 주민성의 소매를 잡고 있었다.
손의 떨림이 심상치 않다.
“그……. 버프 증폭 능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엄청난 폭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어디서?”
“좌표 상으론 종로구입니다.”
“……일단 더 빠르게 후퇴해 줘.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알겠습니다.”
엄창난 폭음.
그리고 종로구.
하필 세입자들이 있는 지역에서 들린다.
그리고 협회장은 봉춘향에게 반응하지 않는다.
전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기에 주민성은 재빨리 이현에게 물었다.
“이현씨. 몇 명까지 함께 갈 수 있습니까?”
“글쎄요. 저도 가족들 말고는 제대로 노출하지 않았던 능력이라서…….”
대충 여태까지 5인 이하로만 공간 점멸을 했다는 말이었다.
“다섯이면 괜찮습니까?”
“확실하진 않습니다. 4명까지만 해봤어서.”
“해보죠. 그럼.”
설령 5인이 한계라도 능력을 100번을 쓰면 500명을 옮길 수 있었다.
고생이야 이현이 하겠지만.
“일단 선아 씨는 예정대로 마포구로 출발해 주세요.”
“아, 알겠어요……. 다치지 마시고요!”
“네.”
그렇게 최선아는 고블린 군단을 몰고 안산을 떠났다.
“저기까지만 들렀다가 종로로 가겠습니다.”
주민성이 가리킨 방향은 아파트.
원래는 그곳에서 봉춘향과 송몽룡, 그리고 성아영과 만날 예정이었다.
“확인했습니다.”
팟.
이현의 답변과 동시에, 아파트에 도착했다.
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시야에만 보인다면 지금처럼 급조해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인 모양이다.
“……옥상이네요?”
“민성이형?”
그리고 눈앞에 송몽룡이 나타났다.
시간 정지 능력은 언제 봐도 사기적이었다.
“……뭐였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물론 여기엔 이현도 포함이었다.
이현 또한 송몽룡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해 당황했다.
“설마 여기까지 날아오셨어요?”
“그럴 리가 있나. 여기 이현 씨 도움으로 순간이동했지.”
“헐……. 순간이동…….”
황당하게도 순간이동 능력은 송몽룡이 가장 부러워 하는 능력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송몽룡도 순간이동으로 보이겠지만, 시간을 멈추고 직접 이동한 뒤 시간을 흐르게 만드는 것과 진짜 순간이동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현의 능력은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을 볼 수 있는 능력에 해당했다.
“이현입니다. 반가워요.”
눈치챈 모양이다.
이곳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걸.
“아아. 넵. 송몽룡이라고 합니다. 근데 무슨 능력이에요? 엄청 좋아 보이는데.”
“음…….”
너무나도 노골적인 능력 질문.
하지만 판자촌 출신 능력자들은 세간의 상식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서로 목숨까지 맡기는 사이였기에 능력 파악을 오히려 더 중요시한다.
“……공간 점멸 능력입니다. 그 외에도 두 개 더 있고요.”
“헐……. SSS급이셨어요?”
“네.”
“대박. 며칠 사이에 SSS급이 둘이나 생겼네요.”
“……민성 씨. 저 말고도 SSS급이 또 있습니까?”
이현은 옛날 사람이었다.
당시엔 고위 능력자가 워낙 희귀해 S급만 되어도 거의 지역의 대표 인사가 될 정도였으니 SSS급은 말할 것도 없는 수준.
“네. 성우혁 씨라고 젊으신 분인데, 서풍 길드도 같이 운영하는 분이에요. 인천에서 보게 될 겁니다.”
“흐음……. 역시 모르는 이름이군요.”
“지금도 유명하신 분인데, 협회장이랑 사이가 나빠서 국내 활동은 잘 안 하세요.”
“아. 저와 같은 목적이라면 무조건 환영입니다. 기대되는군요.”
다행히 좋은 이미지는 심어 준 모양이다.
그리고 뒤이어.
“야! 주민성!”
성아영도 옥상에 올라왔다.
“편성 뭔데! 나 얘들이랑 안 친해! 못해도 또래랑 붙여주든가!”
“참나. 나름 신경 써 줬구만.”
실제로 임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최선아, 성아영 조합은 피했다.
둘은 시간이 갈수록 앙숙 관계로 게이트 내에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성아영이 주장하는 또래 파티도 문제였다.
주민성에게 하는것과 달리 무뚝뚝하고 고압적인 태도가 사고를 일으킬 수 있었다.
“이번에 제대로 한 건 하면 더 챙겨줄게.”
“진짜지?”
“미안. 진짜가 아니라도 따라야지. 어쩌겠어.”
“아…….”
때문에 지위를 가진 봉춘향과 송몽룡이 답이었다.
자기보다 많이 어린 상대에겐 고압적인 태도 또한 줄어드는 편이었고.
“아무튼, 너가 갈 곳은 강북이야.”
“강남이 아니고?”
“응.”
멤버에 송몽룡이 포함된 이상, 악마들과의 조우는 반드시 피해야 했다.
굳이 트라우마를 자극해 작전을 실패로 몰아갈 이유는 없었으니까.
“거기서 일살이랑 한바탕 해.”
“10대 길드 일살 맞지?”
“응. 길드장하고 싸울 필요는 없고, 부하들 위주로 착실하게 제압해 줘. 죽이진 말고.”
“……쯧.”
그리고 강북의 핵심 멤버중 하나인 11번 세입자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또 외국인이야?”
비글 같은 느낌이라서일까.
의외로 성아영은 위희린과 서풍 길드에게 제법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말썽꾸러기 딸이라도 키우는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설명은 여기까지. 이제 출동해. 이현 씨. 부탁드릴게요.”
“예.”
이현이 전송시킨 멤버 중엔 봉춘향의 분신도 포함이었다.
대신, 오크 둘을 거느리는 봉춘향 본인은 주민성과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작은 변화가 있었다.
강남을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의 오크 화력과 봉춘향의 운용 능력이라면 더욱 꼼꼼한 작전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팟.
그렇게 주민성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강북으로 이동하고, 다음은 종로의 차례였다.
“……분명 협회장이겠지.”
세입자들과 관련된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즉, 최악의 경우라도 그들은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세입자들이 묶이면 곤란한데.”
그들의 출발은 이현의 수송이 끝나는 순간.
지금은 아니었다.
때문에 그들은 협회장의 습격을 막아내기 급급할 게 분명했다.
“예상에 없던 일이야…….”
물론 전부 나쁜 일 뿐만은 아니었다.
가장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강남 공략은 봉춘향의 폭격 덕분에 허무하리만큼 쉬워질 것도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래. 이대로 끌려 다닐 수는 없어.”
처음 그렸던 그림은 이러했다.
강북과 강남을 동시에 마크하면서, 수도권을 장악중인 김정남과 임진석의 포위.
서풍은 위 작전을 통해 만들어진 빈틈을 노려 여의도 방송가를 기습해 마이크를 탈환하는 작전이었다.
“우선 내가 상대측에 끼칠 수 있는 영향부터.”
큰 그림은 같았지만, 디테일의 수정은 반드시 필요했다.
특히 기존 인원들을 그대로 투입시킨 만큼, 주민성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해진다.
“가장 자신 있는 건 수비. 특히 여기서라면 협회장이 쳐들어와도 해볼 만해.”
봉춘향과 최선아의 활약 덕분에 중립 고블린의 전향률은 이제 100%에 임박한다.
오크는 여러 네임드 선에서 끝났고.
때문에 이곳의 몬스터가 아군을 적대해 오는 상황은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생존자 집단에서 능력자 물품샵을 터는 데 성공해 판자촌 능력자들의 장비도 크게 향상됐다.
덕분에 이젠 정기적으로 잔해 탑에 교육 과정을 마친 저격수도 교대로 배치된다.
그리고 협회장 수준의 능력자를 상대로 유효타를 먹일 수 있는 위희린과 실험체도 있다.
“여기에 나까지 가세하면 꽤 승산이 있단 말이지.”
이런 수비를 성립시키는 카드는 주민성 자신이었다.
휴대폰엔 협회장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현을 통해 협회장이 주민성을 살려뒀던 이유도 알게 됐다.
“능력만 제대로 어필하면 낚을 수 있어.”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터였다.
‘내가 이만큼 성장했으니 덤벼봐라.’라든지.
‘나 이제 꽤 잘나간다. 더 좋은 협상을 하는 건 어때?’ 하는 식으로 방심을 유도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적당히 낚였을 때 전력의 기습.
“그런데 또 문제네. 낚시를 잘해도 횟감을 제대로 죽일 수가 없다는 게.”
주민성은 협회장이 목숨을 구걸해 와도 망설임 없이 죽일 생각이었다.
살려두면 더 많은 인간을 희생시키고도 남을 인간이었으니까.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반드시 죽을 거라 예상했던 이현의 공격마저도 극복해낸 인간이었으니까.
또한, 임진석 역시 협회장만큼은 죽일 수 없음을 자부했다.
“협회장이 악마에 쓰인 것 같지도 않고.”
영혼 재배치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혹시나 통한다고 하더라도, 협회장을 확실하게 처리하는 무기는 아닐 터였다.
오히려 태양의 순례지에서 미쳐 날뛰는 협회장 때문에 하위차원이 도리어 파괴되는 결과도 가능하리라.
“마지막 무기가 문제군.”
주민성은 협회장에게 먹일 일격을 하나씩 곱씹었다.
“건물 폭발이라면.”
가진 능력 중 가장 강력한 물리적 능력은 건물 폭발.
하지만 건물 폭발을 막아내는 능력은 수없이 많다.
따라서 협회장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용료 청구……?”
가진 능력 중 가장 구속력이 강한 능력은 이용료 청구.
이미 임진석에게 파훼당해 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주민성과 마찬가지로 돈과 관련된 능력을 협회장이 갖췄다면, 더욱 확실한 파훼법쯤이야 간단하게 마련할 것이다.
“세입자는 보류고…….”
종로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결과는 알 수 없는 상황.
위희린과 즈쉬, 그리고 즈민성의 활용은 나중의 문제였다.
“더 고민해보자. 건물주의 장점……. 건물주…….”
주민성의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만약 협회장이 건물로 판정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건물을 내가 소유할 수 있다면?”
건물주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건물을 소유했을 때.
이는 모든 능력의 전제조건이기도 했다.
“……!”
곧이어 상공에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감지됐다.
주민성은 빠르게 몸을 숨겨 경계를 끌어올렸다가 이내 허탈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타난 건 봉춘향과 두 오크였다.
“대장님!”
“휴. 놀랐네.”
분신은 약과였다.
능력에 본격적으로 적응해가는 봉춘향은 압도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고생했어. 강북엔 제대로 진입했지?”
“예. 진입한 건 둘째치고, 뭔가 이상합니다.”
“응? 뭐가?”
“일살 길드원이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지역 전체에 인기척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
기습이 늦었던 걸까.
강북의 상황 또한 강남처럼 뭔가 이상했다.
“…대체 뭐지?”
“이미 일살 전체가 경기 북부로 넘어갔거나, 그쪽에서도 종로에서 생긴 변화를 알아차리고 역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젠장. 서둘러야겠어.”
그 순간.
주민성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신우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