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맞불 작전 (1) (188/250)


맞불 작전 (1)
2022.06.07.


“관장님. 무슨 문자길래 갑자기 말씀이 없으세요?”

“이제부터 사부님이랬지.”

“아, 사부님.”

유호영과 김정남의 대화였다.

“새로운 오더다. 작전이 바뀐 모양이야.”

“……네?”

김정남은 휴대폰 화면을 유호영에게도 보여 줬다.

-호명된 인원은 전투 준비를 갖춰 지정된 장소에 집결 바랍니다. 대규모 기습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둘은 꽤 상단에 적혀 있었다.

-김정남, 유호영, 최선호: 가양대교에서 대기.

“사부님? 선호도 있는데요?”

“뭔가 셋이서 작전을 진행하는 모양이야.”

“오오! 재미있겠네요!”

유호영은 이번에 새로 터득한 전투법을 최선호에게 자랑할 생각에 벅차 있었다.

“핵심 중 한 명인 선호 씨가 이쪽에 붙는다는 건, 그만큼 위험한 작전이라는 소리다. 앞으로도 계속 말하겠지만, 절대 방심하지 마라.”

“……네.”

유호영의 오늘은 전부 배움의 시간이었다.

말귀를 단번에 못 알아먹을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는 뜻이다.

“그보다 선호 능력도 대박이네요. 한강 전체에 전기를 흘린 걸까요?”

“인체와 관련된 것 말고는 나도 잘 모른다. 대단한 능력이라는 것만은 확실하지만.”

“대체 어떤 기습 작전이길래 선호까지…….”

최선호의 위상은 세력 내에서도 굉장히 높았다.

그 기점은 우장산역을 정복했을 당시.

단독으로 게이트를 정복한 건, 주민성을 제외하면 최선호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 * *

한편, 잠에서 깬 봉춘향도 주민성의 문자를 확인하고 있었다.

-봉춘향, 송몽룡, 성아영: 아파트 앞에서 대기.

-최선아: 안산시청 앞에서 대기.

-임진석: 성남시청 앞에서 대기.

-서풍 길드: 인천 지부 앞에서 대기.

……

이번 작전엔 세력원 대부분이 소집될 모양이다.

“대체 무슨 작전이길래…….”

심지어 상의도 되지 않은 작전.

그만큼 다급하다는 걸로 추정된다.

심지어 집결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건, 세력원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었기에 봉춘향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했다.

“일단 움직여야겠어.”

“일단 움직여야겠어.”

“일단 움직여야겠어.”

어느새 봉춘향이 셋으로 늘어났다.

SSS급 능력을 새로 얻었어도 가장 익숙한 능력은 분신이었다.

“일단은 서풍 쪽부터.”

분신 둘이 인천으로 향했다.

하나는 서풍 길드를, 하나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생존자들을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남은 분신 하나는 집결 장소인 학교로 향했다.

또한, 봉춘향도 직접 움직였다.

“혹시 모르니까 대장님한테 받은 오크도 챙겨야겠지.”

“취익?”

봉춘향은 그대로 중력 조절 능력을 사용해 주민성에게 받은 오크 둘을 근처로 옮겼다.

“어……. 여기선……. 취, 취취?”

“취익?”

대충 명령을 따르라는 뜻의 오크어였다.

성조는 정확했으니 통했으리라.

말을 마친 봉춘향은 그대로 오크 둘과 함께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것도 아주 급격하게.

“취에익!”

“취이이이!”

“어휴. 시끄러워. 취!”

이번엔 모르는 오크어였지만, 봉춘향은 대충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답했다.

심하게 거친 억양이었지만, 뜻은 제대로 통한다.

“어차피 대장님 위치는 분신이 파악해 줄 테니까.”

그렇게 봉춘향은 양천구 방향으로 날았다.

* * *

주민성은 세입자들에게 작전을 하달했다.

정확히는 미끼를 뿌렸다는 게 정확하다.

“그러니까. 그 강남이라는 곳엔 악마가 확실히 있다는 거네요?”

“네. 악마보다 더한 놈이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첫째로 대 악마 담당 요원.

천사인 3번 세입자와 악마 사냥꾼 5번 세입자를 붙였다.

5번의 경우 11번 세입자가 궁합이 좋은 편이었지만, 둘의 만담 같은 대화는 변수가 될 여지가 충분했다.

지금은 오히려 텐션이 과도하게 높은 3번 세입자를 통해 5번을 억제하는 쪽이 그림이 좋다.

“여기서도 고통받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니. 전부 구해내 보이겠어요.”

11번 세입자와도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

행선지는 강북으로 정해졌다.

“반드시.”

무슨 대륙의 무슨 제국 공주란다.

부업은 성녀였던가.

하여튼 그렇다.

적당히 강하고, 매우 선해 보이는 사람이다.

때문에 그녀의 역할은 일살에서 벗어난 능력자들의 포섭 담당이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은 반드시 통하니까요.”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투입했다.

언어의 장벽을 어떻게 허물고 마음을 열지가 관건.

“네. 응원합니다.”

물론 주민성은 11번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보험을 충분히 들어뒀다.

보물 하나를 넘기는 대가로, 11번 세입자의 등에 커다란 스티커를 붙여 뒀다.

찢어질 것도 대비해 팻말까지 챙겨 줬으니 문제없으리라.

-일살을 떠난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강서구로 오십시오.

-현금 지참 필수.

서울에서 살아남은 사람치고, 주민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강서구의 왕으로 더욱 유명하긴 하다만.

호로록.

마지막으로 7번 세입자는.

“출발할 때 말하시게.”

체류하는 기간 내내, 라면 무한정 제공으로 포섭을 끝마쳤다.

이곳에 흥미가 생겼다며 뭐든지 하겠단다.

“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따라서 주민성에게 가장 협조적인 사람은 이현과 7번 세입자였다.

그들은 주민성과 같이 움직일 예정이다.

“이현 씨. 준비 끝났습니다.”

“네. 우선은 가양대교부터였나요?”

“맞습니다.”

팟.

과연 SSS급.

이용자에게 조금의 부담도 없는, 아주 깔끔한 공간 점멸이었다.

“저기네요.”

주민성이 가리키는 방향엔, 김정남과 유호영이 최선호의 컨테이너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전과 달리, 컨테이너엔 온갖 치장이 가득하다.

“민성이형?”

“…….”

반갑게 주민성을 맞이하는 최선호와는 달리, 김정남과 유호영은 이현을 경계하고 있었다.

확실히 착실하게 능력자 수업을 받던 사람들은 이현을 바로 알아본 모양이다.

곧이어 김정남이 비장하게 말했다.

“당신 지금…….”

“인질극 아닙니다. 이현 씨 아군이에요.”

“앗…….”

주민성의 단호한 설명 탓에 김정남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매만졌다.

“크흠. 실례했습니다. 그보다 무슨 작전이길래 소집을……?”

“아아. 정복 속도를 더 높일 계획입니다. 오늘까지 경기도 북부지역을 전부 정리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오, 오늘 말씀이십니까?”

“설명보다는 직접 보여드리는 게 낫겠죠.”

말을 마친 주민성은 이현을 바라보며 끄덕였다.

팟.

풍경이 다시금 바뀌었다.

“경기도 연천군입니다. 여기부터 싹 밀면서 내려가면 됩니다. 보스 토벌 마치면 시간 맞춰서 여기로 복귀하시고요.”

“…….”

“그리고 선호 너는…….”

이번에 말을 잃은 건 주민성이었다.

컨테이너만 요란하게 바뀐 줄 알았더니, 자세히 보니 최선호 본인도 어마어마한 변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후후. 어디로 갈까요.”

“……이게 다 뭐야?”

최선호의 패션은 한층 더 진화한 상태였다.

몬스터의 뼈와 이빨을 엮어 만든 목걸이부터, 허리춤에 주렁주렁 매달린 뼈 체인.

거기에 열 손가락 전부를 빼곡히 채운 뼈 반지까지 주민성의 시선을 강탈했다.

“액세서리예요. 당장 구할 수 있는 재료 중엔 스켈레톤 뼈가 옵션이 가장 좋아서 만들어 봤어요.”

“헐…….”

주민성의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렇게 바로 재회할 줄 몰랐어요. 아직 제 것만 완성된 상태라…….”

“괘, 괜찮아…….”

“여기 연천이랬죠? 더 좋은 재료가 있을지 모르니 한번 구해 볼게요.”

“……정말?”

“네. 아니면 지금 끼고 있는 거라도 드릴까요?”

“그건 안 돼. 파악 안 된 게이트에선 최선의 대비를 해둬야지.”

“넵…….”

이번 작전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그것도 어느 한 곳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지역에서 성공을 거둬야만 했다.

그것이 처음부터 설계한 기습 작전이었으니까.

“지원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1분 안에 대응할 테니.”

“예. 될 수 있으면 저희 선에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김정남의 듬직한 대답을 마지막으로 주민성과 이현은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팟.

이번엔 최선아의 차례였다.

가속 능력자인 만큼, 약속 장소에도 빠르게 나올 거라는 판단이었다.

예상대로 최선아는 진작에 안산시청 앞에 나와 주민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천에서의 생존자 관리에서 벗어나 고블린들과 재회했다는 사실에 더욱 보람을 느끼는 모습이었지만.

“민성 씨!”

하지만 여태껏 쌓아온 유대감은 배신하지 않는다.

최선아는 더욱 반갑게 주민성을 맞이했다.

“오늘은 별일 없었죠?”

“네. 노획물 획득 권리로 인한 사소한 다툼 정도?”

“사소하네요. 정말.”

주민성의 게이트에 공짜란 없었다.

대격변도 이곳에선 나름의 프리미엄이니까.

또한, 생존자들도 알고 있다.

쾌적함은 반드시 돈을 내야만 이뤄진다는 걸.

생활이 불만이라며 나가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저분은 누구죠?”

“아.”

이현은 큰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자신도 몬스터를 다룰 수 있음을 미리 말해뒀지만, 협회장 또한 그랬기에 받아들이기는 아직 힘든 모양이다.

“이현 씨라고, 과거에 꽤 유명하셨던 분입니다.”

“으음……. 그랬군요. 반가워요! 최선아라고 합니다! 여기 민성 씨 오른팔을 담당하고 있어요.”

최선아의 당당한 태도에 차마 이현의 등급을 알려줄 수가 없었다.

이불을 걷어찰 시간은 나중에 차근차근 선사해주면 그만이기도 하고, 지금은 작전이 우선이었다.

“어……. 음. 저를 모를 수도 있군요.”

“냉동인간 취급되는 연예인들도 많으니까요. 뉴스보단 생계에 집중하시던 스타일이기도 하고.”

“이해했습니다. 그보다 민성 씨 오른팔이라니. 부럽군요…….”

덕분에 최선아의 표정은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후훗! 그보다 민성 씨. 무슨 작전이길래 이렇게 대대적으로 문자를 보내셨어요?”

“선아 씨도 소식 알고 계시죠? 우튜버 핑퐁.”

“아아……. 네. 노아 씨도 우튜버다 보니 알 수밖에 없더라구요.”

“협회장. 악마들이랑 한통속이었습니다.”

“…….”

참고로 최선아는 주민성의 가장 오래된 동료로서, 협회 욕을 할 때마다 가장 적극적으로 맞장구쳐 주던 사람이었다.

“진짜 그 인간은 빠짐없이 쓰레기 같네요. 이젠 몬스터까지 부리면서 사람을 죽여요? 아니, 애초에 그 인간. 대격변 흑막 아닌가요?”

당연히 최선아는 분개했다.

주민성은 최선아의 그런 점을 알고 있다.

때문에, 이번 작전에서 그녀의 포지션은 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었다.

“네. 그럴 가능성도 큽니다. 그래서 이번에 크게 한 방 먹여보려고요. 될 수 있으면 단판에 끝장낼 계획입니다.”

“어떤 작전이죠? 말씀만 하세요!”

“마포구. 고블린들 동원해서 침공할 수 있겠죠?”

“당연하……! 어……. 마포구요?”

“네.”

당황한 모양이다.

지키고, 구하고.

나쁜 놈들은 전부 추적해서 잡아내던 게 그녀가 여태까지 해온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다른 임무였다.

“마포구라면……. 생존자 집단도 있지 않나요? 양천구에서도 노리는 모양이고…….”

“생존자 집단은 있습니다. 그리고 양천구……. 아니, 아린은 마포구를 포기할 겁니다.”

“네? 하지만 그쪽은 여태까지…….”

주민성은 명일학과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는 이제 유물의 위험성을 깨달았으며, 온전히 대격변이 끝나길 바라는 사람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 작전엔 아린도 포함이었다.

“받은 정보에 따르면, 아린은 이미 구로구를 점령한 상태에요. 영등포구와 금천구. 조금 더 욕심내면 동작구와 관악구까지 점령해 수비 벽을 쌓을 예정입니다.”

“맙소사…….”

“마포구는 가양대교를 통해 진입해 주시면 돼요. 정남 씨 쪽에서 이미 정리해뒀으니 수월할 거예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침공인데.”

“개념만 살짝 바꾼 침공입니다. 생존자는 전부 포획하고, 몬스터만 쓸어버리세요. 물론 유물은 전부 빼앗으시고요. 일부는 생존자 집단에서 챙겼을 겁니다.”

그제야 최선아의 표정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런 침공이라면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긴 모양이다.

“대장님!”

곧이어 봉춘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아파트에서 기다리라니까 여기로 왔네?”

“방금 포착했던지라……. 그보다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분명 못 봤는데.”

“응? 분신이?”

“아뇨. 제가 분신입니다. 저는 대장님이 보이질 않아서 강남에 도착했습니다.”

“……강남?”

“예…….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되어…….”

봉춘향은 어울리지 않게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크 둘을 앞세워 대규모 폭격을 시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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