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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레벨업 (3) (178/250)


숨만 쉬어도 레벨업 (3)
2022.05.28.


서울은 주민성의 예상보다 훨씬 무서운 곳이었다.

B급 몬스터가 출몰하는 강서구가 그나마 가장 양호한 지역으로 보일 정도로.

“수도권부터 먼저 공략하기로 했던 판단이 우릴 살렸네요.”

“이미 알고 실행하셨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모르고 진행하셨던 일이라니…….”

김정남의 눈빛엔 신뢰가 가득했다.

그리고 이젠 그 신뢰를 충족시켜줄 차례.

“일단 부족 가입 먼저 진행하겠습니다. 능력 소개는 그 다음이 되겠군요.”

“부족……. 가입이요?”

“예. 선호가 특이한 능력으로 각성해서요.”

“아아……. 확실히 비범하지요. 그 친구는.”

주민성은 김정남과 유호영에게 부족원 모집 능력을 사용했다.

어째 최근의 정체성이 건물주보단 추방자에 더 쏠린 느낌이었지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건물은 너무나도 필수적인 요소였기에 건물주 능력은 이를 모두 수용할 수 있었다.

“부족원 모집.”

[4개체의 부족원 모집이 가능합니다.]

[해당 개체가 부족원으로 합류합니다.]

지금 생긴 4개체는 고블린 38개체를 받아들이고도 새로이 추가된 수치였다.

[부족 등급이 상승합니다.]

[부족원을 추가로 모집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연금 재료가 확보됩니다.]

이런 식으로 고블린들이 게이트의 몬스터를 처리하기만 해도 부족 등급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확보한 부산물은 최선호 특유의 소매 인벤토리로 자동 수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굳이 볼 필요도 없었다.

최선호는 새로 생긴 재료를 즉각적으로 활용하고 있었으니까.

[새로운 건축 재료를 가공했습니다.]

[건물주 등급이 상승합니다.]

[건물주 등급이 상승합니다.]

이런 식으로 최선호의 활약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김정남과 유호영에게도 부족 모집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것이 메시지군요…….”

“사부님. 이거 수락해도 사제관계는 유지되는 것 맞죠?”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 네가 협회를 가든 헬스장을 차리든 너는 쭉 내 제자다. 녀석아.”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부족원 모집은 수월하게 마무리.

이젠 몇 가지 조언만 보태면 여기서 할 일은 끝난다.

“정남 씨. 지금 능력 수준은 어때요?”

“저 말씀이십니까? 음……. 이제 A급 게이트 정도는 혼자서 돌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싶습니다.”

“오오.”

참고로 김정남은 겸손한 남자였다.

즉, 말은 A급이라 했어도 S급 게이트도 수월하게 돌 수 있다 정도로 보는 게 맞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면 당분간 수도권 북부 지역을 담당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음? 제가요?”

“예. 호영 씨랑 같이요. 잠은 파주 연구소에서 주무시면 될 거예요. 시설들도 멀쩡하고, 이미 제압된 지역이니 크게 위험하지도 않을 테고요.”

실시간 연락망의 설치도 간단하다.

휴식을 마친 봉춘향이 본격적으로 분신을 파견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게다가 호영 씨도 제대로 된 경험이 필요하겠죠? 어중간한 언데드나 약화된 몬스터만 상대해 왔을 테니.”

“마, 맞습니다…….”

유호영은 일반인 시절부터 강했다.

언데드를 능히 제압할 수도 있었고, 이름깨나 날리는 길드에서 메인 짐꾼 역할까지 수행했다.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

유호영이기에 가능했다.

이런 인재의 미래를 탄탄하게 닦아줘야 하는 것은 김정남의 역할만이 아니다.

주민성에게도 막중한 책임이 있었다.

적어도 이들이 주민성을 대장으로 부르는 이상은.

“이번에 제대로 경험해보고, 단련해보세요.”

서로에게 이득인 제안이었다.

유호영은 유호영대로 능력에 익숙해지며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주민성에겐 서울 포위작전의 포석이 될 터였다.

여기서 부족으로 스케일을 살짝 키우자면, 최선호에겐 어마어마한 자원이 지원됨과 동시에 몬스터에 관한 새로운 대비책을 마련하는 작전이기도 했다.

“단련…….”

유호영의 손에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제법 괜찮은 제안이었던 모양이다.

“아! 뜨거워!”

“……호영아.”

“죄송합니다! 사부님!”

불 조절에 관해선 상당히 노력해야겠지만.

‘언젠간 진짜 불꽃 펀치를 각성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두 번째 인간 부족원인 김정남과 유호영이 부족에 합류했다.

“아. 그리고 제가 새로운 능력도 얻었다고 했었죠?”

“오오……. 드디어…….”

이번엔 새로운 부족 능력을 사용할 차례였다.

일단 첫째는 이것.

“받으세요.”

“……음?”

주민성은 김정남과 유호영에게 땅굴 벌집을 건넸다.

“부족장의 가호라는 능력이에요.”

“으음……? 벌집이라니…….”

인천에선 쉽게 먹을 수 있는 고급 식품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김정남과 유호영이 가장 즐기는 식품은 닭 가슴 살과 단백질 쉐이크였다.

운동인에겐 다소 껄끄러울 수준의 단맛을 자랑하는 벌집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어요. 제가 닭 가슴 살은 안 좋아하거든요.”

“끄응……. 능력이라면 일단 받겠습니다.”

그렇게 김정남과 유호영은 벌집을 베어 물었다.

부족장의 가호는 이런 능력이었다.

[물품에 부족장의 의지를 담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능력이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물품에 건물주 능력을 담을 수 있었으니까.

“참고로 이 건조한 벌집은 먹지 마세요. 폭발하는 벌집이니까.”

“……폭탄이었군요.”

“네. 벌집을 쥐고 신호를 보내시면 저에게 메시지가 떠오릅니다. 그러면 그 벌집을 1분후에 폭발시킬 거예요.”

다른 능력을 담는다면 간단하게 사탕이나 껌이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건물 폭발은 오로지 건물에만 적용되고, 시너지를 일으켰다.

따라서 이 벌집은 텐트보다 훨씬 간단한 유물이었다.

“그럼 나머지 벌집은…….”

“그건 먹어도 됩니다. 부가 효과만 적용 중이니까요.”

“아아. 도핑 물품이군요.”

“네. 소화될 때까지 부가 효과가 지속되니 텐트가 손상되는 비상사태나 목숨을 잃을 정도의 부상을 입으면 드세요.”

단련도 단련이지만, 둘은 절대 잃어선 안 되는 인재.

반드시 챙겨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능력이 있지만, 아직 연구가 덜 끝나서요. 다시 볼 때면 좀 더 많은 능력이 적용될 것 같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최고입니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감사합니다.”

그 외에도 이용료 청구를 담은 벌집도 건넸다.

어차피 거리가 멀어 이용료 수령조차 불가능할 테니 이는 몬스터를 무력화 시키는 용도로 쓰일 예정이었다.

그렇게 주민성은 김정남과 유호영에게 보험용 벌집을 추가로 더 건네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좋은 물건을 많이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교대 인원 도착하는 대로 곧장 출발하겠습니다.”

“별거 아니에요. 그럼 북부 지방 쪽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다음은 또 다른 전방에서 성장 중인 꽃블린의 차례.

주민성은 곧장 식인꽃이 서식하는 등촌동으로 이동했다.

“…….”

등촌동에선 엄청난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꽃블린을 비롯한 식인꽃 무리와 고작 한 남자의 격전이었다.

“대체 식인꽃을 얼마나 성장시킨 거야! 제기랄!”

남자는 거칠게 소리치며 발목을 옭아매던 식인꽃 줄기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츠츠츳!

그리고 찢어냈던 줄기만큼의 새로운 줄기가 남자에게 쇄도하는 모습이었다.

남자는 이런 싸움을 계속해서 반복했으리라.

“아린 길드인가…….”

등촌1동이면 모르겠지만, 등촌2동이면 확실했다.

양천구에서 오는 것이 아닌 이상, 굳이 이곳을 지날 이유가 없었으니까.

“잠잠하긴 했었지.”

평범한 생존자 합류였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양동이나 화곡동으로 우회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어떻게 한다……. 몬스터를 노출했…….”

그리고 주민성의 혼잣말은 남자에게도 들렸던 모양이다.

“이봐! 거기! 강서구 세력원 맞나!”

“…….”

주민성은 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자는 자기 할 말을 알아서 이어갔다.

“그럼 굳이 이쪽으로 접근하지 마라! 나는 명일학! 그쪽 세력장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우장산으로 가겠다!”

“…….”

놀랍게도 남자의 정체는 명일학.

아린의 길드장이었다.

“고작 텐트 하나로 대어를 낚았네.”

명일학의 접근은 의도했던 바였다.

박진우에게만 유독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던 텐트의 가치를 10대 길드의 수장이 모를 리 없었으니까.

주민성은 자신이 가진 텐트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명일학은 필사적으로 주민성에게 외쳤다.

“거기! 들었으면 대답 바란다!”

“흐음…….”

명일학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는 주민성에게 상당히 좋게 다가왔다.

자신의 과격한 행동이 전쟁을 부를 것이라고 아주 잘 파악한다는 뜻이었으니까.

“일단 들어볼까.”

생각을 마친 주민성은 명일학을 구원하기 위해 식인꽃 사이로 뛰어들었다.

“키에엑!”

주민성의 움직임을 눈치챈 꽃블린은 곧장 식인 꽃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안 본 사이에 숙련도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 뿌듯함을 자아냈다.

“……아아. 다시 보니 알겠군. 세력원이 아니었어.”

이미 카메라에 얼굴을 한차례 노출했던 주민성이었다.

옆 동네 수장이 이조차 알아보지 못한다면 수장의 자격조차 없었을 터.

주민성은 그런 명일학에게 간단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명일학 씨.”

명일학은 식인꽃을 물리는 행동도, 고블린이 주민성을 공격하지 않는 것도 전부 목격했다.

그리고 명일학은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 인물이다.

이는 일반인인 주민성도 알고 있었던 상식.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바뀔지는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지금 본 건, 못 본 걸로 하겠습니다.”

이것으로 명일학은 2차 탐색전까지 통과했다.

다른 세력 수장과의 독대는 성우혁 이후로 두 번째.

상대가 아무리 예의를 갖춘다 한들 방심할 수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여긴 강서구입니다.”

“그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고민이 깊어 홀로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만, 고민은 나 혼자서만 겪고 있는 모양이군요.”

“……예? 그게 무슨…….”

너무나도 뜬금없는 소리에 되물으려는 찰나.

주민성의 미간에 광선이 쏘아졌다.

지잉!

핏!

너무나도 갑작스런 기습.

목숨은 건졌지만, 이는 명일학이 일부러 광선의 방향을 뒤튼 결과였다.

“아아……. 이런 실수라니.”

“명일학. 당신…….”

“정말 실수입니다. 이해해 주시길.”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당신은 여기서 죽을 겁니다.”

진심이었다.

다른 지역이면 모를까, 상대를 확실히 속박해낸 전적을 가진 식인꽃들과 함께라면 명일학을 제압할 수 있었다.

“정말로 유물에 대해 모르는 눈치군요.”

“…….”

그제야 주민성의 눈에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명일학이 착용하고 있는 액세서리가 이상했다.

목걸이는 목에 박혀있었고, 귀걸이는 귀를 파고든 상태였다.

여기서 더욱 소름 돋는 건, 피 한 방울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유물에 대해선 알고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얘기가 빠르겠지만요.”

하지만 명일학의 눈빛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전부는 모르는 모양이군요.”

지이잉!

다시금 광선이 주민성을 향해 쏘아졌다.

파지지지지!

이번엔 주민성도 대비하고 있었다.

광선을 보고 피했다기 보단, 공격 지점을 예측하고 회피한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다.

“……계속 목만 노리는군요.”

“아아……. 그쪽이 심장과 함께 피가 가장 많이 나올 것 같아서 말이죠.”

“그리고 그건 본인의 의사가 아니다?”

“맞습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

이쯤 되면 주민성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명일학은 양천구에서 수집한 유물에 지배당하는 도중이었다.

“아니, 도움 좀 받겠습니다. 이대로라면 내 죄 없는 부하들을 전부 죽일 것 같아서 말이죠. 이 유물, 급소만 지독하게 노리는 변태 자식이니 피하긴 쉬울 겁니다. 그럼 조금만 집중 풀겠습니다. 곧 의식을 잃을 것 같아서.”

“……하.”

명일학쯤 되는 고등급 능력자의 기절은 단순한 기절이 아니었다.

임진석도 그러했듯, 무의식중에서도 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심지어 유물과 내면 속에서 사투중인 지금이라면 더욱 끔찍한 결과도 쉽게 예상 가능했다.

-인천의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이베리카는 여전히 그 지옥을 지배하고 있었고.

적어도 주민성이 가진 유물은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세계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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