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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레벨업 (2) (177/250)


숨만 쉬어도 레벨업 (2)
2022.05.27.


단지 부족원이 행동했을 뿐.

주민성이 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득은 부족장과 부족원 모두가 챙긴다.

“선호야. 형 간다.”

“네? 갑자기요?”

“부족원 한도가 늘어났거든. 방금처럼 아무 행동이나 해줘. 그냥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전부 다 해.”

“오호?”

최선호의 눈치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자신의 행동이 주민성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언데드의 뼈를 이용해 무언가를 척척 만들기 시작했다.

“맡겨주세요. 형.”

“그래. 간다.”

그렇게 주민성은 공원을 떠났다.

근방의 몬스터는 최선호에게 큰 위협이 아니었기에 걱정은 없었다.

“세 번째 부족원은 누가 좋으려나. 일단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최고겠지?”

최고 유력 후보는 봉춘향이었지만, 휴식을 방해하면서까지 부족원 가입을 권유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최선호는 계속해서 부족원 한도를 늘려줄 테니 어느 순간부턴 게이트 식구 전원을 부족에 가입시킬 수 있으리라.

“일단 그쪽이 좋겠군.”

그렇게 주민성은 강서구 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같은 시각, 아린 길드에선 왜인지 길드장 없는 길드 회의 겸 심문이 은밀한 장소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말해라. 박진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한때 강서구에서 유물급이라는 텐트를 얻고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던 박진우는 초라한 행색으로 포박되어 있었다.

“억울합니다……. 저는 그저…….”

“그저?”

“그저……. 흑흑…….”

박진우는 여전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건 발악뿐이었다.

“나도 전부 말하고 싶단 말입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 걸 어떻게 합니까!”

“부길드장. 저거 금제 맞는 것 같습니다만.”

금고 수비를 담당하던 SS급 간부 이하나만이 박진우의 입장을 변호했다.

나머지는 전부 박진우의 편이 아니었다.

“계약서를 통한 금제라면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건 금제가 아니야. 저놈이 미쳤거나, 아직도 지킬 것이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테츠야. 당신은 너무 독선적이에요.”

“그렇다면 이하나. 너는 기회주의적이다. 설령 저놈이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한들. 변하는 건 없다. 포기해라.”

“…….”

아린 내부의 갈등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오직 길드장 명일학의 위치만이 굳건했고, 휘하 길드원들은 무한한 경쟁 관계에 있었다.

“그러는 당신도 포기 못 해서 이런 자리를 굳이 만들었을 테죠?”

“…….”

이하나의 반격이 시작됐다.

박진우의 손목 부근에 있던 트랩이 발동된 것.

파지지직!

“끄아아아아아!”

살상보단 고통을 선사하기 위해 고안된 이하나의 특제 트랩이었다.

콰직! 콰직!

트랩이 멎은 이후, 박진우의 팔 전체는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이것으로 박진우는 누가 봐도 불구로 보일 정도.

그럼에도 가해자인 이하나의 표정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저거 봐요. 벌써 회복되고 있어요.”

“…….”

박진우는 낡아빠진 텐트를 걸치고 있었다.

며칠 압수해서 조사도 해봤지만, 이 텐트는 오로지 박진우를 향해서만 엄청난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진우 씨. 괜찮아요? 많이 아프죠?”

“……크흑! 커흐…….”

“결백을 증명하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진우 씨는 금제가 걸린 게 맞아요.”

“……흑흑.”

“테츠야. 봐요. 금제라는 단어 자체를 말하지 못한다니까요? 팔이 통째로 맛이 갔는데도.”

고통은 박진우만 받았고, 결국 회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핵심.

“이런 와중에 길드장님께선 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아린 길드장 명일학은 양천구를 홀로 떠난 상태였다.

심지어 아무도 따라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사항.

여기까진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지만, 행선지가 문제였다.

“말해라. 박진우. 길드장님이 강서구로 향한 이유가 뭔지.”

“…….”

* * *

주민성은 어느새 강서구에 도착했다.

상당히 전방이라 할 수 있는 가양동 부근이었다.

이곳에 도착하는 사이에도 최선호가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들어낸 덕분에 부족원 모집 한도는 어느새 39명으로 늘어난 상태.

중간 중간 마주친 고블린들을 부족원으로 모집한 덕분에 한도는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예정이었다.

“음? 대장님?”

“안녕하십니까!”

해당 지역의 책임자는 김정남.

그의 곁에는 새로 각성을 마친 유호영이 앞서 도착해있었다.

둘 다 가양대교를 통해 건너오는 생존자들을 감독하기 위한 인선이었다.

“금일 합류한 생존자는 2명입니다.”

“적네요.”

“예…….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이젠 생존자들도 각자 농성에 들어간 모양입니다.”

김정남의 휴대폰에선 인터넷 방송이 틀어져 있었다.

지금에 있어선 정보를 접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언론은 여전히 잠잠하죠?”

“예. 누군가 방송국을 점거하고도 남았어야 하는데, 이상할 정도로 잠잠합니다.”

“그보다 저 사람은 누구예요?”

김정남이 보고 있는 방송은 노아의 것이 아니었다.

“누구지? 시청자 수 엄청 많은데요?”

“아, 대장님은 모르시겠군요. 핑퐁이라고 파쿠르 전문 우튜버입니다. 원래 그리 인기 많은 채널이 아니었는데 대격변으로 떠오른 사람이죠.”

“오호.”

김정남이 화면을 살짝 돌려 보기 편한 각도를 만들었다.

-후우. 오늘도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혼자 살아남기가 주력 콘텐츠인지, 우튜버 외의 다른 생존자는 보이지 않는다.

-지역을 옮기실 땐, 반드시 해당 지역에 출몰하는 몬스터가 어떤 녀석인지 알아야 합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엔 비행형 몬스터가 있는 지역은 피해야겠죠.

말을 마친 핑퐁의 화면이 정신없이 바뀌기 시작했다.

“잘 봐. 호영아. 저 사람이 근육을 어떻게 쓰는지.”

“네.”

아무래도 김정남의 입맛은 근육과 반드시 관련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곧이어 드론이 띄우고 있는 듯한 화면으로 전환됐다.

-읏차! 호이! 앗차!

우튜버의 괴상한 탄성과 함께 건물 사이를 정신없이 뛰어넘는 모습이 그대로 중계됐다.

파쿠르 자체도 멋있었지만, 폐허가 된 주변 풍경이 너무나도 살벌했다.

특히 지상은 피바다나 다름없는 상태.

“저기……. 대체 어디죠? 무슨 몬스터가 출몰하길래 이렇게 사람들이…….”

“종로구입니다. 여태껏 본 적 없는 몬스터가 나타났다더라구요.”

“…….”

문득 웨어울프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네놈에게도 도움 될 정보겠지. 종로구엔 악마가. 강남구엔 지옥 연금술사들이 강림할 예정이다. 그리고 놈들은 한패다.

이 참상은 웨어울프가 언급했던 악마라는 녀석의 짓일 터였다.

그사이, 김정남이 작게 감탄하며 주민성을 불렀다.

“대장님. 저 녀석입니다. 굉장히 잔혹한 놈이죠.”

화면 속 남자 뒤편에 피를 뒤집어쓴 기괴한 몬스터가 등장했다.

-드디어 놈이 나왔습니다! 흐읍! 이번에도 도망쳐볼게요!

-스아아아!

핑퐁이라는 우튜버의 움직임은 감탄하며 볼만한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거의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악마를 따돌리고 도망치는 모습이었다.

“와. 저 사람 무슨 능력이죠? 신체 강화는 아닌 것 같은데?”

점프력이며 달리기 속도며 전부 일반인보다 꽤 뛰어난 수준이었다.

능력자 수준까진 아니었다.

“C급 지구력 강화계입니다. 전부 노력의 결과물이죠.”

“대박이네요.”

그럼에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따라붙는 악마를 따돌리는 핑퐁이었다.

“어어? 저 앞쪽에도 몬스터가…….”

제법 지능을 갖춘 녀석들인지 포위망까지 구현해냈다.

누가 봐도 위기인 상황.

하지만 핑퐁은 차분했다.

-자, 이렇게 포위될 땐 어떻게 해야 하냐면요. 이렇게 하면 됩니다. 흐읍!

핑퐁은 건물 사이로 뛰어내려 파이프를 잡았다.

이후, 허리를 비틀어 근처 창문을 깨트리곤 그대로 덤블링했다.

경쾌하게 깨지는 창문 소리와 함께 몬스터들이 몰려들었다.

“내부는 더 위험하지 않나요?”

“평범한 상황이라면 그렇습니다. 몬스터들도 뒤따라 진입할 테니까요.”

김정남의 말대로 악마들 역시 핑퐁을 따라 창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 같은 타이밍.

핑퐁은 옆 창문을 통해 빠져나왔다.

-후우! 이렇게 하면 됩니다. 참 쉽죠?

몬스터의 타이밍을 뺏는 단순한 동작이었음에도, 아무나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담력이 필수였다.

“고였네요. 정말.”

“그렇죠. 단순히 몸을 잘 쓰는 것뿐만 아니라 판단력, 동체시력도 최상급입니다. 저라도 저렇게는 못 할 정도죠.”

“와…….”

그렇게 핑퐁은 악마들의 위협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파쿠르였다.

-휴. 이제 한숨 돌렸네요. 다음 대피 지역으로 이동…….

-핑퐁님! 도와주세요!

“음?”

방송 화면에 다른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잡혔다.

-이 지역에 생존자가……. 있었나 보네요. 그것도 제 방송을 보시는 시청자분이.

채팅창은 엄청나게 뜨거웠다.

종로구는 유독 피해가 컸기에 하나같이 경악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도와주세요! 이제 식량도 3일치밖에 없어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여자의 외침이 들려오는 장소는 짚 더미.

자세히 살펴보니 단독주택 전체가 짚에 뒤덮인 모양새였다.

-여러분. 엄청난 발견입니다. 이렇게 위장만으로 놈들을 피해 살아남았다는 건, 녀석들의 후각 능력은 보통 이하라는 것일 테니까요. 부디 구출대분들께선 참고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핑퐁은 주변을 잠시 경계하곤 짚 더미를 헤치며 내부로 향했다.

“인성도 아주 올바른 친구입니다. 대격변이 터지고 나서도 꽤 많은 사람을 구했다더라구요. 그리고 아직도 종로구에 홀로 남아 저렇게 숨어있는 생존자들을 구해내고 있습니다.”

“좋네요.”

주민성도 순수하게 탐낼 정도의 능력자였다.

최선아와 함께 생존자 구출을 담당하면 상당히 좋은 연계가 되리라.

-다행히 들키지 않고 진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진입해볼게요. 생존자님?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음?”

하지만 건물 안에선 더 이상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튀어나온 것은 마상 창처럼 생긴 기괴한 살덩어리였다.

살덩어리는 그대로 핑퐁의 복부를 관통했다.

콰직.

-커헉…….

뒤이어 문이 열렸다.

건물 안에서 나온 것은 사람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무언가.

정확히는 핏빛 살덩어리에 피눈물을 흘리는 여자의 얼굴만 붙어있는 끔찍한 무언가였다.

-아아……. 드디어 잡았다……. 방송이란 거. 참 재미있구나?

-크흑……! 여러분……! 꼭 살아남으시…….

콰지직!

다음으로 관통된 건 핑퐁의 머리였다.

“…….”

“…….”

회생 가능성이라곤 조금도 없는 확실한 죽음이었다.

곧이어 핑퐁을 죽인 무언가는 방송 카메라를 빼앗아 자신을 촬영했다.

-어……. 다음은 뭐라고 해야 하더라? 오늘은? 여기까지! 안녕!

방송 클로징 멘트까지 따라하는 몬스터의 등장.

곧이어 방송도 함께 종료됐다.

이것으로 핑퐁의 방송이 다시 켜질 일은 앞으로도 쭉 없을 터였다.

“…….”

“…….”

너무나도 충격적인 결과에 주민성과 김정남, 유호영 모두 한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말이 나왔다.

“저런 몬스터는 여태껏 본 적이 없는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래서 대격변인 걸까.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이 너무나도 순탄했기에 방심했던 모양이다.

주민성은 참담한 표정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신경 쓰지 않았던 해외의 정보들을 읽어 내려갔다.

특히 정보가 없는 몬스터 정보 획득에 집중했다.

“……지방 쪽은 괜찮아서 신경을 덜 썼었는데, 이미 멸망을 선언한 국가들도 있었군요.”

“예. 이번 대격변은 각 국가 수도에 고난이도 게이트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종로구의 몬스터처럼 상식을 벗어난 녀석들이 나라마다 있다더군요.”

“……아아.”

그제야 웨어울프가 서울 진출을 미뤘던 이유가 밝혀졌다.

놈들은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강함과 상식을 벗어난 인간 사냥법을 갖춘 녀석들이었다.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겠습니다. 마침 얻은 능력도 많으니.”

“……예? 얻은 능력이라 하심은…….”

“아아. 오는 길에 이것저것 얻었거든요.”

고작 가양동에 오기까지 주민성이 얻은 추방자 능력은 10종류를 넘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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