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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판매 등록.”
[수납 중인 물품을 차원 경매장에 등록합니다.]
[일부 품목은 등록이 제한됩니다.]
다음 품목도 마찬가지로 대격변엔 유용하지 않고 제조 과정은 다소 복잡하고 비싼 물건들이었다.
[홈시어터가 등록됩니다.]
[가공 품목은 별도의 프리미엄 가격이 적용됩니다.]
[벽걸이 TV가 등록됩니다.]
[가공 품목은 별도의 프리미엄 가격이 적용됩니다.]
[곡면 모니터가 등록됩니다.]
[가공 품목은 별도의 프리미엄 가격이 적용됩니다.]
[조립 컴퓨터가 등록됩니다.]
[가공 품목은 별도의 프리미엄 가격이 적용됩니다.]
생존자들이 가전, 전자제품 코너를 쓸어온 덕분에 등록할 물품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나마 TV는 좀 아깝긴 했지만, 여분이라면 있었던 데다가 제대로 된 방송도 나오지 않는 지금 상황에선 얼마든 경매장에 내놓을 만한 물건들이었다.
[홈시어터의 가격은 최소 597만 원입니다.]
[벽걸이 TV의 가격은 최소 957만 원입니다.]
[곡면 모니터의 가격은 최소 211만 원입니다.]
[조립 컴퓨터의 가격은 최소 1825만 원입니다.]
프리미엄가 적용 이후의 가격이었다.
여기서 주민성에겐 추가 찬스가 있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아니.”
[해당 물품들의 가격을 정해 주십시오.]
가격 책정 기준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2배에서 5배 이상의 수익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주민성은 깔끔하게 숫자 하나를 추가했다.
[홈시어터의 가격은 최소 5970만 원입니다.]
[벽걸이 TV의 가격은 최소 9570만 원입니다.]
[곡면 모니터의 가격은 최소 2110만 원입니다.]
[조립 컴퓨터의 가격은 최소 1억 8250만 원입니다.]
무려 0이 한 개씩 더 붙어버렸다.
날강도나 다름없는 가격 설정!
하지만 주민성에겐 확신이 있었다.
“등록.”
[해당 물품들의 차원 경매장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이것으로 두 번째 과정까지. 순조롭게 끝났다.
“저런 것들을 지구 아니면 어디서 팔겠어. 동물로 치면 멸종 위기 리스트에 등록된 친구들인데.”
그리고 곧이어 떠오르는 메시지.
[홈시어터가 판매되었습니다.]
[5970만 원이 인벤토리에 수납됩니다.]
[벽걸이 TV가 판매되었습니다.]
[9570만 원이 인벤토리에 수납됩니다.]
[조립 컴퓨터가 판매되었습니다.]
[1억 8250만 원이 인벤토리에 수납됩니다.]
“음?”
등록품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하지만 의아한 점 하나.
오히려 가장 저렴했던 곡면 모니터는 팔리지 않았다.
“뭐지? 구매자 취향이 따로 있는 건가? 아니면 TV랑 비슷해서?”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가 떠올랐다.
[곡면 모니터가 판매되었습니다.]
[2110만 원이 인벤토리에 수납됩니다.]
“……그래도 팔리긴 하네. 다른 구매자가 산 것 같지만.”
앞서 팔렸던 마석 프린터의 가격을 제외하고도 3억 5900만 원이라는 엄청난 거금이 벌렸다.
물론 구매자 입장에선 자신이 속한 세상의 화폐를 사용했을 터.
자연스레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이 화폐들……. 멀쩡히 써도 되는 건가?”
주민성은 인벤토리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유심히 살폈다.
“일련번호까지 확실히 있는데.”
인터넷에서 알아봤던 위조지폐 확인 방법들을 전부 사용했다.
눈앞의 화폐는 진품이 확실했다.
다만 조금 오래되었을 뿐.
심지어 수십년 전에 발행된 구형 지폐도 있었다.
“차원 경매장엔 대체 얼마가 잠들어 있는 걸까.”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했지만, 한 가지는 확신했다.
한국인 중엔 주민성 말고도 차원 경매장을 사용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혹은,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을.
“……협회장도 가능성 있겠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차원 경매장 능력을 사용할 권한은 일정 경지에 도달한 강자에게만 주어졌으니까.
“어휴. 알면 알수록 위험한 사람이네. 조심해야지.”
지금의 전력이라면 협회 전체와도 비벼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즈쉬와 위희린, 그리고 즈민성이라면 SSS급은 되지 않을까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자신의 경지를 한참 전에 앞질렀던 인물의 존재는 다시금 주민성에게 경각심을 심어 줬다.
“지금은 좀 더 확신이 필요해.”
어차피 나중 일이었다.
지금은 가격 책정에나 신경 쓰면 될 일이었고.
판매 작업이 전부 끝난 것도 아니었다.
[구매 후기가 등록되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확인.”
[훌륭한 물건입니다.]
[가장 좋은 물건으로 올려 주세요. 중복 물품은 구매하지 않습니다.]
주민성의 VIP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가격은 상관없으니, 새로운 물건만을 달라는.
VIP에게 곡면 모니터는 TV의 하위호환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인천의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이베리카는 여전히 그 지옥을 지배하고 있었고.]
[너는 대체 누구지?]
[인천의 물건들은 대체 어디서 구해 온 거냐.]
[이런 물건들 말고, 세입자 모집부터 해라.]
[만나서 얘기하지.]
“…….”
구매 후기라기엔 섬찟한 내용뿐이었다.
“……2번 세입자였던가.”
생각해 보니 곡면 모니터를 포함한 물건들엔 판매 지점이 표기되어 있었다.
인천 지점이라는 것 역시 쉽게 알 수 있었다.
한글만 알고 있었다면.
“미친놈이라기엔 심상치 않은 소리가 너무 많은데.”
가장 불쾌한 부분은 바로 이 문장이었다.
[이베리카는 여전히 그 지옥을 지배하고 있었고.]
주민성은 이베리카 세트 유물을 단 하나만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해당 문장을 쉽사리 무시할 수 없었다.
“뭔가 자연 친화적인 괴물인줄 알았는데.”
이베리카 세트는 하나같이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유물이었다.
그런데 2번 세입자는 이베리카를 지옥의 지배자로 표현했다.
아마도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베리카는 그런 존재가 맞을 터였다.
“대충 미래의 사람이라고 보면 되나. 몇 년 후일지는 모르겠지만.”
주민성은 씁쓸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웠다.
적어도 2번 세입자가 사는 세상에선, 2차 대격변이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라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허탈하네. 이렇게 열심히 움직여도 망하는 미래라.”
2번 세입자에겐 차원 경매장 권한이 있다.
인벤토리도 있을 터였다.
2110만 원을 즉시 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즉, 최소한 주민성만큼의 능력은 갖췄다는 얘기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건데.”
당장 운용할 자금은 충분히 확보했다.
3억이면 몇 주는 거뜬히 버티리라.
아마도 봉춘향에게 맡기면, 몇 달을 버티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터였다.
“…….”
주민성은 한 가지 결심을 끝마쳤다.
“지르자. 아끼면 똥 된다.”
지금도 봉춘향은 필사적으로 각성 카지노에 몸을 던지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런 봉춘향의 존경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면, 이게 옳았다.
“차원 경매장. 전 품목.”
[차원 경매장에서 전 품목을 조회합니다.]
[총 4,736,343,478건의 물품이 조회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크으…….”
차원 경매장엔 400억이 넘는 물품들이 판매 중이었다.
하나같이 팔리지 않은, 실시간으로 판매중인 물품들의 개수였다.
“적어도. VIP와 눈높이는 맞춰야 해.”
누군지는 몰라도 어마어마한 자금력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대였다.
그런 자금력이라면, 당연히 그에 걸맞은 힘도 따를 터.
“컴퓨터.”
[조회된 물품 중 컴퓨터 항목을 조회합니다.]
[해당 물품은 판매 중이지 않은 품목입니다.]
예상대로 주민성이 팔아치웠던 컴퓨터는 경매장에 등록되어있지 않았다.
즉, VIP는 되팔이 같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다.
정말로 자신이 소장하기 위해서, 혹은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 주민성이 책정한 가격을 납득했던 것이다.
“왜 단순한 컴퓨터가 1억 이상의 가치를 가졌던 걸까.”
고민하기엔 차원 경매장이 주는 부하가 상당했다.
주민성은 VIP의 시선으로 다시 돌아와 다음 검색어를 기입했다.
“전 품목. 신규 등록 물품.”
[24시간 이내에 등록된 물품을 조회합니다.]
[총 886건의 물품이 조회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이제부턴 각오를 다져야 했다.
품목 개수가 많은 만큼 부하도 심해질 테니까.
주민성은 나름 비장하게 텐트 한 겹을 추가로 둘렀다.
“확인.”
신규 등록 물품 리스트를 표시하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레이드를 끝마쳤을 때에 나오는 것과 버금갈 정도의.
“으으……!”
[발열석: 개당 27000원 (총 84개)]
[하울링 자이언트의 눈알: 개당 88만 9500원 (총 2개)
[뇌운석 2톤 497kg: 4억 3600만 원]
……
수많은 잡동사니들.
잡동사니들 치곤 제법 있어 보이는 물품들 리스트가 계속해서 쏟아졌다.
“……으. 이건 쓸 만할지도.”
[축복받은 진흙: 1톤당 28만 원 (총 3000톤)]
[특수 배양 약초 비료: 1kg당 5만 원 (총 900kg)]
“전량 구매. 전량 구매.”
진흙은 나름대로 건축 재료로 활용할 수 있어 보였다.
비료는 꽃집이나 식인꽃 육성에 쓰면 될 테고.
쇼핑은 계속해서 진행됐다.
“이것도 패스. 패스.”
……
[개량된 푸푸 열매 씨앗: 50g당 89000원 (총 1kg)]
“……오호?”
무려 열매 씨앗이었다.
대격변이 계속되는 미래를 얼핏 봤던 만큼, 식량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
망설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씨앗 치곤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전량 구매.”
오히려 매물이 올라왔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해야 했다.
“대체 어느 차원에 뭐 하는 고인물인지는 몰라도……. 잘 쓰겠습니다.”
그렇게 주민성은 한참동안 물품의 구매와 패스를 반복하며 886종의 물건 확인을 끝마쳤다.
[물품 조회를 종료합니다.]
“푸하아!”
차원 경매장 능력이 종료되자 다시금 힘이 샘솟는다.
건물 부가효과 덕분에 회복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하지만 심리적인 부담감에 더 이상 물품을 팔 의욕은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돈은 꽤 많이 남았으니까…….”
최종적으로 주민성이 구매한 물품은 건축자재, 비료, 어느 대장장이의 실패작 같은 저가형 무구와 농기구, 열매 씨앗, 재미 삼아 구매해 본 강화석 등등 다양했다.
“일단 씨앗부터 빨리 심어야겠군. 빈 땅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주민성은 5분 정도의 휴식을 마치고 아지트 밖으로 빠져나왔다.
녹슨 곡괭이를 들고.
“어디 보자……. 괜찮은 땅이…….”
아지트 근처엔 유독 눈에 띄는 폐허가 있었다.
한때 신우빈 측 사람들이 휩쓸고 지나갔던 장소였다.
“……부서진 건물들이나 기릴 겸. 저 자리에서 일단 시작해보자.”
잔해 정리 과정은 간단하다.
가까이 가서, 수납하면 된다.
다음은 곡괭이질 차례.
“그 전에……. 이것부터 써 보고 싶었단 말이지.”
[파멸의 강화석: 개당 5700원 (총 30개)]
신규 등록 물품 중엔 강화석이라는 이름 모를 돌도 있었다.
쓰임새도, 강화법도 모르지만 가격도 상당히 저렴해 전량구매해둔 물건 중에 하나였다.
“곡괭이나 한번 강화시켜 보자.”
[어느 대장장이의 실패작(농기구): 1원]
판매자는 정말 자존심 강한 대장장이였는지 자신의 작품에 고작 1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했었다.
아예 돈을 주고라도 떠넘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주민성은 망설이지 않고 어느 대장장이의 실패작들을 전부 쓸어 담을 수 있었지만.
“일단 강화석부터 꺼내고.”
강화라면 간단히 맛만 봤던 게임에서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
대충 강화 버튼 누르고 깡깡 소리를 들으며 실패 혹은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보면 되는 작업이었다.
“곡괭이로 강화석을 살포시 찍어보면…….”
쾅!
콰지직!
강화석이 박살났다.
곡괭이의 성능이 뛰어난 건지, 강화석이 허약한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한 결과였다.
“이게 아닌가?”
남은 강화석은 29개.
이번엔 반대로 해볼 차례였다.
“곡괭이를 내려놓고……. 강화석으로 곡괭이를 찍으면?”
콰장창!
놀랍게도 이번에 박살난 건 곡괭이였다.
“아. 뭐야.”
생각보다 멋진 곡괭이였는데 내구도는 형편없었던 모양이다.
“…….”
라고 생각했었다.
“……!”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부서진 곡괭이 틈 사이로 강화석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어어?”
곧이어 강화석을 흡수한 곡괭이가 멋대로 재조립되기 시작했다.
과학적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현상이었다.
“……된 건가?”
답은 간단하다.
수납해 보면 되니까.
[파멸이 깃든 어느 대장장이의 실패한 곡괭이가 수납됩니다.]
“……이게 뭐람.”
아무튼 농기구는 무사했다.
이젠 제대로 된 농사를 시작해볼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