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르가 다른 게이트 (2) (165/250)


장르가 다른 게이트 (2)
2022.05.15.


한편, 주민성은 인천지부에 도착해 봉춘향과 최선호, 김호영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각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앉을 곳이라곤 대기실뿐.

스캐너에 대한 상당히 많은 조정이 있었는지 내부는 상당히 어수선했다.

-각성 대기자 명단: 봉춘향 님, 김호영 님, 최선호 님.

결국 전광판을 보며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선호까지 이렇게 빨리 도착한 건 참 의외란 말이지.’

염창동과 화곡동은 그렇다 쳐도, 우장산동은 제법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우장산동엔 적은 인원만이 파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선호는 그런 와중에도 폭풍 같은 성장을 거듭했고, 최종적으론 제르취의 많은 도움 없이 혼자서 우장산동의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해상요새 또한 어마어마하게 성장해버려 우장산동에 그대로 주차시켜 놓고 돌아왔을 정도였다.

-형. 해상 요새 진짜 사기예요. 이제 초장거리 포격도 가능해져서 고지대에 놓고 좌표만 찍어도 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제르취는 안 따라오더라고요. 혼자서 요새 지키고 있을 생각인가 봐요. 일단 저 혼자라도 인천지부로 갈게요.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이런 동료들의 활약 덕분에 주민성은 등촌동의 유물을 제외한 모든 이베리카 컬렉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염창동의 팔콘 나이트가 드랍한 이베리카의 깃털 반지.

화곡동의 블랙 유니콘이 드랍한 이베리카의 펜던트.

우장산동의 마운틴 헌터가 드랍한 이베리카의 보주가 저번 원정의 수확물이었다.

피스가 다양했던 만큼 주민성은 이베리카라는 존재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들이 전부 해주만 끝나면 어마어마한 유물이 된다는 건데…….’

그저 투박한 외형의 반지, 조금 고급스러워 보이는 펜던트, 구슬 놀이하기엔 조금 큰 사이즈의 보주.

주민성은 여기에 바람 망토, 햇살 부츠, 나무 지팡이에 화관까지 전부 착용한 모습을 상상했다.

“…….”

맛만 좋으면 전부 써먹고 보는 주민성의 가치관이 흔들렸다.

이 정도는 패션에 나름 무감각한 사람도 알 수 있다.

패션 테러 그 자체라는 걸.

‘선아 씨나 성아영이라면 좀 어울리려나.’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끊임없이 펼쳐 가고.

2시간이 흘렀다.

-각성 대기자 명단: 봉춘향 님, 김호영 님, 최선호 님.

여전히 각성 대기자 명단은 그대로다.

결국 주민성은 몇 남지 않은 협회 직원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저기요.”

“예. 말씀하십시오.”

“각성. 몇 시간쨉니까.”

“……어. 반나절은 지난 것 같습니다.”

“위험하진 않은 건가요?”

“예. 본사로 향하는 신호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스캐너의 출력이 다소 떨어진 상태입니다. 게다가 봉춘향 씨 같은 경우엔 이전에도 특이한 결과값이 나왔던 케이스라 최대 24시간까지도 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아……. 알겠습니다.”

이 직원은 각성 파트의 전문가가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이곳의 각성 담당 직원은 이규석.

그는 대격변 이전 폐차장에 있던 자매들의 아버지를 다른 협회 지부로 빼돌린 전과가 밝혀져 임시 감옥에 가둬 둔 상태였다.

엉뚱한 방향으로 유용한 그의 능력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었지만, 주민성 역시 가족과 관련된 범죄 부분에선 매우 엄격했다.

따라서 이규석이 다시 햇빛을 볼 일은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다.

“……너무 오래 걸리는데.”

건물 일부가 무너진 상태라 스캐너실 내부는 주민성이 발 디딜 공간조차 없었다.

그저 기다려야할 뿐.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기엔 주민성에겐 능력이 존재한다.

공간을 무시한 채로 내부를 살필 수 있는 능력이.

‘건물 관조.’

파주의 지하 연구실에서 잘 써먹었던 능력이 다시 한번 재현됐다.

[10분간 건물을 관조할 수 있게 됩니다.]

[관련 능력이 해금되어 있지 않습니다.]

[건물주는 별도의 공간으로 격리됩니다.]

[이미 별도의 공간이 형성된 상태입니다.]

[해당 공간으로 전송됩니다.]

“응?”

평소와 똑같이 능력을 사용했음에도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황당해할 틈도 없이 주민성은 이미 형성된 공간으로 전송됐다.

“으으….”

“…….”

그렇게 격리된 공간엔 봉춘향이 있었다.

“……춘향아?”

“……으. 으으……. 대장……님?”

“이게 무슨 일이야. 각성 중 아니었어?”

“……예. 지금도 계속 각성 중입니다.”

“…….”

봉춘향의 눈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

어딘가를 멍하니 응시한 채로.

도로로록!

-S.

봉춘향이 응시하는 곳엔 S라는 알파벳 하나가 떠올라 있었다.

“좋아……. 211번째 S급…….”

도로로로록!

다시 한번 허공이 빙빙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S라는 글자 옆에 새로운 글자가 떠올랐다.

-초중력.

“……초중력이라. 부족해.”

팟.

봉춘향은 부족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공간에서 사라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스슷!

“후우. 이번에는 기필코…….”

“…….”

그리고 다시 봉춘향이 나타났다.

“각성.”

도로로록!

-B.

“칫. 다시.”

팟!

스슷!

이와 같은 과정이 다섯 번쯤 반복되고.

주민성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미친.”

말 그대로 미친 상황이다.

봉춘향은 등급과 능력을 뽑을 수 있었다.

“춘향아. 잠깐만.”

“……윽. 네. 오래는 얘기 못 합니다. 집중이 흐트러져서.”

봉춘향이 이 공간에 머물 수 있는 조건은 주민성과는 좀 다른 모양이다.

이를테면 차원 경매장 능력을 사용 중인 것과 비슷하달까.

“알았어. 빨리 말할게. 지금 이렇게 능력 뽑는 건 어떻게 하는 거야?”

“2회차 각성, 그리고 임시 능력자가 조건인 듯합니다.”

“아.”

중지된 사례까지 합친다면 확실히 봉춘향의 각성은 지금이 두 번째였다.

“조건을 충족하면 이곳에서 능력을 뽑게 되는데, 저는 여기서 분신 능력을 사용했습니다.”

팟!

그제야 주민성도 눈치챌 수 있었다.

봉춘향은 룰렛을 돌리기 직전에 분신으로 교체됐다.

실로 어마어마한 능력 컨트롤이라 할 수 있었다.

도로로록!

-D.

“그리고 원하는 능력이 나오지 않으면, 분신을 해제해 이 공간에 다시 출입하는 조건을 획득합니다.”

팟!

스슷!

이어지는 설명은 다시금 나타난 봉춘향이 이어갔다.

“……후우. 설명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설명 최곤데……. 그보다 능력 이렇게 반복해서 사용해도 괜찮아?”

“건물 부가효과 덕분에 괜찮습니다. 대장님 아니었으면 어중간한 능력에서 멈출 뻔했습니다.”

“……하.”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1. 본체로 격리 공간 진입.

2. 능력 뽑기 직전에 분신으로 교체.

(집중이 풀린 본체는 스캐너실 복귀.)

3. 능력이 확정되기 전에 분신 해제.

4. 다시 본체로 격리 공간 진입 후 앞선 과정 반복.

“춘향아. 지금 몇 시간째인지는 알지?”

“예…….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기회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회입니다. 힘들다고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겁니다.”

도로로록!

-SS.

“후우. 7번째 SS급입니다.”

여기서 등급이 마음에 들면 봉춘향의 분신은 격리 공간에 좀 더 머무는 모양이다.

도로로로록!

다시금 허공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곧이어 작은 글자가 몸집을 키우며 선명함을 더해 갔다.

-발화.

“……발화라. 일단 나쁘지 않습니다.”

“…….”

봉춘향의 집중은 엄청난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도로로로록!

-급속 냉동.

“……와. 발화에 급속냉동이면 완전 딜링 특화네.”

주민성의 감탄에도 봉춘향의 안색은 심히 나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

“실패입니다…….”

“……응?”

“공격 능력 둘보단 공격 능력과 방어, 또는 서포팅 능력이 밸런스가 좋습니다. 따라서 이번 각성도 실패입니다.”

팟!

“…….”

다시 나타난 봉춘향의 표정은 뽑기 중독자의 그것과 굉장히 흡사했다.

그렇다고 말릴 수는 없다.

앞으로의 진로가 걸린 문제니까.

‘어쩔 수 없나.’

결국 주민성은 선택했다.

봉춘향을 전력으로 응원하기로.

“춘향아. 텐트 하나 더 걸쳐.”

“아, 감사합니다. 대장님.”

텐트를 받아든 봉춘향은 다시 뽑기에 매진했다.

그리고 여기서 주민성이 해야 할 건, 응원이었다.

“대박 가즈아아아아!”

“가, 가즈아…….”

“다시! SSS급 가즈아!”

“큭! 부끄럽습니다!”

“가즈아아아!”

뽑기는 50의 기합과 50의 자본으로 하는 것.

주민성은 전력으로 응원했다.

“가즈아아아아아!”

“가, 가, 가주아!”

도로로로로!

“큰 거 온다! 가즈아!”

“크흑! 나가 주십시오!”

“안 돼. 뽑기는 기합이야. 가즈아아아!”

“제발 그만! 으아앙!”

그렇게 주민성은 10분이라는 체류 시간이 지나 로비로 돌아왔다.

딱히 포커스를 맞추지 않은 상태에선 능력을 사용했던 장소로 돌아오는 모양이다.

“……벌써 10분이 지나 버렸네.”

주민성은 아쉬운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깊숙이 기댔다.

“하여튼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어. 다행이다.”

아마 봉춘향의 뽑기만 제대로 마무리되면, 최선호와 김호영의 각성은 수월해질 터였다.

둘에겐 분신 능력이 없었으니까.

“마음 같아선 분신 능력이나 더 부여해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주민성은 나름의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벌어들이는 돈만큼 푸는 돈도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원 경매장 능력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엔 그동안 너무나도 바빴기에 제대로 써먹을 틈이 없었다.

“어차피 선호는 이미 임시 능력자고, 김호영 씨한텐 분신 능력 줘 봤자 신체 강화만 뽑을 테니 상관없겠지.”

좋은 능력도 좋은 머리가 있어야만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것.

그런 점에 있어 봉춘향의 고집은 이런 대격변 같은 상황에선 매우 적절하다 할 수 있었다.

“나중이 기대되는군. 읏차.”

주민성은 인벤토리에 챙겨둔 음식들을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각성 대기자들 굶지 않게 잘 챙겨주세요. 춘향이 각성 끝나면 연락해주시고요.”

“예.”

인천지부를 떠난 주민성은 안산 게이트로 귀환했다.

정확히는 아지트로.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해.”

“알겠습니다! 키히!”

아지트를 지키는 상위 고블린에겐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명령까지 제대로 하달했다.

“차라리 잘됐어. 이번 기회에 제대로 자금 좀 땡겨야지.”

주민성은 봉춘향이 각성과 씨름하는 동안은 현상 유지에 매진할 계획이었다.

이제 혼자서 날뛰기엔 세력 규모가 너무나도 커 버렸으니까.

“차원 경매장.”

매번 느끼지만, 가진 능력 중 가장 부담스러운 능력이었다.

급격히 쏟아지는 탈력감이 상당하다.

[차원 경매장 권한을 사용합니다.]

[등록된 물품을 조회해 물건의 구매가 가능합니다.]

침착하게 메시지를 확인한 주민성은 차분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판매 등록.”

[수납 중인 물품을 차원 경매장에 등록합니다.]

[일부 품목은 등록이 제한됩니다.]

아마도 등록이 제한된 물품은 장 박사 같은 특이한 수납 물품(?)일 터였다.

어차피 팔 생각도 없었고, 실험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은 여태 생존자들이 끌어 모은 물품들을 판매할 때였다.

[마석 프린터가 등록됩니다.]

[가공 품목은 별도의 프리미엄 가격이 적용됩니다.]

“음?”

방금 등록한 프린터의 정가는 49만 7900원.

하지만 차원 경매장의 평가는 달랐다.

[마석 프린터의 가격은 최소 370만 원입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너무 비싼데……. 팔리긴 하려나. 일단 등록.”

어떤 물품 위주로 장사할지는 프린터기가 얼마나 빠르게 팔리느냐에 달려 있었다.

[마석 프린터의 차원 경매장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등록이 완료되며 다시금 탈력감이 몰아쳤다.

하지만 이는 아주 잠시뿐.

주민성의 활력을 북돋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석 프린터가 판매되었습니다.]

[370만 원이 인벤토리에 수납됩니다.]

“뭐야. 바로 팔려?”

놀랍게도 차원 경매장 이용자들은 주민성이 등록한 물품에 상당한 흥미를 보인 모양이다.

곧이어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구매 후기가 등록되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참나. 확인.”

[신기한 물건 파시네요. 다른 것도 올려주세요.]

[적정가에 전부 구매하겠습니다.]

“…….”

놀랍게도 대격변 때문에 버려진 물건들은 다른 차원에선 상당한 흥미를 자극하는 물건인 모양이다.

“프리미엄 가격이 붙는 이유가 있었군.”

주민성은 입꼬리를 올리며 다음 물품 판매를 준비했다.

16548860955297.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