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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이제 제 것입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3) (163/250)


이 건물은 이제 제 것입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3)
2022.05.13.


이장호가 다급하게 외쳤다.

“빠, 빨리 잡아!”

하지만 건물 관조의 시동은 끝난 지 오래.

해 줄 말이라곤 하나뿐이다.

“빠이.”

[10분간 건물을 관조할 수 있게 됩니다.]

[관련 능력이 해금되어 있지 않습니다.]

[건물주는 별도의 공간으로 격리됩니다.]

관련 능력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격리 공간이 생긴다는 것 자체로도 건물 관조는 너무나 쓸 만한 능력이었다.

팟.

격리 공간이 펼쳐졌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시야각 변경.

일단은 건물의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와.”

자기장 생성기는 전설 등급답게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했다.

태양의 순례지와 비교해도 될 정도.

“더럽게 크군.”

올림픽 경기장 수십 개는 될 법한 규모였기에 하나하나 살피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런 경우엔 가장 눈에 띄는, 자기장과 연관된 시설부터 찾는 것이 우선.

“저건가.”

핵심 시설 찾기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지금도 눈부실 정도의 푸른빛을 내뿜는 공간이 보였으니까.

주민성은 잠시 눈을 감고 해당 공간에 집중했다.

“선글라스 없는데 괜찮으려나.”

일단은 몸뚱이를 믿기로 했다.

최소한 탈인간급은 되니까.

그리고 눈을 뜨자 눈부신 공간이 펼쳐졌다.

“……버틸 만은 하군.”

자기장 발생기 주변엔 연구원 몇몇이 시력 보호 장치를 착용한 채 작업에 한창이다.

“어디 여분이 있을 텐데…….”

주민성은 근처 락커룸으로 인벤토리를 보냈다.

그리고 전부 수납했다.

[초코바가 수납됩니다.]

[고급 손목시계가 수납됩니다.]

[시력 보호 고글이 수납됩니다.]

……

“오우야.”

건물이 주민성의 소유인 이상, 건물 안에 있는 물건 또한 전부 주민성의 것.

닥치는 대로 수납한 덕분에 시력 보호 장치는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철컥.

고글 사이즈 조정은 간단했다.

“한결 낫군.”

시력 저하의 가능성을 완벽히 극복한 주민성은 자기장 발생기를 차분히 살폈다.

“저건 무슨 용도려나.”

당연하겠지만, 눈으로 본다고 알 만한 설비는 아니었다.

하지만 힌트는 존재한다.

[마석을 흡수해 자기장으로 전환합니다.]

무려 메시지라는 확실한 힌트가.

그리고 건물 관조엔 주민성의 체질을 극복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이 존재했다.

“여기라면 마석이 흡수될 일도 없겠지.”

주민성은 그대로 인벤토리를 자기장 발생기로 보냈다.

뽈뽈뽈…….

덕분에 연구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야! 저거 뭐야!”

“어어?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연구원들의 패닉은 주민성에겐 중요치 않다.

자기장이 뭔지 알아내는 게 우선이었다.

“어디 협회의 꿍꿍이를 알아보실까.”

톡.

최하급 마석이 자기장 발생기에 떨어졌다.

“으아아아아! 마석이 왜 나와!”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알아내야 할 거 아냐!”

파지직!

마석이 자기장 발생기에 흡수됐다.

그렇게 마석을 집어삼킨 발생기는 격한 소음이 일으켰다.

쿠궁! 쿠궁!

“어떤 자기장인지 한번 보자고.”

마석 다섯 개가 추가됐다.

“이 건물이 왜 전설 등급인지.”

팟!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찾아왔다.

자기장이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우. 시점. 시점.”

주민성은 다시 눈을 감고 시점을 전환해 자기장이 퍼져나가는 범위를 체크했다.

“와.”

고작 최하급 마석 여섯 개를 소모했을 뿐인데 자기장은 순식간에 반경 100미터를 돌파할 정도로 퍼져 있었다.

“대체 뭐 하는 자기장이길래……. 음?”

카르르륵!

자기장을 살피던 도중, 끔찍한 괴성이 들려왔다.

괴성의 근원지는 자기장 발생기와는 50미터쯤 떨어져있는 방.

“카르륵!”

“몬스터?”

놀랍게도 연구소 내부엔 몬스터가 있었다.

철창에 갇힌 채로.

마찬가지로 이 방에 있던 연구원들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자기장을 왜 지금 일으키는 거야! 보호 장치 가동해!”

“예!”

철컹! 철컹!

곧이어 철창에 보호막이 펼쳐지고, 그제야 몬스터들은 고르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오히려 숨이 가쁜건 주민성 쪽이었다.

“모, 몬스터한테 피해를 주는 자기장이라고?”

어마어마한 발견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소름이 돋았다.

여태껏 이 시설을 운영 중인 건 협회였으니까.

“……제대로 덤벼 보지도 못하고 당할 뻔했네?”

협회장은 전부 알고 있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대격변을 극복하기 위한 카드였을까.

정답은 알 수 없었다.

단지, 주민성에겐 좋지 않은 방향이었을 뿐.

“이건 무조건 압수다.”

파주 전체의 게이트가 쉽사리 제압당한 이유도 밝혀졌다.

그냥 자기장을 가동했을 뿐이었으리라.

유물 회수는 사람 몇 보내서 간단하게 마무리했을 테고.

“산 넘어 산이군.”

어쩐지 협회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던 이유가 밝혀졌다.

또한, 그들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도 얼핏 알 것도 같았다.

“……일부러였단 말이지.”

대격변 탓에 능력자들은 저마다 알아서 세력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며칠째 협회는 묵묵부답.

따라서 지역을 통합해낸 강자들은 자연스레 세트 유물을 얻게 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유물의 본래 주인이 남긴 의지가 유물 사용자에게 깃듭니다.

이장호의 말이 사실이라면, 협회는 유물에 지배되는 능력자들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게 된다.

자기장이라는 확실한 몬스터 퇴치 수단이 있었음에도 가만히 있었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해서 얻고자 하는게 뭐지?”

단순히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유물에 지배된 능력자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를뿐더러, 협회장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닌 이상은 역으로 협회가 당할 수도 있는 수단이었다.

“유물의 봉인을 풀어서 갈취한다? 그러기엔 사전에 자기장을 퍼뜨려 질서를 잡는 것도 가능했어.”

시간이 지나면 더더욱 어려울 일이었다.

당장 지역별로 핫한 인물들만 최소 SS급 능력자였으니까.

이런 고위 능력자들을 상대론 주민성조차도 쉽게 승기를 장담할 수 없었다.

[건물 관조 종료까지 1분 남았습니다.]

어느새 9분이나 흐른 상황.

답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여기서 주민성이 해야 할 일은 확실해졌다.

“일단 시점부터 고정해야겠군.”

관조 이후 도착할 장소는 정해져 있었다.

따라서 지금 해야 할 건 사전 작업.

푸스스…….

자기장 발생기 주변에서 미세먼지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콜록!”

“이, 이게 뭐야!”

수월한 건물 점거에 앞서 연구원들을 물리기 위한 작전이었다.

“무조건 먹는다.”

이 건물은 태양의 순례지와는 효율부터가 차원이 달랐다.

소유가 가능한 건물이라는 사실은 동일했지만, 이 연구소는 최신 현대 기술이 전부 도입된 건물이었으니까.

“최신형 아지트는 못 참지.”

아무리 폐건물이 익숙하다 하더라도, 현대 문물은 언제나 옳았다.

“큭! 일단 대피다! 팀장님부터 호출해!”

“콜록! 예!”

그렇게 모든 연구원들이 물러는 사이, 주민성은 시설 내부를 샅샅이 살폈다.

마스터키를 찾기 위함이었다.

무슨 사고를 치든, 지상에 있는 아군은 지키고 봐야 했다.

“저긴가.”

통제실로 보이는 작은 방이 보였다.

수많은 버튼이 몰려있으니 확실하리라.

[특수 처리 카드가 수납됩니다.]

원격으로도 조종 가능한 인벤토리 덕분에 굳이 관조 종료를 기다릴 필요까진 없다.

챙길 것만 챙기고 나오면 된다.

물론 연구소 폐쇄 버튼은 인벤토리에 들어있던 자갈을 이용해 가볍게 눌러줬다.

“그리고 다시 자기장실로.”

정신없이 시점 전환을 마치고, 어느덧 건물 관조 종료시간이 다가왔다.

[건물 관조가 종료됩니다.]

비어있는 자기장 생성실엔 텐트를 미라처럼 돌돌 감은 주민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쾌하구만.”

주민성은 느긋하게 미세먼지들을 수납하며 이장호와의 2차 협상을 준비했다.

물론 말만 협상이었지, 통보가 될 테지만.

지잉!

“콜록! 무슨 짓입니까! 당신!”

“아. 왔네요. 일단 전부 불러주세요. 할 말이 있습니다.”

“……이런 식의 점거 행위는 불법입니다.”

“이 시국에 무슨.”

“……나중에라도 반드시 문제가 되겠지요.”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당장 지금을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제 몸 지킬 수 있는 연구원들이라 한들, 건물 안의 건물주보다 강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인질 삼을 설비도 주민성의 사정권 안에 있었다.

“어, 아까 여기 계셨던 분이네.”

건물 관조 당시 자기장 발생기 앞에 있던 연구원을 지목했다.

“뭐, 뭡니까!”

“이거. 뭔지 알죠?”

“……히익.”

어느새 떠오른 인벤토리는 자기장 발생기를 반쯤 뒤덮은 상태였다.

“저건 무슨 능력이지……?”

인벤토리에 작은 흥미를 보이는 이장호와 달리, 인벤토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연구원들은 그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마, 마석을 뿜어내는 능력입니다.”

“…….”

여기선 살포시 확인사살용 협박을 더해주면 그만이었다.

“마석, 등급별로 다양하게 수천 개쯤은 들어있어요.”

물론 어지간한 마석은 전부 흡수되어 최하급이 대부분.

즉, 허세였다.

“무슨 결과가 나올까?”

“……일단 진정해 보시지요.”

덕분에 이장호의 태도는 완벽하게 누그러졌다.

“참고로 저 극도로 진정된 상태고요.”

“그럼 요구사항부터 말씀해 주시죠.”

“얘기가 빨라서 좋네요.”

잠시 입맛을 다신 주민성은 상쾌하게 말했다.

“이 건물은 이제 제 겁니다. 물론, 당황스러우실 테니 선택권도 드릴 계획입니다.”

이장호와 연구원들은 잠자코 주민성의 말을 들었다.

“여기 남고 싶은 사람은 제 부하가 되셔야 할 테고, 협회가 아닌 제 세력에 소속됩니다. 싫으면, 그냥 나가는 거고요.”

“……터무니없는 요구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우리 전부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보이세요?”

“…….”

“그렇다면 좀 실망인데.”

실제로 지금 같은 상황에서의 주민성은 무적이었다.

그나마 변수가 있다면 송몽룡이나 임진석 같은 규격 외의 능력자뿐.

하지만 여기서 이용료 청구를 당하고도 이를 피하거나 이겨낼 수 있는 인물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 참고로 장호 씨는 선택권 없어요. 제 부하가 되든가, 장 박사랑 같이 감금 생활하시든가.”

“……그 사람이 감금되어 있다고? 그 장 박사가?”

나름의 느긋함을 유지하던 이장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확실히 장 박사는 무식하게 강력했던 인간 중 하나였다.

본연의 능력보단, 그 괴팍한 사고방식과 몬스터 활용 능력이 끔찍했었으니까.

“눈치껏 편하게 갑시다.”

“…….”

이 정도로 알려줬으면 알 수밖에 없었다.

“연구원이면 엘리트 아닙니까.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고통 받지 맙시다.”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잠시 고민을 마친 이장호가 말을 이었다.

“이 시설. 폐쇄할 생각입니까.”

“아뇨. 써먹어야죠. 이제 내 건물인데.”

“…….”

“질문은 그걸로 끝인가요?”

“예.”

이장호는 그대로 등을 돌려 연구원들에게 말했다.

“다들 들어서 알겠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다. 알아서 처신해.”

“티, 팀장님은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나는 여기 남겠다.”

의외였다.

주민성은 처음부터 이들을 믿지 않았고, 유용한 해주 능력을 가진 이장호는 납치할 계획이었으니까.

덕분에 과정은 훨씬 수월해질 예정이었다.

“저, 정말 남으실 생각입니까?”

“그래. 이 시설의 끝은 봐야지.”

“그럼 저희도 남겠습니다!”

“…….”

주민성은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이었다.

대격변 속에서도 급여는 제대로 지급되는지, 굳이 협회 소속으로 남아야 하는지 등등.

이런 시국에선 아무런 의미 없는 일들이었다.

“이 시설에 배속되었을 때부터, 정상적으로 살아가길 포기했지요. 그 끝. 함께 보고 싶습니다.”

연구자들 딴엔 눈물지을 정도로 나름 감동적인 장면이다.

“……그렇게 됐습니다.”

“음……. 네.”

“저희는 이제 강서구 세력입니까?”

“맞아요. 정확히는 인천이지만.”

“인천……이요?”

“네.”

주민성의 요구와 관련해 연구자들이 놓친 부분이 한 가지 있었다.

부하가 되라고 했지, 여기 남아서 연구를 계속하게 해준다고 한 적은 없었다.

“일단 짐부터 싸세요. 시설 배정은 좀 더 알아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예? 여기는 저희의 피땀이 어린…….”

“잊으셨나요? 이 시설은 이제 제 건물입니다.”

파주 왕좌의 계승은 그저 한걸음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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