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건물은 이제 제 것입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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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이제 제 것입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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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이제 제 것입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2)
2022.05.12.
“대, 대장님? 괜찮으십니까? 상대 측에서 신분증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아.”
그제야 주민성의 의식도 현실에 돌아왔다.
전설 건물은 전설 건물이었고, 당장의 난관은 돌파되지 않은 상황.
주민성은 창문을 내려 어깨의 견장이 보이도록 팔을 내밀었다.
“수고 많네.”
그리고 대충 협회장의 말투를 따라했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흠…….”
효과는 미미했다.
‘붉은 견장에 별다른 의미는 없었나?’
그래도 당장 협회 소속을 자처하고 있었기에 경비들의 적대는 심각하지 않았다.
여기서 더 무리만 하지 않으면 충분하다.
주민성은 수첩에 붙여둔 포스트잇을 확인했다.
-애매한 유물이군. 저주받은 유물을 의심했을 정도로 애매하다. 아니면 저주가 어설프게 해주되었거나. 해주 능력자에게 유물을 보이는걸 권장하지. 이쪽은 내 전문분야가 아니니까. 경기도 파주 공장단지 지하에 협회 3연구소가 숨어있다. 거기서 유물분석팀장 이장호를 찾아라. 적어도 국내에서 놈을 따라올 해주 능력자는 없을 테니.
내용 확인을 마치고, 용건을 말했다.
“3연구소 이장호 팀장에게 볼일이 있어 방문했네.”
“…….”
경비들은 찝찝하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사인을 주고받았다.
보나마나 주민성에게 이로운 신호는 아니었다.
‘뭐라도 압박할 만한 카드를 꺼내야해.’
이럴 때 가장 편리한 수단은 역시 갑질이었다.
“……3연구소는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아, 아닙니다!”
“장 박사 소개로 기껏 여기까지 왔건만……. 자네들. 이름이 뭔가?”
“……!”
신상을 물어오는 상대의 신상을 역으로 물었다.
이런 방법은 막무가내이면서도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이런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시간이나 끌다니. 이번 일은 협회장님께 보고해도 문제없어 보이는군.”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내부 승인까지만 받아오겠습니다! 출입과 관련된 부분은 팀장님의 동의가 필요한지라!”
“그럼 당장 유물분석팀장에게 연락하게.”
“아, 예!”
간접적으로나마 이장호의 직급까지 밝힘으로 있어 보이는 스탠스를 다시 한번 굳혔다.
그 덕분인지 경비들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음.”
그렇게 트럭들은 한 경비원의 안내를 받으며 3연구실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지하 통로에 도달했다.
“연구소 내부 출입은 두 분까지만 가능합니다.”
“음.”
이런 부분은 상관없었다.
무려 전설 건물의 소유권이 넘어왔기 때문이다.
“혼자 가도 상관없네. 급한 일이기도 하고.”
“아, 알겠습니다.”
주민성이 팔을 들어 신호를 보내자, 다른 차량에 탑승해있던 판자촌 능력자들이 재빨리 내려와 경계를 취했다.
“괜히 저 친구들하고 트러블 일으키지 맙시다. 연구소째로 전멸당하고 싶지 않다면.”
“……예.”
건물 부가효과 덕분에 주민성이 보이는 위압감은 어마어마했다.
게다가 동행자들은 나름의 최정예 인원들.
보스 레이드조차 가능한 수준이었기에 어설픈 능력자가 상대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물론입니다.”
경비원 입장에선 상대의 등급을 가늠해 볼 엄두도 나지 않을 터였다.
지금은 대격변이니까.
이런 세상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행위 자체가 강자임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경비 등급은 높게 쳐도 B급. 게이트 보스를 가볍게 제압하고 여유부릴 수준은 아니었어.’
연구소 세력의 진짜배기들은 지하에 전부 몰려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이들이 B급 수준으로 추정되었음에도 지극히 말단으로 보일 정도였으니까.
지잉.
연구소 보안 수준은 엄청났다.
무려 열다섯 번의 출입을 거치고 나서야 핵심 시설에 도착할 정도였으니까.
“여기부턴 혼자 출입해 주셔야 합니다. 보안시스템은 임시 해제된 상태입니다.”
“수고하게.”
“예.”
드디어 혼자가 된 주민성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이 건물을 본격적으로 써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지구에도 전설 건물이 있던 건 의외였지.’
마력 자기장 생성기.
하위차원과는 달리 굉장히 직관적인 이름이었다.
[마석을 흡수해 자기장으로 전환합니다.]
그에 반해 건물이 가동되는 방식은 태양의 순례지와 비슷했다.
태양이 아닌 마석을 소모해서 가동된다.
그리고 주민성의 인벤토리엔 여전히 수많은 마석들이 있었다.
‘드디어 마석들을 처분할 찬스인가.’
체질이 바뀌고 매번 흡수되기만 해 고생시켰던 마석들이었다.
물론 미미하게 강해진다는 체감은 있었지만, 건물주 등급 상승보다 효과도 떨어져 본격적인 투자조차도 애매했었기 때문이다.
지잉. 지잉.
순차적으로 문이 열리고, 지하시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격변인 와중에도 한창 자신의 업무에 한창인 연구원들이 가득하다.
곧이어 훤칠한 체격의 남자가 주민성을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이장호 씨?”
“예.”
“장 박사가 알려주더군요. 유물의 저주에 관해 국내에선 따라올 능력자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이장호의 눈썹이 가볍게 찌푸려졌다.
“……고작 국내입니까? 언젯적 정보를 가지고. 하.”
“나야 모르죠. 그보다 유물 조금만 봐주십시오.”
주민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몇 개의 유물을 꺼냈다.
화관을 제외한 이베리카 세트였다.
“……대격변 이후 얻은 유물이군요.”
“그걸 바로 알 수 있습니까?”
“예. 지금 한창 연구 중인 유물도 대격변 유물이니까요.”
주변에 주의를 좀 더 기울이자 유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몇몇 보이긴 했다.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기운들이 느껴진다.
“제 것과는 느껴지는 기운부터가 다릅니다만.”
“그렇지요. 저 유물들은 봉인이 제법 풀렸으니까요.”
“……봉인이요?”
이장호는 주민성을 유물 앞으로 안내했다.
“보기에는 평범한 뼈 목걸이입니다. 느껴지는 기운도 터무니없이 미약해서 황당할 정도였죠.”
이 부분까진 이베리카 세트 유물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뼈 목걸이에선 당장이라도 주민성을 찢어버릴 듯한 흉흉한 기운이 가득하다.
“지금은 2차 봉인까지 풀어 둔 상태입니다.”
“풀면 풀수록 본연의 힘을 드러내는 방식인가 보네요.”
“맞아요. 보여주신 유물도 비슷할 겁니다. 물론 저희가 조사 중인 것과는 다른, 좀 더 자연적인 기운이 일어날 듯하군요.”
확실히 이장호의 안목은 뛰어났다.
가장 색깔이 강한 화관을 제외하고 보여줬음에도 단숨에 알아볼 정도였으니까.
“그럼 저 목걸이보단 안정적인 성능이겠군요.”
“아뇨. 반대입니다.”
“네? 자연적이라면서요.”
이장호가 생각하는 자연은 좀 달랐던 모양이다.
“인간은 자연을 이겨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적응했을 뿐.”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민성을 바라봤다.
“이 유물, 서울에서 얻었죠?”
“…….”
딱히 제공한 정보도 없는데 이장호는 알아서 척척 알아 맞춰가기 시작했다.
“과연 특별하군…….”
“……어떻게 알았습니까?”
질문이 실수였던걸까.
이장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당신은 협회장님의 장기 말이 아니군요?”
“…….”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서울의 한 지역을 제패했다라.”
한 걸음 물러서며 경계를 끌어올렸지만, 이장호의 압박은 이어지지 않았다.
다른 연구원들도 자기 할 일에 열중이었고.
‘무슨 의도일까.’
처음부터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그저 협회 소속임을 알렸었다.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허술했다.
상대 역시 주민성에 대해 여러모로 궁금한 눈치지만, 적대라기엔 상당히 미묘한 감이 있었다.
“그렇다고 장 박사님에게 딱히 존칭도 없고.”
“…….”
“강서구의 왕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게 당신의 정체겠죠.”
일부러 머리 스타일까지 바꿔가며 눈매를 숨겼음에도 이장호는 주민성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래도 외모만으로 알아차린 것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또한, 추가적인 적대를 해 오지 않는다는 건, 대화 역시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확실히 안목 하나는 월드클래스군요.”
“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싸울 거 아니면 유물 설명이나 더 듣고 싶은데요.”
“예.”
이장호는 주민성에게서 이베리카의 망토를 받아 실험대에 올렸다.
“해주.”
간단해 보이는 시동어와는 달리 어마어마한 출력량이었다.
곧이어 이베리카의 망토에서 매서운 폭풍이 일어났다.
콰아아아!
폭풍은 다른 연구원들의 합세로 억제됐지만, 임팩트 하나만큼은 엄청났다.
“1차 봉인을 풀었을 뿐입니다. 이것이 유물 본연의 능력이었고요.”
“……본연의 능력.”
선풍기 수준에 불과하던 망토는 이제 폭풍을 뿜어낸다.
어지간한 유물과 비교해도 우위였다.
근데 1차 봉인이란다.
“예. 굳이 세트 유물을 다 모으지 않아도 이 정도의 출력이죠.”
“대체 왜 이런 제약을…….”
“답은 2차 봉인에 있지요. 해주.”
두 번째 해주가 이어졌다.
이번엔 폭풍이 아닌 살기가 흘러나왔다.
이베리카 세트 특유의 포근함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정제되지 않은 살의입니다. 아마 유물의 원 주인이 남긴 것들이겠죠.”
“……허.”
“이 기운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는 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 주인이 남겨놓은 저주라고 해야 할까요.”
“장 박사는 알아차리지 못하던데.”
“해주는 박사님의 전문 분야가 아니니까요. 정밀하게 가려진 저주였습니다.”
즉, 내가 잘나서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저주였다라는 말이었다.
“목걸이는 2차 봉인까지만 풀어 뒀다고 했었죠. 다음 단계는 얼마나 있는 겁니까?”
“3차 그 이상입니다. 다만, 그런 유물은 세트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부위뿐이죠. 다른 유물들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주민성은 추가로 이베리카의 목재완드와 햇살부츠를 건넸다.
그리고 30분가량의 해주 작업이 이어졌다.
“헉……! 헉……. 이게 전부입니까?”
“아뇨.”
“그렇다면 다른 부위가 핵심일 겁니다……. 혹시 가져오지 않은 유물 중에 모자나 헬멧형이라든지, 심장을 덮는 유물이 있습니까?”
단번에 떠오르는 유물 한 가지가 있었다.
이베리카의 화관은 머리에 쓰는 유물이었다.
“있습니다.”
“그게 핵심이겠군요……. 세트 유물을 온전히 사용하려면 핵심 유물의 해주까지 전부 끝마쳐야 합니다.”
“만약 해주 작업을 거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됩니까?”
“……그 부분은 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유물의 본래 주인이 남긴 의지가 유물 사용자에게 깃듭니다.”
“…….”
간단히 정리하면, 유물이 사람을 지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뜻이었다.
“정보 감사합니다.”
주민성은 순순히 감사를 표했다.
‘화관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군. 그보다 화관에도 악령 같은 게 깃들어 있는 건가?’
악령이라면 리치를 처리하고 얻은 유물에 있었다.
확실하게 격리했기에 내용물만 홀랑 빼먹은 사례에 해당한다.
“상당히 도움 되는 정보였어요. 그럼 이제 자기장에 대해서 들어볼까요?”
“……예?”
“마력 자기장 생성기. 여기 있잖습니까?”
“……허어.”
이번 정보는 제법 예민했는지 이장호의 기세가 변했다.
주위 연구원들 역시 급히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자기장 생성기는 장 박사님도 모르는 정보일 텐데요.”
“네. 장 박사는 모르고, 저 혼자 알고 있습니다.”
분위기는 점점 싸해졌다.
“곤란하시면, 직접 알아보죠.”
“……붙잡아.”
이장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A급 이상으로 보이는 연구원들이 주민성에게 접근했다.
“상당히 건설적인 계획을 세울 만한 파트너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시군요.”
“그냥 자기장 하나 물어봤을 뿐인데…….”
“……자기장 생성기는 우리 팀을 제외한 그 누구도 관심 가져선 안 되는 기물입니다.”
“아하…….”
주민성 입장에선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거, 이제 내 건데.”
“……갑작스런 소유권 주장입니까?”
“사실인 걸 어째요. 아무튼, 설명 안 해 줄 거면 알아서 알아보겠습니다.”
“……붙잡아! 빨리!”
“예!”
연구원들이 잽싸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주민성은 또 다른 능력을 사용한 상태였다.
‘건물 관조.’
상대가 자기장 생성기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면, 직접 알아보면 될 일이었다.
그에 대한 협상은 나중의 일이었고.
“잠시 후에 다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