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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이제 제 것입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1) (161/250)


이 건물은 이제 제 것입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1)
2022.05.11.


다음 날 아침.

행주대교 앞엔 인천 게이트에서 달려온 트럭 다섯 대가 늘어서 있었다.

모두 이번 작전에 투입될 전력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짐칸에 실려 있는 거대한 몬스터 둘.

“취익! 대장이다!”

“흐엉취!”

“어……. 그래……. 사고 안 치고 잘 있었지?”

가르취와 차크취의 표정엔 어마어마한 반가움이 깃들어 있었다.

“……이것들 반응 왜 이래?”

“드디어 괴물들에게서 빠져나왔다! 살았취!”

“행복취!”

가르취와 차크취가 말하는 괴물은 성아영일 터였다.

어지간한 인간은 전부 셔틀 취급해버리는 녀석들이었기에 정말 이례적인 경우였다.

“괴물들?”

“괴물들이취!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러웠취!”

“도망취!”

“성아영말고도 더 있는 건가?”

생각해 보니 가르취와 차크취의 짐칸엔 별다른 구속 장치가 없었다.

즉, 녀석들이 자발적으로 얌전히 있었다는 소리.

“이게 된다고?”

“즈쉬 아줌마 너무 강해졌취! 즈민성도 너무 건방지다! 내가 형이취!”

“패륜취!”

“아…….”

이 배불뚝이 오크들과 하위차원의 오크들은 같은 황무지 마을 소속이었다.

배분으로 따지자면 즈쉬의 위치는 그냥 단순한 같은 마을 동네 아줌마.

하지만 시간의 괴리로 인해 지금의 즈쉬는 하위 차원 전체를 아우르는 패왕급 위상에 도달해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천마가 인정할 정도의.

즈민성도 마찬가지였다.

즈민성에게 이 배불뚝이들은 동년배의 동네 바보 삼촌들로 보였으리라.

“……족보가 제대로 꼬였군.”

“뭐든 할 테니 시켜줘라취!”

“명령취!”

어찌 되었건 주민성에겐 좋은 일이었다.

녀석들의 자유를 빌미로 확실한 일 처리를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

“좋아. 다시 움직일 거니까 얌전히 천막 뒤집어써.”

“고맙다취!”

“은인취!”

주민성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맨 앞의 트럭 조수석에 앉았다.

운전기사는 며칠 전 합류한 생존자중 한 명이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운전기사를 모집한다기에 바로 지원했습니다. 좋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예. 잘 부탁드려요.”

이런 자발적인 지원엔 노아의 고깃집 홍보 방송이 큰 역할을 했었다.

이런 대격변에서 몬스터 걱정 없이 마음 편히 고기를 구워 먹으며 하하호호 웃는 자리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몇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이번 임무만 제대로 성공하면 저도 맛볼 수 있겠죠? 팔큰 고기?”

“팔크라스입니다.”

“아 맞아요. 그거! 제가 고깃집 하난 꽤나 다녀봤다 자부하는데, 그런 육질은 처음 봤습니다. 죽기 전엔 꼭 먹어보고 싶더라구요.”

그리고 봉춘향의 흐릿한 분신이 주민성을 배웅했다.

앞선 오류의 원인이 분신일 수도 있는 만큼, 당분간은 봉춘향의 모든 분신이 해제될 예정이었다.

“각성 마치는 대로 몽룡이와 같이 뒤따라가겠습니다.”

“그래. 혹시라도 힘들면 무리하지 말구. 능력에만 적응해. 알았지?”

“예.”

주민성은 그대로 창가에서 팔을 뻗어 문짝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것이 출발 신호였다.

쾅! 콰직!

“……어. 음……. 출발합니다!”

“……아. 크흠! 네!”

트럭 다섯이 동시에 출발했다.

행주대교 주변 청소는 진작에 끝난 상황.

판자촌 능력자들이 한차례 쓸어둔 덕분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행주동부턴 레드웜입니다. 그냥 로드킬해 버리세요.”

“넵.”

레드웜은 단순히 붉은 피를 흘리는 F급 애벌레형 몬스터였다.

놈들이 몬스터취급을 받는 이유는 놈들이 흘리는 피가 독성을 띠고 있어서였다.

그렇다고 마셔도 죽는 수준은 아니었기에 생존자들에겐 큰 위협이 아니다.

푸직! 푸지직!

“이 동네 사람들은 배가 불렀네요. 아니, 너무 안전해서 그런가? 저는 목숨까지 걸고 신방화역까지 왔는데 말이죠. 쯧쯧.”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으니까요.”

몬스터가 레드웜이었던 만큼, 주변 건물들 상태는 매우 양호했다.

온갖 장애물로 입구만 틀어막으면 그만이니 당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터였다.

그 증거로 저마다의 건물들 창가엔 사람들이 트럭의 진군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었다.

“괜히 속도 줄여서 경계 살 필요 없습니다. 그냥 지나가죠.”

“예.”

주민성은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F급이 왜 F급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F급이라는 판정은 단순히 약해서가 아니야.’

물론 약해서 F급인 것도 맞다.

다만, 이런 등급 판정엔 게이트 자체의 비전도 포함됐다.

저등급 몬스터에 대해서도 꾸준히 공부해온 주민성이었기에 알고 있었다.

레드웜 게이트는 마석 수입보다 부가적인 지출이 더 큰 경우에 해당하며, 어지간한 능력자가 들어가도 손해 보고 나오기 좋은 게이트였다.

“이 동네 사람들은 머지않아 전부 건너올 겁니다.”

“그, 그렇습니까?”

“공기 중에도 녹아드는 레드웜의 피는 특이한 성질을 가졌거든요. 사람한테는 무해한데, 대신 식량을 부패시켜요. 보존해 둔 식량들이 전투 식량 급으로 봉인되지 않은 이상, 어지간한 식품은 전부 안에서부터 썩겠죠.”

“헉…….”

주민성은 근처의 약국을 가리켰다.

“저 약국 보세요. 유리창에 눌어붙은 저게 레드웜의 피로 보이세요?”

“그럼 설마…….”

“생각하시는 그게 맞을 겁니다.”

약국 주변이며 내부며 붉은 발자국이 가득하다.

그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간 흔적들이다.

주민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설사약 가치가 오르겠네요.”

“고, 고급 정보 감사합니다!”

고블린과 데빌도그가 출몰하는 F급 게이트에서 제대로 성장해낸 주민성이 특이 케이스였다.

인벤토리 하나만으로 마석 추출을 위한 인건비를 전부 퉁쳐 버렸으니까.

“저쪽에서 세워 주세요.”

“예.”

어느새 트럭은 능곡동을 통과해 일산 IC에 도착했다.

트럭에서 내린 주민성은 가르취와 차크취가 탑승한 트럭으로 이동해 천막을 젖혔다.

“도착했다. 내려.”

“취익!”

“취!”

배불뚝이 오크 형제는 주변을 멀뚱거렸다.

“밥이 보이지 않는다! 취!”

“망했취!”

벌써 밥 시간인 모양.

하루 이십 끼는 기본인 녀석들이었기에 사소한 일이다.

“오늘부터 밥은 직접 구해 먹는다.”

“취이…….”

“기죽을 일이야? 더 좋은 일이잖아.”

“어째취?”

“먹고 싶은 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 너희를 방해할 사람도 없다.”

“취, 취익! 이곳엔 괴물 여자가 없다!”

“자유취!”

그렇게 주민성은 오크들의 의욕을 잔뜩 고취 시켰다.

“여기서 부하들도 잔뜩 만들어봐.”

“알았취!”

녀석들의 동선은 아주 간단하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심 지역이 한눈에 보였으니까.

“즐겁게 놀고 있어. 나는 다른 데 들렀다 올 테니까.”

주민성의 외출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었기에 오크 형제들은 이를 딱히 의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이 펼쳐진 모험에 흥분한 모습이다.

“취! 저쪽으로 가자! 차크취!”

“알았취!”

그렇게 두 오크가 떠나고, 주민성은 다시 트럭으로 탑승했다.

“출발합시다.”

쾅! 우지직!

이번엔 더 힘을 빼서 두드렸지만, 트럭 문짝이 떨어져 나갔다.

“……크흠.”

“그……. 돌아가는 길에 폐차장 하나 있거든요? 수리 좀 부탁드릴게요…….”

“네…….”

* * *

가르취와 차크취는 무사히 일산 시내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취익! 여기서 새로운 부하들의 냄새가 난다!”

“신입취!”

가르취의 양손엔 목이 부러진 오우거가, 차크취의 양손엔 상반신만 남은 오우거가 들려 있었다.

사망 사유는 단순했다.

채용을 거부해서.

“인간은 잘해준다!”

“가족취!”

둘은 황무지 마을에서 받았던 은혜를 잊지 않았다.

몇몇 인간을 제외하면 전부 착했다.

직접 먹을 걸 가져다주고 말도 잘 듣는다.

“취익.”

도착한 장소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초대형 마트였다.

콰지직.

마트 안에서 수많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전부 미래의 가족들이다.

“나와취!”

쾅!

차크취의 발길질 한 방에 정문이 박살 났다.

곧이어 비상구에서 몇몇 사람들이 떠밀려지듯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튀어나온 사람은 중년 남자 둘.

비상구 문은 빠르게 닫혔다.

“으아아! 사, 살려줘!”

“크흑! 천벌 받을 놈들!”

오크는 주민성과 괴물 여자의 말을 제외하곤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우수한 직원!”

“합격취!”

역할 분담이 시작됐다.

가르취가 중년인의 넥타이를 낚아챈 것이다.

“히익!”

“취히! 달콤한 돌멩이!”

넥타이 안엔 계피맛 사탕이 숨겨져 있었다.

오도독!

“합격!”

다음은 차크취의 차례였다.

“밥 줘취!”

차크취는 인천 게이트에 마련된 포장마차와 비슷하게 생긴 시설을 가리켰다.

푸드코트였다.

“으아아?”

남자는 절망적인 얼굴로 가르취와 차크취의 표정을 번갈아 살폈다.

“으아?”

“바보취?”

당연하게도 푸드코트에 비축된 식재료들은 전부 어딘가로 옮겨져 있었다.

남자가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차크취의 요구는 요리 그 자체.

그동안 인간들의 음식에 길들여진 두 오크는 날고기를 절대 먹지 않는 식성으로 진화한 상태였다.

“요리취!”

와장창!

오우거 시체가 푸드코트를 향해 던져졌다.

“으아아…….”

이쯤 되면 남자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이 오크들은 해치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깨달았다.

대신, 오우거를 어떻게든 요리해서 갖다 바쳐야 한다는 걸.

“정신 차려요! 일단 구워 봅시다!”

“으, 으아! 알겠습니다!”

“굽다 보면 도망칠 틈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렇게 중년인들이 희망을 엿볼 즈음.

가르취는 비상구 문짝을 그대로 뜯어냈다.

“젠장! 저놈들은 왜 주는 밥도 안 먹는 거야!”

이곳의 사람들은 바람과는 달리 도망을 선택했다.

“취이?”

가르취는 고민하지 않고 그대로 점프했다.

콰르르르!

천장이 부서지긴 하지만, 사람들을 앞지를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으아아아악!”

단 한 번의 움직임이었다.

이것으로 마트 안에 있던 생존자들은 전부 전의를 상실했다.

“취이?”

가르취는 이상함을 느꼈다.

여태 지내던 건물들과는 달리, 이곳의 건물들은 너무나도 허약했기 때문이다.

마트는 지금도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가르취는 유유히 외곽으로 이동해 벽을 부쉈다.

쾅!

그리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나가라! 취이! 이곳은 위험해!”

하지만 말이 통할 리는 만무하다.

“으, 으어……. 저 괴물이 뭐라는 거야?”

“나가라는 것 같은데?”

“……그게 말이 돼?”

정답이었다.

일단 살려야 부하든 뭐든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던져취!”

어느새 밖으로 뛰어나온 차크취가 가르취에게 외쳤다.

“취익! 역시 내 동생!”

생존자들에게 그나마 남아 있던 모든 선택권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 *

일산의 오우거를 제외하곤 트럭을 제대로 저지할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덕분에 도착도 빨랐다.

“저쪽 연구단지 맞습니까?”

“네. 다 왔습니다. 잠시 세워 주세요.”

“네.”

주민성은 잠시 차량을 세우고 주변의 인기척을 감지했다.

‘……50. 100. ……200. ……최소 천 이상.’

조용한 주변과는 달리 감지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대부분은 지하였다.

그에 반해 아군 전력은 선탑자로 탑승한 판자촌 능력자 넷.

이 정도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둘이면 어지간한 게이트 보스까지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대장님. 무슨 일 생겼습니까?”

진 이병은 그런 판자촌 능력자들중에서도 슈퍼 루키였다.

회전력 강화 능력과 스미스에게 얻어낸 총기는 상성이 말도 안 되게 뛰어났으니까.

“이 게이트. 이미 제압되어 있어요.”

“이런…….”

몬스터가 아닌 사람이 상대일 경우는 변수가 많다.

그리고 주민성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한 품목을 잔뜩 수납해 둔 상태였다.

“플랜b로 갑니다. 다들 내려서 하나씩 걸치세요.”

“예.”

후두두둑.

인천지부에서 챙겨온 협회 제복이 쏟아졌다.

이런 복장이라면 최소한 문전박대는 당하지 않으리라.

“대장님. 이건 뭔가 좀 다른데요? 고위 협회원 전용이라도 되는 듯합니다.”

진 이병이 내민 건 붉은 견장이 있는 제복이었다.

“신입용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신입은 노란색이 국룰이죠. 아닐 겁니다.”

“그럼 제가 이걸로 입죠. 뭐.”

“넵.”

그렇게 전원 환복이 끝난 주민성 일행은 연구소 입구로 천천히 진입했다.

잠시 뒤, 능력자로 추정되는 두 남자가 트럭 앞을 가로막았다.

“정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합니다.”

“…….”

“대, 대장님?”

주민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수많은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소유자가 없는 건물에 입장했습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

[보유 건물 목록에 마력 자기장 생성기가 추가됩니다.]

[전설 등급 고유 효과가 발현됩니다.]

[이용료를 소모하여 건물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강화 목록은 건물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건물의 부가 능력이 발현됩니다.]

[마석을 흡수해 자기장으로 전환합니다.]

파주의 비밀 연구시설은 전설 등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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