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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2) (155/250)


유명인 (2)
2022.05.05.


주민성은 필사적으로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기 위함이었다.

‘노아의 능력이 이 정도였다니.’

처음부터 주민성은 노아를 알고 있었다.

실제로 보는 것이 처음이었을 뿐.

그녀의 능력, 무존재감은 바로 정면에서 눈을 크게 뜨고 봐야만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런 능력이라면 주작일 수가 없어. 절대.’

노아는 일반인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우튜버였다.

상표권을 빼앗긴 영세 사업자들을 구제하는 콘텐츠나 악질 사기꾼을 미행해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고 참교육한 영상은 5000만 뷰를 넘겼을 정도.

선행 콘텐츠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노아는 계속해서 전성기를 갱신 중이었다.

‘클립각은 많이 나왔겠지?’

주민성이 노아를 알아본 시점은 리카르가 다른 웨어울프를 쫓으러 달려 나갈 때.

덕분에 고민도 엄청 깊어졌던 상황이었다.

‘될 수 있으면 계속 모른 척하면서 텐트를 홍보하려고 했는데.’

이런 주민성마저도 텐트 홍보에 양심의 가책을 느낄 정도로 노아는 좋은 사람이었고, 좋은 우튜버였다.

지금 같은 상황만 아니었다면 더욱 유쾌했을 테고.

“……정말로 들어가기만 하면 회복이 되나요?”

“방송하신다고 했죠? 증인은 많겠네. 휴대폰 카메라 켜요.”

“……!”

노아의 눈이 번뜩였다.

지금의 상황을 생중계할 합당한 명분이 생겼으니 가만히 있을 이유도 없다.

“지, 직접 봐야겠어요! 괜찮은 거 맞죠?”

“……좋을 대로. 다른 분들은 부상자부터 옮겨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부상자들은 하나 둘 텐트로 향했다.

‘지금부터가 중요해.’

주민성은 차분히 노아의 카메라 동선을 파악하고, 비스듬한 각도에서 부상자를 받아 부축했다.

‘어느 정도까지 공개해야 할까.’

이런 대격변 와중에도 어마어마한 시청자수를 유지하는 방송이었다.

적당한 미끼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

하지만 그것도 과할 땐 반드시 독이 된다.

반쯤 정신줄을 놓고 사는 능력자들이 꼬인다든가.

‘능력보단 텐트에 포커스를 맞춰야겠군.’

주민성은 부상자를 카메라가 잘 비출 수 있는 위치에 눕혔다.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줬다.

노아 입장에선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다.

그녀는 프로니까.

“……단순히 그걸로 회복이 되나요?”

“네. 여기서 더욱 효율을 끌어올릴 수도 있습니다.”

“어, 어떻게요?”

주민성은 잠자코 인벤토리를 꺼내 보였다.

“돈을 내면 됩니다.”

“……아, 치료비는 당연히 내야죠. 이렇게 수고해 주시는데.”

“아뇨. 제가 돈을 받는 게 아닙니다. 출력을 올리는 데에 현금이 소모되는 능력이라서요.”

“이, 이런 능력은 처음 보는데요…….”

주민성은 부상자를 향해 이용료 청구를 사용했다.

편의를 위해 텐트 천엔 작은 글씨로 숫자를 적어 뒀기에 굳이 시동어까지 외칠 필요도 없었다.

“지금은 24시간에 75만 원입니다. 부상 정도가 심하니 이 분은 제 돈으로 치료하겠습니다. 다음 분부터는 돈 내셔야 해요.”

부상자는 웨어울프의 발톱에 제대로 당해 과다출혈 상태였다.

“끄윽……. 돈……. 저기에다 넣으면 되겠습니까…….”

“예.”

“정말로……. 살고 싶습니다…….”

주민성은 말없이 지폐 다발을 부상자에게 쥐여 줬다.

이제 남은 건 극적인 장면뿐.

‘이용료 청구. 텐트 130.’

이용료가 납부되자, 부상자에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사, 상처가 아문다!”

“이런 치유 능력은 처음 봐…….”

하루 이틀 쌓아 온 부가효과가 아니었다.

지금의 건물 부가효과는 세계에서도 손꼽는 고위 치유계 능력자만이 보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말도 안 돼…….”

그런 능력자가 가까이 있다.

신방화역에.

“단순히 상처가 낫는 수준이 아니야……. 소독까지 이뤄지고 있어……. 저러면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진다고…….”

제법 안목이 뛰어난 능력자의 해설은 충격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 정도면 화폐의 가치는 충분히 반전되겠지.’

주민성의 예상대로 탄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아……. 현금 좀 인출해 둘걸…….”

“나도 식량만 챙겼는데……. 어쩌지……?”

지금이 타이밍이었다.

주민성은 느긋하게 다음 부상자를 눕히며 말했다.

“가치 있는 물건이라면 적정량의 화폐와 바꿔드리겠습니다. 물론, 제 능력은 돈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시세와는 다를 겁니다.”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10초간 침묵했다.

그리고 한 남자에게 물었다.

“저기 슈크림빵 가지고 계신 분?”

“아, 네?”

“그 빵. 얼마였죠?”

“……1400원입니다.”

“그 빵을 사기 위해 누군가가 10만 원을 준다고 합니다. 파시겠습니까?”

“…….”

지금은 대격변.

생존에 도움 되는 물품이 아니면 전부 쓰레기였다.

지폐의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고, 대격변이 제대로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지폐는 결국 불쏘시개 용도가 될 터였다.

“……10만 원으론 곤란합니다. 지금이 겨울이라면 조금은 다르겠지만, 차라리 신문지나 낙엽을 구해 보겠지요.”

남자는 자연스레 슈크림빵을 등 뒤로 숨겼다.

저게 정상이었다.

지금은 화폐보단 생존 물품이 훨씬 중요하다.

“맞습니다. 그게 현실이죠. 하지만 저에겐 화폐의 가치가 다릅니다. 능력의 원천이니까요.”

사람들은 저마다 홀린 듯한 표정으로 주민성을 주목했다.

지금이 시세를 재정립할 타이밍이었다.

“돈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제겐 그 무엇보다도 돈이 귀하죠. 그리고 저를 쭉 봐 오신 분들이라면. 제 능력은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아실 테고요.”

“아……!”

자신이 우량주임을.

그 누구보다도 가치 있는 우량주임을 어필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의 화폐는 종잇조각이 될 테니까.

“전부 돈입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자신이 들고 있는 화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젠장……. 8만 원뿐인데…….”

“살았다! 75만 원은 있어!”

“혹시! 식량이 아닌 다른 물건도 바꿔주십니까? 저는 금괴가 있습니다!”

먼 미래를 예상하고 금괴를 챙긴 사람들.

그들이 주민성의 새로운 vip였다.

“물론입니다. 제게 쓸모 있는 물건이라면 뭐든. 그 자리에서 즉시 현금으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가격.

사람들은 다시 주민성의 입에 주목했다.

“개봉하지 않은 생존 물품은 상품 가격의 5배. 그 외의 물건은 전부 10% 가격에 사들이겠습니다.”

주민성이 담보하는 것은 생명이었다.

대표 상품인 텐트는 죽기 직전의 부상조차도 회복시킬 수 있는 압도적인 보험이었고, 그 가격은 75만 원.

이는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마련해야 하는 금액이었다.

“아아…….”

“대박……. 대박!”

희비가 엇갈렸다.

현금이 있는 사람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아닌 사람들은 절망했다.

횡포 수준의 가격 책정이었기에 반발도 존재한다.

하지만 주민성은 이 부분까지도 예측했다.

“제가 사는 물품엔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들도 포함입니다.”

“허억…….”

“성인 남자 둘이서 고급 냉장고 하나만 뜯어 와도, 설령 뜯어오는 데 한 시간이 소요됐다 하더라도. 손해는 제가 볼 뿐입니다. 물품을 챙겨 오신 분은 최소한 시간당 10만 원은 챙기시겠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주민성이 말한 견적은 엄청나게 넉넉했다.

운이 좋아 전자 제품 코너만 제대로 쓸어도 30분도 안되어 텐트 이용료를 맞출 수 있을 테니까.

“대격변 첫날입니다. 제가 말하는 조건이 아직도 터무니없습니까?”

“……!”

반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권리를 주장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사람은 진작에 죽었다.

이곳의 생존자들은 누구보다 앞서 움직였고, 남들보다 더 필사적이었기에 살아남았다.

지금도 마찬가지.

주민성은 휘발성 강한 이 흐름에 불을 붙였다.

“참고로. 방화동과 공항동은 제압이 끝났습니다. 제 동료들만 있을 뿐. 여러분을 공격할 몬스터도 없죠.”

“……!”

거대한 판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노아의 휴대폰을 통해 생생히 중계됐다.

동시에 눈치 빠른 이들은 벌써 파티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F급 근골강화 능력자입니다! 함께 올라가실 분 구합니다!”

“저요! 일반인이지만 노가다는 좀 뛰어봤습니다!”

“잡다한 짐은 제가 들 수 있어요! 저도 끼워 주세요!”

텐트를 선점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능력자님! 여기 75만 원입니다! 텐트 하나 될까요? 24시간에 75만 원 맞죠?”

“맞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판이 벌어졌음에도, 주민성이 보는 손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잡동사니는 차원 경매장에 처분하고, 생존 물품은 비축해뒀다가 편의점과 동시에 복제하면 그만이니까.

반영구적인 화폐수급처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방화동과 공항동이라는 지역도 오픈했어. 적어도 근처의 생존자들은 이쪽으로 오겠지.’

아직까지도 협회는 별다른 발표를 하지 않고 있었다.

언론도 마찬가지.

바로 지금이 홍보 효과가 가장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결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감사드립니다!”

남은 텐트는 부상자가 들어가 있는 두 개뿐.

한정된 텐트 개수에 사람들은 저마다 위험을 무릅쓸 각오까치 마친 표정이다.

물론 주민성은 이들을 전부 살려서 인천까지 보낼 계획이었다.

“텐트나 주거지 문제는 걱정 마십시오. 방송중이라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몇 만 명쯤은 수용할 수 있는 지역이 있거든요.”

“어어……?”

파티를 구성하던 이들 역시 고개를 돌려 주목할 정도로 주민성의 제안은 놀라웠다.

“협회장에게 자치권도 받았고요.”

협회장의 실체를 폭로하는 것은 시기상조였다.

여론은 협회의 편이었으니까.

적당히 존재만 각인시키고, 금칠하는 정도면 충분했다.

“증거입니다.”

다른 부분은 가리고, 자치권을 인정한다는 부분과 협회장의 사인만 공개했다.

“방송을 일부러 허락한 이유도 제 능력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돈이 필요해요. 저는 여러분들의 생존을 보장해드리겠습니다.”

이것으로 폭리에 대한 불만은 아예 사라졌다.

오히려 사람들이 미안해할 정도였다.

“이런 세상에도 의인은 존재하는구나…….”

물론 진심이 아닌 연기가 일부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것이 노아의 방송 성향과 가장 맞는 방향이었다.

실망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

최대한 많이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두두두…….

지상에서 거대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잠시 눈을 감고 기척을 느끼고 나니 최선아와 카르파크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제르취는 멈춰있었다는 사실을 덤으로 알아차렸다.

‘페널티가 풀려서 현자 타임이라도 왔나.’

최선아와 주민성은 휴대폰을 통해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곧 여기까지 찾아올 것이다.

“제 동료들이 온 모양입니다.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주민성은 느긋한 미소로 노아를 바라봤다.

“아, 아아……! 내 정신 좀 봐! 실례했습니다!”

멘트는 시작 때 한번, 그 이후엔 쭉 주민성의 연설에 빠져들었기에 노아는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탓했다.

하지만 이는 곧 방송의 흥행과도 직결했다.

그만큼 몰입감 넘치는 내용이었으니까.

어느 것 하나 픽션이 아니었다.

전부 현실이었고, 이런 현실 속에서 구원자가 나타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방송 종료할게요! 기회 되면 또 봐요! 그리고 근처에 계신 생존자분들! 신방화역으로 모여 주세요! 여기는 이제 안전합니다! 그럼 살아서 만나요!”

* * *

노아의 방송이 종료된 당일 저녁.

저마다 몬스터를 피해 숨어 있던 생존자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노아의 영상 역시 몇 시간 지나지 않았음에도 1억 뷰를 돌파한 상황이었다.

커뮤니티는 말할 것도 없었다.

-노아 방송 정리해 준다. (내피셜 포함)

해당 제목의 글 조회수는 어느새 100만을 넘긴 상태였다.

심지어 댓글 개수는 1000만을 돌파해 지금도 열 띈 의견이 오가고 있었다.

글 내용은 이러했다.

-1. 13차 돈쭐 콘텐츠 도중 대격변 발생.

-2. 국수집 아저씨랑 신방화역으로 대피.

-3. 그 와중에 노아는 동네 사람들 전부 데려옴.

-4. 웨어울프 특이종한테 위치 발각됨.

-5. 농성...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6. 고위 능력자 등장 (여기까진 SSS급 가능성 크다고만 생각함. 근접깡패 웨어울프 특이종을 가지고 놀더라.)

-7. 웨어울프 격퇴. (몬스터랑 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소리는 잘 안 들림. 능력 중 하나인 듯? 그 이후로 웨어울프는 공격 의지 상실. 이걸로 SS급 이상 확정.)

-8. 고위 능력자한테 개사기 치유 능력도 있음. (배 긁혀서 장기 튀어나온 사람도 완치ㄷㄷ 여기서 SSS급 확정.)

-9. 고위 능력자가 자기 능력 설명해주는데 현금으로 출력 높이는 특이 능력자라더라. 돈 필요해서 모습 드러낸 듯. (대기업과 연계되었을 가능성 큼. 대격변이라 어쩔 수 없이 방송에 나온 듯.)

-10. 물물교환 선언. 생존 물품은 미개봉 기준 상품가 5배. 그 외엔 10% 가격으로 현금과 바꿔준다고 함. (나중이면 애매한데 지금 당장은 개꿀 맞음. 그리고 돈으로 출력 강화하는 사람인데 돈을 바꿔준다? 이 정도면 재능기부다. 까지 마라.)

-11. 알고 보니 협회장하고도 아는 사이. 서류 보니까 자치권까지 인정받은 사람임. 서울 외곽에서 세력 일으킨 듯.

-12. 그 사람 동료들도 장난 아님. 방송 막판에 무슨 탱크 수백 대는 온 것 같은 소리 들림. 지진 난 줄 ㄷㄷ

-13. 고위 능력자 요청으로 방송 종료. (동료 신원 보호 차원인 듯)

-14. 나 먼저 신방화역 간다 ㅋㅋㅋ 돈쭐내줘야지ㅋㅋㅋㅋ 아직 짐 안 싼 흑우 없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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