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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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1)
2022.05.04.
“크럭!”
“켁!”
호흡기는 쉽게 단련할 수 있는 부위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강한 부위도 아니었고.
이 논리는 웨어울프들에게도 적용됐다.
“좋게 말할 때 가라.”
“크르륵! 큭!”
바람 세기의 부족함은 인벤토리가 더 열심히 움직여 메꿀 수 있었다.
그리고 호흡기에 최대한 가깝게.
“커걱!”
평범한 미세먼지는 없다.
독하고 독한 미세먼지만 있을 뿐.
오랜시간 콘크리트로 숙성된 유독성 미세먼지였다.
“끄르륵!”
미세먼지의 위험함을 알아차린 웨어울프들은 그제야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 웨어울프가 낮에 울부짖었다.
2인자 웨어울프였다.
“음?”
그 순간, 주민성의 눈 앞이 번쩍였다.
동시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주민성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콰직!
“큭!”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올려 막아냈지만, 날카로운 웨어울프의 발톱이 팔을 뚫어버렸다.
협회 간부에게 정면으로 맞아도 멀쩡하던 몸뚱이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여기서 주민성이 해야할 건, 자세를 틀어 놈이 빠져나갈 공간을 주지 않는 것.
쾅!
다행히 자기방어를 위한 행동이었는지 페널티는 부여되지 않았다.
반면, 웨어울프 쪽은 반대였다.
“크르륵! 크륵!”
“후우! 너였냐?”
달빛 암살자 리카르.
그 이름답게 눈앞에서 번쩍였던 빛도, 동공 색 마저도 전부 은은한 달빛이었다.
놈은 페널티가 중첩되어 정신도 멀쩡해 보이지 않았다.
반면, 다른 웨어울프들은 이번에도 도망을 택했다.
“하……. 또 이런 식이라 이거지.”
놈들의 퇴로는 주민성의 뒤편도, 제르취가 내려오는 방향도 아니었다.
반대편 선로였다.
“……끝났군.”
개화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뒤엔 인천지부가 위치한 인천역으로 통한다.
행여나 다른 노선으로 중간에 갈아타도 결과는 같다.
그쪽은 안산역이니까.
어딜 가도 평범한 웨어울프가 이길 수 없는 주민성의 부하들이 바글바글한 장소였다.
“어쩌냐. 웨어울프한텐 네가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주민성은 텐트를 꺼내 리카르를 포장했다.
페널티가 중첩된 웨어울프는 주민성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위협적인 행동도 아니었기에 페널티 역시 늘어나지 않았고.
게다가 지금은 웨어울프들에게 최후의 선택을 권하기 위하는 조치였기에 차원은 이를 위해 행위로 판정하지 않는다.
“무, 무슨 힘이……!”
“아. 아. 이제 잘 들리나?”
“……!”
“들리는군.”
주민성은 곧장 리카르에게 말했다.
“너희는 전부 살 수 있었다.”
“…….”
“네가 정상적인 판단을 했더라면.”
주민성의 작전엔 명백한 약점이 존재했었다.
웨어울프에게 가장 위험한 퇴로였던 제르취가 있는 방향이 그 약점이었다.
“혈로를 뚫었어야지. 그쪽이 사실 활로였거든. 제르취가 내려오는 그 방향.”
웨어울프들 또한 제르취의 존재감을 알아차렸을 터였다.
“그 개복치 오크. 한 번만 죽였어도 내가 그쪽으로 전송됐거든.”
“……!”
제르취를 한 번 죽이는 것은 리카르의 역량으로 충분했다.
“그러면 내 뒤가 곧 활로가 되겠지?”
“…….”
“아, 참고로 다른 웨어울프들이 도망치는 방향. 내 구역이다?”
“아, 안 돼….”
난데없이 튀어나온 혼종이 바로 옆 구역 패자였다는 사실에 리카르는 절망했다.
이런 정보는 카로그조차도 알지 못했다.
“다, 당신은 대체…….”
“아직 늦지 않았다. 권리 포기하고 내 밑으로 들어와라. 전부 살려줄 테니까. 동족 안 소중해?”
웨어울프는 주민성의 생각보다 훨씬 더 끈끈한 종족이었다.
인간이 보고 배워야 할 정도로.
이런 모습에 주민성 역시 생각이 변했다.
‘거두는 쪽이 이득이야.’
이윽고 마지막 권유가 건네졌다.
“선택해. 전부 죽을지. 내 밑에서 살지.”
“…….”
“고민이 길어질수록 너희들이 살 가능성도 줄어든다.”
“……정말 모두를 살려줄 수 있나?”
“그래.”
그 말에 리카르가 힘겹게 답했다.
“……밤의 대리자 리카르는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쏟아졌다.
[달빛 암살자 리카르가 권리를 포기했습니다.]
[권리를 행사할 대상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임시 차원 불가침이 해제됩니다.]
[방화1동의 지배권이 양도되었습니다.]
[방화2동의 지배권이 양도되었습니다.]
[해당 지역은 인천 게이트에 통합됩니다.]
[지배의 비석이 귀속됩니다.]
[보유 중인 지배의 비석: 4]
비석 때문이었을까.
압도적인 충만감이 주민성을 강타했다.
“……약속을 지켜 주시오. 새로운 왕이여.”
“응?”
“……?”
“너가 불러와야지? 뒤에 사람들 안 보여?”
“…….”
이곳에서도 주민성이 할 일은 잔뜩 있었다.
몬스터와 대화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전부 회유 대상이었으니까.
“……크르르.”
이제 페널티가 해제되었기에 리카르 또한 자연스러운 운신이 가능하다.
잠시 주민성을 보며 으르렁거린 리카르는 웨어울프들이 도망치는 방향으로 달렸다.
그리고 주민성은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바라봤다.
“모, 몬스터와 대화를…….”
“잘 보셨습니다.”
“히익!”
다음은 개별 이용료를 청구할 차례였다.
***
한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국 능력자 협회엔 수많은 능력자들이 바글대고 있었다.
그것도 S급 이상의 고위 능력자들만이.
“……분당은 어때?”
“골렘이 출몰했다는군.”
“젠장. 그쪽도 게이트화인가. 이렇게 사방이 게이트가 되었는데도 강남으로 모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냐고. 그 흔한 몬스터 코빼기도 안 보이는구만!”
강남 전역에는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탐지 능력자들 역시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송파구, 서초구까지 게이트화 됐어. 게다가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놈들이 튀어나왔다.”
“말이 돼? 그런데 강남만 멀쩡하다고? 핵심 전력들은 여기 다 모였는데?”
“확실해. 강남은 멀쩡하다.”
“그런데 왜 안 보내 주냐 이 말이야!”
협회에 들어온 능력자들은 되돌아갈 수 없었다.
그 문은 낯선 협회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유일하게 얼굴이 알려진 인물은 황태범뿐.
그럼에도 이들에게선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젠장.”
유일하게 비어 있는 자리는 조금 높은 위치에 있는 단상뿐.
그곳에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왔다.
저벅. 저벅.
단순한 구둣발 소리는 능력자들의 웅성거림마저도 먹어 치웠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 능력자 협회장. 정혁수입니다.”
“…….”
뒤늦은 등장에도 정혁수를 탓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해했다.
그는 살아있는 전설이자 미래의 위인이었기에.
분열이 일었던 능력자들마저도 그에 대한 존경심은 전부 같았다.
“다들 바쁘실 텐데 이렇게까지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능력자들은 그의 연설을 잠자코 들었다.
“2차 대격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훨씬 거대한 규모로 말이죠.”
왜인지 협회장의 존재감은 계속해서 커져갔다.
“이번에도 제가 할 말은 같습니다. 인류는 맞서 싸울 것이고, 다시 승리할 것입니다.”
능력자들은 1차 대격변 당시의 협회장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살아남으십시오.
“이번에는 여러분이 앞장서야 합니다. 인류를 위해서.”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
“위대한 대한민국의 능력자들이여.”
의아한 상황이었다.
오늘의 정혁수는 나서지 않았다.
말도 평소보다 길었다.
그럼에도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다.
-제가 희생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로비에 모인 능력자들의 입이 지워졌다.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도 않는다.
“…….”
팔도, 다리도, 그리고 몸 전체가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똑똑히 보였다.
언제부턴가 정혁수의 옆엔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서 있었다.
“…….”
정혁수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말했다.
그 대상은 능력자들이 아니었다.
근처의 무언가였다.
한 남자가 경기하듯 몸부림쳤다.
한때 SSS급 능력자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었다.
악마를 봤다며 발작을 일으키고 몇 년째 방구석에 숨어있던 이였다.
그 남자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자리엔 아름다운 빛깔의 보석만이 남았다.
이것이 정혁수가 말하는 희생이었다.
2차 대격변의 세계 최강 능력자는 인류를 위해 앞장서지 않을 예정이었다.
***
신방화역은 적막에 휩싸였다.
반면, 그런 와중에도 누군가의 휴대폰 화면은 더욱 과열되고 있었다.
-노아의 마지막 방송! (아마도?)
인기 우튜버 노아도 대격변에선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 또한 살아남아야 했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여주 외룡리(칼미라): 몬스터랑 말하는 능력도 있었냐?
-완도쿤(브레이커 슬라임): 사람 아님. 암튼 아님.
-안동시청개꿀(레인맨): 기다려바. 막방 아닐 수도.
-제주도 표선면 망함(볼케이노 엘리멘탈): 야 진짜 망했다. 우리집에 불똥튐 ㅠㅠ
-완도쿤(브레이크 슬라임): ???헐
-강릉 초당동(필름몽키): 미친놈아ㅋㅋ대피부터 하라고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단합해서 닉네임을 바꾸고 출몰한 몬스터이름을 적어 정보를 공유했다.
그리고 한 시청자의 고액 후원으로 적막이 깨졌다.
빰빠밤!
-제주도 표선면 망함(볼케이노 엘리멘탈) 님이 37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얘들아 나 먼저 간다ㅏㅏㅏㅏㅏ! 노아야 그동안 즐거웠다! 꼭 살아남아!ㅋㅋㅋㅋㅋㅋ 후우꾸꾸우후오오후우꾸꾸우후오오후우꾸꾸우후오오
웨어울프와 대화하던 남자도 알림음을 들었다.
“아…….”
순식간에 휴대폰을 낚아챈 남자는 싸늘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채팅창은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빠른 속도로 갱신되고 있었다.
남자가 노아에게 말했다.
“……혹시 방송 중이셨습니까?”
“아……. 네…….”
“어디까지 촬영했죠?”
“그, 그게……. 전부요…….”
빠각.
노아의 고글에 설치된 극소형 카메라가 파괴되고, 방송화면은 그대로 새까매졌다.
빰빠밤!
-마이구미(블랙스모커)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잘생긴 오빠ㅠㅠ 우리 노아 좀 살려주세요. 돈쭐 컨텐츠도 자주 하고 착한 애라고요 ㅠㅠㅠ
빰빠밤!
-울릉도지킴이(알카트리온)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쪽 사람들 다 노아가 살렸어요. 형님. 제발 ㅠㅠ
고액 후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노아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모습이었다.
-영천대피소(하베스터) 님이 10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정말참한아가씨입니다,,,대격변인대서로돕고살아야지요,,,,양천구까지만이라도갈수있개도와주십시요
빰빠밤!
빰빠밤!
좋은 흐름이었다.
노아는 이를 놓치지 않고 자신을 변호하기로 마음먹었다.
“…….”
“능력자님. 저는 우튜버 노아라고 하는데요……. 실례가 안 된다면…….”
“실례됩니다.”
“아앗…….”
남자는 노아의 휴대폰을 조작해 음소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말했다.
“우튜버 노아라고요?”
“네……. 혹시 아노신가요?”
“그런 거 모릅니다. 후우……. 그쪽이 은신 능력자셨습니까?”
“아……. 존재감을 지우는 능력이라면 제가 맞아요…….”
“…….”
대답이 심경이라도 바꾼 걸까.
남자의 태도가 누그러졌다.
그 말을 끝으로 엉뚱하게 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저, 저기요…….”
“…….”
노아는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바람이 하나 있었다.
방송 플랫폼이 종료되기 전까지, 어떻게든 아는 정보들을 공유해 많은 시청자들이 살길 바랐다.
“저기요……. 능력자님…….”
“…….”
시청자들은 어느새 1000명까지 줄어 있었다.
방송이 지루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채팅창은 더욱 불타고 있었으니까.
화면엔 온갖 영상 클립들과 후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격변은 수많은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아가씨. 우리 그냥 가도 될 것 같은데……. 양천구로 가요.”
“안 돼요. 저 대화 들었어요. 양천구는 여기보다 더 심각한 것 같아요…….”
노아의 존재감을 지우는 능력은, 다른 사람들의 존재감을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는 능력이기도 했다.
덕분에 끝을 알 수 없는 존재감을 뿜는 눈앞의 남자의 말은 더욱 선명히 들렸다.
“여기가……. 마지막 희망이에요.”
“…….”
텐트는 어느새 3개째 완성됐다.
그제야 남자가 노아를 바라봤다.
“부상 크게 입은 분부터 들어오십시오. 회복이 먼저니까.”
“어……? 회복이요?”
“네. 죽기 직전이라도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치, 치유계?”
노아의 방송은 종료되지 않았다.
카메라만 꺼져 있을 뿐.
음소거 역시 휴대폰 자체의 볼륨만 소거된 상태였다.
그 덕에 남자의 말은 고스란히 방송으로 송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