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속성 효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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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속성 효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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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속성 효자 (2)
2022.04.29.
방화 1동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너무나도 멀쩡한 표지판이었지만, 주변은 그렇지 않다.
이미 죽은 사람들과 몬스터 시체들이 한데 뒤엉켜 가득했다.
“끔찍하군.”
인천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둘 다 B급이었죠?”
“응.”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몬스터는 하급 몬스터의 범주를 넘어섰으니까.
하피든 웨어울프든 C급 이하의 능력자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적정 등급인 B급조차도 방심하면 죽는다.
“……공항동 쪽이 걱정이네요.”
“그러게. 몬스터 공략 난이도까지 재검토해야겠어.”
둘은 근처의 고층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베란다며 창문이며 박살난 상태였다.
군데군데 흩뿌려진 피들은 당시의 끔찍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등급이라면 분명 웨어울프가 높았을 텐데 말이죠.”
“단순 전투력이라면 웨어울프가 우세하지. 하지만 위험도를 따지면 하피 쪽이 훨씬 우위야.”
지상과 지하에 숨어들면 웨어울프의 발달된 후각으로 발견되어 죽는다.
그렇다고 높은 건물에 숨어들면 하피들이 피냄새를 맡는다.
심지어 이놈들은 사냥감의 피를 흩뿌려 동족이 알아볼 수 있게 표시까지 하는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만약 하피들이 표시한 장소가 비어있다면?
“저 아파트는 전멸이라고 봐야겠지.”
“네…….”
주민성은 봉춘향에게 연락해 공항동 팀의 상황을 전달받았다.
-아직까진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오크 라이더들이 하피들을 내쫓는 형국입니다.
“그래? 구출은 다 됐고?”
-이제 3명 남았습니다. 전부 5층 이하 건물에 거주 중인 대상입니다.
“오케이. 문제 생기면 말하고. 구출이 최우선이니까 크게 싸울 필요 없어. 고블린 라이더 30마리 정도만 추가로 보내 줘.”
-알겠습니다.
공항동에 파견된 핵심 전투원이라면 카르파크를 꼽을 수 있었다.
절대 무리하지 않고 차분하게 임무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
“흐음……. 깊게 들어가면 위험할 것 같은데.”
“그러게요. 현지 능력자들이 버텨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아직 낮이잖아. 저마다 자기한테 맞는 게이트에서 돈 벌기 바빴겠지. 남은 사람은 힘없는 사람들뿐이야.”
“…….”
주민성은 컨테이너를 몰아 외곽을 천천히 돌았다.
“아 맞다. 형. 굳이 도로만 타지 않아도 괜찮아요.”
“응?”
“바퀴 외형도 바꿀 수 있거든요. 팔각형까지 가능해요.”
“잉? 그러면 달라?”
“당연하죠. 지금이라면 저 아파트 벽도 탈 수 있을걸요?”
생각해 보니 최선아가 쓰던 기술이었다.
흡착 발판을 활용한.
꾸구국.
물론 컨테이너에 그런 기능은 없었다.
그 대신, 건물 부가효과로 강화된 철판이 건물 외벽에 박혔다.
“무너지면 건물이 무너졌지, 컨테이너는 멀쩡할 거예요.”
“……그러다 추락하면?”
“괜찮아요. 그때는 충격 방지 외형으로 바뀌거든요.”
한때 무식하게 사용했던 건물 폭발이 떠올랐다.
하위차원에선 직접 건물 폭발력을 이용해 날아본 적도 있었다.
‘가능하겠군.’
생각을 마친 주민성은 그대로 컨테이너를 조작해 아파트 외벽을 타고 올랐다.
쿠국. 꾸드득.
무식한 소리와 함께 수직이동을 시작한 컨테이너.
당연하게도 이를 알아챈 하피 세 마리가 날아왔다.
“끼야야아아!”
“선호야. 운전 좀.”
“네.”
주민성은 바닥에 박아 둔 손잡이를 이용해 컨테이너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하피는 어느새 컨테이너 창문에 머리까지 박아 넣고 괴성을 질렀다.
“키약! 겁도 없…….”
안타깝게도 그것이 하피의 유언이었다.
컨테이너에 흐르는 전기가 외벽을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빠지지지직!
“끼가가아!”
[중급 마석이 흡수됩니다.]
즉사였다.
빳빳하게 굳어버린 자세는 더욱 섬뜩함을 자아냈다.
“지팡이 따로 안 써도 되는 거야?”
“아뇨. 그래도 쓰긴 해야 해요. 달라붙은 놈들만 알아서 감전되는 방식이거든요.”
“대박이네.”
끔찍함과는 반대로, 맛있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흡사 전기구이 통닭과도 같은.
“형. 설마…….”
“너도?”
“……네.”
“게이트 돌아가면 전기구이 통닭이라도 먹으러 가자.”
“네. 형.”
남은 목격자의 처리도 간단했다.
하피 두 마리쯤은 뇌전 지팡이를 사용해도 무리 없는 수준이었기에.
빠지지직!
“끼아아!”
나머지 하피 두 마리 또한 차렷 자세로 추락했다.
처리를 마친 컨테이너는 계속해서 외벽을 타고 올라갔다.
쿠궁.
“좋네. 직접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다섯 마리.
열두 마리.
주민성을 노리는 하피들이 점차 늘어났다.
이 정도면 B급 능력자 파티도 전멸을 각오해야할 수준이었지만 긴장감은 더 커지지 않았다.
전부 한 방이었으니까.
파지직!
“끼아아…….”
“이래서 유물인가 봐요.”
“그러게.”
성능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깔끔하기까지 하다.
컨테이너엔 피 냄새 대신 고소한 기름 냄새가 가득했다.
“어? 형! 밑에 웨어울프도 몰려들었어요!”
“이런.”
하피를 제압한 건 좋았으나, 전부 추락해 소음이 발생한 것이 문제였다.
“흐음. 어떻게 할까…….”
컨테이너째로 내려갈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웨어울프를 제압할지 고민하던 순간.
“워우우우우우!”
웨어울프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시간은 주민성의 편이 아니었다.
“…….”
“……암살 실패인가요?”
“……아직은 아냐. 컨테이너째로 내려가자.”
“네.”
철컹. 철컹.
울부짖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에 반해, 컨테이너는 성능은 좋으나 기동력은 취약한 편이었다.
“안 되겠다. 잠깐 운전대 잡을게.”
“네.”
주민성은 컨테이너를 다시금 조작했다.
“어? 형! 그거 누르면 떨어져요!”
“응. 떨어질 거야.”
작전은 간단했다.
외벽을 타고 내려올 바에, 그냥 뛰어내려 웨어울프를 깔아뭉개는 작전이었다.
“손잡이 꽉 잡고.”
“네!”
철컥.
컨테이너의 외벽 고정이 해제됐다.
이제 중력에 저항할 수단은 없었다.
슈우우!
“워우……!”
콰직!
컨테이너는 정확히 웨어울프를 향해 떨어졌다.
그에 반해 컨테이너 내부에 가해진 충격은 거의 없었다.
건물 부가효과는 내부 충격까지 보정했다.
“큭! 좋았어!”
그리고 여기서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형! 컨테이너 하단부 손상 떴어요! 이러면 전기가……!”
“응?”
“일단 텐트로 대피해야 해요! 건물 판정 잠시 풀릴 수도 있어요!”
최선호에겐 무언가 다른 메시지가 뜨고 있는 모양이다.
다급한 외침을 들은 주민성은 곧장 감았던 텐트를 풀어 몸 전체를 감쌌다.
그리고.
파지지지지지!
컨테이너를 감싸던 전기가 사방으로 뻗어갔다.
콰광!
연이어 건물 폭발과는 다른 폭발이 일어났다.
근처 전봇대에 달린 변압기들이 연달아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중급 마석이 흡수됩니다.]
[중급 마석이 흡수됩니다.]
……
과거였다면 이 정도까진 아닐 터였다.
하지만 마석 에너지를 활용한 변압기는 가능했다.
쾅! 콰콰쾅!
그리고 이런 방식의 전력 방출은 게이트가 아니었던 모든 도시에 통한다.
“맙소사.”
폭발에 휘말린 웨어울프는 전부 죽었다.
아무리 동체시력과 신체 능력이 뛰어난 웨어울프라도 전기보단 빠를 수 없었으니까.
“……아무도 못 봤겠지?”
“괜찮아요. 이미 쓸려나간 지역이었으니 인명피해는 없을 거예요. 오히려 수많은 몬스터를 잡아냈으니 큰 성과죠.”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사방에 터진 폭발이었기에 몬스터들이 주민성을 추적해 올 가능성은 적었다.
지금이 빠질 타이밍이다.
“……돌아갈까.”
“형. 아직이요. 자동 수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파밍이었다.
주위의 모든 것들이 사라진 세상이었기에 먼저 챙겨가는 사람이 임자였다.
“자동 수복이니 저도 따라갈게요. 그쪽이 더 안전하기도 하고.”
“응.”
주민성과 최선호는 근처의 텅 빈 건물들에서 각종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안타깝네. 몬스터들이 좀비였으면 편의점이라도 털어서 살아남는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좀비 영화라든지, 아포칼립스 소설에서 수없이 연출되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서구엔 까다로운 룰이 적용되고 있었다.
웨어울프나 하피를 상대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능력자에게만 허락된 룰이었다.
“그 많던 능력자들은 다 어디 갔는지…….”
“강남 같은 지역은 여유 있겠지. 다른 지역은 여기랑 비슷할 거야. 대놓고 공중파에서 집결하라고 했으니.”
[즉석밥이 수납됩니다.]
[라면이 수납됩니다.]
[생수가 수납됩니다.]
이렇게 협회가 똥을 싸는 만큼, 주민성이 점령한 게이트에 방문할 생존자도 늘어날 터였다.
지금의 수납은 그때를 대비한 식량 비축이었다.
“윽. 피 냄새.”
피 냄새의 근원지는 편의점 창고.
창고 문은 날카로운 발톱에 찢긴 것처럼 너덜너덜했다.
“속수무책으로 당했네요…….”
구석엔 잔혹하게 당한 편의점 직원의 시체가 있었다.
“판단은 나쁘지 않았어. 식량도 꽤 많은 편이고, 작게나마 환기도 가능하고.”
“저도 형을 만나지 않았으면 이랬겠죠……. 병실에서 허무하게…….”
“그런 생각 마. 앞으론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하니까.”
“네…….”
널브러진 포장지로 시체를 덮는 순간.
근처에서 존재감이 느껴졌다.
“쉿.”
“……!”
그 존재감은 최선호도 느낄 정도였다.
그것도 무려 두 개나.
그 외에도 자잘한 기척들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젠장.”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이 편의점은 제대로 파손도 되지 않아 소유되지 않은 건물이었으니까.
건물 부가효과는 물론, 건물주와 관련된 수많은 능력들이 제한되는 상황이었다.
‘잠시 숨어 있어.’
손짓으로 최선호를 진정시킨 주민성은 조심스레 편의점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암살 빡세겠구만.”
편의점 앞에 나타난 것은 웨어울프 무리와 하피 무리였다.
그리고 무리의 중앙엔 압도적인 존재감의 덩치 큰 하피와 웨어울프가 각자 속해있었다.
“하필 보스라니.”
주민성은 흘러내린 텐트를 추켜세우며 전투를 준비했다.
‘먼저 오는 놈부터 죽인다.’
그런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
대치가 계속해서 이어졌기 때문이다.
“크르르르…….”
“쉬이잇…….”
그렇다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웨어울프들과 하피들은 당장이라도 서로를 죽일 것처럼 으르렁대고 있었으니까.
얕보이면 그대로 잡아먹히는 구도였다.
“뭐 어쩌라는 거야.”
주민성은 강하게 치고 나왔다.
반면, 머릿속은 쉴 새 없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지만.
‘접근하면 불리해져. 우선은 까다로운 상대부터.’
눈앞의 몬스터들은 고블린도, 오크도 아니었다.
나름 중상위권을 차지하는 하피였다.
피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저 발톱이라면 주민성의 몸뚱이도 남아나지 않으리라.
“싸우러 온 거 아냐? 아니지. 죽이러 왔겠지.”
주민성은 곧장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냈다.
‘텐트포.’
뇌전 지팡이가 컨테이너에 있는 이상,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무기는 텐트포였다.
무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는지 하피 보스로 보이는 녀석이 괴성을 내질렀다.
“끼아아아!”
“윽!”
평범한 소음이 아니었다.
고막이 울리는 걸 넘어 찢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뒤이어 기괴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급한 오크와 고블린. 게다가 망자의 냄새까지……. 네놈은 뭐지?
“…….”
갑자기 여기서 만물소통이 발동된 건 아니었다.
하피 무리는 여전히 근처 소형 빌딩 옥상에서 주민성을 내려다볼 뿐이었으니까.
이는 하피 보스의 능력으로 추정되는 무언가였다.
-강서구의 우선권은 나와 저 늑대 놈에게만 있다. 적어도 네놈은 그 이후일 텐데?
대화 내용으로 보아 하피와 웨어울프는 주민성을 대놓고 적대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무언가 사정이 있는 것처럼.
주민성은 텐트포를 내리고 하피 보스에게 답했다.
“키에에엑.”
-…….
“이게 아닌가? 포섭 안 되네.”
-제대로 대화에 응하라!
왜인지 하피 보스는 화가 치솟은 모양이다.
인간이라면 닥치는 대로 죽이던 녀석이 이럴 때만 인내심이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웨어울프 무리에서 괴성이 이어졌다.
“우어어어어어우!”
“아오 씨.”
그리고 또 다른 기괴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혼종! 나와 손을 잡자! 크흐흐! 생각할 것도 없지! 넌 서부나 남부에서 올라왔을 테니까. 응한다면 그쪽으론 가지 않으마!
“…….”
목소리의 주인공은 웨어울프 보스인 듯하다.
“몬스터가 흥정을 하네.”
-뭐야. 너. 권능 쓸 줄 몰라? 제대로 대화하자니까?
“하. 곤란하구만. 그래도 당장은 가만히 있어 주니까…….”
주민성은 경계를 유지하며 편의점 반대 방향에 있는 상가로 향했다.
‘정보만 얻어내고 죽여야지.’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