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속성 효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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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속성 효자 (1)
2022.04.28.
“설마 저희 보고 죽으라는 셈인가요…….”
“그게 아니라…….”
“으아앙!”
털썩.
“앗…….”
성아영 조건 반사가 발동해 버렸다.
정말 눈 깜짝한 사이 벌어진 일이었기에 이는 어찌 수습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역시 형은 대단해요. 이런 긴급 상황에서의 결단력은 저도 배워야겠어요.”
“아니. 배우진 말고…….”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최선호의 존경 어린 시선을 견뎌낸 주민성은 학생들을 근처에 대기 중인 데빌도그에 걸쳤다.
“꽃블린 있는 건물로 가. 가서 사람들한테 갖다 줘.”
“키히히! 위대한 산제물!”
대답은 괴팍해도 명령 하나는 제대로 듣는 고블린이었다.
“이 컨테이너면 괜찮겠지?”
양심상 이곳의 가족들이 쓰던 컨테이너는 내버려뒀다.
대신, 근처의 비어 있는 컨테이너를 선택했다.
“네. 등급도 미묘하게 더 낮을 것 같아요. 조금만 부숴도 괜찮겠네요.”
“오케이.”
우지직.
주민성은 컨테이너 위로 점프해 천장에 40인치 정도의 구멍을 뚫었다.
이 구멍은 최선호의 도움으로 뇌전 지팡이 거치대로 탈바꿈할 예정이었다.
“다음은 어디가 좋을까?”
“형 이거 어떻게 사용하실지 얘기 안 해 줬어요.”
“앗…….”
주민성은 그제야 컨테이너 용도를 설명했다.
“이동형 만능 건물을 맞출 계획이야.”
“만능 건물요? 그 말은 결점이 없어야 한다는 뜻인데…….”
“맞아. 수비, 공격, 보급, 지원, 수송까지 전부 충족할 수 있는 그런 건물.”
여태껏 사용해 온 만능 건물은 텐트.
텐트가 그동안 해 왔던 활약들 덕분에 허들은 어마어마하게 높다.
따라서 모든 요소에 있어 텐트 상위호환쯤은 되어야 만능 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대표적으로 보급은 너가 말했던 전기 공급이야. 이런 세상이 된 이상 발전기라든지 전선이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먼저 가서 챙기면 장땡이니까.”
“아까 뚫으신 구멍에 지팡이를 연결하고요?”
“응. 똑똑하네. 역시 선호다.”
“공수는 전에 보여 주셨던 천둥번개겠고……. 수송은 말 그대로고……. 지원은 뭐예요?”
“건물 부가효과. 그리고 여기에 용도 변경을 추가할 거야.”
“오오……. 드디어 협업할 수 있는 거예요?”
“응.”
물론 기대는 최선호만 하는게 아니었다.
지금의 컨테이너 세팅은 최선호의 역량을 본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어떻게 파손시켜야 용도 변경하기 좋을까?”
“음……. 저라면 일단 날개 부분부터 뜯어낼 것 같아요. 미닫이 방식으로 용도 변경하면 버스처럼 비상구 역할도 가능할 테니까요.”
“좋네.”
우지지직!
주민성은 그렇게 최선호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컨테이너를 뜯어내갔다.
“이제 슬슬 소유될 느낌인데?”
“형이 먼저 소유하고 건네주는 건 안 돼요?”
“응. 찾으면 있기야 하겠지만 일단은 그래.”
“그럼 제가 먼저 건물에 들어가야겠네요.”
“그렇지.”
이는 순수 건물주와 임시 서비스로 받은 건물주의 차이였다.
건물주 중에서도 갑.
그것이 현재 주민성의 위치였다.
“소유됐어? 더 부술까?”
“잠시만요……. 저쪽 조금만 더 찢어 주세요.”
“오케이.”
우직.
“네! 소유됐어요.”
“혹시라도 더 필요하면 말해.”
“괜찮아요. 제가 좀 더 힘쓰면 되는 부분이에요.”
“그래.”
건물 소유권이 최선호에게 넘어갔으니 이제 주문을 할 차례였다.
“지팡이부터 고정시키자. 위험하니까 잡진 말고.”
“네.”
주민성은 다시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 뇌전 지팡이를 구멍 가운데에 갖다댔다.
“지금.”
“넵.”
아무런 열도 가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철판이 멋대로 형태를 바꿔 가기 시작했다.
다시 봐도 신기한 능력이었다.
“고정할게요.”
“응.”
결속은 성공했다.
하지만 최선호는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왜 그래?”
“형! 최초 보상 떴어요!”
“나이스!”
건물주 능력자라면 절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 정도로 최초 보상은 언제나 달콤했다.
주민성은 덩달아 설레이는 마음으로 메시지 완독을 기다렸다.
‘잘 참고한다면 나도 써먹을 수 있겠지.’
최선호는 주민성이 개척하지 못한 부분을 걸어가는 건물주였다.
분명 단서가 될 수 있으리라.
‘일단 유물과 건물의 결합이었지.’
주민성에겐 남는 잉여 유물이 한가지 있었다.
한때 협회의 어중간한 간부에게 빼앗은 유물이었다.
딱히 생기는 성능도 없어서 인벤토리에 처박아둔 녀석이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집념의 견장이었나.’
딱히 악령같은 불길한 메시지가 붙은 것도 아니고, 투혼같은 열정을 강요하는 이름도 아니었다.
뭔가 노오력이 떠오르는 이름이었다.
‘장 박사에게 메모 한 장 추가해야겠군.’
성능에 대한 조언이라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으리라.
다만 미끼 한도가 아슬아슬해졌기에 장 박사도 만족할만한 카드 정도는 마련해야했다.
‘전기 조금 충전해서 갖다주면 좋아하려나? 출력 하난 더럽게 센 유물인데.’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는 사이 최선호가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형! 이번 능력도 대박이에요!”
“뭔데?”
“에너지 주입이요! 건물에 속성을 정할 수 있대요!”
“그게 뭐람?”
“으으……. 설명하기 어려운데……. 지팡이 가동시켜주시면 직접 보여 드릴게요.”
“오케이.”
단일 대상 발동은 딱히 부담스런 수준이 아니었다.
이용료 청구보다 더 싸게 먹히는 수준이었다.
‘대상은 그냥 맨땅 반경 30센치쯤이면 되겠지.’
일부러 구역까지 설정했다.
그래야 뜬금없이 스케일이 커지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테니까.
파직!
그제야 최선호가 말한 속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파지지직!
뇌전은 맨땅을 향하지 않고 그대로 컨테이너에 흡수됐다.
감전 사고가 염려될 정도로 매서운 뇌전이었다.
“괜찮아요. 전기는 철판 내부에서만 흐르게 바꿔 놨거든요.”
“어휴. 살벌하구만.”
파직! 파지직!
컨테이너는 여전히 번쩍거렸다.
전기가 안에서만 흐른다 해도 이렇게 밖에서 번쩍거리면 염려되지 않을 수가 없다.
“저 번쩍거리는 건 단순 눈요기예요. 미세전기거든요. 특별한 건물인 만큼 화려한 이펙트는 필수예요. 형.”
“별게 다 있네.”
주민성이 미세먼지를 계승했다면, 최선호의 선택은 미세전기였다.
적어도 먼지보단 인류에게 도움 되는 속성이었기에 따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혹시 형광등도 들어와? 전선 끊어졌는데.”
“당연하죠. 전선도 건물 내부 설비라 조작할 수 있어요.”
“대박이네.”
이렇게까지 전기를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면, 방향성은 너무나도 다양해진다.
내부 침입자를 감전시킬 수도 있고 원한다면 컨테이너에 붙어있는 적도 단번에 즉사시킬 수도 있게 되니까.
“전력 공급도 문제없어요. 단지 지팡이 발동을 제가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있지만…….”
“아, 그게 조금 걱정이네.”
주민성의 신체는 마석 이식을 통해 탈 인간급이 되어있었지만, 최선호는 아니었다.
심지어 각성마저도 대격변으로 인해 실패한 상황이다.
능력만 건물주가 이식되었을 뿐, 최선호의 몸상태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었다.
“발동은 당분간 내가 해 줄게. 전력만 최대한 보관해서 아껴쓰면 어떨 것 같아?”
“잠시만요…….”
잠시 눈을 감고 집중하던 최선호가 말했다.
“된대요. 방금 수준으로 충전된 상태에서 기본 전력만 가동하면 한 달까지도 유지돼요.”
“그 정도야?”
“네.”
메시지에서 나온 정보로 추정된다.
즉, 사실이다.
“남은 전력량도 확인 가능하고?”
“네. 퍼센트로 나와요.”
“역시 메시지.”
“킹시지. 갓시지.”
최선호의 용도 변경은 계속됐다.
만능형이라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인지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체크하고 있었다.
“이동도 가능해야 하니까 바퀴도 달고…….”
아예 차에 실어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컨테이너를 만들려는 모양이다.
‘동력 같은 부분도 전부 고려하는 걸까.’
대답은 혼잣말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엔진은 여기가 좋겠지? 여기다 안마기도 설치하면 좋겠네. 헤헤.”
평소의 최선호가 아니었다.
아예 눈이 돌아간 고인물, 아니 썩은물 그 자체였다.
그걸 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콩이에게 마석을 털렸을 때, 운전 기사가 건물들을 다 박살내며 이동했을 때 등등.
정신줄을 놓았던 적은 얼마든지 있었다.
최선호의 이런 모습은 오히려 주민성을 더욱 뿌듯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거의 다 했어요. 10분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오케이.”
할 일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예를 들어 폐차장 물건들을 챙겨둔다던가.
“이곳에 돌아오긴 점점 힘들어지겠지.”
이곳은 아지트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전진거점으로 삼기에도 부족했다.
전진 거점이라면 이미 소유권을 챙겨 둔 초대형 건물 인천지부가 있었다.
“이 사람인가. 실종된 사람이.”
[앨범이 수납됩니다.]
[사진이 수납됩니다.]
다른 가족들의 사진을 수납하고.
[패딩이 수납됩니다.]
[시계가 수납됩니다.]
[식탁이 수납됩니다.]
쓰던 물건들도 수납했다.
어차피 이대로 방치되면 1차 대격변 때와 마찬가지로 약탈자들이 챙겨갈 물건이었다.
그렇게 전부 챙겨나가는 사이. 최선호의 작업도 마무리됐다.
“형! 이제 출발하시죠!”
“뭐야. 벌써 끝났어?”
컨테이너는 이미 기존의 모양새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심지어 근처에 널린 폐차 부품들까지 사용했는지 컨테이너의 모양새는 차량에 더욱 가까워져 있었다.
전부 메시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와…….”
용도 변경은 둘째 치고, 디자인이 장난 아니었다.
중간 중간 파지직 거리는 전기부터 폐차들을 개조해 만든 설비들까지.
완벽한 레트로 사이버펑크 감성이었다.
덜컹!
발만 디뎌도 컨테이너가 비틀거렸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네. 성능에 몰빵해서 내구도는 좀 취약해요. 그래도 괜찮아요. 아직 건물 부가효과가 안 들어갔잖아요.”
“아.”
최선호는 이런 단점마저도 전부 계산한 상태에서 세팅을 끝마쳤던 것이다.
이런 성의에는 보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
동시에, 컨테이너의 덜컹임도 사라졌다.
그야말로 완벽한 만능형 건물이 완성됐다.
“크으. 역시 부가효과. 자잘한 요소들은 아예 안 건드렸는데 알아서 보정되네요.”
“이게 그나마 내 밥줄 중에 하나긴 하지.”
“저도 언젠간 이런 능력 생기겠죠?”
“그건 장담 못 하겠다. 나도 용도 변경하고 건물 속성부여 같은 능력은 얻질 못했으니.”
주민성이 치고받는 스타일의 건물주로 성장한다면, 최선호는 그야말로 완벽한 서포터 계열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번에 최초 보상으로 얻은 속성부여 능력 또한 간접적인 지원 능력이었고.
“덕분에 여름이나 겨울 걱정은 없겠다. 온도까지 조절되고.”
“그거 부가효과에도 있는 기능 아니에요?”
“아냐. 애매해. 여름에도 미지근하게, 겨울에도 미지근하게잖아. 근데 속성 부여는 겨울에는 뜨겁게, 여름에는 시원하게가 되는 거야.”
“와……. 그렇게 생각하니 또 다르게 보이네요.”
“이 능력이 그래.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
소유권이 넘어왔음에도 운전은 문제없었다.
해상요새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소유권 이전에 관한 대비까지 한 상태로 설계를 마친 모양이다.
최선호는 계속해서 컨테이너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구석구석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형. 가는 길에 실전 테스트 어때요?”
“실전 테스트?”
“네. 저쪽으로 가면 강서구잖아요.”
“나쁘지 않네. 그 전에 춘향이한테 전화 좀 해 보고.”
주민성은 봉춘향에게 전화해 상황 파악을 마쳤다.
시간도 많이 지나지 않았기에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적었다.
오히려 변수라면 주민성이 구해낸 폐차장 자매들이 가장 컸으리라.
“아직 수습 중이래. 중립지대쪽으로 가자.”
“중립지대면 그 하피랑 웨어울프가 같이 출몰하는 지역이었죠?”
“맞아.”
주민성이 말하는 중립지대는 방화 1동.
기존 방침은 몬스터들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것이다.
주민성은 이를 철저히 따를 계획이었다.
“괜찮으시겠어요? 그냥 잡몹만 잡아도 되는데.”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그리고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일 거야.”
“그게 돼요? 이 컨테이너, 소음이 없는 편은 아니잖아요.”
“괜찮아. 이번 작전은 몬스터 암살 작전이니까.”
주민성이 말하는 암살은 목격자를 전부 죽여 없애는 암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