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만점 일반인 (2)
(144/250)
능력 만점 일반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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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만점 일반인 (2)
2022.04.24.
“그게 된다고?”
“네.”
능력의 발현은 빠르면 하루, 늦으면 한 달까지도 소요된다.
어떤 능력이든 적응기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눈앞의 새내기들은 능력을 곧장 발현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도 지금은 안 돼. 특히 전투계열이면 더더욱.”
능력을 마구 남발하고, 설령 그 효과를 본다 한들 결과는 철창신세로 정해져 있었다.
지금은 속도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빨리 각성을 마치고 게이트로 돌아가는 것만이 가장 중요하다.
쿠르르르르!
다시금 센터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오류가 발생한 모양이다.
그 덕에 난감해지는 건 협회 직원들이었다.
“아뇨! 그렇게 급한 상황은 아닙니다. 곧장 최적의 조치를…….”
분위기로 보아 좋지 않은 상황임은 확실했다.
따라서 김정남은 빠른 판단을 내렸다.
“……다들 결과표는 챙겼지?”
“네.”
“일단 너희 먼저 움직이자.”
그나마 고등급 알림에 대비했던 것이 다행이었다.
이번 작전엔 내부 협력자는 물론 외부 협력자까지 준비되어 있었으니까.
“이쪽으로 오세요!”
협회원의 도움을 받아 도착한 골목길 끝자락.
그곳엔 최선아와 판자촌 능력자 두 명이 차량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정남 씨! 무슨 일이에요? 여기까지 울리던데?”
“긴급 상황입니다. 스캐너 오류라네요.”
“스캐너 오류요?”
일행들 중엔 최선호가 없었다.
그 탓에 최선아의 안색은 급속도로 창백해지고 있었다.
“예. 그것 때문에 협회에서 추가로 능력자가 파견 오려는 모양이에요. 일단 먼저 대피하십시오.”
“윽…….”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협회에 들어가 최선호를 구해내고 싶었겠지만, 최선아에게도 나름의 인원이 할당된 상황.
지금은 임무가 우선이었다.
“정남 씨. 차량 없이 괜찮으시겠어요?”
“예. 세 명이라면 문제없습니다.”
S급 신체 강화 능력자에게 사람 셋 들어 올리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김정남의 기준은 협회 능력자의 견제를 무릅쓴 상황에서 사람 셋을 드는 것이었으니까.
“관장님. 호영이는…….”
“어떻게든 각성시켜 봐야지. 걱정 말고 차부터 타.”
“네…….”
유호영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능력이 생겼음에도 당장 도움이 되질 않으니 답답하기도 할 터였다.
“정남 씨. 인천 게이트까지만 어떻게든 와 주세요. 거기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예.”
봉춘향의 신원에 대해선 김정남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 힘들어지겠지.’
봉춘향은 협회의 블랙리스트 중 한 명으로 각성 자체가 허가되지 않는 대상이었다.
그나마 지금이 처음이고, 내부 협력자까지 마련되었기에 여기까지 가능했던 것이다.
쿠르르!
협회로 돌아온 지금도 건물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오류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모양이다.
“지부장님. 어떻게 됐습니까.”
“후우……. 아직까진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최악의 경우엔 각성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스캐너실에선 봉춘향의 각성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류를 알리는 붉은 메시지가 계속해서 떠오른다.
“위험하진 않습니까? 저런 경우는 처음 보는데.”
“스캐닝 과부하 메시지인데……. 이대로는 위험하겠습니다. 각성자가 의식을 잃을 수도 있고요. 일단은…….”
여기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사태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지부장님! 게이트 발생 전조입니다!”
“……뭐? 위치 어디야!”
“세, 센터장실입니다!”
“어?”
상황은 더욱 급박해졌다.
각성은 각성대로, 게이트는 게이트대로 조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
“큭! 김정남 씨. 죄송하지만 이대론 안 될 것 같습니다. 각성은……!”
푸쉭!
스캐너에서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있어선 절대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으, 으으…….”
봉춘향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의식이 사라진 모양.
“흡!”
다행히 뇌진탕은 면할 수 있었다.
근처에 있던 유호영이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뛰어든 덕분이었다.
위잉! 위잉!
눈부신 회색빛을 뿜어내던 조명도 터져나가고, 건물 내부의 진동은 더욱 거세졌다.
그리고 최선호는.
“……네. 그렇게 할게요. 형.”
누군가와 통화를 마치고 비장한 표정으로 김정남을 바라봤다.
“조금만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얼굴만 익혔을 뿐, 둘은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눠본 사이가 아니었다.
최근엔 최선호가 계속 인천에만 있어 접점이 없기도 했었고.
“이 건물. 지금 당장 무너뜨려야 해요.”
“……예에?”
“여기뿐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난리예요.”
최선호는 근처의 TV를 조작해 뉴스 채널로 전환했다.
-비상사태입니다. 현 시간부로 국내 모든 게이트를 폐쇄합니다. 국내에 계신 모든 능력자분께선 각자 배정받은 도시로 이동해 주십시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 시간부로…….
띠링!
김정남의 휴대폰에도 메시지가 도착했다.
-S급 능력자 김정남 님은 한국 능력자 협회 강남지부로 배속되셨습니다. 금일 오후 16시까지 도착해 주시길 바랍니다.
무언가 거대한 사태가 벌어진 모양이다.
멀쩡하게 운영되는 게이트를 폐쇄할 이유는 없으니까.
“설마…….”
심증은 다시금 되돌아온 지부장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김정남 씨! 조금만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센터장실 바닥을 뜯어내야 합니다!”
“바닥이요?”
“예! 게이트가 형성 중입니다! 파견이고 뭐고 폐쇄가 우선이에요!”
“큭! 호영아! 일단 선호 씨부터 도와드려!”
“네!”
그렇게 김정남이 떠나고, 최선호와 유호영은 곧장 건물을 부수기 시작했다.
“설비는 내버려둬도 괜찮아요! 일단 벽과 천장이 가장 효과적이니까!”
“네!”
쾅! 쾅!
건물 파괴에 특화된 능력자가 없어 상당히 효율이 떨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유호영의 신체 능력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으아아!”
콰르르!
전력의 몸통 박치기로 벽을 무너뜨리고.
“이거 받으세요! 던지면 될 거예요!”
“아, 네!”
쾅!
용도를 변경해 말도 안 되게 단단해진 텐트를 던져 천장에 구멍을 낼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을 자랑했다.
철컥!
동시에, 텐트의 형태는 긴 갈고리처럼 바뀌었다.
하단부엔 친절하게도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그대로 당기시고요!”
“흐읍!”
천장에 걸쳐진 텐트를 당기자 텐트가 걸려있던 천장이 통째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조심해요!”
천장이 최선호를 향해 무너졌지만, 그 부분은 유호영이 보완해낼 수 있었다.
피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더 부숴야 해요?”
“네. 여기는 이제 끝났고, 저쪽으로 갈게요. 로비 쪽은 마지막에 부수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봉춘향도 합류했다.
정확히는 분신이.
“화장실에 숨어 있길 잘했습니다.”
“어어?”
“의식을 잃어 죄송합니다.”
“어?”
“그리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봉춘향의 분신은 그대로 봉춘향을 업었다.
“제 몸은 제가 챙기겠습니다.”
“아……. 어? 능력? 어…….”
“어리바리 탈 시간 없습니다. 작전은 각성에서 건물 파괴로 변경됐으니까.”
셋으로 시작한 건물 파괴는 어느새 수십으로 불어나 있었다.
뉴스와 협회 내부 정보를 종합해낸 협회 직원들의 선택이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강서구는 벌써 게이트화가 끝났다네요.”
“고위 능력자들은 전부 대도시로 갔다네요. 인천 게이트로 퇴근하면 그만입니다. 그쪽이 살아남기엔 훨씬 낫고요.”
상황실이 무너지고.
“가기 전에 마석이나 최대한 챙겨야죠. 뭐.”
금고가 무너졌다.
김정남과 지부장이 합류한 건 그 이후였다.
“바닥 아래 비석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센터장실은 게이트화와 동시에 알아서 박살났다.
그리고 비석의 정체도 밝혀졌다.
“비석을 기준으로 게이트가 형성되더군요. 이곳 역시 게이트가 될 거예요.”
여태까지 뉴스에 나왔던 모든 비석 발견 장소는 게이트라고 봐야했다.
차이라면 게이트화 시기뿐.
“대장님 연락은 없었습니까?”
“예. 건물 파괴가 마지막 오더였습니다.”
“그럼 그대로 따라갑시다.”
콰르르르!
김정남의 합류로 건물 파괴 속도는 더욱 가속화됐다.
이젠 게이트가 형성되느냐, 최선호가 건물 소유권을 먼저 챙기느냐의 싸움이었다.
“일단 소유는 됐어요!”
다행히 건물 소유까진 순조로웠다.
하지만 게이트 발생도 동시였다.
센터장실에서 몬스터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크극.”
“언데드?”
좀비, 스켈레톤으로 구성된 몬스터의 출현.
여기까진 괜찮았다.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였으니까.
문제는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존재감이었다.
“크그그그…….”
놈의 정체는 언데드 몬스터중에서도 보스급으로 평가되는 리치였다.
“어, 어째서 리치가!”
“말도 안 돼!”
애초에 리치라는 몬스터 자체가 흔한 편이 아니었다.
흔히 언데드 보스급이라 한다면 데스나이트나 어보미네이션이 보통이었다.
여기서 만약 리치가 출몰하는 게이트가 확인될 경우, 그 게이트의 난이도는 최소 S급 이상으로 고정된다.
다른 몬스터의 수준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퍼걱!
김정남의 주먹에 달려들던 스켈레톤의 머리통이 박살났다.
“뒤로 빠져요! 전부!”
“윽!”
끼릭. 끼리릭.
박살난 두개골이 맞춰지고, 바닥에 나뒹굴던 뼈가 멋대로 조립되기 시작됐다.
리치가 까다로운 이유는 이런 점들 때문이었다.
“리치 휘하의 언데드 몬스터는 죽어도 계속해서 부활합니다! 어떻게든 리치를 노려야 해요!”
“몬스터가 점점 늘어나요! 접근할 수가……!”
“큭!”
최악까진 아니었다.
지금도 최선호는 건물 용도 변경에 열중하고 있었으니까.
단지 건물의 용도가 바뀌기 전에 몬스터들에게 포위당하는 것이 문제였다.
“버텨요! 일단!”
“윽! 좀비가 너무 많아요!”
안타깝게도 협회 능력자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협회의 고등급 능력자들은 당연하게도 핵심 지부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인천 게이트 경비원만도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으아아!”
그럼에도 전선은 크게 밀리지 않았다.
유호영의 말도 안 되는 활약 덕분이었다.
“하압!”
뒤차기 한 번에 좀비 수어 마리가 튕겨나가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스켈레톤은 무시무시한 악력에 머리통이 통째로 뽑혀 나갔다.
“무, 무슨 일반인이…….”
유호영은 김정남이 승급과 동시에 찾을 만한 가치가 있는 탈 인간급의 재능의 인간병기였다.
그랬기에 굳이 외부인을 쓰지 않는 유명 길드의 짐꾼으로 활동했었고, 온갖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것이다.
“잘하고 있어! 좀비한테만 거리 주지 마!”
“네! 관장님!”
몬스터 군단의 핵심은 리치의 원거리 공격.
다행히 리치와 지부장의 상성은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원소 공격은 제가 책임지고 막겠습니다!”
파스슷.
정확히 유호영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던 불덩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래는 막지 못해요! 출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
“큭!”
이제 남은 것은 최선호의 활약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용도 변경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기에 속도는 영 나지 않았다.
“5분! 아니 10분만 더요!”
반쯤 뚫린 천장은 날카롭게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최선호가 장담한 10분이라면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는 상황.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스아아……,”
리치가 할 수 있는 건 원소 공격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크각!”
언데드들의 움직임이 비약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쾅!
“어? 갑자기 덜 밀리는데.”
근력, 방어력도 크게 상승했다.
“크가가가!”
“피해!”
“윽!”
“일단 뒤로 물러나겠습니다! 엄호 부탁드립니다!”
김정남의 도움으로 간신히 회피엔 성공했지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언데드 때문에 전선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리치의 존재가 왜 게이트 전체의 난이도를 높이는지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완파된 건물입니다.]
[용도 변경이 지연됩니다.]
[건물 용도 변경까지 남은 시간: 10분]
최선호는 최선호대로 필사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전황은 점점 불리해지고 있었다.
“크악!”
언데드에게 당한 직원이 10명으로 늘어났다.
이곳이 도시라는 걸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피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여파로 김정남이 리치와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이젠 버티기도 힘들군. 젠장.”
그 사람 좋은 김정남에게 젠장이란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젠 10분은커녕 3분조차도 힘든 상황.
“안되겠습니다. 이젠 대피를…….”
“어? 잠깐만요!”
최선호는 예상치 못한 메시지에 경악했다.
[협회(완파)의 소유권이 주민성 님으로 변경됩니다.]
“수고했어. 선호야.”
“혀,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