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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만점 일반인 (1) (143/250)


능력 만점 일반인 (1)
2022.04.23.


한국 능력자 협회 인천지부 구석엔 언제나 파리만 날리는 능력 각성 센터가 있었다.

근처 게이트에서 흉흉한 사건이 워낙 많아 찾아오는 능력자보단 내부인이 더욱 많은 것이 현실이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센터장실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무지막지하게 많은 고객들의 방문 예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능력 각성 건으로.

“에이 씨! 왜 하필 오늘이야!”

특유의 꼰대 같은 성격 때문에 좌천된 센터장 이규석은 윗선에 줄을 대기 위해 골프 접대를 예약해 뒀었다.

과거형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접대 취소를 예약하고 있었으니까.

“어이. 말귀 못 알아들어?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다잖아! 어?”

그래봐야 환불되는 금액은 본인 이용료에 한정된다.

접대 대상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되었기에.

그렇게 이규석은 접대하기로 했던 윗선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예! 예! 늦게라도 찾아뵙겠습니다! 저녁에는 더욱 확실한 코스로…….”

안타깝게도 전화는 중간에 끊어졌지만.

“……젠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작 일반인들 따위에게 자신의 일정을 빼앗겨야 한다는 게.

그렇다고 휘하 직원들을 닦달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상태였다.

지부장 라인은 내다버린 지 오래였고.

이규석은 언제부턴가 따돌림 받는 센터장이 되어 있었다.

“썩을 놈들. 미리 보고해도 될 일인데 당일 보고라니.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한번 보자고.”

이규석은 거칠게 자리에 앉아 예약 명단을 확인했다.

“어쭈.”

능력 각성 인원은 총 여덟.

그것도 후원자를 동반한 각성이었다.

“S급 신체 강화라. 게다가 승급 능력자고.”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스펙이다.

노력을 통한 성공은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소재니까.

이규석은 신나게 계산기를 두드리며 자신이 챙길 수 있는 이득을 가늠했다.

“승급과 동시에 공식 제자까지 거뒀군. 좋아.”

다음은 제자의 정보였다.

이규석은 더욱 놀라운 표정으로 서류를 뚫어져라 보기 시작했다.

“잠재 평가 S 이상이라고?”

놀라운 수치였다.

잠재 평가 S급은 단순 자질만으로 평가되는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타 길드의 스카우트 제의 누적 횟수부터 수많은 외적인 요소들까지 결합해야만 나올 수 있는 수치였다.

“김정남이라고 했던가? 생각보다 거물이잖아?”

그에 대한 정보는 이규석도 얼핏 들었던 바가 있었다.

매번 S급 승급 심사에 탈락하는 능력자로.

가장 높은 곳을 지향하는 이규석에겐 적합하지 않은 파트너였기에 금방 잊어버렸던 인물이기도 했었다.

“유물이라도 얻은 건가? 흐음.”

이규석은 신나게 다음 서류들을 넘기기 시작했다.

“나이나 지역으로 봐선 유호영의 친구겠군. 으음…….”

이전과 달리 대단한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실망스러운 내용들뿐이었다.

“근본도 없는 쓰레기들이잖아……. 기껏해야 일반 협회원이 한계인가.”

물론 그들의 가족 중에 능력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규석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을 뿐이다.

“…….”

그의 말이 멈춘 것은 마지막 두 장째였다.

-이름: 기밀

-거주지: 기밀

……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베일에 싸인 서류 두 장.

밝혀진 것 하나 없었음에도 흥미를 자극하는 내용들뿐이었다.

“……진짜배기. 누구지?”

이규석은 이전에 접대했던 인물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분명 자신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임 회장 자녀들인가? 아니면 추혼 길드 간부 자녀?”

후보군이라면 있었다.

굳이 자녀들을 각성시킬 필요성 자체를 못 느낄 정도로 잘나가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요즘 정세라면 못할 것도 없지.”

변종 몬스터와 의문의 비석들이 계속해서 출몰하는 세상이다.

내심 불안하기도 했을 터.

“하지만 왜?”

이것이 핵심이었다.

그 정도의 권력자들이라면 강남 협회에서 아주 편하고 깔끔하게 각성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반면, 인천에서의 각성은 반대였다.

“왜 열악한 환경에서 각성하려는 걸까.”

고민하기엔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결국 이규석의 선택은 합리화였다.

“나에게 주어지는 숙제인가…….”

그 순간, 낯익은 인물이 센터장실을 찾아왔다.

“……지부장님?”

“……이 센터장 아직 있었네? 오늘 골프 치러 갈 계획 아니었나?”

“아…….”

이규석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저것은 상대를 탐색하는 눈빛이라고.

“허허. 아닙니다. 모처럼의 예약인데 실적 쌓아야지요. 골프는 취소했습니다.”

“……흐음. 그렇구먼.”

눈앞의 남자는 이규석이 마음대로 활개 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규석만큼 자리를 자주 비우는 상사이기도 했고.

“그보다 지부장님은 어쩐 일이십니까? 오늘은 캠핑 안 가십니까?”

“아아. 캠핑? 별거 아닐세. 그냥 미뤘어.”

“……그렇군요.”

이 여우같은 지부장도 냄새를 맡은 모양이었다.

이번에 방문하는 일반인이 보통이 아님을.

“커, 커피나 한잔 드시겠습니까?”

“음? 아닐세. 자리로 돌아가야지. 그보다 오늘 예약 몇 시였더라?”

“……2시입니다.”

“그렇구먼.”

이 또한 알면서도 물어봤을 터였다.

덕분에 확실해졌다.

‘오늘 손님은 엄청난 거물이겠군. 절대 빼앗기지 않는다.’

S급 승급 능력자가 후원하는 베일 속 일반인.

이들은 화려한 미래를 위한 금줄이라는 것을.

* * *

잠시 후, 능력 각성 센터 인천지부에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여깁니다! 미래의 능력자님!”

입구 바깥부터 이들을 인솔하던 인물이 말했다.

“센터장 이규석이라고 합니다. 기억해 주십시오! 흐흐!”

쉴 새 없이 일행들을 훑어보는 남자였다.

또한 이규석은 인천 게이트의 실체를 모르는, 작전 구상에 없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변수에 대해선 김정남이 전담 마크하기로 되어있었다.

“아……. 예.”

반면, 그를 제외한 모두가 아군이라 볼 수 있었다.

지부장부터 일반 직원, 그리고 파견 직원들까지 전부 건물 이용자였으니까.

“수분이 부족하군요. 마실 것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아아! 물론이지요!”

이규석이 주변 직원을 향해 눈짓했다.

그와 동시에.

우당탕탕!

“안녕하십니까. 한국 능력자 협회 인천지부 직원 진미란이라고 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전화 받았습니다.”

“마석 시세가 또 올랐다고요? 관련 센터와 연결해 보겠습니다.”

근처의 모든 직원들이 즉각 없던 업무도 만들어내며 이규석을 외면했다.

“흠…….”

김정남의 팔뚝에 힘줄 다섯 개가 추가됐다.

“히, 히익!”

지금의 김정남은 S급 능력자였다.

사회적 지위가 더욱 높아졌다는 뜻이다.

높아봐야 B급 정도일 센터장이 비벼볼 상대가 아니었다.

따라서 목마름을 어필할수록 곤란한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너희들은 뭐 마실래?”

“저는…….”

유호영을 비롯한 새내기들은 탄산을 말했고, 봉춘향과 최선호는 저마다의 취향이 듬뿍 담긴 음료를 주문했다.

물론 이규석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덤.

“알프스 SS급 목장 특제 딸기 우유 있습니까?”

“솔솔의 눈이요.”

둘 다 까다로운 음료였다.

하나는 인기가 없어 파는 가게를 찾기가 힘들었고, 하나는 구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웠고.

그럼에도 이규석의 눈은 활자로 휘었다.

고블린보다 더욱 강렬한 탐욕스런 눈빛이었다.

“그렇군요! 즉시 가져오겠습니다!”

“……음?”

황당하게도 이규석은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다.

주문한 음료를 가져오겠다 자부한 것이다.

타다닥!

이규석이 정신없이 달려 나가고, 건물 이용자이자 협력자인 진미란이 빠르게 접근해 귓속말을 건네 왔다.

“그렇게 하면 저 인간 못 따돌려요! 접대에 특화된 능력자거든요!”

“그, 그렇습니까?”

무슨 능력인지는 몰라도, 알프스의 우유라든지 극단적인 초록 맛을 자랑하는 솔솔의 눈은 머지않아 구해질 모양이다.

“저희가 시간 끌어볼 테니 일단 스캐너실로!”

“감사합니다!”

지잉!

지잉!

자동문이 연달아 열리며 또 다른 협력자들이 손짓해 왔다.

“일단 빨리 들어가자.”

007 작전 뺨치는 각성 작전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규석이 진짜로 요청한 물건들을 구해왔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강재철 씨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예.”

생에 한 번밖에 없는 각성이다.

김정남은 굳은 표정으로 이들의 추억을 지켜주기 위해 입구를 막아섰다.

“무슨 능력이든, 쓰기 나름이다. 알지?”

“넵!”

핵심인 봉춘향과 최선호의 차례는 일부러 뒤로 미룬 상태였다.

주민성의 요청이었다.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의 각성이라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여차하면 도망쳐야 할 수도 있으니 둘의 순서는 뒤로 미뤄 주세요.

흡사 협회와의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가 느껴졌기에 김정남은 이를 반드시 따를 생각이었다.

물론 다소 조정은 있었다.

유호영의 압도적인 재능 때문이었다.

-……S급 이상은 다른 지부에도 알림이 가는군요. 그러면 유호영 씨를 가장 마지막으로 하죠. 대신 선아 씨를 근처에 대기시켜 두겠습니다. 춘향이랑 선호는 그쪽에 맡겨주세요.

“아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콰르르르!

온갖 서류 다발이 이규석을 향해 쏟아졌다.

“야 이 미친놈들아! 비켜! 무슨 짓이야! 징계 먹고 싶어?”

다행히 저지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리고 이규석에게 가장 효과적인 지원군이 도착했다.

“나한테 하는 말인가?”

“지, 지부장님께 한 말이 아닙니다! 그보다 접대를!”

“안 되겠군. 센터장. 자네는 여기서 자리를 잡을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크윽!”

권력에 미친 인간을 다루는 데엔 상급자가 제격이었다.

다만, 둘의 직급은 큰 차이는 나지 않았기에 지부장의 억제력은 한계가 있었다.

“……각성하러 온 손님입니다. 제 밥그릇까지 건드시는 겁니까?”

“그건 아닐세. 하지만 자네가 함부로 접근해도 되는 손님은 아니야. 자넬 위한 조언일세.”

이규석의 시선이 스캐너실로 향했다.

“보통 고객님이 아니라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짐작 가는 바도 있고요. 흐흐.”

“……그럴 리 없을 텐데?”

“이번 진급 심사라면 걱정 마십쇼. 올해 안엔 반드시 서울로 진출할 테니까.”

“…….”

그 순간.

쿠르르르르!

협회 건물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 지진?”

당황한 지부장과는 달리, 이규석의 눈에는 환희가 가득했다.

“역시 거물! 크흐흐! 고등급 각성인가!”

제 나름 짚이는 바가 있었는지 이규석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빡!

순식간에 쇄도한 김정남의 주먹이 이규석의 정수리를 찍었다.

과연 S급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가공할 속도였다.

“……힘 조절은 했습니다. 긴급 상황이군요.”

“끄르륵!”

털썩!

이규석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기만 해도 협회와 척질 정도로 위험한 행동이었다.

“각성하면서 문제가 조금 생긴 모양입니다. 20분 정도 시간을 벌어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이런…….”

지부장의 얼굴엔 곤란함이 가득했다.

“각성 스캐너 오류입니까?”

“예.”

“……곤란합니다. 이런 경우엔 협회장님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 전원에게 오류 사실이 자동 보고됩니다.”

“…….”

주변 직원들의 자리에 있던 전화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정황을 파악하려는 전화이리라.

“지부장님! 어떻게 할까요?”

“후우……. 받지 않으면 최소 S급 이상의 파견이 오겠지. 어떻게든 둘러대면서 시간 끌어주게.”

“예!”

지부장 역시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여태 쌓아온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 정도로.

그럼에도 지부장의 표정은 너무나 담담했다.

“여차하면 이사까지 가야 할 수도 있겠군요. 허허.”

“그 부분은 대장님께 잘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심지어 전화를 받고 있던 직원들까지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기며 자신을 어필했다.

-저도요!

-빠트리시면 안 돼요!

이것이 주민성이 설계한 인천 게이트의 위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인천 게이트에 지어지는 건물도 건물이었지만, 그중 최고는 오크 테마파크.

이들 모두 그곳에서의 효과를 직접 체험했기에 하나같이 이사를 보장받고 싶어 했다.

“관장님!”

이미 각성을 마친 유호영의 친구들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새로운 능력을 얻어 흥분한 표정이었다.

“관장님! 저희도 도울게요!”

“아서라. 너희들은 능력 발현이 먼저야.”

“어……. 그게…….”

“음?”

유호영의 친구들은 저마다 배를 문지르며 답했다.

전부 사전에 지급한 텐트를 감아 둔 상태였다.

“발현……. 바로 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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