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가 느껴지십니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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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느껴지십니까 (2)
2022.04.16.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 높은 고기.
맛 또한 남달랐다.
“오오.”
물론 고상수의 감상은 훨씬 더 격했다.
“오오오오! 이건 대체!”
투박하게 구워낸 고기와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맛이었다.
“이건 미친 맛…….”
그렇게 함께 기뻐하려던 순간.
포식자의 허기와 관련된 메시지가 떠올랐다.
[포식자의 허기가 발동됩니다.]
[뛰어난 품질의 음식을 섭취합니다.]
[피식자의 힘을 온전히 흡수합니다.]
[피식자 팔크라스의 잠재력이 부여됩니다.]
여기까지가 포식자의 허기가 선사할 수 있는 보상의 최대치였다.
하지만 건물주 능력은 여기에 새로운 메시지를 추가했다.
[건물주 능력이 연동되어 있습니다.]
[최초로 온전한 포식을 마쳤습니다.]
[보상으로 세입자 모집 권한이 추가됩니다.]
[소유중인 건물 세입자를 모집합니다.]
“미친 보상이다…….”
“예? 그보다 구운 채소도 드셔 보십시오.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아, 네.”
주민성은 홀린 듯 야채를 집어먹으며 메시지를 보고 감동했다.
‘나에게도 드디어 건물주다운 능력이.’
여태 주민성이 얻은 능력은 성능은 괴랄하나 건물주와는 거리가 먼 능력뿐이었다.
최선호를 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걸까.
이번에 생긴 능력은 정말 건물주다운 능력이었다.
‘나에게도 드디어 정식 세입자가.’
물론 대상이 방금 먹은 팔크라스고, 차원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었다.
괴랄했다.
하지만 건물주답기도 하다.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 사장님……. 감사합니다.”
“하하……. 고기가 좋은 덕분이지요.”
주민성은 순수하게 감사를 표현했다.
그만큼 세입자 모집은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능력이었다.
‘아직 차원 경매장의 1%도 체험하지 못한 상태야.’
게다가 다른 차원의 것들을 먹으면 반응하는 포식자의 허기 또한 든든했다.
온전한 포식만 성공하면 다른 차원의 생명체도 세입자로 모집할 수 있을 테니까.
‘세입자는 돈이 된다.’
이로 인해 굴러들어오는 다른 차원의 화폐.
분명 지구에선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일 터였다.
즉, 팔크라스 고기와 마찬가지로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현금 스노우볼!’
주민성은 주민성대로 감격하고, 고상수는 고상수대로 감격하는 환상적인 식사가 끝이났다.
“후우. 정말 잘 먹었습니다. 이런 고기라면 성공은 당연하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탈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기회는 절대 놓칠 수 없죠. 저 고상수는 전력으로 이 사업에 임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그럼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아.”
인천 게이트의 사람들에겐 주민성이란 이름을 노출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저 특임대장 성아영의 신비로운 동료 정도.
거기에 돈을 밝히는 남자라는 정도.
‘이름을 밝히는 건 나중이야. 사업 성과가 먼저고.’
생각을 마친 주민성은 고상수에게 반절의 정보만을 오픈했다.
“저는 안산 게이트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안산이요? 인천이 아니군요?”
“예. 아직 이름은 밝혀 드리기 곤란합니다. 죄송해요.”
“나중에 정식으로 소개해 주십시오. 어느 정도 짐작 가는 바도 있으니.”
“예?”
왜인지 고상수는 뭔가 알아차린 낌새였다.
“저에 대해 알아내셨습니까?”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지요. 이렇게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가졌는데 게이트로 도피해서 지내는 능력자는 흔치 않으니까요.”
“……혹시 이니셜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JMS.”
주민성.
JMS.
일치했다.
“……아시는군요.”
“하하. 워낙 유명인이시니.”
“저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은 더 있을까요?”
“그럼요. 머리 좀 굴린다 하는 사람은 전부 눈치챘을 겁니다. 게다가 정확히 그 이름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거든요. 그걸로 확신했습니다.”
“아.”
고상수는 주민성이라는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이용료 청구 때문이었다.
이름만 꺼내도 주민성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쩝. 주민성 맞습니다. 이런 허점이 있었군요.”
“하하……. 언젠가 부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홍길동 님.”
“저는 고 사장님 아버지가 아닙니다…….”
“농담이었습니다. 그보다 저는 지정된 구역 외엔 나갈 수가 없는 처지군요. 방문하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내일 저녁에 방문할게요.”
“예. 그때 뵙겠습니다.”
그렇게 고상수가 떠나고, 홀로 남은 주민성은 메시지의 여운을 즐기고 있엇다.
솔직히 고기는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하지만 세입자 모집라는 새로운 능력은 더더욱 달콤했다.
“이건 못 참지.”
세를 놓으려면 세입자들이 들어갈 건물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안산 게이트에 외부인을 들이고 싶진 않았다.
때문에 주민성은 최선호에게 건네받은 소유 건물 구역을 피해 한적한 폐건물터로 이동했다.
“전봇대면 괜찮겠지.”
콰드득!
힘이 무식하리만큼 강해진 주민성은 전봇대도 뽑아올릴 수 있었다.
이것은 눈앞의 건물을 부수기 위한 무기였다.
콰아아앙!
콰르르!
그나마 상태가 양호하던 건물이 박살났다.
이러지 않으면 소유할 수 없는 건물이었기 때문에.
[소유자가 없는 건물에 입장하였습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보유 건물 목록에 소형 빌딩(완파)이 추가됩니다.]
“어쩔 수 없나. 1층짜리 빌딩은.”
눈대중으로만 봐도 최소 상급 이상의 건물이었다.
학교 근처 아파트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상당히 좋은 건물이 부서졌음에도 남는 장사였다.
건물 잔해와 미세 먼지 등의 무기를 수급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읏샤.”
주민성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건물을 정비했다.
한때 원룸으로 쓰였던 이 건물은 세입자 모집에 아주 유용히 쓰일 것이다.
“청소는 이 정도면 되겠지.”
다음은 보수였다.
아무리 다른 차원에 관심 있는 세입자라도 비를 고스란히 맞는 집은 절대 오지 않을 테니까.
“건물 보수.”
소유권만 있으면 어떻게든 가능했다.
중력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지금처럼 반쯤 썩은 나무판자에 잔해를 붙이는 것도.
전부 건물 보수로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가구 배치까지.”
세입자 후보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오크, 혹은 인간.
조금 더 양보하면 고블린까지.
따라서 침대 정도는 오크도 누울 수 있는 사이즈로 구성했다.
[최고급 소재의 가구가 배치되었습니다.]
[최고급 소재의 가구가 배치되었습니다.]
[이용료가 초대폭 상승됩니다.]
주민성이 평소에 신경쓰지 않던 부분이었다.
여태 이용료를 돌려먹으며 살아남기 바빴지, 정상적으로 건물을 꾸며 건물의 가치를 높일 여유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용료가 높을수록 다른 차원의 화폐를 많이 얻어낼 수 있을 터였다.
“경매장하고 비슷한 능력이겠지. 팔크라스 고기도 원화로 구매 가능했었으니까.”
즉, 세입자 입장에선 세입자가 사용하는 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
그 예로 제르취 역시 크라노돈의 조각뼈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좋은 가구를 사용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세입자도 보통내기는 아니겠지.”
팔크라스 고기를 경매장에 등록했던 누군가.
그 역시도 주민성처럼 차원 경매장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강자가 확실했다.
또한, 게이트의 지배권도 가지고 있을 터였다.
차원 경매장은 게이트 경매장의 상위 호환이었으니까.
“만족할 만한 요소를 최대한 늘려야 해.”
이곳엔 머지않아 대격변이 찾아올 터였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엄청난 강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위험을 동반하는 도박이다.
허나 주민성이 일궈낸 세력 또한 약하진 않았으니 해볼 만한 도박이었다.
“후우.”
어느 정도 가구 배치를 마친 주민성은 수첩을 꺼내 세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혜택들을 메모했다.
“능력을 쓰는 도중엔 분명 차원 경매장처럼 잡생각 할 틈도 없겠지.”
소형 빌딩의 현재 이용료는 하루 97만 원.
신성 백화점의 최고급 가구를 쏟아부은 덕분에 맞춘 액수였다.
“가격은 5성 호텔급인가.”
물론 강남이나 잠실, 해운대에는 7성급 호텔도 존재한다.
그쪽은 최소 SS급 능력자부터 국빈급 고객만 받는 곳이었으니 하루 이용료 수백만 원이 기본.
따라서 이 정도면 정말 극한으로 이용료를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었다.
“그에 맞는 서비스는 뭐가 있을까.”
당연하게도 주민성에게 호텔 이용 경험은 없었다.
일반인 시절엔 몇만 원짜리 물건 앞에서도 손이 벌벌 떨릴 정도였으니까.
“……일단 팔크라스 고기는 하루 1회 무료 제공으로.”
인간 고객이면 모를까, 세입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상은 오크였다.
먹을 것이 가장 중요할 터였다.
“맛이라면 보장되어 있으니까.”
고상수가 따로 초빙할 고기 장인까지 섭외에 성공한다면 고기 맛은 더욱 좋아질 것이 분명했다.
이런 식으로 수첩을 끄적여 나가자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근데 세입자는 차원을 넘어올 텐데 이용료를 충당할 수는 있을까?”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물론 세입자 측에서 인벤토리 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컸지만, 주민성이 원하는 것은 꾸준한 고정 수익.
세입자도 세입자 나름의 벌이 수단이 있어야 한다.
“취업도 보장해 줘야 하나? 이러면 급여를 내가 줘야 하는데…….”
그 순간, 지금도 어딘가에서 신나게 마석을 먹고 있는 콩이가 떠올랐다.
“아니지. 콩이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돼.”
주민성은 상대의 난이도를 크게 상향시켰다.
“최소 신우빈급은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수익 횡령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취업은 패스……. 차라리 마석을 내가 정산해 주자.”
세입자들의 도시 출입은 허가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반드시 난리날 테니까.
“피아구분법을 따로 마련해야겠군. 그리고 이것도 추가하자.”
그렇게 수첩 내용을 하나하나 수정해 최소한의 서비스 내역이 완성됐다.
-게이트 호텔 이용료: 하루 97만 원
-제공 서비스: 건물 부가효과, 팔크라스 고기 1kg 식사권, 집사 자유이용권(오크, 고블린), 마석 정산(7:3), 정화수 무한 제공.
“음……. 이래도 부가효과 말고는 뚜렷한 장점이 없네.”
최선호에게 용도 변경을 부탁할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용도 변경과 부가효과의 시너지는 두려울 정도로 이용료를 뻥튀기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너무 비싸면 안 돼.”
차원 경매장만 해도 그랬다.
경쟁 상대가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추가적인 혜택 없는 이용료 상승은 피해야 했다.
“일단 해 보자.”
첫술에 배부르랴.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엔 가구만 회수하면 그만이었다.
지금으로선 경험이 중요하다.
“세입자 모집.”
현기증과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유 중인 건물의 세입자를 모집합니다.]
[세입자를 모집할 건물을 지정해 주십시오.]
“소형 빌딩.”
[소형 빌딩이 지정되었습니다.]
[이용료는 24시간에 97만 원입니다.]
[건물과 관련된 추가 코멘트를 남길 수 있습니다.]
예습하길 잘했던 순간이었다.
주민성은 수첩을 꺼내 적어 둔 내용을 술술 읽었다.
“각종 병이 치료되는 건물, 치료 효과 뛰어남, 맛있는 구운 고기 1kg 하루 1회 서비스, 집사 자유롭게 이용 가능, 마석 정산 서비스, 머무는 동안 정화수 무한 제공. 인간이나 오크 우대함.”
[코멘트가 입력되었습니다.]
[해당 코멘트는 소형 빌딩과 함께 등록됩니다.]
그리고 더욱 큰 현기증이 몰려왔다.
이번엔 중심을 잃을 정도.
“윽.”
[소형 빌딩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메시지가 마무리되고, 주민성은 비틀거리며 소형 빌딩으로 이동했다.
침대에 눕기 위함이었다.
“후우. 한 번에 여러 건물은 등록 못 하겠군. 생각보다 까다로워…….”
몇 분쯤 눈을 감았을까.
부가효과 덕분에 회복은 빨랐다.
“건물 등록은 제대로 됐겠지? 다른 녀석들이 등록한 건물도 구경하고 싶은데…….”
내친김에 주민성은 차원 경매장을 다시금 사용해 보기로 결심했다.
“차원 경매장. 건물.”
한 번 써 봤던 능력이었기에 검색은 최대한 간소화시켰다.
[차원 경매장에서 건물을 조회합니다.]
[총 21건의 물품이 조회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어라?”
[확인하시겠습니까?]
메시지가 원하는 답은 정해져 있었다.
21개라면 주민성에게도 큰 부담은 없을 터.
“화,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