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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확실하구만 (3) (131/250)


성능 확실하구만 (3)
2022.04.11.


뜬금없는 경험치 이전 메시지에 주민성은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이렇게 등급이 오른다고?”

[부가 효과 863종이 개선됩니다.]

[신규 부가 효과 21종이 추가됩니다.]

간략한 메시지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여기서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려 상세한 내용까지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쏴아아아!

그러는 와중에도 바닷물은 균열을 향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다.

“저러면 균열 아래의 몬스터들은…….”

주민성이 주목한 부분은 바닷물의 살상력.

만약 바닷물로도 몬스터들을 질식시킬 수 있다면 바위와는 차원이 다른 효율을 보일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이어진 메시지.

[건물주 최선호가 경험을 이전합니다.]

[건물주 등급이 2997회 상승합니다.]

“미, 미친!”

이쯤 되면 알 수밖에 없었다.

최선호가 이전하는 경험치는 균열 아래의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은 수확물이라는 것을.

바닷물이 차오를수록 이전되는 건물주 등급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건물주 최선호가 경험을 이전합니다.]

[건물주 등급이 8226회 상승합니다.]

“고였어……. 아니. 고이다 못해 썩었어.”

최선호가 왜 게임 속 썩은물로 불렸는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최선호의 능력 이해도와 활용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살다 살다 미세먼지와 바위가 초라해지는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건물주 등급 상승이 10000회를 돌파합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강력한 권한이 부여됩니다.]

그리고 떠오른 위대한 업적 메시지.

신우빈에게 유물을 받으러 갔을 당시 떠올랐던 메시지이기도 했다.

꿀꺽.

주민성은 군침을 삼키며 메시지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전에는 고대, 전설, 신화 등급 건물이 해금됐었지.’

건물주 등급 10000은 보유 건물 목록 1000채보다 훨씬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만큼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게이트 거래소 권한이 차원 거래소 권한으로 승급됩니다.]

[다른 차원 지배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습니다.]

[차원 경매장 권한이 해금됩니다.]

[등록된 물품을 조회해 물건의 구매가 가능합니다.]

“어어?”

게이트 거래소는 사용처가 애매해 사용하지 않는 능력 중 하나였다.

이 능력의 위상은 주민성이 가진 수많은 부가 효과 중 하나 정도의 수준.

실용성이 없는 능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면 제대로 연구할 수밖에 없잖아.”

주민성은 수첩을 뒤져 당시 떠올랐던 메시지를 확인했다.

[두 개 이상의 게이트를 점령했습니다.]

[다른 게이트와의 소통 창구가 해금됩니다.]

[게이트 거래소 권한이 해금됩니다.]

[다른 게이트 지배자와 거래할 수 있습니다.]

[분할 통치되고 있는 게이트입니다.]

[게이트 지배력 조회 권한이 해금됩니다.]

[게이트에 끼치는 지배력 순위를 확인합니다.]

“그래. 이때였지.”

인천과 안산의 게이트가 이어지며 받았던 보상이었다.

그 중 주민성이 가장 애용했던 능력은 게이트 지배력 조회 능력.

부하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상당히 유용한 능력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능력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위대한 업적의 선택은 지배력 조회가 아닌 게이트 거래소였다.

이렇다면야 자연히 주목할 수밖에 없다.

“게이트 지배자와 차원의 지배자는 다르겠지.”

게이트 지배자는 애매한 감이 있었다.

일단 주민성 자신이 이에 해당했고, 그 외엔 아무도 없었으니까.

오히려 미래에 쓰일 만한 여지는 있었다.

최선호라면 분명 다른 게이트의 지배자 권한을 얻을 테니까.

“단순 물품 보급이 아닌 쇼핑이라면…….”

쿠구구구!

해상 요새는 어느새 주민성 앞에 도달했다.

그사이 주민성이 이전받은 건물주 등급은 3만을 훌쩍 뛰어넘었다.

게임에 비유한다면 어마어마한 고레벨로 볼 수 있었겠지만, 조금은 다르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스테이터스까지 덩달아 상승해 점점 강해지는 게임 캐릭터와 달리 건물주 등급이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건물이었으니까.

“형! 메시지 보셨어요?”

최선호의 단순한 첫 마디였지만, 주민성 입장에선 감회가 남달랐다.

항상 민폐를 동반하던 기존 부하들과 달리 최선호는 어마어마한 이득만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일단 내려갈게요!”

신체 능력은 기존과 비슷했는지 요새에서 지면까지 직접 뛰어내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차분히 계단을 내려와 옆쪽에 있는 작은 문에서 나오는 최선호였다.

“어때요? 제 새로운 능력?”

“어이없어서 뭐라 평할 수 없을 정도야.”

“그쵸? 대박이라니까요? 어떻게든 형한테 도움될 만한 능력이 나오길 빌었는데 진짜로 나왔어요.”

“빌어?”

“네!”

최선호의 기반 능력은 주민성과 달랐다.

이용료 청구가 아닌 용도 변경이었다.

“용도 변경. 몇 번 썼어?”

“100회요.”

상당히 기분이 업된 최선호는 자신의 활약을 신나게 풀기 시작했다.

“전에 말했었잖아요. 100회 쓰면 새로운 능력 준다구. 그래서 100번째 건물 앞에선 소소하게 제사도 지냈어요. 오크들이 하는 제사도 재밌더라고요.”

“그랬구나. 혹시 성아영 씨도 거기 있었어?”

“네. 좀 많이 무뚝뚝하셔서 안내만 조금 부탁드렸어요.”

“무뚝뚝하다고? 그 여자가?”

“네…….”

주민성이 알던 성아영과 최선호가 아는 성아영은 분명 동일인물.

하지만 그녀가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 응애거리던 성아영이 무뚝뚝하다니.’

성아영의 문제는 나중이었다.

그보단 최선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보다 제사는? 카르파크가 도와줬어?”

“아. 그 덩치 큰 오크! 맞을 거예요.”

치열하던 안산 게이트와 달리 인천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태였다.

분위기도 평화로운 편이었고.

“일단 형 말대로 소유되지 않은 폐건물 위주로 순회했어요. 확실히 발전했던 도시라 그런지 건물 상태도 그렇고 위치도 너무 좋았어요.”

“응응.”

주민성은 최선호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략적으로 정리를 마쳤다.

인천의 폐건물 100개를 처음부터 선정한 후, 차근차근 용도 변경을 해 나갔다는 이야기였다.

“제가 정리한 표예요. 한번 봐주세요.”

“응.”

최선호 역시 주민성처럼 수첩을 애용하는 타입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디테일.

“도움될 만한 건물들로 추렸어요. 그리고 쉼터 소유권은 형이 가져가 주셔야 해요. 저는 형처럼 부가 효과가 안 생기더라구요.”

“……캬.”

같은 폐건물을 소유했음에도 용도 변경이 주는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거기다 게임으로 쌓인 수비 노하우 덕분인지 하나같이 수비에 특화된 건물들이었다.

“아무래도 재료가 부족하다보니 함정이 가장 무난하더라고요. 나중에 누나한테 재료 조금만 부탁해도 될까요?”

“가능. 무조건 가능.”

한때 잠시나마 구상했던 트랩하우스의 구체화는 주민성에게 은은한 충격을 안겨줬다.

간략한 그림 설명만 봐도 상상 그 이상이었으니까.

“대박이네.”

그렇게 주민성은 최선호의 수첩을 꼼꼼히 읽으며 의견을 교환을 마무리했다.

“좋은 능력이야. 정말로.”

“도움이 돼서 다행이에요.”

“근데 여긴 어떻게 찾아왔어?”

이것이 핵심이었다.

건물주 능력의 성장은 사람을 매료시키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이럴 시간에도 능력을 한창 쓰기 바빴을 터였다.

“아. 경험 이전 능력이 좀 특이해서요. 형한테 직접 보고해야 할 것 같았어요.”

“특이하다라.”

최선호는 금세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능력을 사용하면, 경험을 이전해 줄 상대의 거리가 표시되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상대가 형만 표시되는 게 아니에요.”

“어?”

확실히 중대한 사안이었다.

단순히 다른 능력자에게 경험을 이전한다면 주민성만큼은 아니라도 확실히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테니까.

거기다 최선호를 인질 삼아 악용할 가능성도 매우 컸다.

“잘 찾아왔네. 호위해 줄 몬스터를 늘리든가 해야지. 아니면 다른 능력자분들이라도 붙여 줄까?”

“아니에요. 해상요새만 있어도 여기선 무적이나 다름없는걸요. 그뿐이라면 전화로 해도 됐을 테고…….”

“응?”

“기준이 이상해요. 반경 10km 이내에 표시되는 경험 이전 대상은 형밖에 없어요. 그것 때문에 상담이 필요했어요.”

“…….”

능력 이전 대상의 기준이 명확하다.

이 사실은 심각한 문제가 맞았다.

주민성은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소유한 사람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미스. 그리고 협회장.’

협회장의 능력에 대해선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특별한 능력을 가졌음에는 확실하다.

게다가 직접 만났던 스미스, 그리고 비공식 길드 부처(Bucher).

그들은 주민성처럼 인벤토리 능력 보유자들이었다.

단지 색깔만 다를 뿐.

“잠시만.”

주민성은 휴대폰을 켜 인터넷 검색을 활용했다.

-한국과 미국 거리.

결과는 곧장 나왔다.

1만 1000km였다.

“선호야.”

“네. 형.”

“혹시 1만 1000km 거리에 경험 이전 대상이 있어? 오차 어느 정도는 괜찮아.”

최선호가 눈을 감았다.

능력 이전 능력이 다시금 사용되었으리라.

그리고 잠시 후.

“네. 있어요. 오차는 조금 있는데 1만 1032km 거리에 다섯 명. 범위를 1만 1200km까지 잡으면 스물세 명이나 나와요.”

“…….”

이쯤 되면 거의 확실했다

스미스를 비롯한 그의 길드원들이 포착되고 있으리라.

그리고 주민성에게도 이와 비슷한 능력이 있었다.

바로 건물 탐색 능력이었다.

‘검색형 능력이 저렇게도 나오는구나.’

언제나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건물과 달리, 사람을 상대로 하는 능력이었기에 차이는 제법 있었지만.

“이전 대상 기준이 따로 존재하는군.”

“어? 그래요?”

“응. 게이트에 왔었던 미국인 용병들 기억해?”

“네.”

주민성은 보랏빛으로 빛나는 인벤토리를 띄우며 답했다.

“그쪽 간부급들은 우리와 비슷한 능력을 가졌어. 경험 이전 대상은 그런 능력자들이겠지.”

“어쩐지 생각보다 적게 나온다 했어요.”

덕분에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한국에 있는 특별한 능력자는 대체 몇 명일지.

“선호야. 혹시 500km 이내엔 몇 명 나와? 수치는 살짝 넘겨도 돼.”

“확인해 볼게요.”

최선호가 집중하는 사이, 주민성은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를 강화했다.

지금은 건물주 능력자가 가장 취약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형 포함해서 일곱이요.”

“일곱이라.”

세계 최강국치곤 상당히 적은 수치였다.

하지만 그것은 협회장 정혁수의 공로가 90% 이상이었으니 논외.

그보다 특별한 능력자가 주민성을 제외하고도 여섯이나 더 잡힌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생각보다 많네. 짐작 가는 사람도 없고.”

협회는 직접 상대해 봤다.

물론 간부들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적어도 기존의 간부급들은 아니겠지. 협회장이 모르고 있거나, 아직 비밀리에 성장시키고 있거나.’

물론 성장하는 능력자가 절대적으로 강한 것은 아니었다.

이 세상의 능력은 등급이 깡패였으니까.

등급이 높으면 절대적으로 강한 것이 사실이었다.

‘유력 후보는 대형 길드인가. 협회보단 인재 육성에 훨씬 본격적일 테니.’

이 역시도 언젠간 갈피가 잡힐 일이었다.

몬스터의 대규모 침공은 지금도 한창 준비 중일 테니까.

‘당장은 내 할 일 하기도 바빠. 게이트 발전에 집중하자.’

생각을 마친 주민성은 주변을 둘러보며 최선호에게 물었다.

“후우. 그보다 균열 아래에 몬스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별거 아니에요. 해상요새를 몰고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건물주 등급이 마구마구 상승했거든요. 형도 알고 계시죠? 균열 아래에도 몬스터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

“응.”

최선호 역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낸 모양.

“건물주 등급이 오를 때마다 용도 변경 옵션이 다양해지더라구요. 굳이 상상만이 아닌, 주어진 옵션만 따라가도 될 정도예요.”

“그렇구나.”

부가효과가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선호는 용도 변경 능력이 강화되는 방식이었다.

주민성이 지금 이룩해낸 부가 능력 수준만 고려해도 최선호의 강화된 용도 변경 능력 역시 어마어마하리라.

“이렇게라도 형한테 보답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병실에만 평생 있을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야. 밥상만 차려줬을 뿐인걸.”

“그 밥상이 반찬만 수백 가지 나오는 한정식이라 대단한 거예요.”

주민성은 머쓱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바로 인천으로 가자. 용도 변경한 건물들, 직접 보고 싶으니.”

“네. 형. 요새로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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