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비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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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비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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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비밀 (2)
2022.04.06.
이들은 장 박사 휘하 연구원들로 추정된다.
‘난감하네.’
주민성의 무대응에 연구원들의 분위기 역시 심상치 않게 변하기 시작했다.
“……게이트 경비원 아니십니까?”
당연하게도 주민성은 경비원 차림이 아니었다.
이곳이 F급 게이트였기에 경비원들의 위계질서나 복장이 자유로운 편이라고 멋대로 착각했을 뿐.
그렇다고 여기서 곧장 경비원이 아니라고 한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 자명했다.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품속에 손을 넣은 몇몇 연구원들도 위기감을 더했다.
따라서 주민성의 대답은 애매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들어오시죠.”
“…….”
경비실 근처는 도로였다.
당장 지나가는 차량은 없지만, 괜히 전투라도 발생해 협회에 신고하는 사람이 생겨나면 상황은 더욱 피곤해지리라.
“박사님 호출이라면 일지를 따로 적을 필요도 없습니다. 바로 들어오셔도 됩니다.”
“……아.”
장 박사를 은근히 추켜세우자 그제야 연구원들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이것으로 험악하던 분위기는 일시적이나마 가라앉히는데 성공.
주민성은 그들에게 등을 보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어디 게이트 안에서도 건방질 수 있나 보자고.’
경비실을 대놓고 지나갔으니 봉춘향과 송몽룡 또한 낯선 이들의 존재를 인지했을 터.
이들이 손님인지 아닌지 따로 설명하지 않았기에 경비실에서 대기한 채 나서지 않을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걷던 도중, 연구원중 대표로 보이는 한 명이 주민성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누구십니까?”
“……흐음.”
이젠 바깥에서 게이트 내부를 볼 수 없는 거리까지 진입한 상황.
주민성의 태도엔 한층 여유가 생겨 있었다.
“역으로 물어보고 싶은데. 나에 대해 알 만한 급은 되는지.”
“……뭐?”
쿵!
쿵! 쿵!
어느새 인벤토리는 건물 잔해를 쏟아내며 연구원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박사님이야 그렇다 치지만, 당신들이 나에게 신원을 물어볼 수준이 되냐 이 말이야.”
다시금 장 박사를 언급해 분위기를 휘어잡는 것은 덤.
반응은 의외였다.
“본성을 드러내는군. 협회에서 힘 좀 쓴다 이건가?”
연구원은 생각보다 당당했다.
주민성은 협회원으로 인지하는 것은 당연했고.
“우리가 연구실에서 만났으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도리어 협박해 오는 연구원의 태도는 고압적이기 짝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연구실에서의 재회는 주민성을 실험 재료로 쓰겠다는 명백한 죽음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하.”
물론 기죽을 필요는 없었다.
여기는 주민성의 게이트.
갑이 명백히 존재하는 장소였으니까.
“연구실이라. 기회 되면 가 봐야겠네.”
그 말과 함께 연구원들이 나자빠지기 시작했다.
“크억!”
요란한 건물 잔해 소리에 합류한 송몽룡의 활약이었다.
다시 봐도 시간 정지 능력은 사기였다.
“적이었군요.”
“응. 품속도 뒤져 봐. 무기도 소지한 것 같더라.”
투두둑!
그러자 주민성 주변에 온갖 주사기와 권총들이 쏟아졌다.
“에고. 흘렸다. 일단은 이게 전부입니다.”
“땡큐.”
연구원들은 무슨 공격에 당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해 당황하고 있었다.
“크윽! 이, 이게 무슨!”
송몽룡의 약점은 오로지 계약으로 묶인 협회를 상대할 때뿐.
그마저도 파훼법을 어느 정도 갖춘 상태인 데다, 지금의 연구원들은 협회 소속이 아닌 별개의 소속이니 더더욱 자유로울 수밖에 없었다.
“슬슬 분위기 파악 좀 하지.”
물론 주민성 역시도 송몽룡의 도움 없이 이들을 제압해낼 여력이 있었다.
“장 박사는 죽었거든.”
“……뭐?”
이들에겐 장 박사가 영혼으로 남아 헬스장을 배회한다든지 하는 tmi를 말해 줄 필요도 없었다.
그 정도의 사이도 아니었고.
“그래서 궁금증이 생겼어. 죽은 사람이 호출을 어떻게 해?”
상당히 급하게 찾아왔는지 이들의 복장은 연구소에서의 차림 그대로였다.
이동 수단은 이전에 언급되었던 전송 방식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장 박사가 죽고 나서야 호출되어서 왔다니. 이상하잖아?”
“…….”
이런 연구원들에게도 제약이 없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상당히 비밀스러운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니 더더욱 많은 제약이 걸려 있는 계약을 협회장 상대로 맺었을 것이 분명했다.
장 박사 또한 계약에 얽매여 있었으니까.
“말할 수 있는 만큼 전부 말해. 알아서. 잘.”
배려 따윈 없었다.
이들 역시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며 실험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당신들 똑똑하잖아. 방법은 얼마든 있겠지.”
주민성은 근처의 주사기 하나를 쥐고 뭐가 들었을지 모를 용액을 허공에 쏘며 위협했다.
찍.
“그렇지?”
그러자 연구원들은 최대한 몸을 움츠려 용액을 피했다.
“사, 살려 줘……!”
단순한 위협조차도 정보가 된다.
이 용액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였다.
“역시 사람 참 쉽게 쉽게 죽이는구만.”
찌익.
푸시시……!
건물 잔해조차 녹아 버릴 정도의 압도적인 살상력.
이 주사가 사람을 향해 쏘아진다면 단연 끔찍한 고통을 느끼리라.
“말하는 사람은 한명이면 되겠지.”
이 말을 마지막으로 연구원들은 눈치 보기를 그만뒀다.
당장 죽게 생겼는데 서로와의 관계보단 생존 욕구가 우선일 테니까.
“호출은 10분 전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호출에 응해 찾아왔을 뿐입니다!”
단순한 역학관계부터.
“이번 업무 내용은 샘플 추출 및 파견 조사였습니다!”
호출 내용까지 앞다퉈 말하는 모양새였다.
“샘플 추출?”
“예!”
“다른 내용은 없었고?”
시간 상으론 장 박사가 죽은 이후의 호출이 맞았다.
그렇다면 실험체에 대한 내용도 있어야했다.
“실험체 관련은?”
“시, 실험체와 관련된 요청은 없었습니다!”
“흠.”
뭔가 이상했다.
찌익!
“히이이익!”
다시금 위협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정말입니다! 특이한 건물에 대한 조사!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부분은 협회장과의 계약과 관련 없는 내용이었는지 부연 설명도 자세했다.
물론 전문지식이 없어 흘려들어야 하는 구간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무튼 건물이군.”
“예! 살려 주십시오!”
주민성은 말없이 권총을 집어 건물 잔해를 향해 쐈다.
팅!
총기의 화력은 기대 이하였다.
대신 탄피에서 역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설명은 다른 연구원이 대신했다.
“그 총은 마취총입니다!”
“아하. 고마워.”
주민성은 그대로 연구원들에게 마취총을 쐈다.
피빅! 픽! 픽!
“끄헉! 아, 안 돼!”
“으아아아!”
털썩! 털썩!
물론 주민성도 양심이 있어 정보를 제공해 준 연구원에게만큼은 총을 쏘지 않았다.
“가, 감사합니다……. 그 마취총은 여러 부작용이 있어 사람을 상대론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그랬군. 혹시 이곳에 더 올 사람은 있어?”
“없습니다. 저희가 추가로 사람들을 부르지 않는 이상은…….”
“그렇군.”
주민성은 그대로 연구원에게 다가가 목덜미를 가볍게 내려쳤다.
빠각!
“끄르륵……!”
나름의 부작용 없는 자연 친화적인 물리 마취였다.
“몽룡아. 사람들 불러서 이 사람들 소지품 싹 다 챙기고 전부 학교에 가둬.”
“네!”
연구원들로 시간을 지연시킬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죽어서도 현실에 간섭하는 장 박사에 대한 처우가 우선이었다.
따라서 행선지는 헬스장으로 급히 변경됐다.
“아 맞다. 혹시 혼합 마석은 어디있어?”
“잠시만요.”
스슥!
“우 일병이 직접 학교로 옮기고 있대요.”
“아, 가속계?”
“네.”
시간이 급박함을 눈치챘는지 송몽룡은 시간 정지 능력까지 활용해 경비실에 들러 봉춘향의 지시를 받은 모양이다.
최선아보다 높은 등급의 가속 능력자라면 혼합 마석이 폐허도시를 떠난 것은 거의 확실했다.
이것으로 뜬금없이 마석을 흡수해 버리는 사고도 미연에 방지했다고 할 수 있었다.
“오케이. 나는 먼저 돌아갈게. 아 그리고 한 개 분대는 헬스장 주변 철저히 경계해달라고 전해줘. 이번 건은 급하니까 빨리.”
“네!”
송몽룡은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마취는 얼마나 지속되려나.”
연구원들은 흰자위를 보인 채 거품까지 물며 기절한 상황.
적어도 하루 이상은 깨어나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물론 물리적으로 기절한 연구원이라면 오늘 중으로 깨어날테니 정보를 얻는 데 있어 차질은 없으리라.
주민성은 직접 기절시킨 연구원 한 명만 들어 폐허도시를 향해 달렸다.
“휴. 바쁘다 바빠.”
가뜩이나 장 박사의 침입 없이도 할 일이 산더미인 마당이었기에 주민성의 보상심리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혼합 마석이라는 보상 하나만으론 절대 부족했다.
“내가 어떻게든 뜯어낸다.”
악을 품고 달린 덕분에 복귀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오셨습니까. 대장님.”
“어라? 대위님이 계셨네요?”
“예. 급한 지시라고 하셔서 직접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근처엔 무표정한 봉춘향 분신을 포함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서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끼릭.
헬스장 안에서 쇳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끼리릭!
멋대로 움직이는 헬스 기구 하나.
근처엔 콰트리취의 안대를 착용한 임진석도 있었다.
‘단순히 임진석이 위험해서 모인 것은 아닐테고.’
그런 이유라면 진작 편의점에서부터 수많은 능력자들이 임진석을 경계했어야 했다.
“음?”
임진석이 허공에 능력을 사용했다.
평소라면 계약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절단 능력을.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장 박사군.’
허공에 있는 무언가가 예외적으로 능력 사용을 허가한 대상인 장 박사라면 가능했다.
발달된 감각으로 절단된 공간을 분석해 보니 확실히 장 박사 정도의 체구가 맞았다.
“저자의 능력이 워낙 위험하다 보니 경계 인원을 대폭 늘렸습니다.”
“아, 그랬군요.”
실질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기에 김 대위 쪽에서도 따로 손을 쓰진 않는 상태였다.
그렇게 잠시 후, 또 다른 봉춘향의 분신이 달려와 주민성에게 서류를 건넸다.
“대장님. 보고서입니다.”
“수고했어. 잡은 몬스터들은?”
“상당한 고등급의 몬스터로 짐작되어 일단 마석만 채취하고 동결시킨 상태입니다.”
“오오.”
이번에 침공해 온 몬스터가 고등급의 몬스터라면 주민성의 보상심리를 충족해 줄 수 있었다.
고등급 몬스터는 마석뿐만 아니라 부산물도 돈이 되니까.
거기다 희귀한 변종 몬스터라면 더더욱.
“몬스터 이름은 모르지?”
“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판자촌 능력자들은 이곳 말고도 다른 게이트 몇 군데를 더 경험해 본 사람들이었다.
개중엔 송몽룡처럼 고등급 게이트를 접한 사람도 존재했다.
‘그런데도 아는 사람이 없다라. 알 만한 사람 없으려나.’
일단 떠오르는 사람은 최선아와 성아영.
최선아는 최선아대로 능력자 장비를 잘 알고 있었고, 성아영은 명품 관련 지식이 매우 해박했다.
여기서 몬스터가 고등급이라면 성아영 쪽에 무게추가 더욱 실린다.
‘성아영에게 물어봐야겠군.’
생각을 마친 주민성은 봉춘향에게 물었다.
“몬스터는 어디 있어?”
“근처 폐창고에 보관 중입니다. 대장님 능력 덕분인지 동결 효율이 아주 좋은 상태입니다.”
“그래? 다행이네.”
봉춘향은 똑똑하게도 일부러 주민성이 소유한 건물을 골라 동결 능력자와 협업한 모양이다.
“오케이. 보고서는 나중에 제대로 읽어볼게. 중요한 사항은 더 있어?”
“대장님 기준이라면 급한 건은 없습니다.”
“……뭔가 정독해야 될 느낌이네.”
“아닙니다. 대장님에겐 정말 사소한 일입니다.”
잠시 고민하던 주민성은 보고서 정독을 보류했다.
봉춘향의 판단력도 나름 믿을 만한 데다, 장 박사의 현실 개입이 더욱 큰 문제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위님. 경계 부탁드릴게요.”
“맡겨주십시오.”
헬스장에 진입하자 쇳소리는 더욱 커졌다.
“크흐흐. 이봐 장 박사. 겨우 이 정도밖에 못 하나?”
임진석의 혼잣말도 함께.
“임진석. 안대 넘겨.”
“……음. 주민성인가.”
“그래.”
임진석은 순순히 안대를 넘기며 말했다.
“네 말이 사실이더군. 그런데 이놈은 죽어서도 귀찮은 놈이다.”
“왜. 어떤데?”
“무슨 능력인지는 몰라도 내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 신나게 헬스장 물건들을 조작하고 있었다.”
“허.”
확실히 생전의 장 박사가 쓰는 능력은 주민성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일단 유력한 능력은 초능력 계열.
그것도 뇌파만으로 물건을 조작할 수 있는 염동력이었다.
‘실험체를 원격으로 다루기엔 그만한 능력이 없을 테니까.’
주민성은 장 박사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임진석이라면 몰라도 나한테 걸리면 얄짤없지.”
“흥.”
주민성에겐 영혼 재배치를 비롯한 온갖 갑질 능력들이 잔뜩 탑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대를 착용하자 장 박사가 아닌 엉뚱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다 뭐야?”
장 박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엔 이상한 덩어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장 박사다.”
“저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