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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룩스의 목적 (2) (120/250)


크룩스의 목적 (2)
2022.03.31.


태평양 어딘가의 비밀 연구소.

지잉!

협회장 정혁수는 바쁜 와중에도 겨우 시간을 내 연구소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오랜만이군. 장 박사.”

그를 맞이하는 인물은 장 박사라는 인물이었다.

“회장님께서 손수 움직이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이번 개발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겠군요.”

“허허. 자네라도 있으니 다행이지. 자, 받게.”

우웅!

정혁수가 손을 뻗자 거대한 인벤토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튀어나온 특수 처리 투명관.

“오오! 이것이 그 나주의 변종 보스입니까?”

“맞아. 아주 특이한 놈이지.”

덜컥덜컥덜컥!

변종 보스 몬스터는 온몸이 구속되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시이이!”

몬스터의 분노 어린 눈빛이 박사를 향했다.

“음? 이 녀석, 정령형이 아니었군요?”

“그래서 특이하단 말이지. 나름 원소 공격에 모두 대비하고 갔는데 말이야.”

“허어. 태양 길드가 무너진 이유가 있었군요! 정령형은커녕 훨씬 압도적인 스펙입니다! 이번엔 굉장한 놈이 탄생하겠습니다!”

“다행이군. 비용은 얼마든 좋으니 당장 쓸 수 있는 놈으로 부탁함세.”

정혁수의 눈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아무리 최강의 능력자라 한들, 휴식 없이 바쁘게 직접 움직이니 누적되는 피로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후후. 최면 능력도 샘플화가 마침 끝난 상황입니다.”

“아주 좋은 소식이군. 끝내주는 작품 기대하네.”

“예!”

정혁수는 그대로 연구소를 빠져나가 징검문으로 향했다.

“장 박사. 23호부터는 써도 되겠나?”

“예! 시국이 시국인지라 바로 세팅해 뒀습니다!”

“좋군. 챙겨 가겠네.”

“그러시지요.”

지잉!

징검문 주위로 몇몇 몬스터가 전송됐다.

하나같이 위험한 기운을 뿜어내는 몬스터들이었다.

“전처럼 유럽에 셋. 남미에 하나. 중국에 다섯. 이렇게 보내면 되겠습니까?”

“아니.”

“으음?”

세팅이 끝난 실험체들은 하나하나가 세계 정세를 흔들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들이었다.

“유럽에 다섯. 안산에 넷일세.”

장 박사도 유럽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워낙 시끄러워진 지역이기도 했고, 그 탓에 신성과의 알력싸움이 벌어지는 장소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안산은 달랐다.

“회장님. 안산이라면 제가 생각하는 경기도 안산이 맞는지요?”

“허허. 이 사람. 요즘 휴가를 통 못 나가더니 지명도 잊은 건가?”

“하하…….”

“맞네. 경기도 안산. 이번 몬스터 세팅만 끝나면 일주일 정도 휴가라도 다녀오게.”

장 박사는 차마 자세한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다.

무섭도록 날카로운 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처세가 뛰어난 장 박사는 선을 넘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음.”

그때, 회장의 전속 비서가 다급한 표정으로 정혁수를 찾아왔다.

“회장님. 변종 이슈가 또 발생했습니다.”

“…….”

그 소식에 정혁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이번엔 동시 발생입니다.”

“……위치는?”

“창원과 온성, 신의주입니다.”

“……세 군데라고?”

“예. 함경북도 온성은 급한 대로 러시아 능력자 협회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러시아 역시 변종 이슈가 발생해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

비석과 관련된 지역도 아니었다.

바로 직전에 처리한 나주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이슈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었다.

“신의주, 온성 주변부터 전부 통제해. 창원은 상위 길드에게 처리를 일임한다. 포상금 두둑이 걸면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 언론 쪽도 자극해서 손가락 빠는 길드들 조여 주고.”

“알겠습니다. 그럼 회장님은 어디로 가실 계획이십니까.”

“나는 온성으로 간다. 신의주는…….”

정혁수는 징검문 앞에서 대기 중인 실험체들을 잠시 지켜봤다.

“실험체는 신의주로 보내야겠군. 장 박사.”

“예.”

“안산 파견은 취소일세.”

“알겠습니다. 신의주로 즉시 좌표 수정하겠습니다.”

“음.”

그렇게 정혁수는 아쉬운 표정으로 연구소를 떠나고, 장 박사는 지시대로 몬스터를 전송시켰다.

“……안산이라. 안산. 그곳에 뭐가 있었지?”

개인실로 돌아온 장 박사는 차트를 뒤적이며 여태까지의 데이터를 되짚기 시작했다.

“여기 있군. 안산.”

-안산 게이트 (F급)

-서식 몬스터: 고블린, 데빌도그

-변종 고블린 발견지 (포획 및 세뇌 완료)

“아, 9호 출몰지인가.”

최하 등급의 게이트였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장소였다.

“어디 보자. 9호 데이터가…….”

실험체 관련 파일은 수시로 정리해 뒀기에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실험체 9호 (변종 고블린)

-실험 내역: 합성, 능력 추출

-현 상태: 임무 도중 사망

“임진석이 잃어버린 녀석이군. 쯧.”

실험체 9호는 임진석이 포획해 오고, 임진석이 잃어버린 고블린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9호의 마지막 파견지 역시 안산 게이트였다.

“쓸 만한 녀석이었는데 말이야.”

9호 파견은 협회장의 지시였다.

이 부분에 있어선 장 박사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절대자의 명령이니까.

하지만 다른 간부라면 얘기가 달랐다.

“……그저 등급만 믿고 설치는 놈들.”

장 박사는 협회 간부들을 증오했다.

9호를 잃어버린 임진석뿐만이 아니었다.

그들 전부가 날려먹은 실험체만 하더라도 십여 마리에 이를 정도였으니까.

“그보다 회장님은 왜 안산에 관심을 두는 거지? 그곳이라면 별다른 몬스터도 없을 텐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특유의 탐구심은 억제할 수가 없었다.

이 탐구심이야말로 장 박사를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오게 만든 원동력.

“개인적인 조사쯤은 괜찮겠지. 실험체 테스트도 할 겸.”

장 박사는 다른 협회 간부들과는 달랐다.

협회장조차 인정할 정도의 실적이 있었으니까.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었다.

지잉.

“부르셨습니까. 박사님.”

장 박사의 호출에 하급 연구원들이 들어왔다.

“40호 상태는 어떻지?”

“승인만 떨어지면 언제든 사용 가능할 정도로 아주 좋습니다.”

“잠시 한국에 볼 일이 생겼다. 준비시키도록.”

“예. 박사님.”

* * *

“그 건물에, 너 말고도 다른 몬스터들이 있어?”

“예. 전부 다른 종족들이었습니다. 개중엔 무시무시한 존재도 있었죠.”

“하지만 같은 처지였다라.”

대화는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덕분에 주민성은 크룩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협회에 대한 혐오감이 더욱 커진 상태였다.

크룩스가 말한 협회 소속의 건물에선 역겨운 실험이 자행되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를 동정하는 건 아냐. 사람이 희생된 게 문제야.’

크룩스가 말한 건물은 아마도 협회가 은밀히 건설한 실험 장소였을 터였다.

그곳엔 크룩스같은 특이한 몬스터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납치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크룩스가 아는 정보는 적어도 크룩스에 관한 실험에 쓰인 사람들이 전부 희생되었다는 것.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신경했군.’

단편적인 정보뿐이었지만, 한 가지는 눈치챌 수 있었다.

주민성 또한 저 실험 장소의 희생자가 될 뻔했다는 사실을.

“……임진석은 어디까지 관여했지?”

새삼 임진석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다.

그 또한 협회의 핵심이었으니까.

“그 인간이라면……. 우리를 세뇌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성아영도 있었어?”

“그 인간은 없었습니다.”

“흐음.”

협회장은 생각대로 음침한 인간이었다.

다만 휘하 간부들이 애매한 상황.

‘적어도 이곳의 간부들은 이용료 청구로 제압해두긴 했는데 말이지.’

문제는 그들을 대신해 주민성을 위협해올 상대가 존재하느냐였다.

될 수 있으면 임진석과 성아영을 컨트롤해 협회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바람이었다.

둘 다 지금이라면 주민성에게 이득을 안겨주는 존재였으니까.

스윽.

“자, 수고비.”

“크룩! 감사합니다!”

이젠 돈을 얼마나 투자하건 상관없었다.

크룩스에게 투자하는 돈은 전부 돌아오는 돈이었으니까.

이번에 해야 할 일은 크룩스가 돈을 사용하는 방법의 관찰이었다.

이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힌트도 될 터였다.

물론 다른 차원으로 갈 방법이라면 대략적이나마 알고 있었다.

‘영혼석과 유물의 공명.’

주민성에겐 협회 능력자에게 뜯어낸 유물이 있었다.

이는 어깨에 가볍게 착용시킨 상태로, 인벤토리에는 일부러 넣지 않은 상태.

유물을 가지고 있던 인물은 간부보다 급이 떨어져 유물 스펙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 흡수된 영혼석.’

정확히는 주민성에게 이식된 마석에 흡수된 영혼석이었다.

이미 열쇠는 주어진 상황.

남은 것은 방법뿐이다.

‘언제든 원할 때 자유롭게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내 무기가 될 테니까.’

시간 괴리부터 되돌아올 방법까지 여전히 숙제는 많았지만, 주민성에겐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멘탈적인 부분은 처음부터 노가다로 단련되어 있었다.

“크크룩! 크크!”

크룩스가 돈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손이 워낙 크다 보니 돈 가방이 쓸려나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구우웅.

정보료 청구 특유의 인벤토리가 떠올랐다.

동시에, 주민성에겐 메시지가 나타났다.

[바위 동굴 고블린의 지휘권 일부를 인계받습니다.]

[바위 동굴 고블린의 지휘권이 활성화됩니다.]

‘돈을 나한테 대신 쓴다는 것은 이런 의미였군.’

이것으로 크룩스의 신분이 확실하게 밝혀졌다.

크룩스는 바위 동굴 고블린 일족의 리더라는 직책을 담당하던 고블린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기존의 위대한 고블린은 종족 전체를 포괄하는 직책이라는 뜻.

게이트에 존재하는 그 어떤 고블린보다도 강력한 몬스터일 가능성이 컸다.

몬스터는 인간보다도 더욱 힘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존재들이었으니까.

메시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최초로 제물을 상납받았습니다.]

[차원문 개방 권한이 부여됩니다.]

[차원 재화를 소모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합니다.]

차원 이동에 관한 실마리가 잡히는 순간이었다.

다만,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재화 문제였다.

[차원 이동에 필요한 재화: 1780억]

[상납받은 재화: 20억]

차원문 개방은 실제로 크룩스에게 돈을 넘겨야만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게다가 재화는 소모되는 방식.

여태까지의 상식대로라면 재화 회수는 불가능할 터였다.

“후우…….”

차원 이동은 정말 나중에 생각해볼 문제였다.

돈이 남아돌지 않는 이상은.

‘그보다 제물 상납은 차원과 상관없는 모양인데?’

크룩스는 위대한 고블린을 위해 재화를 모으려 했었다.

그렇다는 말은, 주민성 또한 다른 차원의 부하들에게 재화를 상납받을 수 있다는 뜻.

‘이거 가능성 있으려나?’

차원 이동에 필요한 재화는 각 종족이 사용하는 재화.

그 종류는 이전에 봐왔던 크라노돈의 조각 뼈부터 태양 에너지, 심지어 땅굴 벌이 생산해내는 꿀까지 다양했다.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군.’

그것만 제외한다면 상당히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이 게이트에 출몰할 가능성이 컸던 보스 몬스터 하나를 사전에 막아냈기 때문이다.

기존에 영향을 끼친 대상이었던 태양의 순례지와 황무지 오크에 바위 동굴 고블린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좋아. 게이트가 점점 안전해지고 있어.’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이젠 인천 게이트 일정을 소화해야 할 때.

판자촌 능력자들 역시 각자 근무지로 투입되고, 몇몇 인원들은 학교에 남아 신규 고블린과 데빌도그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슬슬 가 봐야겠군.”

“크룩!”

폐건물을 나서려는 찰나, 멀리서 주민성에게 달려오는 인기척 여럿이 느껴졌다.

“대장님!”

“음?”

인기척의 정체는 전부 봉춘향.

상당히 다급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게이트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응? 이 시간에? 아는 얼굴은 아니고?”

“네. 보고 상으론 협회 측 사람으로 추측됩니다.”

“……추측?”

처음부터 게이트에 들이기로 했던 사람은 꾸준히 게이트에 출입해 오던 김정남뿐.

협회와는 서로 갈 길 가기로 얘기가 끝난 상황이었다.

“원래 같으면 거절이 맞는데, 왜인지 찝찝하단 말이지.”

혹시라도 변종 몬스터 이슈가 확대되어 혹시 모를 협회 측의 추가 협상도 들어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얘기나 한번 들어봐?’

대화 의향은 있었다.

물론 조건을 듣기보다는 추후 있을 협회 공략 계획에 써먹을 정보를 얻기 위함이겠지만.

“오케이. 경비실엔 직접 연락할게.”

“예.”

주민성은 그대로 전화를 걸었다.

뚜-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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