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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급 (1) (116/250)


SS급 (1)
2022.03.27.


지잉!

전송 능력자를 보유한 흑수 길드에게 게이트 출입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비실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

지잉! 지잉!

추가로 다른 흑수 길드원들까지 게이트에 도착했다.

돌아갈 때도 전송 능력을 거쳐야 하기에 퇴로 확보는 필수였다.

“길드장님. 호위는 필요 없으시겠습니까? 요즘 변종 보스 몬스터 때문에 떠들썩하던데.”

“그래 봐야 F급이다. 그래도 협회는 신경쓰이니 셋만 더 붙어.”

“예.”

흑수 길드 규모에 비하면 극도로 적은 인원이었다.

그렇다고 허접한 구성도 아니었다.

탱커, 딜러, 서포터로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하는 최정예 길드원들이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음.”

뒷세계의 길드답게 흑수 길드 서포터의 능력 역시 특이했다.

그의 능력은 기척 지우기.

은신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었다.

이는 몬스터를 상대로도 유용하지만, 기척 지우기의 진가는 고등급 능력자간의 싸움에서 빛을 발하는 능력이었다.

“다 됐습니다.”

“음.”

서포터 다음은 탱커의 차례.

우락부락한 느낌이라기보단 상당히 유연해 보이는 스타일의 능력자였다.

“자석. 앞장서라.”

“예.”

그의 별명은 자석.

말 그대로 상대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는 능력을 보유했다.

이 능력 또한 상대를 무력화시켜 제압하는데 특화되어 있었다.

“신호는 저쪽이군.”

“모시겠습니다.”

뒷세계의 프로라고 항상 의뢰인을 존중하는 건 아니었다.

먹을만 하면 바로 잡아먹는 것이 이쪽의 법칙이었으니까.

심지어 여긴 작업하기 좋은 한적한 게이트였다.

“전방에 몬스터입니다.”

“알아서 제압해.”

근처 건물에서 고블린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피빗!

“키, 키, 키이이!”

딜러의 능력도 상당히 희귀한 축에 속했다.

상대를 굳어 버리게 만드는 독액을 발사하는 능력이었다.

단순히 이것뿐이라면 서포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의 진가는 사거리에 있었다.

“그냥 보이는 놈들 전부 제압해.”

“예.”

철컥!

딜러는 곧장 외눈 조준경을 착용한 후, 능력을 연달아 사용했다.

피비비빗!

능력의 사거리는 최대 10km.

독액은 공기의 저항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 어마어마한 명중률을 자랑했다.

피빗! 피비빗!

녹색 액체가 사방으로 쏘아짐과 동시에 고블린과 데빌도그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주변 1km 제압 완료. 이동하겠습니다.”

“음. 이런 싸구려 게이트에서 뭘 하는 건지 모르겠군.”

그렇게 흑수 길드장과 정예 길드원은 손쉽게 신호가 있던 장소에 도착했다.

“폐건물뿐이군.”

“텐트도 있습니다. 확인해 볼까요?”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일단 경계부터 해.”

왜인지 텐트 주변엔 마석 부스러기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발자국 같은 흔적조차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꼴에 함정인가?”

흑수 길드장은 산전수전 다 겪어 본 베테랑이었다.

경험만 출중한 것이 아니었다.

능력까지도 출중한 SS급이다.

쿠구구……!

길드장 김우석의 손이 새까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흑수(黑手)라는 길드명 자체가 그의 능력이었다.

보통은 능력을 숨기겠지만, 그에겐 광오할 정도의 자신감이 있었다.

“이봐. 고객님. 좋게 말할 때 나와. 악수하기 싫으면.”

김우석의 손에 잡혀서 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뼛가루조차 남기지 않을 정도로 지독한 입자파괴.

그것이 김우석의 능력이었다.

파스슥!

김우석이 우선으로 한 것은 마석 조각의 소멸.

마석 조각이 트랩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 순간, 데빌도그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

피비빗!

“크라아!”

“피, 피한다고?”

딜러의 독액은 총알보다도 빨랐다.

F급 게이트 몬스터의 동체 시력으론 절대 피할 수 없는 수준.

하지만 왜인지 윤기가 자르르한 데빌도그는 딜러의 공격을 손쉽게 피해냈다.

피빗! 피비빗!

“컹!”

F급 게이트의 평범한 데빌도그가 할 수 있는 동작이 절대 아니었다.

“……변종인가?”

“죄송합니다! 길드장님!”

그리고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로만 들었던, 고객의 목소리였다.

“반쯤은 은퇴한 상태라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너무 더러운 능력이야.”

“드디어 나오셨구만. 우리 고객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데빌도그의 앞을 막으면서.

“나는 염탐을 의뢰한 적이 없는데.”

“……음?”

김우석의 눈빛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남자의 얼굴이 낯익었기 때문이다.

“……설마 임진석?”

“뭐야. 날 알아?”

“당신이 왜…….”

임진석에 대한 정보는 극도로 제한된 상태였다.

김우석조차도 임진석에 대해선 얼굴과 이름, 그리고 협회의 핵심 간부라는 사실만을 알고 있는 수준.

“상대가 이런 거물이었을 줄이야. 안 되겠다. 레이드 준비해라. 애들 전부 호출하고.”

“예!”

서포터가 그대로 폐건물을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임진석은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오히려 도발까지 섞는 여유까지 보였다.

“다 데려와. 기다려 줄 테니.”

“…….”

오히려 임진석이 신경 쓰는 대상은 변종 데빌도그.

스윽.

김우석은 말없이 발을 끌었다.

길드원들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시작은 탱커부터.

“흐아압!”

“오호.”

의외로 탱커의 능력은 성공적.

임진석은 그대로 탱커에게 튕기듯 날아왔다.

그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김우석이 재빨리 명령했다.

“능력 취소하고 피해라.”

탱커는 강제적으로 능력을 풀고는 옆으로 굴렀다.

“쿨럭!”

능력의 반동이 심했는지 그대로 피를 쏟는 모습이었다.

동시에 딜러의 공격이 제자리에 착지한 임진석에게 쏟아졌다.

피비빗!

파박!

임진석의 움직임은 신기에 가까웠다.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독액을 피해낼 정도로.

“거리 주지 마라. 낌새 보니 근접계다.”

“크윽! 예!”

김우석은 흔한 동네 악당이 아니었다.

오히려 뒷세계를 주름잡는 빌런이었다.

때문에, 강자에게 함부로 덤벼서 얻어터지는 역할은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하, 이렇게 목숨 걸고 싸우는 건 얼마 만인지. 임진석 고객님. 혹시 물러설 생각 없소?”

“헛소리. 신용을 버린 쪽은 너희들이다.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포기해라.”

“…….”

임진석은 단호했다.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그가 선보인 것은 체술뿐.

능력을 알아내지 못했기에 김우석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불쌍한 놈들. 너희가 살아남을 방법은 한가지다. 여기서 날 죽이는 것. 도망치면 협회장님께 죽는다.”

“제기랄. 외통수인가.”

김우석은 능력자 협회장을 만나본 적도 없었다.

단지, 그의 위대함만을 알고 있을 뿐.

세상 모든 사람들을 적대해도 협회장 정혁수만큼은 대항해선 안 되는 인물이었다.

“이제 진짜로 목숨 걸 생각이 들었나 보지?”

김우석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진짜로 마음을 굳게 먹은 모양.

“……덕분에. 흑수 길드장 김우석이다. 등급은 SS.”

“SS급. 임진석.”

왜인지 임진석은 자신의 소속을 밝히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했다.

상대도 같은 SS급임을 알게 되었으니까.

쉬익!

근접전이라면 김우석도 자신 있었다.

애초에 그와 근접전을 벌일만한 상대는 극히 제한될 정도였다.

쉿! 쉿! 쉬익!

오로지 잽.

이것만으로도 김우석은 근접전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상대가 죽어 나가니 큰 동작을 쓸 이유가 없던 것이다.

“자세 좋네?”

“실력 제대로 안 보이면 그대로 죽을걸?”

임진석은 여전히 능력을 보이지 않는 상태.

하지만 무언가에 극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이 점이 김우석을 망설이게 하고 있었다.

‘무슨 능력이지?’

임진석의 이마엔 어느새 굵은 핏줄이 솟아 있었다.

분명 극도로 능력을 집중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쉬쉬쉭! 피빗! 쿠궁!

딜러와 탱커의 지원 사격도 함께였다.

그렇게 다섯 번의 추가 공방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실력. 보이라고 했지?”

뚜둑! 빠직!

혈관이 터지는 듯한 소리.

순식간에 임진석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이런 것들까지 꼬여선.”

서걱!

“커헉!”

김우석의 왼팔이 잘려 나갔다.

탱커와 딜러 역시도 순식간에 제압됐다.

“니들 때문에 계약까지 잘라야겠냐. 다시 이어지겠지만, 어쩔 수 없지.”

“무, 무슨 헛소리냐!”

“대충 니들 뒤졌다는 소리.”

서거걱!

“그러게 합법으로 할 때 좋게 나왔어야지.”

“크아아아!”

김우석은 남은 한쪽 팔로 흑수를 극한으로 운용했다.

몸이 망가질 정도로 출력을 끌어올렸기에 입가에선 검은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막아 봐라. 내 마지막 혼신의…….”

서걱.

“꼴값 떠는군.”

김우석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말할 수 있는 기능 자체가 상실됐으니까.

“끄르륵!”

“그거 아나? 이래도 내가 손해라는 거?”

“……끄륵!”

서걱. 서걱.

“커으억!”

“끄아!”

임진석의 무표정함은 어느새 사라졌다.

그들의 앞엔 피에 굶주린 악귀만이 있었다.

저벅. 저벅.

콰지직!

“기, 길드장님?”

“윽! 피 냄새!”

지원을 요청하러 갔던 서포터도 합류했다.

하지만 그뿐.

이미 전장은 임진석에게 장악되어 있었다.

서거걱.

“쓸 만한 놈들이라길래 연락해 봤더니. 전부 쓰레기였군. 그러게 의뢰한 마석만 배달했으면 좋았잖아?”

“끄르륵!”

결과는 명백했다.

흑수 길드 전원 사망.

오로지 임진석 한 명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후우.”

한숨을 내뱉은 임진석은 구석에 숨어있던 데빌도그를 포착했다.

“아…….”

그 순간, 또 다른 기척도 포착됐다.

꿀렁!

“음?”

김우석이 있던 자리에서 느껴지는 기척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김우석은 온데간데없고 제멋대로 꿀렁이는 새까만 슬라임만이 남아 있었다.

“……살았어? 희귀 능력이네?”

액체화.

이는 김우석이 끝까지 숨기던 능력이었다.

생존 본능이 앞서 판단력을 잃어버린 탓에 생긴 결과이기도 했다.

“아쉽게 됐군. 끝까지 참고 버티다가 몰래 쓰면 살았을 텐데.”

게이트 외곽의 폐건물엔 진짜 악당과 가짜 악당만이 남아있었다.

“주민성에게 보일 증거는 되겠군. 하아.”

서걱.

철퍽!

임진석의 절단 능력은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계약은 물론, 액체조차도 잘라낼 수 있던 것.

그렇게 모든 전투가 끝이 나고, 데빌도그 콩이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컹!”

악귀 같던 임진석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그곳에는 눈에 하트가 가득한 집사만이 있었다.

“미안. 무섭진 않았니?”

“컹!”

콩이는 그대로 임진석의 손을 가볍게 물었다.

시끄럽고, 마석이나 내놓으라는 신호였다.

“그래. 쟤들 짐이나 털러 가자. 마석 더 있을 거야.”

“컹!”

임진석이 암암리에 구하던 상급 마석은 전부 콩이 것이었다.

왜인지 마석만 먹으면 쑥쑥 커나갔기에 사비는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어. 그놈들 의외로 위험한 놈들이니까.”

“컹!”

“그래. 다음엔 직접 사냥해 보렴.”

“컹!”

콩이는 여전히 임진석의 손을 물고 있었다.

“……알았다. 마석이나 줄게.”

와그작!

임진석은 마석을 열심히 깨물어먹는 콩이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맛있니?”

“컹!”

“그래. 조용히 할게.”

임진석은 그대로 입을 닫고 생각만 했다.

‘게이트에 침입하는 떨거지들도 대비하긴 해야겠군.’

보통 상급 마석은 경매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임진석은 게이트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

지금 같은 암거래만이 가능했던 게 문제였다.

‘그리고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임진석의 시야엔 메시지도 떠올라 있었다.

[이용료가 청구된 ■태입니다.]

[건물주에게 해가 ■는 행동은 전부 금지됩니다.]

[강제로 능력을 사■해 페널티가 부가됩니다.]

[근육의 피로도가 ■격히 상승합니다.]

……

‘벌써 이만큼 복구된 건가?’

임진석의 능력은 주민성의 족쇄도 잘라낼 수 있었다.

다만, 아주 단시간만 잘라낸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용료가 청구된 상태입니다.]

[건물주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전부 금지됩니다.]

[강제로 능력을 사용해 페널티가 부가됩니다.]

[근육의 피로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메시지가 복구됐다.

마지막 줄엔 이런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건물주에게 끼친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남은 시간: 24시간]

“하아…….”

압도적 존재감을 뽐내던 임진석은 어디 가고 축 처진 어깨의 임진석만이 남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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