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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2) (112/250)


마에스트로 (2)
2022.03.23.


텐트 5개.

김정남을 진정시키는 데 사용했던 분량이었다.

“다섯 정도가 딱 좋았습니다.”

헬스인은 달라도 달랐다.

자신이 느꼈던 감각을 기억하고, 단련하는 것에 아주 익숙했다.

“…….”

하지만 주민성의 입장 역시도 달랐다.

텐트 5개는 곧 건물 부가효과를 다섯 번 중첩한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용했던 텐트는 김정남을 진정시킨 이후 바로 회수한 상태.

부가효과의 장시간 노출은 위험하다는 판단이었다.

“……안 되겠습니까? 역시 부담스러우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요.”

“일단은 부담스러운 것은 맞습니다.”

“그렇군요…….”

이유는 숨길 필요는 없었다.

이제 김정남과도 신뢰 관계를 쌓아 가야 하니까.

“김정남 씨. 제 능력은 건물주입니다. 제가 드리는 텐트에는 건물주 능력이 반영되어 있어요.”

“예. 역시 범상치 않은 텐트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둘쯤이라면 얼마든지 제공해 드릴 수 있지만, 다섯 개는 위험한 수준이라서요.”

“아아……. 다섯이 딱 좋았는데.”

“…….”

그럼에도 김정남은 다섯 개를 잊지 못하는 상태.

몸이라면 주민성보다 김정남 쪽이 훨씬 전문적이다.

애초에 헬스인은 몸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니까.

주민성이 망설이는 부분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결국, 내가 믿냐 안 믿냐에 달렸나.’

이 역시 게이트 식구들을 늘려 가면서 자연히 발생할 일들이었다.

“상당히 큰 변화가 있을 겁니다. 헬스장에서도 느끼셨겠지만 제가 보유한 건물들은 사람의 정서를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어요.”

“예. 저도 그 부분은 체감하고 있습니다.”

“텐트 다섯이면 극도의 안정 상태가 계속될 테고요.”

“제가 필요한 부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김정남은 단호했다.

여기서 주민성의 역할은 상대를 믿는 것.

그뿐이었다.

“좋습니다.”

“오오.”

물론, 보험은 필요하겠지만.

“대신 책임비를 부과하겠습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이용료 청구.”

[대상에게 이용료를 청구했습니다.]

[대상이 이용료를 납부할 확률이 존재합니다.]

[이용료는 33만 원입니다.]

보험이라면 이용료 청구가 최고였다.

김정남이 잘못된 길로 빠지면 이용료 청구는 바로 고삐가 될 테니까.

“……165만 원입니까.”

“예. 하루 165만 원입니다.”

A급 능력자라도 일 지출 165만 원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30일이면 무려 4950만 원이었다.

“참고로 저는 돈 많아요. 일단은 납부하신 이용료를 돌려드릴 생각입니다. 워낙 액수가 크니까요.”

“휴우…….”

“단, 김정남 씨가 텐트를 과도하게 사용해 부작용이 생길시, 이용료를 돌려드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이용료를 내지 않아도 부작용이 생기고요. 최후엔 이용료 자체를 제가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경고도 남겼다.

그만한 책임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텐트 다섯은 주민성조차도 시도하지 않는 수준이었기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김정남 역시도 상당히 확고했다.

돈이라면 어떻게 벌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내겠습니다.”

“좋습니다.”

이용료가 납부되고, 주민성은 이용료를 그대로 환불해줬다.

이것으로 부가효과는 아주 강하게 적용될 터였다.

“이용료를 납부했기에 부가효과는 강하게 적용될 겁니다. 텐트는 직접 조절하시고, 평소에는 한 개에서 두 개만 몸에 두르심이 좋습니다.”

처방전을 내리듯, 텐트에 대한 주의사항까지 남겼다.

다행히 김정남은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물론입니다. 다섯은 승급 시험 당시에만 착용할 계획입니다.”

“좋습니다.”

텐트 다섯이 건네졌다.

귀한 아령이라도 건네받듯, 김정남의 손길은 조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럼 일단 두 개만 착용하겠습니다.”

김정남은 그대로 텐트를 뒤집어썼다.

덩치가 있다 보니 모양새가 영 안 나온다.

더욱 중요하건, 너무 튄다는 사실이었다.

“텐트 그렇게 착용하는 거 아닌데.”

“예?”

주민성은 투혼 갑옷을 조작해 자신이 두르는 텐트를 공개했다.

“이렇게, 복대처럼 감아야 편해요.”

“오오! 이렇게 하는 거군요! 코어 근육을 집중적으로 안정시켜 효율을 내는 방식!”

“…….”

어쨌든, 주민성의 설명은 효과적이었다.

김정남 역시 적극적으로 동의할 정도로.

“오오. 역시 느낌이 다릅니다!”

“……네. 다행입니다. 될 수 있으면 텐트는 가려 주셔요.”

“알겠습니다! 그보다 도시에 나가면 이용료 납부는 어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

생각해 보니 이용료 청구엔 납부를 직접 받아야 한다는 단점 한 가지가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호도 일단은 건물주일 텐데?’

최선호가 대신 이용료를 받을 수 있는 권한만 있다면, 주민성이 직접 경비실 근처까지 김정남을 마중 나갈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부지런함을 줄여야 할 주민성에겐 중요한 문제였다.

“당분간은…….”

“아, 제가 매일 들르겠습니다.”

“아?”

부지런함이라면 김정남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 편의점 닭가슴살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점심때마다 들를게요.”

“그래 주시겠어요?”

“예.”

계획은 일주일 뒤.

여기서 김정남이 매일 게이트에 들러 준다면야 당장 최선호에게 뭔가를 바랄 이유는 사라지게 된다.

‘그래. 선호는 천천히 배우겠지. 카르파크도 있고.’

김정남이 떠나는 시간은 저녁으로 정해졌다.

승급시험은 협회에 간다고 바로 치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저녁까지 닭가슴살을 먹겠다는 말이기도 했다.

“남은 시간 동안 운동이나 조금 해 보실래요?”

“오.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말만을 기다렸습니다. 민성 씨 몸이 상당히 특이해서요.”

“그런가요?”

애초에 노가다로 단련된 몸이었다.

평범하거나, 좀 더 탄탄한 수준.

여기서 특이함을 느꼈다면, 역시 마석 이식을 통한 신체 변화일 터였다.

“예. 이리로.”

헬스장의 영혼들은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여느 때처럼 운동하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건 명령뿐이었기에 그저 내버려 둘 뿐.

간섭할 이유도 없었다.

언젠간 저 영혼들도 써먹을 구석이 생길 터였다.

“일단 기초 운동부터 알려드릴게요.”

“예.”

운동을 배우는 시간은 생각보다 보람 있었다.

특히 근육에 자극이 온다는 느낌은 건설 현장에서 느끼던 것과는 전혀 다른 안정감이 있었다.

“후우!”

“좋습니다! 그렇게 10회 하실게요.”

시간이 지나 판자촌 능력자들의 격해진 감정도 제법 진정되었다.

헬스장이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었기에 대표로 김 대위와 유 중위만이 주민성을 찾아왔다.

“운동 중이셨군요. 찾았습니다.”

“아, 이제 좀 괜찮아지셨습니까?”

“예. 덕분에.”

김 대위는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말씀하세요.”

“그……. 각성 말입니다.”

“아.”

봉춘향에 관한 사항이었다.

“투자해 주시는 부분은 정말 감사드릴 일이나, 협회에서 진행한다는 게 상당히 걱정돼서 말이죠.”

“그러셨군요.”

생각해 보니 김 대위에겐 많은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직 말씀드리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김정남도 작전의 핵심 인물인데다, 조심성 많은 유 중위 역시 작전을 되짚으며 보충할 부분에 대해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작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는 편이 이득이다.

“……여기까지가 제가 세운 계획이었습니다.”

“벌써 거기까지 내다보신 겁니까?”

인천 게이트에 체류 중인 협회인들에 대해 설명할 땐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유 중위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고.

“대장님. 협회 사람들을 얼마나 믿으십니까?”

“당연 100%죠.”

“……정말입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혹여나 상대가 배신한다 하더라도 해가 될 행동은 전부 금지되어 있으니까.

“정확히는 제 능력을 믿고 있기에 그쪽 사람들까지 믿는다고 해야겠죠.”

주민성은 이용료 청구를 믿고 있었다.

“아, 능력이군요. 그래도 방심해선 안 될 일입니다. 상대 쪽에서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다는 건, 그만한 이득을 보겠다는 말일 테니까요.”

유 중위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

주민성도 예상했던 바였고, 오히려 그 부분을 노렸기도 했다.

“대장님의 능력 역시 특별합니다. 하지만 능력을 파훼하는 방법이 자연스레 생겨날 겁니다.”

이용료 청구를 파훼하는 방법.

이번엔 생각지 못했던 말이었다.

“확실히 그렇네요.”

임진석의 최면을 건물 부가효과로 파훼함으로 변수를 만들었던 장본인부터가 주민성이었다.

건물주의 천적과도 같은 능력을 갖춘 능력자라면 세상 어딘가에 분명 존재할 터였다.

‘날강도쯤 되면 건물주한테도 위협이긴 하겠군.’

상대가 가진 것을 빼앗는다.

그런 능력이 혹시라도 존재한다면 확실히 주민성에겐 끔찍한 일이었다.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생각해 보니 맞네요. 세상엔 특이한 능력자들이 너무 많으니까.”

이런 경우도 존재한다.

F급 능력자임에도 S급 능력자 못지않게 돈을 벌어들이는 특별한 사람들이.

‘개인방송만 하더라도 특이 능력자라면 엄청 많긴 해.’

그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가진 사람도 한국인이었다.

구독자 수만 무려 2000만명.

그의 등급 역시 F급이었다.

그는 여러 상대의 칼로리를 대신 소모해 주는 특이한 능력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SSS급의 외국인 능력자를 호위로 두고 있을 만큼.

‘신우빈도 F급이긴 했었지.’

너무나 치열하게 살아왔던 주민성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었기에 신경조차도 쓰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물론 대장님도 평범한 분은 아닙니다. 오히려 특별하시기에 더욱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협회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터.

물론 나주 게이트라는 변수가 발생해 이목이 흐트러지긴 했지만, 더욱 주의하자는 유 중위의 말은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얘기였다.

“좋습니다. 대책을 최대한 마련해보죠.”

헬스장은 곧장 작전회의실로 변경되었다.

이것도 뇌를 운동하는 개념이었으니 목적은 얼추 맞다.

“인천은 저희가 함께 담당해도 되겠습니까?”

“좋습니다.”

인천에도 판자촌 능력자들이 관여하기로 정해졌고.

“확장 금지 구역도 설정하고 싶습니다. 될 수 있으면 다른 몬스터의 포섭 방법을 위해서라도.”

“포섭이요?”

“예. 몬스터마다 다른 포섭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호위 몬스터중엔 호박 술사나 괴물 쥐같은 다른 개체도 존재했다.

유 중위만 하더라도 귀물쥐를 호위 몬스터로 두고 있었다.

“호위 몬스터는 사람의 성향을 따릅니다. 특히 제 호위 몬스터는 여러 가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단순히 칙칙거리는게 아니군요.”

“예.”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가며 회의는 저녁 시간까지 이어졌다.

주민성의 작전 역시 제법 많은 부분이 보완됐다.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되, 세세한 빈틈을 전부 메꾸는 방식이었다.

“후우.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저희는 정비가 끝나는 대로 게이트 교대 근무도 병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김 대위와 유 중위가 빠져나갔다.

“저도 이제 슬슬 협회로 가 보겠습니다.”

“네. 승급하시리라 믿습니다.”

“물론입니다.”

어느덧 헬스장엔 주민성과 보이지 않는 영혼들만 남게 되었다.

“후우. 운동이나 조금 복습하고 나가 볼까.”

운동하다 보니 문득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최선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호는 저녁까지 운동한다고 했었는데?”

샤워실부터 구석에 있는 기구들까지 둘러봤지만, 최선호는 보이지 않는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최선호가 어린 애도 아닌데다, 카르파크를 붙여 뒀으니까.

하지만 궁금증은 여전하다.

“게이트 지배력 조회.”

[현재 소유 중인 게이트의 점유율]

[1위. FFF급 건물주 주민성]

[2위. 죽음에서 돌아온 오크 로드 제르취]

[3위. 칠흑 숲의 추적자 카르파크(경악)]

[4위. 고블린 첩보 대장 크룩스(경악)]

[5위. 폭식 마수 콩이(만족)]

“음?”

제르취야 근처에 있는데다 지루한 회의만 지켜봤으니 별 감정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크룩스는 봉춘향의 분신에 놀랐으니 그럴만 했고.

콩이는 임진석이 잘 돌보고 있는 모양이다.

“카르파크까지 경악이라.”

카르파크는 분명 최선호에게 붙여 둔 상태.

크룩스가 봉춘향을 보고 경악했다면, 카르파크 역시 최선호를 보며 경악하고 있다는 것으로 추측된다.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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