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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임시 서비스 (1) (108/250)


본격적인 임시 서비스 (1)
2022.03.19.


가르취와 차크취는 제멋대로인 오크였다.

성아영의 호위니 운동이라는 명령은 따르겠다만, 그것을 성실히 수행하는지는 별개의 문제.

“상태라도 봐야겠군.”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게이트 지배력 조회 능력이 사용되었다.

[현재 소유 중인 게이트의 점유율]

[1위. FFF급 건물주 주민성]

[2위. 죽음에서 돌아온 오크 로드 제르취]

[3위. 칠흑 숲의 추적자 카르파크]

[4위. 고블린 첩보 대장 크룩스(기쁨)]

[5위. 폭식 마수 콩이(오만)]

근처에서 자신을 지키는 임무뿐이라서 그런 걸까.

지금은 제르취와 카르파크의 감정 상태가 사라진 상태였다.

크룩스는 이전과 비슷하게 기쁨.

요즘 따라 송몽룡과 봉춘향 주변에서 활동하는 크룩스는 새로운 재미를 찾은 모양이다.

“골칫덩이가 하나 더 있었지…….”

왜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콩이는 오만해져 있었다.

“분노했다가 행복했다가 오만해졌다라.”

이유는 왜인지 알 것 같다.

마찬가지로 주민성에게 얼굴 한번 드러내지 않고 콩이의 집사 역할을 수행하는 임진석이 원인일 터였다.

“여기서 가르취나 차크취의 상태를 보려면…….”

주민성은 눈을 감고 가르취와 차크취의 풍만한 뱃살을 떠올렸다.

그러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크 가르취와 오크 차크취의 순위를 조회합니다.]

[10위까지의 결과를 표시합니다.]

[6위. 꽃집 중독자 꽃블린(환각)]

[7위. 크라노돈 포식자 가르취(신기함)]

[8위. 크라노돈 폭식자 차크취(신기함)]

[9위. 칠흑 숲의 제사장 마루크(황당)]

[10위. 지옥 요리사 블링 (광란)]

“……이렇게 확인하면 되는군.”

10위까지의 순위 조회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특히, A급 능력자들조차 쉽사리 제압하는 오크 형제들보다 꽃블린의 순위가 더 높은 게 상당히 의외였다.

물론 환각 상태는 못 본 척하기로 했다.

“마루크라는 오크는 인천 게이트의 오크일 테고.”

오크 라이더는 전부 인천 게이트에 소속된 회원들을 지키라는 임무를 내려뒀으니, 공사 현장에 황당함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블링이도 꽤 세네. 이 정도면 어지간한 길드보다 강한 수준 아닌가?”

새삼 자신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해졌다.

그리고 가르취와 차크취의 상태.

“역시 예상대로 운동은 뒷전이군.”

무언가 재미있는 발견 거리라도 생긴 걸까.

가르취와 차크취는 힘들다는 감정 대신 신기함을 느끼고 있었다.

“위험하지만 않으면 됐지 뭐. 운동이야 성아영이 알아서 시킬 테고, 여차하면 정남 씨한테 부탁해서 운동시키면 되니까.”

이것으로 조회는 끝.

일정에 임진석과의 면담을 추가할까 했지만, 역시 생략하는 방향으로 갈피가 잡혔다.

“부지런해지면 안 돼. 반드시 필요한 일만 하자.”

주민성은 제르취와 카르파크의 호위를 받으며 헬스장으로 이동했다.

“후우! 오셨습니까?”

김정남은 상당히 성실한 남자였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근력 운동에 한창이었다.

“네. 회식은 잘했어요?”

“덕분에 정말 즐거웠습니다. 민성 씨에 대해서도 많이 들었고요. 저도 대장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정도로요.”

“하하…….”

김정남은 신나게 쇠질을 하며 아침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공중파 채널은 잡히더라고요. 이렇게 신기한 능력은 처음 봤습니다.”

“그렇군요.”

뉴스엔 다소 거부감이 있었지만, 볼 수 있는 채널을 거부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처럼 불안정한 시국에는 오히려 보는 편이 맞았다.

-속보입니다. 어제 오전, 나주 S급 게이트에서 변종 보스 몬스터가 출현했습니다. 당시 레이드를 진행하던 태양 길드는 원정 실패를 선언, 사망자 47명 중태 2명으로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소식이었다.

단순 해프닝이라기엔 새로운 보스 몬스터의 존재가 주민성을 불안케 만들었다.

“아이고……. 태양이면 한국 10대 길드인데…….”

“그런 길드도 실패는 하는가 보네요…….”

“이런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S급 게이트면 1.5군 정도로 인원을 구성했을 텐데, 그래도 평균 S급은 될 테죠. 솔직히 태양 길드 수준이면 실패하기가 더 어려운 원정이었습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무려 대한민국 10대 길드였다.

약소국 기준이었으면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까지 갖췄다는 뜻이다.

그런 길드가 실패를 한다면, 자연스레 다른 차원에서 대기 중인 보스 몬스터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태양 길드라면 변종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했겠죠?”

“물론입니다. 저도 태양 길드 원정엔 용병으로 참가한 적이 있었거든요.”

과연 환영받는 인재는 달랐다.

“태양 길드는 다른 곳과 다르게 길드장이 반드시 원정에 참여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원정이라도요. 챙겨 주기도 엄청 잘 챙겨 주시고…….”

“길드장이 참여한다고요?”

“예. 정말 배울 점 많은 분이었습니다. SSS급인데도 항상 궂은일도 도맡아 하시며 길드원을 지키는 분입니다.”

“변종 대비는 하고도 남았겠군요…….”

태양 길드 마스터 백우현.

한국 10대 길드의 한 축이니만큼, 당연하게도 SSS급 능력자였다.

-태양 길드장 백우현 씨는 길드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으로 밝혀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고 백우현 씨의 장례는 비공개로 치러질 예정입니다.

그의 사망까지 확인됐다.

백우현은 김정남의 말대로 좋은 사람이었을 터였다.

“안타까운 일이군요. 하나의 별이 이렇게…….”

“…….”

덕분에 주민성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SSS급이 S급 게이트에서 죽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믿기 어려운 일이라면, 역시 다른 차원의 보스 몬스터가 먼저 떠오른다.

“……김정남 씨. 나주 게이트는 어떤 곳이에요?”

“정령형 몬스터가 출몰하는 곳이라 상당히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태양 길드라면 얘기가 달라요. 정령 사냥 전문 능력자들도 많고요.”

“그럼 나주 게이트에도 상당히 익숙하겠네요?”

“예. 거기 보스라면 이프리트로 알고 있는데, 준비는 완벽하게 했을 겁니다. 제 추측이지만……. 화염 저항 장비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녀석이라도 튀어나온 모양이에요.”

“그렇군요.”

이로써 나주 게이트엔 전혀 생뚱맞은 보스가 등장했을 가능성이 컸다.

백우현이라는 사람 자체도 상당히 뜨겁다는 이미지를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한국 능력자 협회는 1시간 후, 나주 게이트에 관한 공식 발표를 내릴 예정입니다.

이것으로 나주 게이트와 관련된 소식은 끝.

다음 소식은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함이었는지 유물을 획득했다는 다른 파티의 이야기와 고등급으로 각성한 능력자의 소식이 이어졌다.

“흐음. 비석 소식은 없나…….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떠들썩했던 것 같은데.”

“바깥은 그랬었군요.”

주민성은 외부 소식에 상당히 어두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항상 게이트에서 정신없이 일만 해 왔으니까.

“예. 웨이브 비석도 비석이니까요. 괜스레 불안해지는군요.”

“아, 오늘 몬스터 웨이브를 진행하실 예정이군요.”

“그렇죠. 지금처럼 컨디션이 좋은 적은 처음이거든요. 이 기세라면 승급도 바로 할 것 같고요.”

다행히 김정남의 의지는 상당히 굳건했다.

그런 와중에도 주민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상당히 넉넉했고.

“실례가 안 된다면, 몬스터 웨이브. 지켜봐도 괜찮을까요?”

“어, 괜찮으시겠습니까? 상당히 바빠 보이시던데.”

“아뇨. 저 엄청 게으르고 한가해요…….”

“재미있는 농담을 하시는군요. 그런 제안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안 그래도 저는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들었거든요.”

이것으로 김정남의 동의도 끝난 상황.

“그러면 웨이브는 10시에 시작하시죠.”

“예. 알겠습니다. 운동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겠군요.”

“편히 이용해 주세요.”

헬스장을 빠져나온 주민성은 곧장 판자촌 능력자들부터 소집했다.

작은 변수라도 확실하게 통제하기 위함이었다.

“건설 업체는 2시에 온다고 했었던가. 최대한 빠르게 끝내야겠군.”

곧이어 최선호와 최선아가 헬스장을 찾아왔다.

운동 습관이라도 기르려는 모양이다.

“어? 민성 씨! 좋은 아침이에요!”

“안녕하세요. 형.”

“좋은 아침이요.”

이렇게 만난 김에, 주민성은 바로 임시 서비스를 테스트해 볼 계획이었다.

“마침 잘됐다. 선호 지금 바빠?”

“저요? 그냥 누나 따라서 온 거예요.”

“좋네. 선아 씨. 선호 좀 데려가도 돼요?”

“음? 알았어요.”

“네. 오늘 오전 10시에 몬스터 웨이브 있으니까 학원에 머무는 분들 관리 좀 부탁드릴게요.”

“네! 선호 너도 민성 씨 말 잘 듣고.”

“으어으어으.”

“대답 똑바로 해라.”

“어응.”

주민성과 최선호는 나름대로 깔끔한 폐건물로 이동했다.

“형. 무슨 일이에요?”

“능력 하나 써 보려구.”

“오늘도 뭔가 굉장한 걸 하실 계획인가 보네요.”

“별거 아냐. 그냥 단순히 돈 드는 일이거든.”

폐건물 입구엔 제르취와 카르파크가 경비를 대신하고 있었다.

“카르파크. 근처에 아무 쓸 만한 고블린 좀 데려와 줘. 편의점에 있는 애들 말고.”

“예.”

곧이어 작은 고블린 한 마리가 주민성을 찾아왔다.

“키힉! 제물입니까!”

“…….”

고블린은 최선호를 향해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와. 귀엽게 생긴 고블린이네요.”

“…….”

최선아도 그렇고 최선호도 그렇고 고블린을 보는 시선이 참 특이했다.

주민성은 곧장 최선호에게 지폐 다발을 건넸다.

“일단 받아. 아까 말했듯, 돈 들어가는 능력이야.”

“네. 형.”

“이용료 청구.”

이용료 청구부터 30일 분량의 일괄 납부까지는 순식간이었다.

[대상을 장기 이용자로 정의합니다.]

[30일분의 이용료 청구가 가능해집니다.]

“이제 호위 서비스 차례야.”

“앗. 네!”

메시지는 이렇게 떠오를 터였다.

[호위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용료는 한 개체당 200만원 입니다.]

[호위 개체는 장기이용자의 능력을 공유합니다.]

“형. 저 능력이 없는데…….”

“괜찮아. 일부러 한 거니까.”

“어! 다른 메시지가 떠올라요!”

“그치?”

송몽룡이 보고 있을 메시지도 이미 수첩에 나와 있었다.

[장기 이용자가 보유한 능력이 없습니다.]

[능력 공유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임시 서비스의 신청이 가능합니다.]

[추가 비용은 100만 원입니다.]

그리고 최선호의 손에는 여전히 많은 지폐다발이 들려있었다.

‘여기부터가 진짜겠지.’

수첩 내용은 이러하다.

[공유받을 수 있는 능력의 등급은 FFF급입니다.]

[FFF급 능력 중 무작위 능력을 공유받습니다.]

[추가 비용을 지불해 등급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주민성이 봉춘향에게 확인했던 부분.

당시의 결정은 보류였다.

건물주 능력이 유출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최선호라면 다르다.

“형. FFF급이라는데, 저 능력 생기는 거예요?”

“아직 확실치 않아. 나도 처음이거든.”

지금의 자금력이라면 최선호에게 S급 능력을 공유시켜줄 수 있었다.

A에서 S급으로 등급을 상향시킨다 하더라도 100억이었으니까.

하지만 주민성은 최선호를 S급 능력자로 활용할 계획이 없었다.

일부러 FFF급에서 멈출 생각이었다.

‘만약 선호가 건물주라면 어떨까.’

최선호는 반복 작업에 익숙하다는 공통점을 제외하고 주민성과 상당히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집짓기에 유독 큰 애착을 가진 최선호라면 왜인지 다른 결과가 나올 것만 같았다.

“선호야. 200만원만 남겨 둬.”

“지폐뭉치 하나당 100만 원이죠?”

“응.”

임시 서비스 기본 비용 200만 원.

정확히 이 금액만이 FFF급 능력을 공유받을 수 있었다.

괜히 200만원을 더 보태면 F급 능력을 공유받게 될 텐데, F급은 워낙 종류가 많아 피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됐어요. 형.”

“응. 그거 내면 돼.”

그렇게 200만 원을 쥔 최선호는 호위 서비스 납부용 인벤토리를 열망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거짓말 같은 상황인데, 형 능력이라니까 왠지 진짜로 능력이 생길 것 같아요.”

“나도 처음이긴 한데, 아마 진짜로 생길 거야.”

“이제 낼게요.”

“응.”

납부 인벤토리가 지폐를 먹어치우고, 임시 서비스 추가 비용 납부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추가 비용 200만 원이 납부되었습니다.]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의 등급은 FFF급입니다.]

[임시 서비스를 확정하시겠습니까?]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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