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3)
(106/250)
피라미드 (3)
(106/250)
피라미드 (3)
2022.03.17.
임시 서비스.
능력자가 아닌 일반인이 호위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발생하는, 우연히 알게 된 능력이었다.
처음 메시지를 발견한 사람이 봉춘향이라 다행이었다.
임시 서비스는 주민성의 역린이나 마찬가지인 능력이었으니까.
[공유받을 수 있는 능력의 등급은 FFF급입니다.]
[FFF급 능력 중 무작위 능력을 공유받습니다.]
[추가 비용을 지불해 등급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능력을 공유받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호위서비스와 같은 200만 원.
여기서 F급 능력으로 조건을 상향하는 것에도 고작 2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물론 등급이 올라갈수록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다.
A급에서 S급으로 상향하는 비용만 100억이었으니까.
“76억!”
“77억!”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이없을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이었다.
숨 한 번 쉴 때마다 1억씩 더 벌어들이는 셈이니까.
그렇게 억 단위의 가격 경쟁은 100억대까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이쯤이면 아파트 분양 수준이 아니라 유물 입찰 경쟁에 가까워진다.
“107억 나왔습니다.”
“크, 크윽!”
“내가 말했잖은가. 적당히 하셨어야지.”
조 사장이라는 인물은 아직도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반면, 경쟁자는 슬슬 한계가 임박했는지 표정이 썩 나쁘다.
“108…….”
“118억.”
“119…….”
“129억.”
“커헉…….”
이제 끝내려는 모양인걸까.
텐트의 가격이 한 번에 10억씩 치솟기 시작했다.
‘저러면 플래티넘 등급을 바로 줘야 할 것 같은데.’
윗공기를 마셔 보고 싶다는 욕망.
상류층과의 교류는 주민성도 바라던 것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의 풍경은 상상보다 더욱 잔혹했고, 아찔했다.
“돈 장난은 그만함세. 날이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크윽!”
조 사장은 베팅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딱 떨어지는 쪽이 보기에도 좋겠지. 130억.”
“…….”
여기서 1억이 붙이면 무조건 9억을 더하겠다는 엄포.
명백한 도발까지 감행하는 조사장이었다.
“130억 나왔습니다.”
“…….”
“입찰하실 분 더 계십니까?”
그렇게 마지막 네 번째 텐트는 130억이라는 비현실적인 가격으로 조 사장의 품에 안겼다.
“오오오……!”
말도 안 되는 금액이 오간 만큼, 고객 만족도는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
“오늘 입찰에 성공하신 분들께는 특별히 골드 등급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으허허허!”
“또한,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새로운 혜택을 드리고자 합니다.”
“……!”
처음엔 단순히 사람을 늘리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몇몇 고객은 사람보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명백하다.
‘돈줄은 잡아야지.’
텐트에 한눈팔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지역 발전을 위한 기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기, 기부?”
이렇게 비공식적인 모금은 단연 불법이다.
사람들의 표정 역시 나빠진다.
“예. 돈으로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죠. 물론 성아영 씨께 해당되는 다이아 등급은 돈으로도 안 되지만, 플래티넘까지는 가능합니다.”
“헤헷.”
성아영도 상당히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물론 사람들의 표정은 그대로.
협회의 시선에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주민성에겐 이들을 설득할 방법이 존재한다.
“한 가지 비밀을 더 알려 드리죠.”
“비, 비밀…….”
“저는 게이트 자치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협회장이 승인한.”
주민성은 품에 챙겨 둔 서류 몇 장을 꺼내 보였다.
“즉, 저는 이 게이트에서 뭘 해도 합법이고, 제가 곧 법이라는 말이기도 하죠.”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이용료 청구 대상인 이상, 보여도 무방한 내용이었다.
“헉! 진짜 정 회장님의 서명이……!”
처음부터 협회와 관련된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
서명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한눈에 구별해낼 터.
“저, 정말이다!”
“특임대장님이 여기 계시는 이유가 있었어!”
주민성을 향한 시선이 더욱 뜨거워졌다.
“이러면, 기부도 문제없겠죠?”
저마다의 궁금증이 담긴 질문도 함께 쏟아졌다.
“자치권이라니! 기부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혹시 여기서 지내는 것도 가능한가요?”
물론 주민성 입장에선 전부 환영이다.
특히, 100억이 넘는 돈을 가지고도 텐트를 못 산 사람을 그대로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일.
“액수에 따라서 다릅니다. 하나 더 알려 드릴까요?”
꿀꺽.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어마어마한 열의가 주민성을 에워쌌다.
“이 게이트. 도시처럼 바꿀 계획입니다. 온갖 혜택들로 무장한 신도시로요.”
“시, 신도시!”
이곳에 모인 이들 중에선 대격변 이전의 생활을 했던 사람도 다수 존재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승승장구해 온 이들이라면 분명 신도시 개발에 한발 걸쳐 부를 쌓아 온 사람도 있으리라.
“질문 하나 해도 괜찮겠습니까.”
“예. 조 사장님.”
“신도시의 방향성과 혜택에 대해 궁금합니다.”
예상대로 조 사장이란 인물은 기운부터가 달랐다.
그에게 아우라가 존재한다면 바로 돈의 아우라일 터.
“방향성과 혜택이군요.”
“예.”
주민성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급조한 아이디어는 분명 허점이 존재할 테니.
이럴 때 가장 좋은 대답은 보류.
“플래티넘 등급 이상부터 알 수 있습니다.”
“흐음…….”
투자를 받겠다는데 투자처를 설명하지 않는다.
상식에서 벗어난 답변을 내놓았음에도 주민성은 당당했다.
온갖 변수가 끼어들 수 있는 이곳은 게이트니까.
“투자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알아 주셔야 해요.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 저에게 해가 되는 정보는 유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협회장과의 관련성과 성아영,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는 부가효과를 부여해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텐트까지.
이미 떡밥은 뿌려져 있었다.
“물론 절대 후회할 일은 없다고 말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귀중한 것은 목숨이었다.
주민성은 자신이 가진 게이트를 어떻게 해서든 지켜낼 심산이었다.
“과연 기밀인가. 신뢰가 더 필요한 모양이군요.”
“예.”
2차 대격변이 될지도 모르는 보스 몬스터의 침공이 시작되면 돈의 가치는 다시 한번 바뀔 터였다.
하지만 주민성에겐 아니었다.
능력에 돈이 쓰이는 이상, 화폐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신뢰는 곧 돈이라 할 수 있었다.
“투자는 내일부터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하도록 하죠.”
주민성은 일부러 인벤토리에서 허름한 텐트만 골라 꺼냈다.
괜히 상태 좋은 텐트를 꺼내면 다른 말이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줄들 서시고, 한 분씩 이용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오오!”
물론, 조 사장과 경쟁하던 사람에겐 특별 대우를 해 줄 필요성이 있다.
그는 수중에 100억 이상의 돈을 챙기고 있었으니까.
“혹시 조 사장님처럼 텐트를 사용하실 분 계십니까?”
스슥.
몇 사람이 더 손을 들었다.
하나같이 억대로 돈을 챙겨온 이들이었다.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짓이다.
“추가 경매. 원하십니까?”
“무, 물론입니다!”
“당연하죠!”
“오오!”
주민성은 비릿한 미소와 함께 상태 좋은 텐트 3개를 꺼냈다.
“좋습니다. 하지만 앞선 경매와는 룰이 다릅니다.”
“헉…….”
“대신 혜택은 동일해요. 골드 등급을 드릴 테니까.”
추가 경매의 룰은 다음과 같았다.
입찰한 돈은 반드시 낼 것. (입찰에 실패할 경우에도)
지목한 텐트에 가장 큰 금액을 입찰한 사람이 권리를 가질 것.
심플하고도 잔혹한 도박과도 같은 경매였다.
“1번, 2번, 3번 텐트 중 하나를 적으시고, 입찰 금액을 아래에 써넣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하단에는 이름 적어주시면 되고요.”
누가 봐도 악독한 도박이었지만, 자치권을 가진 주민성이 개최하는 도박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입찰에 실패해도 금액 자체는 기부금으로 전환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부 반영됩니다. 참고로 내일부터 가입하는 회원님들은 브론즈 등급입니다.”
한마디로 가진 돈 다 내놓으라는 소리였다.
이렇게 경쟁심까지 부추기니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혹시 참가 제한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아직 골드 등급이 확정 안 되신 모든 분들의 참여가 가능합니다.”
“오오오!”
주민성은 오늘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틈틈이 강조하며 사람들을 세뇌했다.
그렇게 회원들의 전 재산을 뜯어내는 두 번째 경매가 시작됐다.
* * *
한편, 협회장은 정신없는 일정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들려오는 부하의 소식에 직접 일정을 추가해 발걸음한 차였다.
“이게 대체 뭔가.”
“……면목 없습니다.”
협회장을 상대하고 있는 인물은 주민성에 의해 게이트에 억류되어 있었던 황태범이었다.
워낙 일손이 바빠 곧장 새로운 임무를 내린 상태였고.
“이게 뭐냐고 물었어.”
협회장은 사람 한 명의 머리채를 쥐고 있었다.
서양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목숨만 간신히 붙인 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고작 이런 일도 처리 못 해? 나는 자네를 믿고 맡겼을 터인데?”
“…….”
“이놈이 유럽으로 빠져나갔으면 어쩔 뻔했나.”
“……죄송합니다.”
콰드득!
“끄으윽!”
붙잡힌 남자는 그대로 절명했다.
협회장의 잔혹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 임무를 달라고 한 건 자네일세. 진석이. 아영이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고 자네가 직접 말했어.”
“……죄송합니다.”
“하, 그래. 자네가 어떻게든 임무를 성공시키겠다면 공항이라도 폭파했을 거야. 그런 멍청한 짓거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는 칭찬해 주지.”
“…….”
협회장 정혁수는 양지와 음지의 정보 모두를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번에 황태범에게 맡긴 임무는 음지에서 얻은 정보에 기반을 둔 임무였다.
유럽에서 새로이 각성한 특이 능력자와 관련된.
“왜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걸까. 명분이라도 있어 망정이지 그마저도 없었다면?”
“……다음부턴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철퍽!
시체를 구석에 내던진 정혁수는 의자에 걸터앉아 황태범을 내려다봤다.
“황태범이.”
“예. 회장님…….”
“놈은 벌써 신성에 넘어갔어. 애초에 이번 임무는 자네가 노래를 부르던 다음 임무였고.”
“…….”
특이 능력자 확보 실패.
이번으로 벌써 세 번째 실패였다.
“이현은 SSS급이니 그렇다 쳐. 주민성? FFF급? 뭐, 놈은 그럴 만한 구석이 있었지. 납득했어. 그래서 이번 실패는 어떻게 변명할 셈이지?”
“……죄송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의식을 잃을 거라곤…….”
“황태범이. 이리 와 보게.”
“예. 회장님…….”
짜악!
“커헉!”
쾅!
협회장의 따귀는 황태범조차 저항할 수 없었다.
“일어날 필요 없네.”
“쿨럭!”
“내가 직접 가지.”
정혁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로 황태범을 내리쳤다.
쾅!
정혁수의 손속은 여전히 잔혹했다.
그의 압도적인 폭력이 멈춘 건 의자가 황태범의 위에서 중심을 잡은 순간.
정혁수는 그대로 의자에 앉아 황태범을 짓눌렀다.
안정감이 워낙 좋아 어마어마한 무게를 자랑하는 의자였다.
쿠드득!
“끄으으윽!”
“아픈가?”
“커흑!”
“아픔에 감사하게. 자네가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크허! 예……!”
이제부터가 본론이었다.
“이제 말해 보게. 자네가 이런 허접쓰레기에게 당했을 리는 없잖은가.”
“……그, 그게!”
우득!
“크아악! 능력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 능력이라 함은, 물리적인 수단을 포함해서인가?”
“크윽!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딴 쓰레기한테 붙잡혀 있었고?”
“끄으으……!”
황태범은 SS급이었다.
그중에서도 양질의 능력을 보유한.
“안 되겠군. 자네는 치료부터 받는 게 좋겠어. 뇌 손상도 제법 온 듯하고. 대체 몇 번째 기절인가?”
“그것만은 제발! 회장님! 기회를 주십시오!”
“이보게. 황태범이. 다른 부위면 몰라도 뇌는 치유 능력으로도 안 고쳐진다네.”
“낫겠습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황태범은 회장이 제안하는 치료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었다.
정상의 범주에서 아득히 벗어난 특유의 치료 방식 때문이었다.
“후우. 인력난만 아니었어도 자네는 실험 실행이었네. 정말 마지막으로 봐주는 거야.”
“……가, 감사합니다! 회장님!”
“물론 곱게 용서해 줄 생각은 없네. 자네가 새로 만든 약점은 자네가 직접 극복하게나.”
정 회장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구둣발로 황태범의 턱을 걷어찼다.
쾅!
“크어어…….”
이것으로 황태범은 또다시 기절.
정혁수는 그대로 근처에 널브러진 외국인 시체의 품을 뒤적였다.
“그렇다 할 방어구도 없는데 막아낸다라. 흐음…….”
그러던 도중, 시체의 품에서 이상한 누더기가 튀어나왔다.
정혁수는 그대로 누더기를 잡아당겼다.
찌지직!
“음? 텐트 조각?”
정혁수는 물건을 감정하는 고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혁수의 감상과 마찬가지였다.
“요즘 쓰레기는 쓰레기로 치장하는 게 취미인가? 알다가도 모르겠군.”
그리고 비서가 정혁수를 찾아왔다.
“회장님. 곧 다음 일정입니다.”
“이번엔 어디지?”
“유럽연합 방문대표와의 만찬입니다.”
“또 유럽인가. 후우. 알겠네.”
정혁수는 그대로 누더기를 근처에 던지곤 자리를 떠났다.
“뒤처리는 부탁함세.”
“예.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