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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되네 (3) (98/250)


이게 되네 (3)
2022.03.09.


지금의 현상은 단순한 충격이 아니었다.

연달아 쏟아지는 환희의 메시지가 감격을 더했다.

[편의점이 초월적으로 보수됩니다.]

[편의점의 초월에 성공합니다.]

[건물의 종합 성능이 5배 강화됩니다.]

[건물이 완전 보수됩니다.]

[최초로 건물 초월에 성공했습니다.]

“나왔다!”

최초는 곧 새로운 능력을 의미했다.

“가즈아!”

[2차 권한이 부여됩니다.]

[건물주 등급 재판정을 시작합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2차 권한이라는 단어.

그리고 갑작스러운 판정까지.

“어어?”

[건물주의 행동 패턴을 분석합니다.]

[지나치게 부지런합니다.]

[여유가 심각하게 없습니다.]

[건물주의 실적을 분석합니다.]

[공실이 터무니없이 많습니다.]

[소유 건물의 관리도가 처참합니다.]

[수익성 있는 건물이 없습니다.]

[이용자의 평가가 부족합니다.]

[포기한 건물이 너무 많습니다.]

[건물주 등급 재판정이 완료됩니다.]

[재판정 결과: FFF]

“…….”

신랄한 팩트 폭격에 주민성은 말을 잃었다.

물론 실적에 대해선 상당 부분 납득할 수 있었다.

건물을 전투에 활용한 탓이니까.

하지만 행동 패턴은 정말 너무했다.

“……부지런하면 좋은 거 아니야?”

건물주 등급은 여유 없이 부지런한 행동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미치겠군.”

처음은 분명 FFF가 맞았다.

전반적으로 인간의 스펙 자체가 떨어졌다고 느껴질 정도로 약체화되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분명 강해지긴 했는데.”

직접적인 능력은 없었지만, 주민성은 주어진 능력만으로 수많은 난관을 헤쳐 왔다.

이 정도면 못해도 A급은 돼야 했었다.

심지어 지금은 마석까지 이식되어 초인이나 마찬가지가 된 상태.

[재판정 결과: FFF]

그럼에도 결과는 FFF.

읽어야 할 메시지는 여전히 많았다.

[2차 권한이 보류됩니다.]

[기본 권한, 건물 초월이 해금됩니다.]

[지정한 건물을 초월시킵니다.]

[해당 권한은 30일에 한 번씩 사용 가능합니다.]

[기본 권한, 건물 보급 권한이 해금됩니다.]

[건물 속성에 해당하는 물품이 보급됩니다.]

[보급 권한에는 일정 재화가 소모됩니다.]

“어……. 그래도 좋은가?”

한 달 남짓한 재사용 대기 시간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매번 건물 초월을 위해 기괴한 탑을 세울 필요가 사라진 것.

그것만으로도 건물 초월은 상당히 유용한 능력이었다.

게다가 보급 능력은 말이 필요 없었다.

“재화가 얼마나 소모되는지가 관건이군.”

이젠 초월한 건물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할 시간이었다.

[건물이 완전 보수됩니다.]

주민성이 보수한 건물은 편의점.

완전 보수된 편의점이라면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로 복구되었을 터였다.

심지어 완전 보수엔 건물 잔해도 포함이었다.

매끈한 자태를 뽐내는 잔해 더미는 기대감을 절로 일으켰다.

“살다 살다 건물이 초월할 줄이야.”

주민성은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헛웃음을 누르며 잔해 탑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

탑에서 내려온 주민성은 그대로 말을 잃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도시에서나 보는 흔한 편의점의 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선에 형광등까지 복구되었는지 간판까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대체 전기는 어떻게 공급되는 거야?”

물론 게이트에서 전기가 들어오는 건물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학교였다.

심지어 학교는 전성기의 모습으로 복구되어 독립적인 전력 충전 설비까지 완비된 상태.

초월해 버린 편의점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었다.

“이게 되네.”

편의점 안에는 이미 최선호와 블링이를 비롯한 정예 고블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건물의 변화에 모여든 모양이다.

“형! 이런 능력이었어요? 대박!”

“……시, 신기하지?”

“완전 신기해요! 30년 전의 편의점이 그대로 복구됐어요!”

부스럭.

“오! 말로만 듣던 냉동 식품!”

자동 조리되는 요즘의 편의점 식품과 달리, 30년 전의 물건은 독특한 감성이 있었다.

“전자레인지에 3분?”

“저기 있네. 한번 돌려볼래?”

“네!”

최선호가 냉동 식품에 빠져 있는 사이, 주민성은 건물 내부를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신기하네.”

편의점 내부는 상당히 넓은 편.

카운터에 있는 몇몇 조리 기구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진열대가 공간을 메우는 형태였다.

“이 정도의 복구력이라니.”

살피면 살필수록 놀라웠다.

건물 초월은 주민성이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다른 방도 있네.”

주민성은 영어가 쓰인 문 앞에 멈춰섰다.

-STAFF ONLY

“휴식 장소인가?”

문은 부드럽게 열렸다.

“대박.”

주민성이 새로 도달한 장소는 창고였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물품 수에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

그중에서도 압권은 음료였다.

“이, 이건 챙겨야 해.”

음료 창고에는 무려 30년 전에 판매되던 콜라가 멀쩡한 상태로 주민성을 맞이하고 있었다.

“크으으으!”

콜라 맛은 지금과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다른 감상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역시 빈티지한 콜라 캔의 디자인 덕분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은 전부 건물주 능력에 의해 탄생한 것.

“최고다……. FFF인데도 이 정도라니.”

2차 권한은 주민성에게 어마어마한 동기를 부여했다.

등급이 높아지면 더욱 많은 능력이 해금될 테니까.

“전부 내 능력이 된다 이거지. 좋아.”

주민성은 지난 메시지를 살피며 개선해야 할 사항들을 되짚었다.

[지나치게 부지런합니다.]

“하지만…….”

[여유가 심각하게 없습니다.]

“…….”

행동 패턴은 일단 포기였다.

보스 몬스터가 언제 침공할지 모르는 마당이니까.

지금은 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때였다.

“그래도 실적이라면…….”

[공실이 터무니없이 많습니다.]

시작부터 문제였다.

몬스터는 이용료 청구를 받으면 광폭화되니까.

빈 건물은 사람으로 채워야 했다.

더불어, 긍정적인 요소도 있었다.

[소유 건물의 관리도가 처참합니다.]

“……보수는 어떻게든 해 보고.”

[수익성 있는 건물이 없습니다.]

“이건 이용자들에게 받아내면 돼.”

[이용자의 평가가 부족합니다.]

“이 부분은 인천에 모일 이용자들이 해소해 주겠지.”

그리고 중요한 부분.

[포기한 건물이 너무 많습니다.]

그동안 주민성이 건물을 활용하는 방식은 단순했다.

폭발시키거나, 잔해로 공격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젠 달라져야 했다.

“건물의 잠재력을 더 찾아 봤어야 해.”

생각해 보면 참 많은 힌트가 있었다.

당장 꽃집만 해도 그랬다.

처음 꽃이 피었을 때부터, 꽃블린이 새로운 꽃을 성장시키기까지.

그 사이엔 많은 가능성이 존재했다.

“있는 건물부터 어떻게든 해 봐야겠군.”

장벽건설에 이어 할 일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주민성은 콜라 몇 개를 더 챙겨 창고를 빠져나왔다.

“형! 이거 봐요! 고블린들이 저 따라 해요!”

“응?”

편의점 카운터에선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키히히히! 튀긴다! 튀긴다아!”

“키힉! 굽는다! 키힉!”

“…….”

고블린들의 이름은 모른다.

최선아라면 알겠지만.

아무튼, 고블린은 치킨을 튀기고 빵을 굽고 있었다.

“안쪽에 레시피가 있어서 해 봤거든요? 그걸 그대로 따라 하더라고요!”

“제물! 굽는다! 키히히히!”

“지옥의 기름 속에서 울부짖어라! 키힉힉!”

“…….”

여기서 고블린들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주민성뿐이었다.

‘이 사실은 나만 알고 있어야겠군.’

사실이 밝혀지면 최선호는 큰 충격을 받을 터였다.

특히 고블린을 귀여워하는 최선아는 더더욱.

물론 이것은 별개의 문제.

주민성은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하고 있었다.

‘고블린을 직원처럼 활용할 수도 있겠는데?’

이미 고블린은 자신의 노동력을 입증한 바 있었다.

그중에서도 건물에 애착을 가진 고블린은 더욱 특별하다.

꽃블린처럼 성장할 테니까.

“고블린. 이름이 뭐였지?”

“혀, 형?”

최선호에겐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고블린들은 아니었다.

“키힛? 블링입니닷!”

“블랑입니닷! 케헥!”

“그래. 블링과 블랑. 여기서 요리 계속해 볼 생각 없어?”

명령도 좋지만, 건물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고블린의 의향 역시 중요했다.

뭐든 취향이 맞아야 효율이 나오는 법이다.

“계속해도 되는 겁니까! 키힉!”

“굽고 싶습니다! 케헥!”

“그래. 대신 위생에는 좀 더 신경 써야겠군.”

주민성은 근처 진열대에서 마스크를 꺼내 둘에게 건넸다.

“크킥! 하사품! 감사합니닥!”

“키익! 의욕이 솟아오릅니닷!”

마스크가 좀 크긴 했지만, 착용할 수 없는 수준까진 아니었다.

“손도 틈틈이 씻겨야겠네.”

“혀, 형…….”

“응?”

“……말이 통해요?”

“응. 이것도 능력이거든.”

“…….”

어차피 건물 부가효과로 청결은 보장된다.

하지만 보기에도 깨끗해야 먹기도 좋은 법.

주민성은 고블린들에게 여러 가지 수칙들을 강조했다.

“형. 저도 가르쳐보면 안 돼요?”

“말 안 통하는데?”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최선아의 영향이었을까.

최선호는 자신의 의견을 고블린에게 전달하는 재능이 있었다.

“피자도 만들어 보자!”

“키익!”

“케엑!”

이 정도면 최선호와 고블린들에게 편의점을 맡겨도 될듯하다.

“나는 그럼 하던 일 다시 하러 가 볼게.”

“네! 형!”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망의 소유물 복제가 남아 있었으니까.

“보급은 나중에 쓰자. 어차피 지금은 뭐든 많으니까.”

주민성은 곧장 위장막 끄트머리를 쥐고 잔해 탑으로 향했다.

“최대한 많이 복제해야 할 텐데.”

이미 잔해 탑은 구름까지 뚫고 올라간 상태였다.

위장막도 제법 큰 편이었지만 전부 감쌀 수는 없는 일.

당장은 잔해 탑 초입 부분에 걸치는 게 한계였다.

“이 정도만 복제해도 잔해는 꽤 많이 챙길 수 있어.”

원래라면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잔해 퀄리티는 최상급이나 다름없었다.

편의점이 완전 보수되며 잔해까지 온전한 상태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읏차.”

주민성은 네 번에 걸쳐 잔해 탑에 오갔다.

위장막은 어느새 편의점까지 뒤덮은 상태.

어두 컴컴한 위장막 내부에서 홀로 빛나는 편의점이 제법 볼 만했다.

“집중하자. 민성아.”

복제할 물건의 크기가 워낙 거대한 만큼, 많은 것을 대비해야 했다.

특히, 편의점 위에 건물 잔해가 쏟아지는 사고만큼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사항.

“공터. 복제는 공터로…….”

다른 건물들을 철거한 덕분에 공터는 넉넉했다.

공터와 위장막을 번갈아 보던 주민성은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끌어올려 능력을 사용했다.

“소유물 복제. 위장막.”

[소유물이 복제됩니다.]

[재사용까지 남은 시간: 12시간]

복제는 성공이었다.

다만, 거저먹기가 불가능했을 뿐.

[복제 대상에 초월 건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일로 변경됩니다.]

[건물주 등급이 상승합니다.]

[건물주 등급이 상승합니다.]

……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초월 등급 건물 복제가 확실해졌으니까.

“가즈아!”

주민성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지우고 공터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

건물 부가효과로 인해 상당히 안정된 심리 상태를 유지 중인 주민성조차도 지금의 광경엔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공터에 세워진 거대한 탑 때문이었다.

“뭐야…….”

복제된 건 편의점뿐만이 아니었다.

까마득한 높이의 잔해 탑까지 함께였다.

“이게 된다고?”

지금의 복제가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컸다.

건물과 연결된 부속 부위의 규모를 무한정 키워도 복제된다는 소리였으니까.

“……복리잖아. 완전.”

당장은 30일이라는 대기 시간에 막혀 있지만, 그런 시간마저도 주민성에겐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생각할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용할 수 있는 편법 수단은 무궁무진해질 터였다.

“아니, 그보다 건물 상태가 먼저야.”

지금 중요한 건 복제된 잔해 탑이 아니었다.

초월 건물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복제되었느냐가 중요했다.

“후우. 후우.”

심호흡을 마친 주민성은 조심스레 편의점 문을 열었다.

“…….”

그리고 곧장 계산대로 향했다.

딩동!

복제된 건, 생명체를 제외한 전부였다.

휴지통에 버려진 콜라 캔은 물론, 심지어 튀겨지던 도중의 치킨까지도.

“와. 초월 건물 두 배.”

최선아의 호위 담당 고블린이 다섯에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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