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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되네 (2) (97/250)


이게 되네 (2)
2022.03.08.


위장막의 본래 목적은 단순했다.

건물 잔해를 복제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으니까.

‘그냥 포장지처럼 써서 복제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다.

비싸다는 사실만으로 가치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까.

놀라운 사실은 더 있었다.

‘내 체질이 마석이라고 전부 흡수하는 게 아니었어.’

모든 마석을 흡수하는 체질이 되었음에도 눈앞의 위장막은 흡수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마석 충전식 총기도 마찬가지였다.

‘마석 가공품이라면 흡수되지 않아.’

결론이 내려졌다.

위장막을 최대한 멀쩡하게 복제하기로.

펄럭.

“……형?”

“보여 줄게. 내 능력.”

처음 위장막을 꺼냈을 때와 달리 주민성의 손길은 조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근력도 어마어마하게 상승한 상태라 자칫하면 위장막을 찢어먹을 가능성도 있었다.

“미, 민성 씨? 도와드려요?”

“그래 주시겠어요? 힘 조절이 생각보다 힘들어서.”

“맡겨만 주세요!”

“저도 도와드릴게요. 형.”

최선아와 최선호도 합세했다.

덕분에 주민성은 위장막을 펼치는 대신 땅을 고르게 다지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

쿠드득!

굴러다니는 돌멩이는 발로 짓이기면 으스러질 정도.

투혼 갑옷의 형태 변환으로 발까지 보호하고 있었기에 신발의 훼손은 확실하게 방지됐다.

“좋아요. 이대로만 계속 합시다.”

“네!”

제법 공을 들인 덕분에 위장막은 깔끔히 펼쳐질 수 있었다.

다음은 주민성만이 할 수 있는 묘기였다.

“읏차.”

“……헉.”

주민성의 손엔 건물 잔해가 들려 있었다.

몸무게의 몇 배는 할 법한 거대한 건물 잔해였다.

“미, 민성 씨? 괜찮아요?”

“네.”

건물 잔해를 들어 올리는 건 문제 없었다.

오히려 중심을 잡는 과정이 더 까다로웠다.

“선호야. 조금만 비켜 줘.”

“아, 네!”

후둑!

건물 잔해는 주민성의 악력에 콘크리트 가루를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흐읍.”

사박.

위장막 위에 건물 잔해가 놓였음에도 소음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

그 정도로 주민성의 손길은 섬세했다.

“후우!”

“형! 대체 무슨 능력인데 이렇게까지 해요? 위장막은 보통 마지막에 씌우는 건데…….”

최선호의 눈빛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혹시나 위장막이 손상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건물 잔해를 복제할 생각이거든.”

“……복제요?”

“응. 원래는 잔뜩 우겨 놓고 포장하려고 했는데, 전략을 바꿔야겠어.”

“보, 복제라니…….”

주민성은 근처의 폐건물로 사뿐히 점프했다.

“중력을 최대한 줄여야 위장막을 살릴 테니까.”

이번에도 주민성은 떨어지는 건물 잔해를 받치며 충돌을 방지했다.

“읏차.”

그리고 이어진 건물 보수.

쿠구구……!

[적절한 재료 활용으로 건물이 보수됩니다.]

쿠궁!

[적절한 재료 활용으로 건물이 보수됩니다.]

폐건물과 건물 잔해는 뛰어난 상성을 보였다.

애초에 그 건물이 그 건물이었으니까.

건물 보수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건물 잔해는 곡선을 그리며 위장막 중심으로 이어졌다.

“마, 말도 안 돼…….”

“민성 씨! 그런 능력도 있었어요?”

“선아 씨 만날 때부터 있던 능력이에요. 읏차!”

“우와…….”

소유물 복제의 대기 시간은 16시간 정도로 상당히 긴 만큼,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야만 했다.

물론 변수는 존재한다.

소유물 복제는 건물을 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주민성이 복제하려는 물건은 위장막.

위장막을 건물과 이어 버리고, 위장막만을 의식해서 복제하면 새로운 결과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해 봐야 알겠지.’

실패해도 이득이었다.

위장막이 복제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니까.

“형! 저희는 뭘 하면 돼요?”

“음…….”

최선호라면 장벽을 배치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좀 더 높은 시점을 제공할 필요도 있었고.

“올라와 볼래?”

“거기 많이 높은데요? 저는 형이나 누나처럼 점프력도 강한 편도 아닌데…….”

주민성은 곧장 최선아에게 외쳤다.

“선아 씨. 선호 들 수 있겠어요?”

“당연하죠!”

치익-!

최선아의 허리춤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잘됐다. 아직 안 써 본 기능인데.”

“누, 누나?”

“발목 대 봐.”

계속해서 변형을 일으키던 무언가는 집게 모양으로 변해 최선호의 발목에 고정됐다.

철컥!

“으어?”

“힘 빼. 괜찮으니까.”

치익!

최선호가 순식간에 들어올려졌다.

“받아요! 민성 씨!”

“……아. 네.”

어쩌면 최선아가 주민성보다 더한 괴짜일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수트엔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가볍게 최선호를 들어 올린 주민성은 더욱 높은 잔해로 뛰어올랐다.

쿵!

[적절한 재료 활용으로 건물이 보수됩니다.]

쿵!

[적절한 재료 활용으로 건물이 보수됩니다.]

심리적으로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높이 11미터.

지금이 딱 그 정도의 높이였다.

“으어어…….”

“선호. 괜찮아?”

“전혀 안 괜찮……. 저 떨어질 것 같아요! 우으!”

“아.”

지금 보니 최선호의 몸엔 텐트가 감겨 있지 않았다.

반면, 주민성은 건물 부가효과를 전력으로 누려 공포에 상당히 담담해진 상태.

“진작 말하지.”

주민성은 여분 텐트를 건물 잔해 위에 설치했다.

“건물 보수.”

[편의점이 기괴하게 보수됩니다.]

[편의점의 내구도가 저하됩니다.]

메시지로만 봐선 실패나 다름없는 보수였지만, 이는 편의를 위함이었다.

“이젠 어때?”

“어어……. 괜찮아졌어요.”

“그치?”

텐트를 편의점과 합침으로써 나온 결과였다.

이것은 텐트이면서도 편의점인, 메시지 말대로 기괴한 건물이 되어 버렸다.

어차피 외견보단 효율이 중요했기에 미관을 해치는 것쯤은 아무 문제 없었다.

“민성 씨! 저도 올라가도 돼요?”

“네! 선호야. 잠깐 기다려 봐.”

“네…….”

주민성은 최선아가 올라오기 쉽도록 건물 잔해를 덕지덕지 붙여 폭이 넓은 계단 형태를 만들었다.

“이러면 저 없이도 편하게 오갈 수 있겠죠?”

“네. 대신 미끄러지면 추락 사고요…….”

“괜찮아요. 건물 자체는 멀쩡합니다.”

높은 위치에서 바라본 폐허 도시는 제법 장관이었다.

물론 자연미 넘치는 경관은 아니었다.

을씨년스러운 폐건물, 반대로 활력 넘치는 몬스터들의 언밸런스함이 지금의 운치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와. 이런 풍경이었군요. 블링이는 저기 있었네.”

“……그게 보여요?”

“당연하죠!”

성아영이 유독 몬스터와 소통을 못 하는지, 최선아가 유독 소통을 잘하는 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반면, 최선호는 노트에 자신의 구상을 척척 그려내고 있었다.

“첫 장벽은 이 정도. 방어 건물도 추가하면 좋겠는데.”

“선호야. 저거 봐봐. 여기서도 균열이 보여.”

“나 바빠. 말 시키지 마.”

“……던져 버린다?”

“……와. 균열 멋있다.”

“보면서 대답하지?”

어차피 블링이를 포착한 것으로 최선아의 시력은 검증됐다.

행여나 시력이 나쁘다 하더라도 보정해 줄 장비쯤은 당연히 챙겼을 터.

주민성은 하던 일이나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선아 씨가 알아서 잘 하겠지.’

쿵쿵쿵쿵!

주민성은 거침없이 건물 잔해를 쌓아 올렸다.

잔해 탑은 아득할 정도의 높이를 자랑했다.

“후우. 이 정도면 소원을 빌어도 괜찮지 않을까.”

이제 건물 잔해는 거의 소진된 상태.

“그래도 아직 아쉽단 말이지.”

왠지 최초로 초고층의 건물을 완성해 내면 무언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활용이라도 해야 하나.”

주민성의 능력 중엔 사용하기 껄끄러운 능력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자산 가치 조회였다.

“건물이라도 줄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주민성이 소유한 자산은 대략 추정해도 억대.

그럼에도 반파된 폐건물의 가치는 100만 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했다.

그런 건물이 수천은 있었으니 자산 가치 조회 능력은 어마어마한 부담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더욱 무서운 건, 건물 가치는 자산 가치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인벤토리에 물건이 너무 많아…….”

이대로 자산 가치 조회를 사용했다간, 곧장 의식을 잃어 시간을 허비할 게 확실했다.

“역시 폐건물을 재활용하는 게 낫겠어. 자산 가치 보상만큼 좋은 능력은 없으니까.”

주민성은 그대로 잔해 탑에서 뛰어내렸다.

슈욱!

추락사할 일은 없었다.

지금의 운동 신경은 너무나도 월등했으니까.

펄럭!

주민성은 하위 차원에서 하늘을 날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텐트를 펼쳐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리고 착지.

“후우.”

최선아와 최선호가 반응할 틈도 없었다.

그저 손을 흔들어 주면 그만이었다.

“민성 씨! 조심해요!”

“네!”

주민성은 그대로 근처 폐건물로 향했다.

“먼지가 좀 걱정이긴 한데.”

폐건물 창가에서 한 고블린이 고개를 내밀었다.

“키엑!”

“아. 여기서 사는구나.”

“키엑! 키엑!”

건물 철거 작업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아 보였다.

새로 고민해 볼 문제였다.

‘장벽만 완성되면 거기서 거주시켜도 되긴 하는데. 사람들 눈에 띌 확률이 더 커진단 말이지.’

물론, 그렇다 해서 건물 잔해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폐건물의 잔해라도 건물 속성을 갖춘 이상 일반 콘크리트보단 훨씬 단단하니까.

“다른 집으로 가 줄래?”

“키엑!”

혹여나 마음 아플까 건물에 진입하진 않았다.

만물 소통은 곤란하다.

“될 수 있으면 멀리 가서 살아. 이쪽 구역은 위험해.”

“키엑!”

고블린은 그대로 멀리 달아났다.

“어차피 입구 방면은 전부 방어용으로 써야 해. 철거가 맞아.”

주민성은 인간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빈틈을 절대로 보여선 안 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때문에 주민성의 손길은 한없이 냉정했다.

우지직!

쿠르르!

[미용실이 파괴되었습니다.]

[자산 가치가 감소합니다.]

“이렇게 줄여나가면 되겠지. 최대한 간결하게.”

처음이 어려웠을 뿐, 이후는 간단했다.

흩날리는 먼지쯤은 건물 부가효과 선에서 차단되고.

“읏차.”

반복 작업은 어느새 4시간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

“형. 능력은 아직이에요?”

“거의 다 됐어. 구상은 잘 돼?”

“네. 배치도 다 끝냈어요. 이젠 자금 상황이랑 형 능력만 분석하면 돼요.”

“그럼 나도 서둘러야겠네.”

최선아는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운전기사와 함께 도시에 나가 있는 상태였다.

“형. 그보다 저 탑은……. 너무 눈에 띄지 않아요?”

“그, 그렇긴 해.”

주민성이 쌓아 올린 잔해 탑의 높이는 범상치 않은 수준에 도달한 지 오래였다.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건물은 진작에 넘겼을 정도.

그럼에도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딱 1000미터만 찍어 보자.’

건물 보수가 품은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었다.

지금 주민성이 보고 있는 메시지는 이러하다.

[편의점이 초월을 앞둔 채로 보수됩니다.]

‘초월……. 초월이다.’

건물주 능력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능력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무모한 행동 역시 분명 의미가 있을 터였다.

그 증거로, 주민성은 학교를 복구했을 당시 건물주의 극한을 체험한 바 있었다.

‘전성기 상태로의 복구. 이게 초월일까?’

지금 보수 중인 건물은 편의점.

‘전성기의 편의점이 복구된다면.’

상상대로라면, 어마어마한 물품들이 채워질 터였다.

당장 전성기의 학교 창고에만 해도 그랬다.

수많은 추억의 식품들은 여전히 줄지 않고 가득했다.

‘예전의 안산을 복구할 수 있는 걸까?’

게이트에 침식당하기 이전, 과거의 안산은 제법 큰 도시였다.

건물을 철거함으로 몇몇 건물은 포기하게 되었지만, 가능성은 지금도 여전히 열려있다.

‘능력만 성장한다면. 가능해.’

지금은 건물의 초월이 희망이었다.

높이 1000미터를 달성함에도 초월이 되지 않는다면, 아직 인연이 아닌 거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 잔해 등반은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드레날린이 쉴 새 없이 솟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쿠구구……!

[편의점이 초월을 앞둔 채로 보수됩니다.]

쿠궁!

[편의점이 초월을 앞둔 채로 보수됩니다.]

지금의 잔해를 쌓기 위해 수많은 건물이 희생되었다.

건물 잔해가 쌓여 갈 때마다 미용실, 당구장, 애견 카페의 예전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젠장. 너무 아깝다……. 하지만……!’

인벤토리에 남아 있는 마지막 잔해가 세워졌다.

쿠구구구……!

동시에,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전율이 주민성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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