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이용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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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5.
“취익?”
주민성은 그대로 성아영을 카운터에 올렸다.
[고블린꽃이 수납됩니다.]
[마석 가공 명찰이 수납됩니다.]
이렇게만 해 두면 성아영은 알아서 깨어날 터였다.
“감시하고 있어.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알겠취!”
건물 밖.
능력자들은 주민성에게 상당히 큰 기대가 있었는지, 하던 작업도 멈춘 상태였다.
“처, 처리하셨습니까?”
“……그럴 리가요.”
“……예에? 어어?”
의문이 가득한 표정.
그리고 무언가 깨달은 표정.
절망하는 표정이 차례로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한통속이라서.”
“아, 안돼…….”
오크 형제들이 워낙 심하게 다뤘는지 능력자들은 조금도 반항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성은 더욱 확실한 걸 원했다.
딸깍.
“보이시죠?”
“취이이…….”
압도적인 수의 오크 라이더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살기 가득한 표정이었다.
오로지 주민성의 명령만을 기다리며.
“끄, 끄으으!”
“살려 주십시오! 제발!”
그제야 능력자들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유해 능력자…….”
“그 말 넣어 둬요. 살려는 드릴테니.”
답변이 기폭제라도 된걸까.
능력자들은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으아아! 제발! 그냥 죽여 주세요!”
“흑흑! 여보! 미안해!”
“…….”
이쯤 되면 어쩔 수 없었다.
죽이지 않기로 한 이상, 지금의 상황은 진정시켜야 했다.
주민성은 그대로 인벤토리를 띄워 올렸다.
그리고 몇몇 물건들을 꺼냈다.
“크흑흑! 제발 그냥…….”
“흐에엥!”
협회인들은 서럽게 울부짖고 있었다.
주민성은 그들의 얼굴에 곧장 텐트를 씌웠다.
“진정합시다.”
“으어……!”
텐트 덕분에 침착함을 되찾은 협회인들.
그들은 이것이 능력임을 금새 알아차렸다.
“가, 감사합니다…….”
“진정됐습니까?”
“아, 예…….”
주민성은 그대로 건물 안에 널브러진 누더기를 챙겨와 건넸다.
“입으시고요.”
“……알겠습니다.”
옷을 입자 협회인들의 직책은 더욱 뚜렷해졌다.
이들은 경비원이 전부가 아니었다.
-A급 조사원 이준상
-B급 조사원 김일우
조사원도 함께였다.
새로운 정보들이 종합되자, 협회측의 움직임이 조금 더 뚜렷하게 보이는 느낌이었다.
‘바닷길이 열려 있는 것도 확인한 건가.’
조사원의 별도 파견.
이 정도로 파고든 상태라면, 협회장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고 봐야 했다.
‘나도 같이 알아야겠어.’
상황은 제법 호전됐다.
오크들도 일단은 기다리는 태세였고.
협회인들은 여전히 주민성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주민성을 유해 능력자로 의심한 이상, 멀쩡히 돌아갈 수 없다는 판단이리라.
“어디까지 조사했습니까?”
“그, 그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말해 주기도 어려운 모양.
이들이 염려는 모든 정보를 실토한 후 죽임당하는, 그런 미래였다.
그때, 성아영이 비틀거리며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
여러모로 답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갑자기 잠들었다가 깼는데 눈앞에 있는 게 오크.
곧장 능력도 써 봤으리라.
이용료 청구 때문에 막혔겠지만.
오히려 비명조차 지르지 않는 성아영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반면, 협회인들은 비명을 참고 있었다.
“흐읍!”
“……너넨 뭐야?”
“이, 인천 지부에서 파견 나왔습니다!”
협회인들은 성아영을 알고 있었다.
‘A급쯤 되면 알 수밖에 없겠지.’
이것이야말로 주민성이 성아영에게 바라는바.
같은 소속끼리 적당히 엮어두다 보면 정보는 알아서 흘러오게 되어 있었다.
‘이용료 청구가 보통 귀찮은 게 아니거든.’
아군을 향한 공격은 불가.
해가 될 수 있는 발언조차 불가하다.
따라서 성아영이 할 수 있는 말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인천? 여기 인천이야? 후우……. 뭐 때문에?”
“게이트 구역이 늘어나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
성아영은 입을 삐죽 내민 채 주민성을 노려봤다.
짐작 가는 게 있어도, 말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렇게 한창 조사하던 도중……, 이곳의 오크들에게 붙잡혔습니다. 특임대장님은 괜찮으십니까?”
“……니들은 몰라도 돼.”
“아, 옙…….”
이러면 자연히 주민성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저희는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주민성은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건물 부가효과는 정서 안정이 전부가 아니니까.
“못 봐야지요. 살려 드릴 겁니다. 그런데 좀 비싸요.”
“……예? 어, 얼마를 원하시는지…….”
주민성은 핵심을 생략한 채 말했다.
“평소에 아프시던 분?”
협회인들은 그저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일 테니까.
“아까, 버프라고 하셨었죠?”
“아, 예.”
주민성은 텐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치료도 동반하거든요. 뭐든 다 치료해요. 시간만 있으면.”
“그, 그러고 보니……!”
저등급도 아니고 무려 A급 능력자다.
자기 몸 상태쯤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터.
“그 텐트, 정식으로 파는 게 아니거든요.”
“시, 신세 졌습니다!”
협회인들이 다급히 텐트를 벗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뇨. 그냥 뒤집어쓰세요. 늦었으니까.”
“흐읍……. 가격이 얼마인지…….”
쉴 새 없이 흔들리는 협회인의 눈빛.
주민성은 그저 입꼬리를 올리며 답할 뿐이었다.
“아직 비매품이라서. 어렵네요.”
“크흑!”
성아영은 입을 오물거리며 질색하고 있었다.
이 틈에 주민성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방법은 있습니다.”
“무, 무엇입니까?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게이트의 도시화.
그 계획엔 인천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서 출퇴근하세요.”
“……예?”
“눌러 사시라고요.”
“…….”
협회인을 게이트에 묶어 두는 것.
이것이 주민성의 선택이었다.
“상부에 무슨 핑계를 대든지 상관없습니다. 여기서 눌러 살면서 일 좀 하면 돼요.”
“…….”
성아영의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이런 상황에선 주민성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아직은 그녀의 차례가 아니었다.
“물론 혜택도 드리겠습니다. 텐트는 여기서 자유롭게 쓰셔도 돼요. 밖에 가지고 나가지만 않는다면.”
“그, 그게 혜택입니까?”
“아직 잘 모르시는구나.”
건물 부가효과의 효능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주민성이었다.
“장담컨대, 힘들어서 지칠 일은 없을 겁니다. 평생.”
압도적인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회복.
“다쳐도 괜찮아요. 전보다 더 나은 상태로 회복되겠죠.”
물론 직접적인 상처도 포함이었다.
“그리고 불치병이 있는 지인, 혹은 가족. 전부 낫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때, 협회인 한 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아내가 임신 중입니다……. 우울증도 앓고 있고, 여러모로 힘들어하는데……. 괜찮을까요?”
텐트에서 희망을 본 걸까.
상당히 간절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네. 산모도, 그리고 태아도 반드시 건강해집니다.”
“……데, 데려와도 될까요?”
물론 이런 간절함조차 노림수였다.
주민성은 본격적으로 게이트에 소속될 사람들을 늘려나갈 계획이었다.
“네. 많이 데려올수록 더 큰 혜택을 드리죠. 여기서 약속하겠습니다. 100명을 데려오면, 전속 호위로 오크 라이더 하나를 붙여 드리죠.”
“이, 이곳의 오크를 말입니까?”
“네.”
이곳의 오크들은 다른 오크들과 궤를 달리했다.
지능에 대해선 재평가를 해야 할 것 같지만, C급이라는 제한 등급을 A급으로 상향시킬 정도의 전투력은 보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능력을 공유한다는 비밀은 은밀한 정보가 되어 이용자들 사이에서 가치를 더할 예정이었다.
“대부분은 저를 따르는 몬스터들이지만, 게이트엔 중립형 몬스터도 존재합니다. 마음껏 사냥해도 돼요.”
“헉…….”
“물론, 호위 몬스터가 획득한 마석도 온전히 당신 것이 될 겁니다.”
“저, 정말입니까!”
이곳은 A급 게이트임에도 몬스터들에게선 중하급 수준의 마석밖에 얻을 수 없었다.
난이도 역시 상대적으로 무식하게 높고.
즉, 마석 벌이에 적합하지 않은 게이트였다.
‘크게 힘 들이지 않고 마석을 얻을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게이트의 패권은 오크들이 쥐고 있었다.
종족이 다른 잡다한 하급 몬스터들은 그저 오크와 다크울프의 먹잇감에 불과할 정도.
여기서 호위 서비스를 이용하면 오크들이 벌어온 마석조차 이용자의 것이 되는 구조였다.
“100명! 100명이면 됩니까!”
“네.”
“살려 주시는 데다 이런 혜택이라니!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훌륭합니다.”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주어지는 작은 자비.
그리고 가만히 잠자코 입 다물고 있는 성아영의 존재가 주민성의 신용을 더욱 높였다.
“저, 저도 보답하겠습니다!”
“저도요!”
물론 주민성 역시 이들의 희망에 보답했다.
“이용료 청구.”
[대상에게 이용료를 청구했습니다.]
[대상이 이용료를 납부할 확률이 존재합니다.]
[이용료는 33만 원입니다.]
건물주 등급이 상승할수록, 전체적인 건물 이용료도 증가했다.
성아영을 상대로 청구했을 당시 29만 원이었던 텐트 이용료는 어느새 33만 원.
한때 건물 이용료 10만 원 근처였던 시절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상승 폭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이런 능력은 처음 봐…….”
“진짜였다니…….”
이 정도면 의심을 숨기던 능력자들조차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할 터였다.
주민성은 그대로 납부용 인벤토리를 띄웠다.
“돈은 거기 넣으면 돼요.”
“근데 정말 33만 원밖에 안 합니까? 생각보다 너무 싼데…….”
기준이 텐트의 가격이라면 협회인의 말이 정답이었다.
아쉽게도 오답이었을뿐.
“1박에 33만 원이죠.”
“크흠!”
“그래도 24시간 기준입니다.”
이 정도면 A급 능력자 기준에선 낼 수 있는 금액이었다.
실제로 같은 비용의 호텔을 이용하면 시설이야 밀리겠다만, 실질적인 회복 효과 면에서 텐트가 압도적일 테니까.
“……현금입니까?”
“네.”
A급 능력자의 지갑은 빵빵한 편이었다.
두툼한 지갑은 자신의 주목도를 훨씬 높일 방법이었으니까.
괜히 1등 신랑 신부감이 아니다.
[텐트 이용료가 납부되었습니다.]
[이용료는 인벤토리에 수납됩니다.]
“납부 감사합니다. 참고로, 한 달 분을 미리 납부하면 추가 버프가 적용됩니다.”
“추, 추가 버프요?”
“네.”
주민성은 최선아와 함께 테스트했던 장기 이용의 혜택에 대해 설명했다.
“전반적인 신체 능력 상승. 그리고 텐트의 효과 2배 상승입니다.”
“마, 맙소사.”
“물론 그때도 메시지로 나올 테니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때, 아내가 있다는 협회인이 손을 들었다.
“말씀하세요.”
“돈……. 바로 인출해 와도 되겠습니까?”
“아, 참고로 한 달 분은 100명을 초대해 오신 분께 드리는 혜택입니다. 번거로우니 대충 플래티넘 등급이라고 명하죠. 여러분은 골드 등급입니다.”
“고, 골드!”
등급제.
현대인들에겐 아주 익숙한 계급표였다.
그리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인재도 존재한다.
“그리고 성아영 씨는 다이아 등급.”
“……응? 나 다이아야? 진짜?”
괜스레 기뻐하는 성아영의 모습에 주민성은 시선을 피했다.
“상위 등급은 하위 등급에게 명령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용료 납부에 방해되는 행동, 게이트 관련 정보를 유출하는 행동들은 전부 금지고요.”
“다이아는?”
“플래티넘 등급을 포함한 모든 고객에게 명령할 수있습니다.”
“할래! 나 다이아할 거야! 무르기 없기다?”
“…….”
갑질도 하던 사람이 잘한다고, 성아영이라면 그 역할을 매우 잘 수행할 터였다.
이는 일종의 실험이었다.
조금의 우열은 존재하나 대체로 평등한 안산 게이트, 그리고 도시와 다를 바 없는 새로운 계급이 적용된 인천 게이트.
‘인천은 작업장 개념으로 운영해야겠군.’
상대가 협회 소속인 이상, 거리낄 것도 없었다.
협회의 전투력은 낮춰 둘수록 이득이니까.
“이용료 납부도 했으니, 자유롭게 행동해도 좋습니다. 물론 퇴근은 여기로. 아시죠?”
“……정말입니까?”
“네.”
이용료가 납부되어 다소 불안감은 있겠지만, 주민성이 내건 혜택은 월급쟁이들에겐 너무나도 특별한 기연이었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과 함께 오세요. 저는 매일 저녁 10시부터 11시까지만 이곳에 있을 겁니다. 참고로 납부 밀릴 경우는 책임 못 져요.”
물론 이용료를 납부받지 않으면 온갖 페널티가 건물 이용자들에게 적용된다.
이것이 주민성이 믿고 있는 구석이었다.
“그럼 가 보세요.”
“예!”
주민성이 떠올린 상책.
그것은 협회인들을 통해 무한한 부를 창출하는 전략이었다.
협회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덤.
“감사합니다! 시간에 맞춰 최대한 빠르게 돌아오겠습니다!”
건물주의 은밀한 독이 풀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