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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능성 (2) (92/250)


새로운 가능성 (2)
2022.03.03.


“키익! 꼬뿌링!”

“꼬뿌링? 아니야. 꽃블린이야.”

“키이이익! 꼬뿌! 꼬뿌!”

“다시 해 봐. 꽃블린.”

꽃블린은 발음이 익숙지 않았는지 연달아 자신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렇게 재롱을 구경하길 10분쯤.

꽃블린은 기어코 이름 말하기에 성공했다.

“꽃!블!린!”

“나이스.”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꽃블린에게 지배력이 할당되었습니다.]

[15위. 탐욕스러운 성장마 꽃블린]

단 두 줄뿐인 메시지.

그럼에도 어마어마한 탈력감이 주민성을 강타했다.

“허억! 헉!”

“키익? 대왕이시여!”

털썩!

여기서 조금만 더 힘이 빠졌다면 의식을 잃지 않았을까 하는 수준의 탈력감이었다.

의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최초 보상은커녕 아무런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 기묘한 현상도 문제였다.

“……뭐지? 능력이 아닌가?”

“키익?”

주민성의 고민이 깊어지는 사이, 꽃블린은 꽃집 구석으로 달려가 알 수 없는 꽃들을 꺾기 시작했다.

“키익! 힘이 나는 꽃! 그리고 머리가 깨끗해지는 꽃입니다!”

“응?”

대충 빨간 꽃, 하얀 꽃이었다.

“지금보다 머리가 더 깨끗해지면 곤란한데.”

“키익? 머리 깨끗해지면! 꽃 키우기! 즐겁습니다!”

“후우…….”

주민성은 알고 있었다.

꽃을 받는 순간 메시지가 떠오를 거라는 사실을.

‘이번에도 꽃에 이름을 지어 주게 될 텐데……. 상관없겠지. 고블린 꽃이라는 이름을 지어 줬을 땐 괜찮았으니까.’

몬스터에게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은 정신력을 고갈시켰고, 식물에게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은 괜찮았다.

따라서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일단 받을게.”

“키익!”

꽃을 받아들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건물 고유 효과로 자란 식물을 수확했습니다.]

[식물의 고유 효과가 발견되었습니다.]

[마취향을 내뿜는 꽃입니다.]

[식물의 고유 효과가 5배 증폭됩니다.]

[이름이 없는 식물입니다.]

[효과가 반감됩니다.]

꽃블린의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메시지를 읽는 순간부터 머리가 맑아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메시지의 내용은 다르다.

마취였다.

주민성은 곧장 코를 막으며 빠르게 말했다.

“……마취꽃.”

[식물의 이름이 마취꽃으로 정해졌습니다.]

[마취향이 정상적으로 발생합니다.]

동시에 수납까지 단번에 끝마쳤다.

[마취꽃을 수납합니다.]

“후우.”

손을 휘저어 메시지를 지워낸 주민성은 골똘히 생각했다.

건물 부가효과의 새로운 가능성 때문이었다.

‘벌써 두 번째야.’

만취 상태에서의 건물 부가효과.

이것은 고블린꽃과 비슷한 결과물을 나타냈다.

그리고 지금 같은 경우엔 건물 부가효과를 받는 상태에서의 마취였다.

‘마취가 통하지 않아. 5배의 효력인데도.’

주민성은 손을 쥐었다 펴며 고민을 이어 갔다.

‘건물 부가효과에서 적용되는 회복력과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단순히 머리가 맑아지기만 한 걸까.’

마취꽃의 효과가 고스란히 적용됐다면, 꽃블린은 마취꽃을 수확하는 시점부터 몸이 마비되어 사망에 이르렀을 터였다.

‘기연의 연속이군.’

꽃블린에게 기대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지배력이 할당되며 탐욕스러운 성장마라는 호칭도 붙었으니, 앞으로도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위, 위엄이 넘친다! 키익!”

이렇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주민성의 모습조차 배우려는 의욕을 보일 정도였으니까.

“뭘 관찰까지 하고 있어. 하던 일 해.”

“알겠습니다! 왕이시여! 키익!”

아직 분석해야 할 꽃은 남아 있었다.

바닥에 놓인 빨간 꽃이었다.

‘이건 힘이 난다고 했었지.’

이번에도 꽃을 집음과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건물 고유 효과로 자란 식물을 수확했습니다.]

[식물의 고유 효과가 발견되었습니다.]

[분노향을 내뿜는 꽃입니다.]

[식물의 고유 효과가 5배 증폭됩니다.]

[이름이 없는 식물입니다.]

[효과가 반감됩니다.]

“흐읍!”

이번에도 꽃블린의 말이 맞았다.

다만, 힘이 넘치는 느낌을 넘어 온몸의 혈류가 수배로 빨라진 듯한 감각이 앞선다는 게 문제였다.

“분노꽃…….”

메시지 덕분에 이름 지어 주기는 간단했다.

오히려 고블린꽃의 이름을 수면꽃으로 지어 주지 못했던 게 후회될 정도.

‘꽃의 종류가 늘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지.’

주민성은 한숨을 내쉬며 분노꽃을 수납했다.

이 역시도 향을 오래 맡으면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의 꽃이었으니까.

[분노꽃이 수납됩니다.]

“후우…….”

이번 꽃집 방문은 상당한 수확이었다.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고 할 수 있을 정도.

“부가효과가 합쳐지면 버프, 부가효과가 없으면 디버프인가.”

이쯤 되면 꽃블린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운이 좋았던 경우였으니까.

그 증거는 꽃집 안에 피어있는 고블린 꽃.

여태 가지고 다니던 고블린꽃과 달리 꽃집에 피어 있는 고블린꽃은 훨씬 생기가 넘쳤다.

‘저걸 가지고 나왔다면 나한테 전달하기도 전에 잠들었을 거야. 효과가 반감된다 하더라도.’

꽃블린은 주민성과는 시작부터가 다른, 행운의 결정체 같은 몬스터였다.

“꽃블린. 운 조금만 나눠 주라.”

“키익?”

위협을 느낀 걸까.

주종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꽃블린은 꽃들 틈바구니로 몸을 숨겼다.

“이렇게 숨어 있었군.”

몸을 숨긴 꽃블린은 육안으로 도저히 구분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복잡하게 섞여 있는 꽃향기에다 꽃블린 자체의 체취 때문에 냄새를 통한 추적도 불가능.

참 여러모로 운이 좋은 고블린이었다.

“됐다. 꽃 열심히 키워. 나중에 보자.”

작별인사를 건네자 꽃밭 사이에서 꽃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심히 가십시오! 키익!”

“후후후…….”

덥석!

주민성은 그대로 꽃블린을 움켜잡는 데 성공했다.

“키익! 놓아 주십시오! 킥!”

“어. 놔 줄 거야. 그 전에, 꽃 종류별로 다 내놔.”

“키, 키익!”

중요한 건 효율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꽃들이 있는데 챙기지도 않는 건 바보짓이나 다름없으니까.

“효과는 설명 안 해도 돼. 여기서 멀쩡하면 그만이지.”

꽃블린이 만져도 멀쩡한 꽃은 주민성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었다.

다른 고블린들에 비해 훨씬 똑똑한 꽃블린이라면 지능 저하 같은 부작용을 가진 꽃을 키우진 않았을 터.

“꽃블린아. 여기 내 집이야. 알지?”

“키, 키익! 키익!”

진한 팩트도 첨가했다.

이것으로 꽃블린의 모든 퇴로가 차단됐다.

“돈 대신 꽃으로 받는 거야. 이 정도면 너한테도 이득이지.”

“키이익…….”

심지어 언어의 장벽조차 없었으니 꽃블린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오로지 조공뿐이었다.

“키이이……. 저도 대왕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일단 손에 쥐고 있는 꽃부터 놓고 말하련?”

“키이이…….”

결국, 꽃집을 빠져나오며 마취꽃과 분노꽃을 포함해 얻어낸 꽃은 총 다섯 종류.

여기엔 새로 얻어낸 신형 고블린꽃이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추가로 이름을 지어준 꽃은 활력꽃과 용기꽃.

“운이 좋군.”

둘의 효과는 상당히 뛰어났다.

활력꽃은 건물 부가효과를 함께 받으면 체력이 엄청난 속도로 회복되고, 용기꽃은 투지가 끓어오르는 효과가 있었다.

“문제는 부가효과를 안 받은 상태나 다른 꽃과 함께 사용했을 경운데.”

특히 활력꽃과 분노꽃의 조합은 남자에게 엄청나게 치명적일 것 같은, 본능적인 두려움이 느껴졌다.

“이건 무조건이야. 확신이 생겨…….”

그리고 용기꽃은 건물 부가효과인 정신적 안정 효과가 없어지면 겁 자체를 상실해 버릴 것 같은 부작용이 예상됐다.

“중립 고블린이라도 나타나면 바로 실험해 봐야겠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최선아가 말해 준, 고블린 라이더들이 숨어 있는 장소가 눈앞이었다.

주민성은 그대로 허공에 말했다.

“집합.”

목소리가 메아리치고 5초쯤 지났을까.

건물 사이사이에서 수많은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슷!

“키엑!”

최선아와의 행군을 통해 기강이 잡혔는지, 전과 달리 제법 질서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이제 안 숨어도 돼. 돌아가자.”

“키에에에에!”

꽃을 가지고 이런저런 조합을 매치하다 보니 시간이 제법 지체됐다.

이젠 최대한 빠르게 복귀할 때.

경계 담당과 고블린들을 제시간에 교대시켜야 내일 일정도 무난히 흘러가리라.

“뭐야. 어디 갔다가 이제 와.”

“…….”

교대를 마치고, 아지트 근처에서 주민성을 맞이한 사람은 성아영이었다.

“……왜 혼자야?”

“다 뻗었지.”

테이블에 엎어져 있던 무언가의 정체는 이수길로 밝혀졌다.

하지만 박 씨와 김 씨는 보이지 않는다.

“아저씨들은?”

“내일 일한다고 먼저 자러 갔어. 너도 한 잔 콜?”

그래도 이수길이 제법 분투한 덕분인지 성아영은 제법 취해 있었다.

‘수길 아저씨가 먼저 뻗을 줄이야.’

주민성은 이수길의 주량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소주 10병을 연달아 마셔도 괜찮으셨는데.’

성아영의 주량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

하지만 그것은 주민성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래. 얼른 가서 자라.”

“……누나한테 너무 딱딱하게 구는 거 아니니?”

성아영은 당당하게 자신이 연상이며, 그에 맞는 대우를 요구하고 있었다.

“반말 때문에?”

“응! 반말 때문에! 귀엽게 생겨서 왜 이렇게 까칠해?”

주민성은 이미 신우빈이라는 갑에 특화된 사람을 겪은 상태였다.

그리고 항상 위에 군림했던 사람들에겐 똑같이 반말로 대해야 하는 법을 자연스레 깨달았다.

갑은 똑같이 갑으로서 대해야만 대화가 통하는 법이었다.

“상대가 너니까요.”

까칠한 대답에 성아영의 표정이 황당하게 변했다.

그리고 속사포처럼 푸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 참 신기해. 내가 이런 경우는 말이야? 어? 받아 본 적이……!”

“가서 자라.”

“…….”

주민성에게 중요한 건 성아영이 아니었다.

어떻게 게이트를 발전시킬 것인지, 그리고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우선이었다.

특히, 아직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능력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갈증은 끝이 없었다.

“하……. 어쩌다 내가 이렇게……. 히이잉!”

“동물 소리 금지.”

“……쳇. 미인계는 안 통하는구나.”

성아영의 표정이 순식간에 평소대로 돌아왔다.

전부 연기였던 모양.

‘협회 소속은 협회 소속이라 이건가.’

성아영은 미묘한 텐션으로 주민성을 끊임없이 관찰하는 타입이었다.

그것도 끈질기게.

“배고파? 밥 줄까?”

수첩을 정리하기 위해 테이블 근처에 앉아도.

“아니면 술?”

갈증 난 목을 축이는 동안에도 성아영은 끊임없이 조잘거렸다.

“에휴.”

결국, 주민성은 성아영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헤헤. 누나가 아직 잠이 안 오거든. 놀아 주라아.”

“그 전에, 궁금한 게 있는데.”

“응? 뭔데?”

주민성은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성아영을 바라봤다.

“혹시 꽃 좋아해?”

“당연히 좋아하지!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

“내가 주는 것도?”

“그럼 더 좋은데?”

공략법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주민성은 곧장 은밀하게 고블린꽃을 꺼내 성아영에게 건넸다.

“……오다 주웠다.”

“뭐야 뭐야? 어떻게 했어?”

“팔 아파. 빨리 받아.”

“아, 알았어…….”

갑작스레 당황한 표정의 성아영.

주민성의 입꼬리 또한 끊임없이 움찔댔다.

“주니까 받을게……. 고마워.”

“응. 잘 챙겨.”

괜히 SS급 능력자가 아니었는지, 성아영은 꽃향기에 대한 저항력이 상당했다.

이럴 땐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었다.

“향기 좋더라. 맡아 봐.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어, 어어? 알았어! 맡아 볼…….”

털썩!

신형 고블린 꽃의 효과는 굉장했다.

성아영을 대충 의자에 눕힌 주민성은 다시금 수첩을 펼쳐 내용을 복기했다.

[두 개 이상의 게이트를 점령했습니다.]

[다른 게이트와의 소통 창구가 해금됩니다.]

[게이트 거래소 권한이 해금됩니다.]

[다른 게이트 지배자와 거래할 수 있습니다.]

[분할 통치되고 있는 게이트입니다.]

게이트 지배력 조회 능력이 해금되었을 당시 메모해 뒀던 내용이었다.

이 부분만큼은 평소와 다르게 알쏭달쏭한 내용투성이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이게 대체 뭘까. 소통 창구, 그리고 거래.’

해금된 권한이었음에도 시동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단어를 읊어도 마찬가지.

‘분명 내가 가진 게이트는 두 개일 텐데.’

주어진 능력은 전부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주민성의 성격상,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했다.

힌트는 아마도 인천 게이트에 있을 터.

“후우.”

주민성은 배에 감긴 텐트를 다시 한번 확인하곤 활력꽃을 꺼냈다.

“해 뜨기 전에 얼른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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