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능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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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능성 (1)
2022.03.02.
‘이제부턴 스미스가 하기에 따라 달라지겠지.’
지금의 건물 부가효과는 물론 뛰어나다.
누구나 건물에만 들어온다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자체적인 효과만으로도 스미스가 비밀리에 개발해낸 총기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진짜는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었다.
‘이용료를 받느냐, 마느냐의 차이.’
건물의 이용료를 납부하게 되면 이용자는 어마어마한 효과를 누리게 된다.
받게 되는 부가효과가 증폭될 뿐만 아니라 추가 비용을 냄으로 호위 서비스, 장기 이용자라는 혜택까지 받게 되니까.
즉, 이번에 스미스에게 맡긴 건물은 샘플이라 할 수 있었다.
‘악용하기만 해 봐. 돈 안 받을 테니까.’
심지어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건물주라는 능력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건물과 관련된 능력을 연구하고 찾아내며 해금하는 것으로 건물의 가치를 더더욱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주민성이 떠난 이후, 용병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컨테이너를 어떻게든 미국까지 수송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주민성은 왠지 모를 승리감에 젖었다.
‘사이즈가 커서 인벤토리에 집어넣기도 까다롭겠지. 파손 걱정도 있을 테고.’
주민성은 유유히 회식 자리로 복귀했다.
컨테이너 차량이 연달아 근처를 지나간 것으로 보아 용병들은 지금 바로 미국으로 복귀하려는 모양이다.
‘인벤토리 사용은 포기한 건가. 개인적으로 궁금했는데.’
SSS급 능력자의 인벤토리.
적어도 FFF급의 것보단 훨씬 좋은 성능을 가졌을 터였다.
“대장님 오셨네요! 회식 준비 끝났어요!”
송몽룡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민성 곁에 모여들었다.
주민성은 사람들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임진석은 안 오려나 보네.’
능력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콩이를 찾아낼지 호기심이 생기긴 했지만, 당장은 회식이 먼저였다.
“와. 못 보던 게 늘어났네요?”
“네! 신우빈 씨가 경비실에서 보내왔어요. 지금쯤 비행기 탔을걸요?”
“와…….”
신우빈이 조달해 온 고기는 투 플러스급 한우.
그리고 고급 한돈이었다.
그것도 초 대량의.
“보존 장치는 따로 없네요. 이렇게 된 김에 잔뜩 먹어두죠.”
“물론입니닷!”
“많이 먹어요. 선아 씨.”
“민성 씨도요!”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존재했다.
특히 인력소에서 넘어온 김 씨와 박 씨, 그리고 몇몇 일반인들이 그랬다.
‘더 신경 써 드려야겠다.’
주민성은 곧장 자리를 옮겨 김 씨와 박 씨 사이에 앉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위험한 몬스터는 없을 거예요.”
“끄응…….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정신이 없어서야…….”
“제가 책임지고 지켜 드리겠습니다.”
“녀석. 많이 컸구먼.”
안전하다곤 하나, 이곳은 엄연히 게이트였다.
능력자들이 안전하다고 느낀다 해서 일반인까지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 테니까.
“후후. 한잔 드릴까요?”
“원래는 안 마시려고 했는데……. 조금만 마실까?”
박봉걸, 그리고 김세창.
둘 다 술꾼으로 알아주는 인물들이었다.
‘역시 집중적으로 돌봐 드려야겠군.’
술은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무리 만취해도 건물에 들어가면 깰 테니까.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해 경계병들만 잘 운용되면 그만이다.
이조차도 외부인들이 모두 빠져나가면, 몬스터들이 그 역할을 대신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소주를 기울이자 김 대위가 외쳤다.
“대장님! 건배사 없습니까!”
“저요?”
“그럼 누가 있겠습니까!”
“으하하!”
판자촌 능력자들이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본격적인 회식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긴장감이 풀린 아저씨들 역시 주민성을 재촉했다.
“맞네! 대빵이 건배사 먼저 해야제!”
“가자! 건배사 달려 보자!”
박봉걸과 김세창의 걸걸한 푸시 덕분에 주민성은 환호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직접 주목받는 자리는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이렇게 게이트에서 회식할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집 같은, 편안한 게이트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와아아아!”
“선창하겠습니다. 게이트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어!”
무난하게 건배사를 마치자 진짜 회식이 시작됐다.
더 이상의 진행은 필요 없었다.
오늘의 회식은 휴식이 목적이니 최대한 편한 분위기가 중요했다.
“편히 드세요.”
“아, 넵…….”
주민성은 어색하게 웃고 있는 가짜 인부들까지 살뜰하게 챙기며 회식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물론 집중 관리 대상에겐 항상 귀를 기울이고 표정을 관찰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여기선 성아영이 집중 관리 대상이었다.
‘생각보다 잠잠하네.’
협회장의 명령 때문인지, 주민성의 입막음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다.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는 게 가장 컸지만.
“아, 고기 상태가 왜 이래.”
“투, 투쁠인데요? 무려 한우에요!”
“그러니까 안 먹지.”
“…….”
그나마 고기에 대한 투정뿐이었다.
성아영의 외모에 이끌린 혈기 넘치는 판자촌 능력자는 그대로 꼬리를 말고 다른 자리에 옮겨 앉았다.
‘굶겨야 하나?’
성아영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는 사이, 최선아는 가속 능력을 활용해 어마어마한 인싸력을 뽐내고 있었다.
“한 잔! 두 잔! 아니 세 잔!”
“으어어! 조금만 천천히!”
“노우! 토할 것 같으면 텐트에 들어가면 돼요!”
게이트에서도 이렇게 명랑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기에 더더욱 신기한 장면이었다.
분위기는 계속해서 과열됐다.
이 과정에서 송몽룡과 봉춘향은 학교로 돌아갔다.
서로 할 말도 많았을 테고, 송몽룡이 워낙 강한 능력을 갖췄기에 따로 호위를 붙여 줄 필요는 없었다.
“민성이도 한잔해야지.”
“넵.”
주민성에게 술을 권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갔다.
호기롭게 대장의 주량을 보겠다며 도전해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제 잔도 받아 주십쇼!”
“넵.”
물론 부가효과 덕분에 취할 일은 없었다.
오히려 먼저 뻗는 쪽은 판자촌 능력자들이었다.
“크어어……!”
털썩!
그렇게 한참 뒤.
최후의 5인만이 술잔을 연달아 기울이고 있었다.
털썩! 털썩!
“허허. 젊은 사람이.”
“간은 강화가 안 되는가베.”
마지막까지 버텨낸 사람은 김 씨와 박 씨, 그리고 이수길과 성아영뿐이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이수길과 성아영이 주량 대결을 펼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심지어 종목은 양주.
신우빈이 따로 챙겨 놨던 놈이었는지 적혀 있는 숫자부터가 남달랐다.
“아저씨. 마실 줄 아네요?”
“크흐. 술이라면 뭐든 내 친구라네.”
주민성은 이런 흥미진진한 대결에 귀를 기울이며 쓰러진 사람들을 텐트로 옮겨 날랐다.
계속 술을 부어대도 배만 부를 뿐이라 이게 옳았다.
“장상병 씨. 정신 차려 봐요. 경계반 교대해 주셔야…….”
툭툭.
“으음……. 통신 보안…….”
여기서 조금 의외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미 텐트에 옮겼음에도 쓰러진 사람들이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설마…….”
술은 깼지만, 졸음은 깨지 않는 상황.
숙면을 돕는 효과가 숙취 해소가 함께 적용된 것이 문제였다.
“부가효과가 겹치면 이런 변수도 생기는군.”
더군다나 판자촌 능력자들은 전부 장기 이용자에 해당했기에 효과는 훨씬 컸다.
“에휴. 어쩔 수 있나. 내가 책임져야지.”
성아영은 이미 이용료 청구를 당해 일반인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상태.
단지 그뿐이었다.
적대 몬스터라면 얼마든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성아영이었다.
“괜찮겠지. 아지트에 정예 고블린도 있고.”
결국, 주민성은 직접 나서 경계를 대신할 몬스터를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
“선아 씨 말대로라면 저쪽에 모여 있을 텐데.”
경비실에서의 연락으로 게이트에 외부인이 없다는 건 이미 확인받은 사실.
여기서 크룩스까지 불러내면 더더욱 폐허 도시는 안전해질 터였다.
“다들 뭐 하는지 볼까.”
게이트의 전체적인 상황을 관찰하는 데 있어 게이트 지배력 조회는 너무나 유용한 능력이었다.
특히, 5위 이내의 몬스터가 사망할 경우엔 직접 순간이동까지 할 수 있어 최악을 대비하는 보험으로선 이것이 최고라 할 수 있었다.
“게이트 지배력 조회.”
[현재 소유 중인 게이트의 점유율]
[1위. FFF급 건물주 주민성]
[2위. 죽음에서 돌아온 오크 로드 제르취(감격)]
[3위. 칠흑 숲의 추적자 카르파크(감격)]
[4위. 고블린 첩보 대장 크룩스(흥미진진)]
[5위. 폭식 마수 콩이(행복)]
“뭐지.”
능력은 문제없이 발동됐다.
다만, 휘하 몬스터들의 감정 상태가 묘했다.
“제르취랑 카르파크는 당황 아니었나? 둘이 만난 것 같긴 한데. 인천에 연락망이 없으니 불편하구만.”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런 감정 표시가 없던 크룩스에겐 흥미진진이라는 특이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크룩스는 학교에 있을 텐데……. 아…….”
학교엔 크룩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송몽룡과 봉춘향도 있었다.
“크룩스는 그냥 거기 둬야겠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콩이.
한결같이 분노해 있던 콩이에게선 행복이라는 감정이 떠올라있었다.
임진석과 마주치기라도 했던 모양이다.
“이래서 SS급은……. 에이.”
임진석에겐 개를 다루는 재능도 있었던 모양.
그때, 지나치던 꽃집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키익!”
고블린의 소리였다.
“꽃집에 몬스터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폐허 도시는 고블린들에겐 위험 지역이나 다름없는 곳.
그중에서도 꽃집이 있는 자리는 아지트와 마주하는 건물로 수많은 신성의 능력자들과 용병들이 오갔던 장소였다.
“들른 김에 꽃이나 좀 챙겨야겠군.”
물론 능력자들이 잠들어 있는 텐트에 보급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괜히 꽃까지 넣었다간 영원히 잠들 가능성까지 존재하니까.
이번 채취는 땅굴 벌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주민성은 꽃집에 진입했다.
“뭐야. 어디 있어.”
꽃집 안에는 고블린꽃과 다른 빛깔의 새로운 꽃들도 자라 있었다.
그리고 꽃들 사이에서 흐릿했던 고블린 하나가 튀어나왔다.
“왕이시여!”
놀랍게도 고블린은 주민성을 부르고 있었다.
“음? 아, 만물 소통이지 참.”
만물 소통은 정말 너무나 자연스럽게 발동되기에 적응하기 힘든 능력이었다.
주민성은 어색한 표정을 감추며 고블린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시 뵈어 영광입니다! 키엑!”
“초면이 아니었구나.”
여기서 더욱 놀라운 건, 눈앞의 고블린이 주민성에게 처음 고블린꽃을 전달했던 녀석이라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별도의 진화까지 했는지 고블린에게선 체취 대신 꽃향기가 풍겨 나왔다.
“꽃만 키워도 강해지는, 뭐 그런 거야?”
간단하게 농담을 겸해 건넨 인사였다.
하지만 고블린의 반응은 어마어마했다.
“역시 대왕! 알아보셨군요! 키익키익!”
“…….”
농담이 사실이 되는 황당한 순간.
고블린은 더욱 감격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갔다.
“포상! 포상을 바라옵나이다!”
“응? 포상까지?”
“대왕은 포상을 약속하셨습니다!”
“아.”
고블린은 탐욕스러운 몬스터였다.
주민성은 그런 고블린의 탐욕을 실적주의로 더더욱 발전시켰고.
따라서, 지금 같은 경우엔 포상을 내려야 마땅했다.
‘먹을 건 가르취랑 차크취한테 다 털렸는데. 뭘 줘야 하지.’
마석은 꺼내는 족족 흡수되는 형편이었고, 식량은 전무했다.
그나마 꽃을 키우는 데 도움 될 만한 건 정화된 물정도.
하지만 주민성은 고블린의 의견도 궁금했다.
이럴 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리라.
“무슨 포상을 받고 싶은데?”
단순한 질문이었음에도 고블린은 더더욱 감격 받은 표정이었다.
“이름! 이름을 원합니다! 키익!”
“……그래?”
“예!”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생각해 보니 이름을 가진 몬스터는 하나같이 개성이 있었으니까.
물론 블링 5형제는 예외였다.
다 똑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미묘한 차이는 선아 씨가 잘 알겠지.’
생각을 마친 주민성은 눈앞의 고블린에게 이름을 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좋아. 신경 써서 이름을 지어 주지.”
“감사합니다! 키헤헷!”
이것만으로도 큰 결심이었다.
처음 생각했던 이름은 고블린 2였으니까.
“너의 이름은…….”
“키힉! 키힉!”
고블린은 자신에게 주어질 이름에 군침까지 삼켰다.
“……꽃블린이다.”
“……키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