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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입장 (3) (90/250)


뒤바뀐 입장 (3)
2022.03.01.


주민성에겐 확신이 있었다.

컨테이너 또한 건물로 판정될 거라고.

오히려 텐트가 되는데 컨테이너가 안 되면 이상한 일이었다.

‘등급이 높군.’

컨테이너에 진입했음에도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또한 예상했던바.

“잠시 총 좀 쓸게요.”

“……음? 그러십시오.”

스미스는 주민성의 행동을 주의 깊게 지켜볼 뿐.

협조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다.

용병들의 배려 덕분에 행동은 더욱 간단해진다.

주민성은 그대로 컨테이너 벽면을 향해 마탄을 발사했다.

피피피핏!

콰쾅!

직접 사용해 보니 총기의 화력은 생각보다 훨씬 압도적이었다.

연발이었음에도 반동이 적어 마탄은 컨테이너에 거대한 구멍 하나를 만들어 냈을 뿐이었다.

“Oh! shit!”

사방에서 용병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직은 영어.

이정도의 건물 훼손으로는 소유권이 넘어오지 않을 모양이다.

‘바람구멍으로는 부족하겠군.’

주민성은 곧장 재장전하려다 멈칫했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 때문이었다.

‘마석을 꺼내기엔 곤란한데.’

총기는 마석을 소모해 충전하는 방식으로 재장전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주민성의 바뀐 체질도 마찬가지.

꺼내는 족족 흡수해 버리는 지금의 체질을 용병들 앞에서 공개하는 것은 바보짓이나 다름없었다.

“후우.”

재장전은 포기.

주민성은 곧장 심호흡하며 숨을 골라냈다.

대신,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What the……!”

마탄이 만들어 낸 바람구멍보다 훨씬 정교한 구멍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주민성은 메시지가 떠오를 때까지 주먹질을 반복했다.

쾅! 콰광!

“이봐요! 빌딩 오너! 제정신입니까!”

“물론입니다.”

“이것이 당신의 거래입니까? 이상합니다!”

이번만큼은 스미스 역시 당황했는지 어휘 구사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였다.

콰지직!

주민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방에 주먹질과 발길질, 쥐어뜯기를 거듭했다.

‘거래라면 이 정도 노동은 해 줘야지!’

컨테이너 벽면은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졌다.

이제 남은 건 천장뿐.

‘건물 잔해는 괜찮겠지.’

쿵!

쿠르르!

요란한 굉음과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유자가 없는 건물에 입장하였습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

[보유 건물 목록에 컨테이너(반파)가 추가됩니다.]

[건물의 상태가 양호하지 않습니다.]

[부가 능력이 발현되지 않습니다.]

이것으로 1단계 작업은 끝.

다음은 건물을 복구할 차례였다.

‘건물 보수.’

[보수에 사용할 재료가 필요합니다.]

기껏 박살 낸 컨테이너를 재조립하는 주민성의 기행에 용병들이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미친놈을 보는듯한 시선이었다.

“스미스 씨. 남는 철판은 없죠?”

“……당연한 질문이군요. 없습니다.”

스미스의 목소리엔 은밀한 싸늘함이 섞여 있었다.

신뢰도가 상당히 깎인 모양.

“그럼 대충 있는 재료 씁니다. 후회하지 마세요.”

컨테이너에 송송 뚫린 구멍은 건물 잔해로 대체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컨테이너 복원 작업.

[컨테이너가 망측하게 보수됩니다.]

[컨테이너의 균형이 어긋납니다.]

쾅!

[컨테이너가 터무니없게 보수됩니다.]

[컨테이너가 커다란 타격을 입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주민성은 알맞은 보수 각도를 발견했다.

쿠궁!

‘이건 된다!’

[컨테이너가 알 수 없는 형태로 보수됩니다.]

[보수 수준: 알 수 없음]

예상대로의 결과.

이것이야말로 주민성의 노림수라고 할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판정이야말로 임진석을 제압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던 방법이었으니까.

철그럭!

쿠르르!

철판과 건물 잔해가 합쳐졌다.

처음부터 하나의 재료였다는 듯, 어긋남은 없었다.

‘건물 보수. 건물 보수.’

키기잉!

철컹!

지금의 보수는 기존의 것과 달리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덕분에 목표는 간단했다.

건물 부가효과가 적용되는 시점이 바로 보수를 끝낼 시점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구멍 난 부분은 전부 메꾼 상태.

건물 잔해가 덕지덕지 붙은 컨테이너는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상당히 어두워져 있었다.

그나마 햇볕이 들어오는 위치라곤 스미스가 위치한 앞쪽 문 정도.

“흐음. 능력을 다시 평가해야 하는 걸까.”

스미스의 혼잣말이었다.

하지만 주민성의 눈은 더할 나위 없이 커져 있었다.

‘만물 소통!’

방금의 스미스는 분명 영어로 말하고 있었다.

이는 곧 건물 부가효과가 복구된다는 신호.

주민성은 더욱 박차를 가해 건물 잔해와 컨테이너를 합쳤다.

키이잉!

곧이어 반가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건물 반파 상태가 ???로 변경됩니다.]

[건물의 부가효과가 발동됩니다.]

[보수가 완벽하지 않아 고유 효과가 제한됩니다.]

“됐다!”

고유 효과는 제한되어 있었지만, 상대 역시 주민성이 FFF급임을 감안한 상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뻐하는 주민성과 달리 용병들의 표정은 괴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대장. 저놈, 영어 쓰는데요?”

“닥쳐.”

주민성은 한 점 표정 변화 없이 자연스레 컨테이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소개했다.

“거래. 이걸로 하죠.”

“……음.”

스미스는 입을 몇 번이고 움찔거렸다.

뭔가 할 말이 많은 모양.

그럼에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에선 어마어마한 인내심이 느껴졌다.

“부족한가요?”

잠시 생각을 정리한 스미스가 입을 열었다.

“……후우. 빌딩 오너. 이것은 기물 파손입니다. 상당히 고가의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이라 가격도 만만치 않아요.”

“네. 비싸 보이네요.”

“……하아. 일단은 처음이니 넘어갈 겁니다. 이젠, 도발을 멈추고 진지하게 거래에 임해 주세요.”

합당한 논리.

그리고 힘을 가졌음에도 어마어마한 인내력까지.

이것만으로도 스미스는 비범한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민성은 당당했다.

“……도발 아닌데.”

오히려 큰맘 먹고 양보한 쪽은 주민성이었으니까.

“거기 다치신 분. 컨테이너로 들어가라고 해 주세요.”

“……직접 말하셔도 될 텐데요.”

“영어 못 해요.”

“…….”

스미스의 고갯짓에 부상자 용병이 움직였다.

용병의 눈빛엔 은은한 살기가 느껴졌다.

“들어가서 잠시 대기하시고, 변화가 느껴지면 바로 말하라고 해 주세요.”

“……그럽시다.”

주민성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거기 대머리 아저씨도. 얼굴에 칼침 난 아가씨도요.”

“…….”

컨테이너에 입장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분위기는 험악해져 갔다.

이쯤이면 쫄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

하지만 텐트를 두르고 있는 주민성에겐 무의미.

오히려 시간을 벌기 위해 더욱 여유를 부려야 했다.

“오. 미국 전투식량이네요? 처음 봤어요.”

“…….”

이제 스미스는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하나만 먹을게요?”

지익!

포장지를 뜯어내자, 전투식량에서 모락모락 김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주민성은 포크를 집어 구운 콩으로 추정되는 음식을 퍼먹으며 말했다.

“이거 먹는 동안, 아무 변화 없으면 총기는 후원받는 거로 합시다.”

스미스의 표정은 싸늘했다.

대답 역시 부정적.

“아뇨. 변화가 없으면 거래는 물론, 후원도 취소입니다.”

“그러시든가.”

호로록!

주민성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국식 스파게티를 흡입했다.

“아, 뭔가 의심되는 모양인데. 컨테이너 들어가서 먹겠습니다. 그럼 괜찮죠?”

“…….”

그렇게 살벌한 5분이 흐르고.

용병들 사이에서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대장…….”

어이없어하는 표정의 용병 한 명이 스미스를 불렀다.

“상처가……. 상처가 회복됩니다!”

“……뭐?”

주민성의 입꼬리가 한껏 치솟는 순간.

물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대장! 제 발가락이!”

골절부터.

“피부 발진도 사라졌어!”

피부병.

“나는 왜 머리가 가렵지?”

탈모까지.

건물 부가효과는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었다.

임진석의 최면조차 풀어내는 부가효과인데, 평범한 병치레쯤은 순식간에 낫는 게 당연할 정도.

“냠냠.”

주민성은 입꼬리를 쉴 새 없이 실룩이며 전투식량을 흡입했다.

자금력 하나는 확실한 길드라서 그런지, 전투식량조차 어마어마한 풍미를 자랑했다.

“후르르릅!”

컨테이너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그런데도 건물 내부에선 흩날리는 먼지조차 없었다.

이마저 건물 부가효과로 정화되니까.

“크으!”

이쯤 되면 굳이 입을 열어 만물소통의 흔적을 보일 필요도 없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건물의 가치는 쭉쭉 오를 테니까.

“회, 회복 능력! 건물이?”

스미스에게선 인내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오히려 한국말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흥분했다.

“회복 속도? 아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지속력만 있다면! 이건 분명 돈이 된다! 흐하하하!”

용병들 역시 서로의 변화를 확인했는지 더욱 경악했다.

“뭐야. 뭔데 다들 요란이야.”

“마, 마르크! 머리카락이!”

“음?”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인물은 오히려 스미스가 아닌 대머리 용병 마르크.

“머리카락이 자랐어!”

“어어?”

의문은 머리에 손을 올려봄으로 순식간에 해소됐다.

이것으로 더 해야 할 건 없다.

자연스럽게, 당당하게 걸어 나오면 그만이었다.

“스미스. 아직도 불쾌한 거래입니까?”

한참을 건물에 매료됐던 스미스가 주민성의 목소리에 깨어났다.

“오? 오오! 오오오! 전혀! 전혀 아니야! 이것이 건물주! 빌딩 오너어! 그레이트!”

미국식 감탄이 어색한 주민성은 그저 머쓱하게 답할 뿐이었다.

“총기. 이제 챙겨도 됩니까?”

“어얼마든지! 저언부 다! 가져가십시오!”

대답과 동시에, 주민성은 빠르게 인벤토리를 운용했다.

[총기 보관함이 수납됩니다.]

[총기 보관함2가 수납됩니다.]

……

이 정도라면 대 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옥수수로 다이아를 뜯어낸 협상과도 비교될 정도.

하지만 주민성은 협상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

‘인도의 패왕. 그리고 압도적인 군세 때문이니까.’

건물주라는 능력의 가치는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다고 봐야 했다.

‘앞으로 능력은 최대한 유출하지 말자. 꼭 해야 한다면 최대한 뜯어내자.’

생각을 마친 주민성은 거만한 표정으로 스미스를 대했다.

“총기.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얼마든지요! 의심해서 죄송했습니다! 그보다 설명을 좀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워낙 많은 등급 상승을 겪어 온 덕분에 부가효과는 이미 수백 종류를 돌파한 상황.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효능을 설명했으니 스미스의 반응은 더할 나위 없이 요란했다.

“정말입니까? 심리적인 케어까지 된다니! 정말 예상 밖이군요. 단순히 사업용으로 쓰기엔 실전에도 유용합니다!”

“만병통치약이죠. 암요.”

“오오. 만병통치약. 새로운 단어. 기억해 두겠습니다.”

보통의 만병통치약이라면 사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주민성이 말하는 만병통치약은 진실 그 자체였다.

약장수가 진짜 약을 팔아 버리니 구매자로선 미쳐 날뛸 수밖에.

“이만 가 봐도 되겠습니까?”

“아, 빌딩 오너. 잠시만요.”

“네?”

용건이 끝났음에도 스미스는 주민성에게 애타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죄송해요. 전 여자가 좋아서.”

“하하. 범상치 않은 농담 스킬에 감탄했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새로운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요?”

스미스가 인벤토리를 펼쳐 보였다.

“저와 함께 미국행. 어떠십니까.”

스미스의 태도엔 무례함은커녕 최상급 고려청자를 대하는 듯한 조심스러움이 가득했다.

“그 능력. 더욱 발전시켜 보죠. 압도적인 힘. 재력. 그리고 아름다운 여자까지. 모든 것들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SSS급 대우? 그 이상을 선사합니다.”

“………….”

“우리와 함께합시다. 주민성.”

스미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제안이었다.

신뢰도도 꽤 높아 보인다.

인벤토리가 주민성의 것과 같은 성능이라면, 놀다가 나오는 것으로 미국에 도착할 수 있을 테니까.

“거절할게요.”

“예?”

안타깝게도 상대가 나빴다.

조건이 좋을수록 경계심도 무럭무럭 자라나는 사람이 바로 주민성이었다.

“거래 관계. 깔끔하잖아요. 그 조건이라면 부족하기도 하고요.”

“……부족하다고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겁니다. 스미스 씨는 좋은 손님이 될 테니 미리 알려 드리죠.”

“무, 무엇을?”

주민성은 스미스에게서 유유히 멀어지며 말했다.

“이 게이트. 몇 달만 지나면 엄청나게 바뀌어 있을 겁니다. 그때 다시 오세요. 할인 조금 해 드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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