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사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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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 사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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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 사냥 (1)
2022.02.20.
‘저 여자가 위험하게 느껴진 이유가 있었군.’
위험한 상대에게서만 느껴지는 감각.
이 기분 나쁜 미묘한 감각은 육감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마석 이식을 통해 강해진 건 신체뿐만이 아니었다.
“왜 말이 없어? 더 보여 줘도 되는데? 헤헤.”
“…….”
협회 간부의 이죽거림엔 대답할 가치도 없었다.
주민성은 오히려 팔을 뻗어 당장이라도 움직이려는 송몽룡부터 제지했다.
“아직.”
“아, 네!”
협회 간부와 맞붙기엔 이상한 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특히 제르취처럼 죽음에서 돌아오는 능력이 거슬렸다.
‘피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야. 나 자신을 믿자.’
협회 간부의 기습으로 목을 살짝 베이긴 했지만, 그마저도 뒤에서 갑작스레 날아온 기습이었다.
그럼에도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건, 방심하지만 않아도 상대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뜻.
자신감을 얻은 주민성은 오히려 상대를 도발했다.
“더 공격 안 해?”
“참나.”
쉬익!
또 한 번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다.
정확히 눈을 노리는 예리한 기운이었다.
이것이야말로 협회 간부의 능력이리라.
‘찌르기인가?’
주민성은 급히 목을 옆으로 틀어 기운을 피해냈다.
치칫!
옆얼굴에서 화끈함이 치솟았다.
이번에도 공격을 완벽히 피해내진 못한 모양.
다음 공격은 주민성이 숨을 내쉴 타이밍마저도 끊으며 뒤에서 날아왔다.
“흡!”
주민성은 본능적으로 자세를 낮추고 옆구리를 틀었다.
복싱의 위빙과도 흡사한 동작이었다.
쉬쉿!
‘피했다!’
이번 회피는 성공이었다.
그러자 협회 간부에게서 작은 탄성이 들려왔다.
“그게 보여? 동체 시력으로 피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덕분에 주민성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아니. 안 보여.”
파밧!
쉬쉭!
주민성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빠르게 쇄도했다.
상대의 공격도 순식간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기운이 치명적인 급소를 향해서만 날아왔기 때문이다.
“붙으면 달라질 것 같아? 그럼 안겨 보든가.”
여전히 협회 간부에게선 여유가 느껴졌다.
그것도 극도의 여유가.
“자. 이리와. 누나가 안아 줄게.”
심지어 협회 간부는 양팔을 활짝 벌리며 주민성을 유혹해 왔다.
“진짜 안겨도 돼?”
“응! 살아서만 온다면!”
가벼운 말투와 다르게 협회 간부의 능력 컨트롤 수준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능력을 이렇게까지 정교하게 사용하는 건 주민성에겐 불가능한 경지였기에 더욱 그랬다.
‘젠장. 나도 미세먼지로 목구멍 맞추고 싶다.’
하지만 상대의 공격이 아무리 예리해도 여유가 생기는 쪽은 주민성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상대가 급소만을 노려 왔기에 지켜야 할 부위가 크게 한정됐다.
쉬쉭!
“그게 다야? 보이지 않는 이상한 능력하고 죽어도 살아나는 이상한 능력.”
“참나. 이상한 능력자가 그러니까 웃기네.”
“그러게.”
협회 간부의 공격법은 풍압조차도 일어나지 않는 기묘한 방식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주민성 혼자 온갖 자세를 취하며 생쇼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
“다 왔네? 상 줘야겠다.”
“와. 신. 난. 다.”
격하게 기쁨을 표현한 주민성은 하반신을 노리는 공격마저도 피해내며 협회 간부에게 안기는 데 성공했다.
곧이어 주민성의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젠 못 피하겠다. 잘 가.”
동시에, 같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매서운 기운이 주민성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왔다.
주민성은 이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속삭였다.
“이용료 청구.”
“……응?”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주민성은 곧장 여자에게서 떨어져 일갈했다.
“어딜 날로 먹으려고!”
처음으로 여자에게서 황당하다는 표정이 깃들었다.
“야! 너 미쳤어? 날로 먹어? 어?”
주민성은 당당했다.
상대의 능력을 모른다면 이용료를 청구해 캐낼 뿐.
살려둔 이유는 그 외에도 있었다.
‘앞으로 저런 기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
이런 특이한 능력의 소유자는 육감 발달용 훈련 상대로 안성맞춤이었다.
심지어 죽지도 않는 노동력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29만 원? 진짜 괴팍한 능력이네!”
메시지를 읽었는지 여자의 황당함은 배로 증가했다.
그런 와중에도 누워서 자기도 불편할 것 같은 폐허 이용료가 29만 원이라는 사실은 실소를 자아냈다.
“그래! 낸다! 내!”
그런 와중에도 현금은 제법 가지고 있었는지 지갑을 꺼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주민성은 냉정하게 답했다.
“합의 안 합니다.”
“……어?”
주민성의 시야 구석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소유자가 없는 건물에 입장하였습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
[보유 건물 목록에 아파트(완파 직전)가 추가됩니다.]
[건물 상태가 양호하지 않아 부가 능력이 발현되지 않습니다.]
이 아파트는 원래 소유할 수 없었던 건물이었다.
하지만 화려하게 파손된 건물은 소유 대상으로 변모했다.
‘건물 안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그것도 내 건물이면 더욱.’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송몽룡의 도움을 받는 건 사치였다.
“씨이!”
“이상한 씨?”
여자는 능력을 사용해 주민성의 목을 노려 왔지만, 이용료 청구로 인한 억제력이 발동된 시점부터 이 싸움은 이미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어딜 진화도 안 한 풀속성이.”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만화 속 괴물은 아니겠지?”
“……이것만큼은 사과할게. 미안.”
털썩.
여자는 생각보다 깔끔하게 싸움을 포기했다.
오히려 배 째라는 듯 주저앉았다.
“에휴. 죽여라. 죽여. 배 째. 그냥 내가 쨀까? 좋아하는 일본식으로 해주리?”
“아주 사람을 그냥 오타쿠로 만들어 버리네. 무슨 말인지도 알아들어 놓고.”
“됐고. 빨리 죽여.”
주민성은 여자의 뻔뻔함에 말을 잃었다.
심지어 눈빛엔 조금의 체념도 깃들지 않았다.
여전히 목덜미를 노리는 사냥개 같은 눈이었다.
“어딜 날로 죽으려고.”
“그럼 돈 받든가!”
“그것도 좀…….”
“아오. 어쩌다 저런 미친놈이랑 엮여서.”
돈을 받지 않는 건물주와 돈을 내려는 건물 이용자의 해괴한 대치는 송몽룡이 끼어들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대, 대단해……. 정말 대단해요! 대장님!”
“이제 돌아갈까?”
“네!”
주민성은 고개를 돌려 여자에게 경고했다.
“참고로. 24시간 동안 이용료 안 내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야.”
“…….”
이는 인력소에서 일어났던 해프닝을 통해 검증된 사실이었다.
이용료 청구는 납부되지 않았을 때 훨씬 위험한 힘을 발휘하는 능력이었다.
“어떻게든 발버둥 쳐보고 싶으면 곱게 따라오세요. 2번 포로 씨. 그럼 살려는 드립니다.”
“……성아영.”
“뭐요.”
“내 이름이라고. 2번 포로니 그딴 소리 좀 하지 마.”
“네. 2번 포로 씨.”
“아 씨.”
주민성은 상대를 놀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성아영의 자살을 경계했다.
그리고 성아영이라는 이름을 열심히 떠올려 봤다.
하지만 그녀는 주민성의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었다.
‘유명하지 않은 간부라서 더 신경 쓰이는군.’
성아영은 여전히 주민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곱게 따라올 겁니까?”
잠시 고민하던 성아영은 주민성에게 질문했다.
“……하나만 묻자.”
“뭐든지.”
“황태범이 1번이야?”
“네.”
“그럼 왜 안 죽여?”
“하나만 묻는다면서요. 두 번째부턴 유료인데 돈은 안 받아요. 몸으로 때우는 것도 금지. 그냥 다 금지.”
“아오 씨.”
질문에 성실하게 답한 주민성은 성아영에게 조건을 걸었다.
“따라오면 이용료 분할 납부는 가능합니다. 고객님. 순순히 눈 가리고 포박당해서 따라오는 것도 조건 중 하나고요. 그쪽 능력 특성상 포박당해도 능력은 쓸 수 있죠? 당연히 능력도 금지입니다. 한 번 쓸 때마다 제곱으로 늘어나는 이용료를 보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시야 차단은 주민성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물론 성아영이 몬스터와 판자촌 능력자들이 협력하는 모습까지 봤을 가능성은 존재하겠지만, 주민성은 송몽룡의 일 처리 능력을 더욱 신뢰했다.
이는 황태범에게도 적용된다.
주민성을 따르는 몬스터의 존재는 오로지 철저한 아군에게만 보일 수 있는 절대적인 기밀이다.
“……마, 맘대로 해.”
왜인지 갑작스레 성아영에게서 날카로움이 사라졌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기에 이 부분은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죽일 수도 없고 기절시켜도 찝찝한 상대였기에 만족감은 더욱 컸다.
뒤이어 주민성은 곧장 성아영을 포박했다.
“……나 신체 강화 능력자 아닌데 이렇게 세게 묶는 거야?”
“철근으로 바꿔 드릴까?”
“…….”
실제로 주민성에겐 철근조차 자유자재로 휘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근력이 생긴 상태였다.
물론 게이트에 널려 있는 철근은 부식되어 그대로 부러지겠지만.
마음에도 없는 경고를 뱉은 주민성은 그대로 성아영의 입까지 텐트천으로 꽁꽁 싸맸다.
“읍읍!”
주민성은 입가에 검지를 올린 채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전부 조용히 하라는 의미였다.
다행히 주민성의 생각은 고블린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저 멀리 보이는 크룩스가 신호를 빠르게 포착한 모양.
아파트에서 벗어난 주민성과 송몽룡은 판자촌 능력자들에게 조용한 환대를 받았다.
“대장님? 피 나는데요?”
“어어? 저, 저 사람!”
“쉿.”
환대는 눈이 가려진 채 텐트에 꽁꽁 묶인 성아영 포착됨으로써 빠르게 얼어붙었다.
“불사 능력자예요. 말도 안 되는 능력이긴 한데 협회 간부니까 뭐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하고.”
“읍! 읍!”
불사 능력자, 그것도 여성 불사 능력자라면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확실하게 납득됐다.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세계 각종 조직의 최우선 타겟이 되고도 남을 능력이었으니까.
“여튼 돌아가죠. 방금 기습도 복기해야 합니다. 상대가 고등급 능력자인 이상,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해요.”
“네.”
목소리는 작았지만, 판자촌 능력자들은 저마다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협회인을 공격할 방법이 생긴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소득이었음엔 확실했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주민성의 텐트를 잡아당겼다.
“음?”
“그……. 몽룡이가 원래대로 돌아오게 해 주셔서……. 그리고 살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봉춘향이었다.
상당히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었지만, 지금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엔 시간이 필요했는지 어색한 티가 상당했다.
봉춘향을 포함해 판자촌 능력자들에겐 아직 적응의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지금의 흐름은 주민성도 따라가기 힘겨운 상태였다.
“도움은 내가 받았지. 고마워.”
모처럼 상쾌한 미소로 답한 주민성은 사람들과 함께 학교로 귀환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희는 그럼 하던 일 하러 가 보겠습니다.”
“예. 수고하세요.”
김대위는 주민성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몬스터와 관련된 언급은 일절 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교육 과정도 하던 일이라는 애매한 단어로 대체했다.
‘이 정도라면 알아서 잘 하겠지.’
주민성은 거리를 두고 조용히 따라오는 크룩스와 고블린 라이더를 향해서도 손짓했다.
크룩스는 개떡 같은 수신호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인재 그 자체.
이는 만물 소통을 통해 다시 한번 검증되었기에 더욱 든든하게 느껴졌다.
‘문제는 다음인데.’
이번에도 명령을 내릴 대상은 몬스터였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까다로웠다.
“……취.”
주민성은 곧장 제르취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송몽룡에게 말했다.
“몽룡이는 친구 데리고 놀고 있어.”
“아……. 네!”
송몽룡은 교육 과정에 포함되는 인물이 아니었기에 운신 폭이 제법 자유로운 편이었다.
게다가 호위 서비스 또한 오크와 함께였으니 제르취와 제법 어울리는 상대이기도 했다.
그렇게 송몽룡에게 제르취를 맡긴 주민성은 성아영을 데리고 황태범을 던져 둔 창고로 향했다.
“후우. 진짜 지긋지긋하군.”
“으읍!”
건물 부가효과가 아니었다면 들리지도 않을 법한 폭음은 지금도 여전했다.
“대체 누구랑 싸우길래 끝나질 않는 건지.”
“읍읍!”
이젠 정보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게이트에 있는 협회 간부는 총 8인.
그중 둘이 주민성에게 붙잡혀 있었으니 신우빈에게 거는 기대도 클 수밖에 없었다.
“전화해 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