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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건물 (3) (71/250)


전설의 건물 (3)
2022.02.10.


[10분간 건물을 관조할 수 있게 됩니다.]

[관련 능력이 해금되어 있지 않습니다.]

[건물주는 별도의 공간으로 격리됩니다.]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주변 풍경이 변했다.

드넓은 공간은 광장뿐만이 아니었으며,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이 저마다의 공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게 전부 건물이라고……?”

가장 큰 건물인 돔형 건물의 수십 배는 될 법한 크기.

이는 건물에 익숙해진 주민성조차 압도당할 수준이었다.

“광장은 극히 일부였네…….”

광장에서 줄지어 있던 거대한 몬스터들.

저마다 위압감을 뿜어내며 자신을 뽐내던 몬스터들이 이제는 귀엽게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실제로도 귀여웠다.

작디작은 장난감 수준의 크기로 보였으니까.

“그보다, 제한 시간은 10분이었던가.”

주민성은 빠르게 평정을 되찾고 주변을 살폈다.

“새까맣군.”

주변은 이전에 최선아가 말했던 인벤토리 내부에 대한 평가와 비슷했다.

전부 새까만 공간이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건물이 상세히 펼쳐지는 그런 풍경이었다.

“분석은 미루자. 일단은 광장부터.”

주민성은 시선을 옮겨 광장에 집중했다.

트러블이 있었던 장소이니만큼 위기를 회피할 방법을 마련해야 할 테니까.

“광장은 여전히 난리네.”

건물의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몬스터들은 서로를 죽일 듯이 공격하고 있었다.

쾅! 콰광!

파지직!

그리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통제를 벗어난 대기자가 다수 발생했습니다.]

[2단계 통제가 자동 발동됩니다.]

[대상 지역은 광장입니다.]

[해당 대기자를 광장에서 추방합니다.]

쿠구구……!

“음?”

거대한 진동과 함께 광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서로를 공격하던 몬스터들이 사라졌다.

“추방. 추방이라.”

주민성은 빠르게 다른 방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라진 몬스터가 어디로 추방되었는지 알기 위함이다.

“저기네.”

추방된 몬스터들은 여전히 난동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포착할 수 있었다.

주민성이 시선을 옮긴 장소는 지하의 거대한 방.

집중을 끌어올리자 해당 방이 확대되며 몬스터들의 대화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죽어라.”

“우습군. 나는 죽음마저 초월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호쾌한 전투가 재개됐다.

콰지지직!

우득!

“……보스급 맞네.”

광장에서 추방된 몬스터는 보스급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을 전투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크룩스, 제르취는 물론이고, 하위 차원으로 한정되지만 나름대로 차원 포식자라는 크라노돈조차 압도할 수준이었다.

“S급 게이트 보스라면 저 녀석들과 비슷하려나.”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었지만, SSS급 능력자들이 협력해 완성해낸 토벌 기록은 존재한다.

TV에서도 수없이 특집 방송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SS급 파동조차 튕겨내는 녀석이었죠?

-예. 그렇습니다. 게이트가 S급이라고 해서, 본인의 능력이 SS급이라고 방심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보스는 달라요.

여러 번 경고하던 유명 길드의 마스터도 있었고.

-비록 협회장님이 보스 토벌에 성공하셨지만, 우리는 놈에게 희생된 화랑 길드를 잊어선 안 됩니다.

-추모를 시작하겠습니다.

참여 인원 전원이 S급 이상으로 구성된 유명 길드의 전멸 소식도 기록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주민성이 보는 몬스터들 역시 당시의 기록과 비슷했다.

“제법이군.”

“……버러지는 아니었구나.”

몬스터들이 추방된 방은 단 30초 만에 초토화된 상태.

그 주변엔 파괴의 흔적이 가득했다.

주민성은 추방된 몬스터들과의 전투를 상상했다.

“……나는 막을 수 없는 공격들이네.”

이용료 청구, 건물 잔해, 텐트 포, 건물 폭발.

수많은 공격 수단을 떠올렸지만, 추방된 몬스터가 선보인 공방전 앞에선 모든 것들이 무의미했다.

심지어 방 전체가 진공 상태가 되었는지 부서진 건물 잔해들은 허공에 둥실 떠 있을 정도였으니까.

몬스터들은 서로의 경지를 확인해서인지 주변 환경마저도 초월한 채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군주 파이로. 목적지는 이스탄불이었다.”

“……일존 차르타크. 계시받은 장소는 청두.”

“기억해 두지.”

“아니, 기억할 필요는 없다. 너의 목숨과 의지는 내가 이어받을 테니까.”

“헛소리를.”

쿠궁!

다시금 전투가 재개되고.

주민성은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스탄불……. 청두……. 몬스터가 도시 이름을 안다고?”

터키의 수도. 그리고 중국의 대도시의 이름이 몬스터에 의해서 언급되었다.

해외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지구로 가는 방법이 있어……!”

주민성이 다시 눈을 뜨자 태양의 순례지를 전체적으로 관조하는 시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정보! 정보가 필요해!”

전투가 벌어졌던 방은 하나 더 있었다.

주민성은 재빠르게 초토화된 다른 방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이곳에선 승패가 한쪽으로 기울어 가는 상태였다.

“나, 나는 37대 치프 기르탄……. 목적지는 이라클리오…….”

“투신. 풀리착. 네 몫까지 대신할 것을 약속한다.”

“……크윽! 좋…….”

주민성은 빠르게 집중을 풀고 전체 관조 시점으로 돌아왔다.

“……맙소사.”

방금 대화엔 주민성도 놓칠 수 없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아는 장소가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기르탄이라는 몬스터가 언급한 지역은 이라클리오.

서풍 길드가 블랙 미노타우로스 킹을 토벌했던 장소이자 투혼 갑옷이 발견된 그리스의 이라클리오 게이트였다.

“그러고 보니……. 기르탄이라는 몬스터……. 미노타우로스였구나.”

그리고 풀리착이라는 몬스터는 죽은 기르탄의 몫까지 대신 할 것을 약속했다.

대화의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해진 것이 한 가지 있었다.

“해야 할 일을 대신한다. 목숨에 대한 책임이라고 봐야 할까.”

주민성은 생각을 빠르게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의 몬스터는 저마다 행선지가 있고, 다른 몬스터를 죽이면 죽은 몬스터의 책임까지 대신하는 규칙이 있어.”

이어서 핵심을 짚었다.

“이곳은 지구로 향하는 몬스터가 거쳐 가는 건물이고.”

건물 관조의 지속 시간은 3분도 남지 않은 상황.

주민성은 빠르게 다른 방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대부분 몬스터들이 줄지어 있는 방이 대부분이었고, 개중엔 엄청난 위압감을 풍기는 몬스터가 홀로 서 있는 장소도 존재했다.

“이놈도 보스급……. 저놈도 보스급……. 미치겠네.”

그렇게 탐색을 이어가자 특이한 방이 포착됐다.

주민성에게도 익숙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징검문?”

크룩스의 징검문보다 훨씬 거대하긴 하지만,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징검문의 모양이었다.

“저건가?”

주민성은 빠르게 징검문이 있는 방을 확대했다.

그러자 저마다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몬스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회가 왔다!”

“왔다! 왔다!”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 죽이는 것!”

“죽여! 죽여!”

호응하며 쿠륵쿠륵 거리는 몬스터들 또한 있었다.

“어, 잠깐. 저것들은…….”

다른 방에 비해 현저히 약해 보이는, 주민성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몬스터들이었다.

“호박술사네?”

호박술사를 몬스터 웨이브에 일부 섞여 있던 몬스터였다.

원거리 공격이 까다롭긴 하지만, 근접 전투력은 고블린보다 취약한 수준.

상대적으로 태양의 순례지와는 급이 맞지 않는 몬스터라고 할 수 있었다.

“기회를 얻었다라…….”

그리고 잠시 후.

호박술사들 주변의 징검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가자!”

“가자! 가자!”

호박술사들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대박.”

주민성의 눈가에 한 줄기 희망이 깃들었다.

“이곳에서 나갈 수 있어……!”

하위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전부 얻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징검문을 통한 지구행이라면 주민성에도 나름 만족스러운 루트라고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징검문을 통해 이동한다면 위험천만한 경비실 근처로 이동하진 않을 테니까.

[건물 관조 종료까지 1분 남았습니다.]

“이런.”

호박술사가 있던 징검문의 빛은 사그라진 상황.

즉, 이곳의 징검문은 이제 닫혔다고 볼 수 있었다.

“다른 문을 찾아야해.”

주민성은 빠르게 확대된 시점에서 빠져나와 전체 관조 시점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징검문과 몬스터가 모여 있는 방을 탐색했다.

“오. 저기 있다.”

하지만 시점은 확대되지 않았다.

방에 있는 몬스터의 정체 때문이었다.

“블러드하운드는 우리나라에 없어.”

블러드하운드는 미국의 게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주민성이 가야 할 장소는 아지트가 있는 F급 게이트, 혹은 최대한 서울과 가까운 게이트가 되어야만 했다.

“다른 방을 찾아보자.”

다행히 몬스터가 모여 있는 징검문 방은 생각보다 많았다.

“언데드는 너무 복불복이야. 내 운을 믿을 수도 없고.”

주민성은 세계 유일의 FFF급 능력자.

행운에는 절대 기대해선 안 됐다.

그러던 도중, 주민성은 낯익은 몬스터 집단을 발견했다.

“어? 저건?”

다크울프, 그리고 오크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저기다!”

주민성은 빠르게 시점을 확대하고 광장에서 해당 징검문이 있는 방으로 가는 길을 숙지하기 시작했다.

“취익! 이제 곧 약탈의 시간이 찾아온다!”

“약탈이다! 취익!”

수많은 보스급 몬스터에게 주눅 들어있다가 오크들의 취익 소리를 들으니 주민성은 절로 흥이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광장에서 가깝네. 줄을 지나서 왼쪽, 직진, 왼쪽 왼쪽인가.”

징검문 방까지 가는 길을 빠르게 외움과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건물 관조가 종료됩니다.]

[마지막 관리 시점으로 이동합니다.]

“마지막 관리 시점?”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으니까.

“취익! 귀신이다!”

“음?”

놀랍게도 주민성이 도착한 장소는 마지막 시점 그 자체.

오크들이 머무는 징검문 방이었다.

“와. 엄청 좋은 능력이었네.”

건물 관조의 새로운 쓰임새가 발견되는 순간.

수많은 능력 중에서도 이동 능력은 편의성 면에선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취, 취익!”

주변의 오크들이 주민성을 경계했다.

그것은 주민성도 마찬가지.

‘이 건물에서 싸우는 건 위험해.’

태양의 순례지는 주민성의 소유였지만, 자동으로 발동되는 여러 권한들이 문제였다.

그렇게 잠시간의 대치가 이어지고, 한 오크가 외쳤다.

“취익! 동족의 냄새!”

“…….”

“동족의 냄새다! 이상하게 생긴 오크였다!”

가혹한 평가였지만 다행히도 오크들의 경계는 빠르게 풀리기 시작했다.

“취익! 피부색도 다르다! 기형종이다!”

“…….”

그리고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딜 다녀온 거냐.”

목소리의 정체는 제르취였다.

“아, 제르취였네. 관조할 때는 못 따라오는구나.”

“또 영문 모를 소릴 하는군.”

멀어지면 언제나 뒤에서 나타나는 제르취였지만, 건물 관조 능력으로 이동한 별개의 공간까지 따라오지는 못하는 모양.

“취익? 제르취? 182군단장 제르취?”

제르취라는 단어가 언급되자 다른 오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아, 너네 제르취 알아?”

“취익! 알고 있다! 탈영 투사 제르취!”

“…….”

이번에도 가혹한 평가였지만, 주민성을 겨냥한 평가는 아니었다.

“풉. 탈영 투사래.”

“……시끄럽다.”

오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던, 지휘관으로 보이는 오크가 주민성에게 말을 걸어 왔다.

“이봐. 기형 오크.”

“나?”

“취익. 그렇다.”

“제르취를 알고 있나?”

이곳의 오크들 역시 이미 죽어 있는 제르취가 보이지 않았는지, 제르취의 생사를 물어 오고 있었다.

“당연히 알지. 내가 죽였는데.”

주민성에겐 거리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건물의 소유주인 데다, 이번엔 보스급도 아닌 평범해 보이는 오크가 상대였으니까.

“취익! 제르취를 죽인 기형 오크!”

“……싸울래?”

“취익! 강한 오크였다! 제르취는 탈영했지만 엄청나게 강하다! 우리는 너를 이길 수 없다!”

주변의 오크들은 주민성에게 공격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존경스러운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위대한 기형 오크! 우리와 함께 약탈하자!”

“어……. 음……. 너희들 여기로 갈 거지?”

주민성이 가리킨 것은 빛나기 시작하는 징검문.

“취익! 그렇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어차피 만물 소통 능력도 있잖아. 골라서 갈 수도 있겠는데?’

생각을 마친 주민성은 다시 한번 질문했다.

“저 징검문이 어디로 통하는지 알아?”

“취익! 당연하다!”

앞서 싸우던 몬스터들 역시 자신이 가야 할 도시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눈앞의 오크에게서도 꽤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을 확률이 높았다.

“어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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