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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살림살이 (1) (49/250)

게이트 살림살이 (1)2022.01.19.

[잠시 후 지정된 건물이 폭발합니다.] [해당 건물은 보유 건물 목록에서 사라집니다.] [자산 가치가 하락합니다.] 메시지를 읽음과 동시에 텐트포가 불을 뿜었다. 콰아앙! [건물이 폭발합니다.] [텐트포가 손상되었습니다.] 다행히 손상 메시지만 떴을 뿐, 텐트포가 박살 나며 건물 잔해가 사방에 튀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휴.” 혹시 몰라 사방에 내구도 강화 능력을 뿌려 둔 보람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는다는 근본적인 목적은 달성한 상황. 주민성은 자연스레 텐트포가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대, 대장님! 이거 진짜 대포였어요?” 송몽룡도 그제야 텐트포를 진짜 대포로 인정한 모양. 하지만 황당한 표정만큼은 변치 않았다. “대포라기엔 화력이 좀 심하네요.” 주민성은 씁쓸한 표정으로 다크오크가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끄륵! 크르륵!” 다크오크는 폭발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렇다고 화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고블린 라이더들이 설치한 조명들이 전부 박살 난 거로 모자라 다크오크 주변은 전부 쑥대밭이 됐으니까. “와…….” 그동안 건물주 등급 상승을 통해 건물의 폭발력이 상승했다는 메시지를 가끔 접했었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강해진 폭발력, 그것도 한쪽에 집중된 화력은 크룩스조차 고전하던 상대인 다크오크를 빈사 상태로 몰고 갔다. “크륵! 크르륵!” 다크오크를 감싸던 검은 기운은 어느새 사라진 상태. 이것은 다크오크가 직접 다룰 수 있는 능력으로 추정됐다. 주변이 안전해졌음을 확인한 주민성은 다른 몬스터들의 호위를 받으며 다크오크에게 다가갔다. “곱게 포섭되면 얼마나 좋았을까.” “크욱……!” 절대 을 여분만 있었어도 주민성의 전략은 건물 폭발을 활용한 텐트포 제조가 아닌 이용료 청구로 바뀌었으리라. 그만큼 다크오크의 능력은 개성적이고, 강력했다. “크룩.” “……췩.” 크룩스가 다크오크를 향해 대화를 걸었다. 무슨 얘기인지 알 수는 없었다. 굳이 알려면 정보료를 내고 알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몬스터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는 얻는 게 불가능하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이런 정보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룩. 크룩.” “췻. 췩…….” 주민성은 둘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았다. 콩이보다 똑똑한 데다 절대 을인 크룩스는 해가 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테니까. “대장님……?” “쉿.”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마지막 치명상을 입힌 건 주민성의 능력인 건물 폭발이기 때문이다. 즉, 건물주 등급 상승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사실. 이는 원격 건물 폭발을 통해 얻은 지식이었다. “크르…….” “…….” 어느덧 둘의 대화가 끝나고, 다크오크는 숨을 거뒀다. 그리고 건물주 등급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마구 떠올랐다. [건물주 등급이 상승합니다.] [건물주 등급이 상승합니다.] …… 여기까지는 그동안 봤던 흔한 메시지. 건물 부가 효과가 향상되고 건물의 폭발력이 더 강해졌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메시지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크 리더 제르취를 토벌했습니다.] [다크울프 리더 제르취를 토벌했습니다.] [오크 종족의 지휘권 일부를 인계받습니다.] [다크울프 종족의 지휘권 일부를 인계받습니다.] “…….” 이미 죽어 있는 다크오크 제르취는 말이 없었다. 크룩스에게 설명을 요구할 수도 없었다. 다만 지금의 정보는 기존의 정보와 종합할 수 있었다. ‘처음 크룩스한테 왔던 메시지…….’ [고블린 리더 크룩스가 거래를 요청합니다.] 주민성은 과거의 메시지를 떠올리고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리더…….’ 이것은 몬스터, 또는 종족의 직책이거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성은 자연스레 당시의 요구 사항을 떠올렸다. ‘그때의 크룩스는 생존을 요구했었어.’ 당시의 크룩스는 절대 을도 아닌 고블린 보스였다. 그마저도 협회에 의해 세뇌당해 보스로서 제대로 활약하지도 못했던 개체였다. ‘만약…….’ 크룩스를 살려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지휘권 인계 메시지가 떠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크룩스는 고블린을 상대로 압도적인 지휘력을 발휘하고 있었으니까. “크룩?” 크룩스가 주민성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니. 정보는 됐어.” “크룩…….” 크룩스는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려는 모양이지만, 인간과 다르게 몬스터들의 사정은 사소한 정보조차 엄청난 가격을 자랑한다. ‘언젠간. 언젠가 진짜 돈이 넘쳐나면 그때 알아보자.’ 당장 자신의 능력조차 전부 검증되지 않았는데 몬스터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건 멍청한 짓. 지휘권이 생겼다 해도 주민성에겐 이것 말고도 할 일이 잔뜩 있었다. “컹!” “응? 왜?” 상념에서 깨어난 주민성은 콩이를 바라봤다. “컹! 컹!” 콩이는 다크오크의 시체 앞에서 침을 흘리고 있었다. “아.” 콩이가 가리킨 것은 다크오크의 마석. 이건 놀라운 현상이었다. 마석을 다짜고짜 집어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이다.” 지금의 콩이는 배고픈 상태가 아니었다. 텐트포를 만드는 도중에도 콩이에겐 계속해서 마석을 먹였기 때문이다. “여태 마석을 뿌린 보람이 있었구나.” “컹!” 주민성은 송몽룡과 함께 다크오크의 마석을 관찰했다. “와. 엄청 크네. 이거 무슨 등급이에요?” “이런 크기는 저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그래요? 흠…….” 조명이 그렇게 밝지 않아 등급은 알 수 없었지만, 다크오크의 마석은 상당히 큼직했다. 주민성은 억대의 가격을 자랑하는 극상급 마석을 상상하며 행복회로를 태웠다. “후후후……. 한번 볼게요.” “감정 능력도 있으세요?” “비슷한 건 있죠.” 주민성은 다크오크의 마석을 곧장 인벤토리에 넣었다. [제르취의 영혼석이 수납됩니다.] “…….” 인벤토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메시지도 마찬가지. 주민성이 인벤토리에 넣은 건 마석이 아니었다. 혹시라는 약간의 가능성도 없다. 마석은 마석으로 표기되니까. “어……. 혹시 영혼석이 뭔지 아세요?” “영혼석이요? 처음 듣는데요?” “음…….” 송몽룡에겐 마석과 관련된 지식이 부족했다. 평소 원정 다니는 게이트의 마석에 대해서만 알 뿐. 거기다 여태껏 계약에 묶여 요즘의 정보에 대해선 잘 모르는 편이었다. “이거……. 마석이 아니라 영혼석이라는데요.” “마석이 아니라고요?” “네.” “저 오크가 최소 보스급이라곤 생각했지만…….” 송몽룡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왜요? 보스급은 다른가요?” “저 보스전은 하, 한 번밖에 안 해 봐서요…….” “네? 진짜요?” “…….” 송몽룡은 손까지 벌벌 떨고 있었다. 그에게 보스전은 트라우마였던 모양이다. “아, 아, 아, 악마…….” “……악마?” “그 악마라면 확실히 극상급 이상의 마석을 품고 있을거예요……. 으으으…….” “소, 송몽룡 씨?” “아……. 악마…….” 털썩! 송몽룡은 악마를 마지막으로 중얼거리곤 바닥에 쓰러졌다. “아무나 부축 좀 대신해 줘.” “키엑!” 한 고블린이 나서서 송몽룡을 들어 올렸다. “그래. 조심조심. 나머지는 전부 주변 경계해.” 지휘권, 그리고 영혼석까지. 이젠 대충 넘어갈 수가 없었다. 마석은 주민성의 수입 활동에 있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 크룩스.” “크룩?” “100만 원짜리 정보가 필요한데.” “크룩.” “영혼석에 대한 정보. 100만 원어치만.” “……크룩.” [고블린 리더 크룩스가 정보를 제공합니다.] [정보료는 100만 원입니다.] [24시간 이내에 정보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흥정은 성공했다. 이젠 주어진 100만 원 어치의 정보를 어떻게 종합하느냐의 문제. 주민성은 긴장 어린 표정으로 다음 메시지를 기다렸다. [영혼석의 정보료는 최소 100억입니다.] “…….” 단편적인 정보라도 얻길 기대했지만, 돌아온 건 터무니 없는 가격표였다. “에휴. 기대한 내 잘못이지.” 주민성은 크룩스의 정보료 인벤토리에 100만 원을 넣었다. [정보료가 납부되었습니다.] “크룩스. 내 돈 돌려줘.” “크, 크룩…….” 송몽룡과 마찬가지로 크룩스의 손이 벌벌 떨렸다. 원래 같았으면 크룩스는 정보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주민성이었다. 절대 갑과 절대 을의 관계는 정보료를 초월했다. [100만 원이 수납됩니다.] “음. 좋아.” “크룩…….” “몬스터가 무슨 인간 화폐를 모아. 내가 저금해 뒀다가 나중에 더 좋은 거로 줄게.” “크루욱…….” 크룩스가 돈을 모으는 목적은 알 수 없었지만, 변치 않는 사실 한 가지가 있었다. “내가 돈이 좀 궁해. 아주 많이.” “크룩.” 돈이란 건 지갑에 잠시 왔다가 곧장 떠나 버리는 물건이라는 사실이다. “이왕 이렇게 다 모인 거, 학원으로 가자.” “컹!” * * * 한편, 임진석은 서류를 뚫어질 듯 쳐다보며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의뢰 보고서. -의뢰 내용: 코라에와 관련된 모든 정보. 협회의 일 처리 속도는 매우 빨랐다. 임진석이 직접 의뢰하고 투자까지 했던 의뢰였기 때문이다. “이, 이, 이이이!” 서류엔 외국에서 사용하는 코라에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각종 지명, 과거 문헌과 관련된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물론 임진석이 원하는 정보도 있었다. 주민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푸브테크라는 저질 무기 생산 업체에서 made in korae라는 문구를 새겨 둠. -해당 무기의 마지막 구매자는 최근 언론에 알려진 주민성. 이것으로 주민성이 매장에서 행패를 부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른 간부의 증언과도 일치했다. -해당 매장에 신성측 VVVIP가 방문했었습니다. -예? 그자가 주민성이라고요? FFF급? -제가 본 게 확실합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회장님 명령입니까?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임진석이 다그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방금 나간 간부 또한 회장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자 협회의 기대주이기 때문이다. “젠장! 이번 임무만 꼬이지 않았어도……!” 심지어 임무 보고 이후엔 위치가 바뀔지 모를 정도로 지금의 실패는 뼈아픈 타격이었다. 심지어 비자금까지 크게 날린 상황. 임진석에겐 정 회장이 기뻐할 만한 성과가 절실했다. “놈에 대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서류엔 주민성의 간단한 신원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코라에와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조차 만족할 만한 정보는 아니었다. “FFF급은 개뿔! 제기랄!” 주민성과 관련된 계약서 책임자는 임진석 자신. 건물주 능력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부터 실책이었다. 게다가 신성과 주민성이 연관되었음을 회장에게 보고한다? 심지어 실험체까지 빼앗겼다? “으으.”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터. 정 회장의 분노만큼은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게 임진석이 당장 해야 할 일이었다. “다음에도 분명 날뛰겠지.” 임진석이 바라본 주민성은 온화한 성격이 아니었다. 게이트에선 틈만 나면 테러를 일으키고, 도시에선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갑질을 해대는 놈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상이 명확한, 아주 은밀한 함정까지 꾸미는 치밀함도 갖췄다. 마지막으로 임진석을 가장 신경 쓰이게 만드는 건, 주민성이 최면을 파훼한다는 사실이었다. “실험체라도 어떻게든 처리해야겠는데……. 놈이” 띠리리리! 임진석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정 회장. “예. 회장님. 이 늦은 시간엔 어쩐 일로……” -지금도 바쁜가? 임무 보고가 늦는구먼. “아. 문제가 조금 생겼습니다.” 부정적인 대답이었음에도 회장의 목소리엔 신뢰가 가득했다. -문제? 임진석이가 말하는 문제라? 임진석이 당장 해야 할 일은 신뢰가 무너지기 전 최대한 밑밥을 깔아 두는 것. “……실험체를 놓쳤습니다.” -뭐? “놈의 세뇌가 풀리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놈의 기동력이 워낙 뛰어나서…….” -그 사항에 관해선 브리핑을 따로 준비하게. 연구소장부터 말단까지 전부 소집해야겠어. “예.” 다행히 임진석의 변명은 효과적이었다. -그래도 당장의 궁금증은 풀어야겠지. “………….” -대체 어떻게 세뇌가 풀렸지? “……임무 도중이었습니다만, 공교롭게도 주민성이 향한 게이트는 놈을 포획했던 게이트였습니다. 그곳의 마나 파동이 세뇌를 상쇄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허허……. “때문에 몬스터가 가진 본능에 관해서도 연구가 필요할 듯합니다. 임무가 지연되어 죄송합니다.” 다행히 실험체에 관해선 증명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덕분에 변명도 쉽게 나올 수 있었다. -확실히. 그럴싸해. “……송구합니다.” -아니야. 나는 자네를 믿어. 임진석은 조용히 회장의 말을 경청했다. -일단 급한 건 실험체였지. 간부급 2인 이상을 추가로 포함한 포획팀을 편성을 허가하지. 다른 지원도 필요한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연구팀은 다음 주에 소집할 테니 브리핑도 준비하고. “예.” 삐리링! 통화가 종료되고, 임진석은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휴우…….” 회장은 임진석의 예상보다 훨씬 관대했다. “다행히 좋은 일이 있으셨나 보군.” 간부급 소집은 오로지 정 회장의 권한. 심지어 임진석의 최면은 정 회장에게만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른 간부 일부를 직접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일부 넘겼다는 건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후후…….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지금 당장 출발해도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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