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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게이트는 처음이지? (2) (46/250)

어서와 게이트는 처음이지? (2)2022.01.16.

“이걸 어떻게…….” 고블린이 오크보다 뛰어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고블린이 이겼다. “키에엑!” 고블린은 승자로서 당당히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래. 잘했어.” “키익! 키엑!” 놀라운 일이었지만, 주민성은 지금의 승리를 예측할 수 있었다. ‘오크 입장에선 황당하겠지.’ 놈들에게 있어 공공의 적은 인간. 때문에 몬스터는 편을 가르지 않는다. 가끔 서열이 존재하는 개체는 있지만, 하극상은 없다. 오크 라이더 역시 이러한 상식을 가지고 폐허 속에 숨어들었을 터. 하지만 놈들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이 게이트가 주민성에게 물들었다는 사실을. “음?” 이때, 건물이 손상되었다는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편의점5(반파)가 손상됩니다.] 편의점5는 판자촌 능력자들과 학교로 이동하던 길에 소유했던 건물이었다. 여기서 주민성의 건물을 훼손할 만한 몬스터는 오크 라이더 외엔 존재하지 않는다. ‘놈들도 호락호락하진 않네.’ 고블린이 오크를 죽일 방법은 오로지 기습뿐. 그것도 오크가 최대한으로 방심했을 경우였다. 즉, 건물을 훼손시킨 오크는 이미 고블린의 기습을 견뎌낸 베테랑일 확률이 높았다. “키엑!” 승자 고블린은 주민성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몬스터에게 무언가를 건네받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이전 사례로 고블린 꽃이 있었다. ‘뭔가 상이라도 줘야 하는 건가?’ 고블린들 사이에서 뭔가 특이한 전통이라도 생긴 모양이다. “오오.” “키힉!” 고블린이 건넨 것은 오크가 품고 있었을 영롱한 중급 마석이었다. 이것의 가치는 최하급 마석 수십 개 수준. 주민성은 주는 것을 거절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그래. 아주 바람직한 고블린이네.” 주민성은 고블린들의 전통을 존중하기로 하고 포상을 내렸다. 물론 돈이 들어가지 않는 포상이었다. “너는 본진에 가서 살아도 된다.” “키익! 키이익!” 고블린들은 게이트의 노른자 땅인 학원 부근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고, 주민성은 값진 마석을 받았다. 이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 고블린은 크게 기뻐하며 폐허 도시로 향했다. “저쪽으로 쭉 가죠.” “예.” 주민성은 중간 중간 오크를 죽이는 데 성공한 고블린들에게 마석을 받고 포상을 내리며 계속해서 이동했다. “흠.”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폐허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발견되는 고블린 시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은데요…….” “확실히 만만한 놈들은 아니구나.” 주민성이 하려는 것은 사냥이었다. 강력하게 저항하는 맹수는 사냥꾼에겐 더욱 큰 동기부여를 안겨 줄 뿐. “아직 예상대로입니다.” “저, 정말입니까? 오오!” 권리는 노동으로 쟁취하는 것. 이것은 예전에 주민성이 직접 몬스터들을 모아 놓고 했던 말이었다. 그 결과, 학원과 꽃집이 있는 폐허 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서열이 만들어지게 된다. “진짜 계획은 시작도 안 했으니까요.” 손상된 건물은 어느새 세 군데로 늘어난 상황. 외곽의 고블린들에겐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결국, 주민성은 지도를 꺼내 메시지가 떠올랐던 건물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능력을 사용했다. “휴대폰 매장 4. 당구장 2. 편의점 5.” [잠시 후 지정된 건물이 폭발합니다.] [해당 건물은 보유 건물 목록에서 사라집니다.] [자산 가치가 하락합니다.] 콰아아아아아! [건물주 등급이 상승합니다.] [건물주 등급이 상승합니다.] ……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저 멀리서 은은한 폭음이 들려왔다. 건물주 등급 상승은 덤. “대, 대장님??” 주민성이 사용한 능력은 평소에 거의 쓰지 않던 건물 폭발 능력. 평소에 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던 이유는 간단했다. 보유 중인 건물을 잃으면서 생기는 손실, 그리고 폭음에 의한 협회의 개입 때문이었다. ‘괜찮아. 이득이야.’ 지금은 이 능력을 사용할 이유가 충분했다. 오크 라이더를 사냥하고 회수하는 마석의 가치는 손실을 메꾸고도 넘치는 수준인 데다, 경비실은 신우빈이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주민성은 멈추지 않고 지도를 뚫어질 듯 바라보며 다음 건물을 지목했다. “이쯤이면 여기가 좋겠군.” 콰아아아아! 콰아아! 건물과 고블린의 손실은 아쉬웠지만 부족한 전력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전부 잡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판자촌 능력자들은 그들대로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포섭하는 선택이 이득이었고, 폐허 도시의 일반인 동료들은 트라우마 없이 안전하게 지키는 방향이 이득이었다. [건물주 등급이 상승합니다.]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이득을 챙기는 행동이야말로 주민성이 해야 할 일이었다. “대, 대장님……!” 송몽룡은 그제야 폭음의 정체가 주민성이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능력 퍼레이드에 경악했다. “아직입니다.” 주민성이 추가로 지목한 건물은 아직 탐험하지 않은 지역 경계선 부근에 있는 건물이었다. ‘등급 상승은 한 번뿐. 좋아.’ 건물 폭발에 휘말린 게 오크 라이더였다면 등급 상승은 한번이 아니었을 터. 그 말은 즉, 주민성의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마석 회수는 나중에 해야겠네. 쩝. 이동합시다.” “아, 네!” 놈들이 탐험하지 않은 지역으로 도망치는 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주민성은 오크 라이더를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로 유도하고 있었다. * * * 한편, 수많은 고블린들의 합공을 이겨낸 오크 라이더가 있었다. 그 주변엔 고블린의 시체로 가득했다. “쿠흑! 쿠흑!” 오크는 승리에 기뻐하지 않았다. 여태 오크가 믿던 건 자신이 타고 있던 다크울프뿐. 그 믿음이 끝을 향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르륵……!” “쿠허흑!” 다크울프는 튼튼한 오크와 달리 수많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상처는 눈. 그곳엔 고블린의 조악한 꼬챙이가 꽂혀 있었다. “취익…….” 다크울프는 이제 제 능력을 다할 수 없었다. 가장 큰 무기인 동체시력을 잃었으니까. 서걱! 오크는 결국 다크울프의 목을 베었다. 그리고 그 피를 마셨다. 오크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존중이었다. “쿠어어어!”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폭발에 휘말려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는 오크 라이더도 존재했으며, 고블린의 기습은 지금도 여전했다. “키에에엑!” “취힉!” 콰직! “끄륵!” 갑자기 뛰어든 고블린을 죽인 오크는 자신의 싸움을 회상했다. 지금 죽인 고블린은 평범했지만, 개중엔 특이한 고블린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낡은 천을 허리춤에 감고 있는 고블린이었다. 놈들의 움직임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그 움직임을 쫓을 수 있는 건 다크울프밖에 없었다. “취익.” 문제는 고블린이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누군가에게 명령이라도 받은 것 마냥 고블린들은 하나같이 비열하게 급소만을 노렸다. 재빠른 고블린은 다른 고블린들 틈에서 끊임없이 오크를 위협했다. “취익!” 오크는 수많은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처를 입진 않았다. 성장이 끝난 오크의 가죽은 고블린의 무기로 뚫을 수 없을 정도로 튼튼했기 때문이다. 대신 노려진 건, 가죽이 튼튼하지 않은 다크울프였다. 그렇게 재빠른 고블린은 다크울프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어딘가로 도망쳤다. “취힉!” 이건 심상치 않은 문제였다. 근육이 덜 발달한 어린 오크들은 이런 기습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결국, 오크는 작전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커훅! 케췩…….” 오크는 의미심장하게 읊조렸다. “쿠어어어어!” 누군가를 향해 분노도 터뜨렸다. “후욱!” 이제 흩어짐은 의미가 없었다. “취익……. 취이익……. 쿠어어…….” 오크는 기묘한 어조로 한참 동안 낮게 으르렁거렸다.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끊임없이 일렁였다. 그러자, 잔뜩 지쳐 있는 다른 오크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취익…….” 멀쩡한 오크는 없었다. 폭발에 휘말려 피부가 그을린 오크부터, 제대로 뽑아내지 못해 부러진 꼬챙이를 달고 다니는 오크도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다크울프를 잃은 경험 많은 오크들뿐이었다. “쿠후!” 오크는 분노했다. 어린 오크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같은 몬스터에게 배신당해서 분노했고, 동족을 처참하게 죽인 인간에게 분노했다. 심지어 인간의 편에 선 배신자 오크도 한 놈 존재했었다. 그것도 동족를 이끌어야 할 투사급이. “췩.” “후르췩!” “취익.” 용서할 수 없는 게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오크 라이더는 이제 깨달았다. 이 게이트는 극도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쿠어어어어!” “쿠어어어!” 저마다 복잡한 싸움을 이겨내고 왔지만, 오크들은 하나같이 분노했다. 이 게이트에 도착한 오크는 동족 중에서도 가장 용맹한 전사들이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피해를 보았다. 이런 피해는 인정할 수 없었다. “취이이이…….” 분노를 곱씹은 오크는 복수를 다짐했다. 다크울프의 피를 마심으로 유지까지 이어받았다. 오크들은 폭발이 없는 장소를 향해 묵묵히 걸어갔다. 이제 남은 것은 밤을 기다릴 뿐. * * * 능력자 협회 본부 회장실. 정 회장은 깔끔한 골프웨어 차림으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오늘 같은 날엔 골프가 제격이지.” 정 회장의 책상엔 백금과 다이아, 그리고 극상 마석이 박혀 있는 사치스러운 리모컨이 하나 놓여 있었다. 삐빅! -스크린 골프를 시작합니다. -코스를 정해 주십시오. 친절한 안내음과 함께 회의실 한쪽 벽면이 스크린 골프장으로 변했다. “프로.” -프로 코스의 지형은 무작위로 결정됩니다. -즐거운 게임 되십시오. 코스가 결정되고, 정 회장은 특수 처리된 보관함에서 수백억짜리 골프채 진열장을 열었다. “드라이버가 좋겠구먼.” 장비를 선택함과 동시에, 다른 벽에선 컨베이어 레일이 펼쳐졌다. 골프공이 있어야 할 레일에는 다른 것이 올려져 있었다. “음?” “읍읍!” 레일에 올려진 건 골프공을 물고 있는 남자였다. 저항하지 않는 걸 보아, 어떤 능력에 의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양새다. “오호라.” 정 회장은 믿을 만한 협회 간부 몇 명에게 각기 다른 기밀 임무를 명령했었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는 임무 타겟 중 한 명. SS급 능력자 박두식이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는군. 허허.” 정 회장은 너그러운 표정으로 장갑을 끼고, 남자의 입에 있는 골프공을 빼냈다. “회장님! 사, 사, 살려주십시오!” “음?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럴까?” “다신 그러지 않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박두식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 그의 처절한 모습은 정 회장만이 볼 수 있는 특권이었다. “허허. 1번 아이언으로 바꿔야겠구먼.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1번 아이언은 코스에 걸맞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박두식은 그런 정 회장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정 회장의 1번 아이언은 맞으면 가장 아플 것 같은, 블러드 루비와 극상급 마석으로 처리된 골프채였다. “우, 우드가 좋겠지요! 하하…….” 정 회장은 그런 박두식의 태도에 얼굴을 찡그렸다. “그걸 아는 놈이. 내 밥그릇을 건드려?” “히익!” 한때, 박두식은 임진석과 마찬가지로 정 회장에게 도전했던 적이 있었다. SSS급에게도 통하는,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모든 능력을 막아낼 수 있는 괴물. 결과는 당연하게도 압도적인 패배였다. “나는 자네에게 기회를 줬네.” 정 회장은 묵묵히 1번 아이언을 쥐고 박두식을 한 손으로 들어 스크린 앞에 집어 던졌다. “으악!” 쿵! “수형 전자. 그 맛있는 걸 혼자 먹으면 되겠나.” “………….” 정 회장은 말없이 아이언을 박두식 머리에 조준했다. “읍?” 박두식의 입엔 어느새 골프공이 물려 있었다. “지금은 내 여가활동 시간이네. 얘기는 게임이 끝나고 하지.” “으읍! 읍읍!” 골프공이 도랑에 빠지건, 비거리가 망하든 상관없이 게임은 몇 시간째 계속되었다. 빠악! “읍!” 빡! “커헉!” 데구르르! “공 주워와.” 박두식은 자신의 강함을 한탄하며 끝이 보이질 않는 고통의 시간을 치렀다. “지분! 저, 전부……! 용서를……!” “흠. 좋네.” “끄륵……!” 박두식은 정 회장의 허락과 동시에 의식을 잃었다. 골프를 마친 정 회장은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회장님. “박두식이는 잘 받았다.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다른 임무는 없습니까? “허허, 간부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정 회장은 자신이 내린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협회 간부를 칭찬하며 추가 보너스를 약속했다. -예. 그럼 다음엔 직접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음. 그래.” 통화를 마친 정 회장은 여전히 만족한 표정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가장 먼저 임무를 끝냈어야 할 놈인데…….” 가장 먼저 임무를 보고했어야 할 정 회장의 최측근. 임진석의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번 알아봐야겠군.” 생각을 마친 정 회장은 유유히 샤워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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