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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비스 (2) (43/250)

새로운 서비스 (2)2022.01.13.

“칙! 칙!” “이 녀석. 몬스터 웨이브 때 튀어나와 놓고 몰래 도망을 가더군요.” 괴물 쥐는 제법 귀여운 생김새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게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투력. 다행히 괴물 쥐는 이빨이 굉장히 단단해 보였다. “주요 공격 수단은 이빨입니까?” “치익!” 주민성은 주먹만한 건물 잔해 부스러기를 꺼내 괴물 쥐에게 던졌다. 퍽! “…….” “크흠……. 공격성이 많이 떨어지는 개체입니다.” 놀랍게도. 아니,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게이트에서의 변수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키우겠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주민성이 판자촌 능력자들에게 요구하는 자질은 하나. 책임감이었다. “믿어 보겠습니다.” “예.” 봉춘향의 긴 설명 덕분에 주민성은 알고 있었다. 괴물 쥐를 키우겠다는 눈앞의 남자가 비범하다는 사실을. ‘교육 과정 1일차를 전부 수료한 사람이라고 했었지.’ 많은 판자촌 능력자들 중 1일차 교육 과정을 모두 수료한 사람은 봉춘향과 유 중위, 이렇게 둘뿐. 눈앞의 남자는 그중 한 명인 유 중위였다. ‘그래. 나도 콩이와 함께 성장했지. 가능성 있어.’ 주민성은 능력자가 게이트에 관여하면서 일으키는 변수를 믿고 있었다. “자, 이제 다시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각자 데리고 온 몬스터와 2인 1조로 움직여 주세요.” “예!” 작업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텐트의 설치. 단지 그 수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을 뿐이었다. “헉! 헉!” “키익! 키익!” 작업은 몇 시간 동안 계속 진행되었다. 이 작업은 보유 건물 수량을 늘리는 동시에, 다른 능력자들이 몬스터에 애착을 두게 만드는 훈련이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떴다! 메시지! 메시지가 떴습니다!” “오오!” 드디어 판자촌 능력자들중 첫 호위 서비스 이용 고객이 탄생했다. 이번엔 봉춘향도 유 중위도 아닌, 다부진 근육 체형의 병사였다. ‘의외네.’ 봉춘향은 체력적인 한계를 보였고, 유 중위의 괴물 쥐는 공격성만 부족한 게 아니라 협조성도 부족한 편이기 때문이다. “네. 침착하게 호위 서비스를 신청해 주세요.” “예!” 병사는 품속에 고이 챙겨 둔 지폐를 구체에 조심스레 넣었다. “호위 서비스!” “……복명복창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병사와 함께 있던 고블린에게서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키, 키힉!” 울끈! “…….” 불끈! 병사는 신체 강화 능력자. 정확히는 근육 조직의 효율이 극도로 좋아지는 능력을 가졌다. 그 때문이었을까. “키히익!” 고블린에게 엄청난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 가닥 없는 머리카락까지 빠지고 반짝이는 두피에도 근육이 형성됐다. “헐.” 앙상한 체형의 고블린에게 붙는 근육은 의미가 달랐다. 오크처럼 체지방의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호위 서비스 신청자는 근육의 효율이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타입. 즉, 남들과 똑같이 힘을 써도 수 배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대장님! 테스트 조금만 해 봐도 되겠습니까?” “아, 네. 이거 쓰세요.” “감사합니다!” 주민성은 3미터가량의 건물 잔해를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쿠웅! “가자! 헬린아!” “키히이익!” 병사는 이미 고블린에게 이름까지 붙여 준 모양. 확실히 호위 서비스를 빠르게 신청한 최선아와 공통점이 있었다. “잘 봐둬. 들어올리기 3회 한 세트!” “키힉! 키힉!” 쿠구구궁! “저거 또 저러네.” “대장님 만난 이후로 계속 바빴으니 몸이 달았을 겁니다.” 판자촌 능력자들에겐 이미 익숙한 풍경인 듯하다. 먼저 건물 잔해를 들어 올린 병사는 그대로 헬린이에게 잔해를 양보했다. “키히익!” “좋아! 이대로 힘 꽉 줘!” “키익!” 콰드득! “음?” 헬린이는 어마어마한 힘을 자랑했다. 다만 건물 잔해를 들어 올리지 못했을 뿐. 우드드득! “맙소사!” 헬린이는 엄청난 악력을 자랑하며 건물 잔해를 으스러뜨렸다. “몬스터의 재능은 다르구나! 으허허! 키울 맛 나겠어!” “키힉?” 이 모습은 주민성도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활용방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런 힘이면 물건을 집어 던지기만 해도 장난 아니겠네.’ 심지어 근접전에서도 전천후 딜러로 활약할 것이 확실했다. “다들 보셨죠? 몬스터는 능력을 공유합니다.” “……!”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들 의욕에 불타 열심히 텐트를 조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성은 만족한 표정으로 완성된 텐트에 발을 집어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소유자가 없는 건물에 입장하였습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 ‘이걸로 여분 텐트 300개째니까 보유 건물은 400개가 되겠군.’ 주민성의 목적은 확실했다. 몬스터 웨이브에 변화가 생긴 이상, 다음 임시 권한에 근접해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990개 정도면 되겠지.’ 나머지 수량은 최선호와 함께 정예 건물을 육성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1000번째 건물은 마지막까지 남겨 뒀다가 중요한 순간에 소유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작전이었다. 주민성은 건물 소유를 반복하며 비석을 응시했다. ‘제발 쉽게 가자. 쉽게…….’ 이번 작업이 끝나는 대로 주민성은 또 한 번의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킬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몬스터 웨이브를 통제해야 해.’ 이번 투자로 발생한 금액을 메꾸자는 마인드 때문이기도 했지만, 최선호와 함께 육성할 정예 건물의 방향성을 결정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목적은 게이트의 도시화. ‘건물주의 본질은 분명 건물에 있다.’ 주민성이 여태껏 얻은 능력들은 하나같이 수비 지향적인 능력들이었다. 단지 활용을 공격적으로 했을 뿐. 가장 먼저 얻었던 이용료 청구부터 그랬다. 이는 상대의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는 능력이었다. 소유물 복제 또한 보조적으로밖에 활용할 수 없다. ‘인벤토리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했지.’ 주민성이 가장 괴팍하게 사용했던 능력을 하나 꼽자면 역시 인벤토리였다. 이 능력은 미세먼지를 뿜어대고 건물 잔해를 떨궈대라고 준 능력이 아니었을 것이다. 건물주의 소유물들을 보관하고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능력이었다. ‘건물 폭발이 그나마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데…….’ 건물 폭발의 본질도 공격용은 아니었다. 빼앗길 바엔 폭파하겠다는 용도였으니 결과적으론 수비용이 맞았다. 그리고 가장 본격적인 계기였던 임시 권한. 최종적인 건물주의 모습은 기존 능력자들과 달랐다. 몬스터들과 치열하게 투쟁하는 것이 아닌, 폐허가 된 건물들을 복구함으로써 안락한 삶을 누리는 형태였다. ‘나는 이미 답안지를 본 거나 마찬가지야.’ 완벽하진 않지만, 답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도 어느 정도는 파악했다. 건물 장기 이용자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이 능력이 미래엔 수많은 사람을 구할지도 모르지.’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건 바로 돈이었다. 능력을 상품화시켜 성공한 사람은 극히 일부. 대부분은 실패한 사람에 속한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게이트에서 투쟁하는 삶을 지속한다. 판자촌 능력자들도 비슷한 경우였다. ‘상품성을 갖춰야 해.’ 건물주 능력은 조금만 방심해도 혜택만 잔뜩 주고 호구가 되기 딱 좋은 능력이었다. 처음 콩이를 데리고 다닐 때부터 그랬다. 콩이는 주민성이 퍼주는 것 이상의 마석을 먹어댔다. 이것은 절반의 실패라고 볼 수 있었다. 상대가 몬스터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말이 통하고, 이용료를 납부할 확률이 존재한다. ‘이번엔 다를 거다. 절대 방심하지 말자.’ 주민성은 자신의 등급이 FFF급이라는 걸 잊지 않았다. “드디어 메시지가 떴다!” “오오! 나도!” 호위 서비스에 눈을 뜨는 판자촌 능력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주민성은 세심하게 능력자들의 테스트를 도왔다. “감사합니다!” “후후후…….” 봉춘향과 유 중위의 호위 서비스 신청은 결국 가장 마지막이었다. “드,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일반인인 봉춘향은 다른 능력자들의 배려로 호박 술사를 가질 수 있었다. 이번 관찰은 주민성 입장에서도 꽤 흥미로웠다. “대장님! 메시지가!” “네. 알려 주세요.” [호위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용료는 한 개체당 200만원 입니다.] [호위 개체는 장기 이용자의 능력을 공유합니다.] 여기까진 다른 능력자들이 확인한 메시지와 같다. [장기 이용자가 보유한 능력이 없습니다.] [능력 공유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임시 서비스의 신청이 가능합니다.] [추가 비용은 100만 원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놀랍게도 일반인인 봉춘향에겐 추가 비용이 청구되었다. 이는 굉장히 파렴치한 것으로 크룩스의 정보료 청구와도 같았다. “아니, 그러면 가격을 깎아 줘야지! 추가 비용이라니!” “…….” 매사에 군인답던 봉춘향의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렸다. “아, 아뇨. 메시지가 문제라고 한 거예요.” “훌쩍!” 주민성은 손을 벌벌 떨며 얼마 남지 않는 현금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나중에 갚아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송몽룡이 합세했다. “저도 같이 갚겠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다른 능력자들까지 합세했다. “에이. 이런 일엔 다 같이 힘을 합쳐야지 말입니다.” “옳소!” 주민성은 모처럼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손절이 가득한 이런 세상에서도 정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제 돈 넣겠습니다?” “네.” 봉춘향은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속에서 기분 좋게 임시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 와중에도 메시지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신중하게 펜과 수첩을 꺼냈다. 두근두근!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사각사각! 수첩에 글씨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임시 서비스가 신청되었습니다.] [건물 이용자의 능력을 공유받습니다.] “오오.” 주민성은 수첩에 적힌 글씨들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박. 그러면 역시 시간 정지겠지? 노화가 조금 거슬리긴 하는데.’ 그 순간. 봉춘향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더는 글을 쓰지 못할 정도로. “……으으.” “음?” “대, 대장님…….” “괜찮으니까 말해 봐요.” 봉춘향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랜덤……. 랜덤이래요…….” “네?” “무작위 능력 중 하나라는데…….” 뽑기 게임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이것의 악랄함은 누구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성은 웃을 수 있었다. ‘이건 무조건 대박만 뽑는 게임이네.’ 건물 이용자 중에서 가장 등급이 낮은 능력자는 최선아. 즉, 가속 능력이다. “괜찮아요. 전부 좋은 능력들이니까.” “그, 그러면 일단 적을게요.” “네.” [공유받을 수 있는 능력의 등급은 FFF급 입니다.] [FFF급 능력 중 무작위 능력을 공유받습니다.] [추가 비용을 지불해 등급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 “죄, 죄송해요!” “아닙니다……. 일단 기다려 보세요.” 주민성의 표정은 굉장히 심각해졌다. 건물 이용자에 주민성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건물주도 결국은 건물 이용자라는 건가. 무료라도.’ 태양이 둘이어선 안 되듯, 건물의 주인 또한 마찬가지. 특히, 몬스터가 건물주 능력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변수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이는 절대 허락해선 안 될 일이었다. ‘미친. 이러면 등급을 무조건 올려야 하잖아.’ 결국, 주민성은 지갑을 탈탈 털기로 마음먹었다. “추가 비용 얼마래요? 적어도 F급 이상으로 올리는 게 좋겠어요.” “…흑.” 사각사각. 봉춘향은 조용히 수첩을 내밀었다. [추가 비용은 최소 200만 원입니다.] ‘F급까지 가는데 200? 아슬아슬하네.’ 글은 계속 이어졌다. [최대값은 106억 700만 원입니다.] “…….” 메시지가 말하는 랜덤 뽑기의 가격은 끔찍했다. 주민성은 봉춘향에게 좀 더 집중할 것을 요청해 등급별 세부가격까지 알아냈다. “어, 정말 메시지가 바뀌었습니다…….” “네. 천천히 알려 주세요.” 사각사각. 가격표는 이러했다. FFF급에서 F급으로 올리려면 200만원. F에서 D가 500만. D에서 C가 2000만. C에서 B가 8000만. B에서 A가 5억. A에서 S는 100억이었다. “맙소사…….” 임시 서비스는 뽑는 등급이 높아질수록 가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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