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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비스 (1) (42/250)

새로운 서비스 (1)2022.01.12.

“능력은?” 한창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 목소리는 주민성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시간 정지입니다.” “…….” 그야말로 소름 돋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능력 좋다고 생각하셨죠?” “아, 예…….” “안 좋아요. 능력을 쓰면 급격히 늙거든요.” 송몽룡은 머쓱하게 웃으며 원래 있던 텐트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대장님 능력이 훨씬 좋아요. 시간이 정지되는 와중에도 졸음이 엄청나게 쏟아지는데…….” “야! 송몽룡! 능력은 필요할 때만 써야지!” “하하. 미안. 모처럼 만이라.” 외견에 상관없이 동갑내기를 타박하는 봉춘향. 그리고 노인이 될 정도로 판자촌 능력자들의 대장 역할을 수행해 왔던 시간까지. 이런 것들이 섞여 주민성의 기분은 복잡해져만 갔다. ‘신우빈은 저 아이의 어린 시절까지 봤겠군.’ 주민성의 심정을 눈치라도 챘는지 신우빈이 입을 열었다. “나는 동정 안 한다. 부당 계약은 협회가 맺은 거고.”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아오.” 주민성은 신우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대기업 후계자라고 해서 평탄한 인생이 펼쳐지는 건 절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겠죠. 적어도 평범한 사람은 이런 F급 게이트에 올 일도 없고.” 주민성이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여튼, 지원 감사했습니다.” “감사가 늦네.” “유물까지 제대로 받으면 정말 감사했을 텐데.” 주민성은 파괴된 건물에 대한 피해보상을 보류했다. 대신, 판자촌 능력자들에게 대장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블린 꽃이 수납되었습니다.] “다들 곧 깨어날 겁니다. 신우빈 씨는 조심히 돌아가세요.” “야. 내가 할 말은 시작도 안 했는데?” “쩝.” 신우빈이 할 말은 주민성도 예측하고 있었다. “고블린들. 뭐냐.” “비밀병기입니다.” “…….” 주민성은 당당했다. 비밀병기는 곧 정 회장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무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 그럼 됐다.” “더 안 물어봅니까?” “물어볼 것도 없지. 협회도 똑같은데.” “…….” 협회의 몬스터 육성. 이 사실은 주민성도 알고 있었다. 세뇌라는 방법으로 조련되었던 크룩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고블린 꽃을 회수한 덕분인지 잠들었던 사람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신성측 직원들 또한 뒤늦게 신우빈의 주변을 경호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됐다. 바로 돌아가지.” “예!” 신우빈은 굉장히 쿨하게 전속 호위가 몰고 온 차량에 올라탔다. “주민성. 유물은 내일 경비실에서 받아가라.” “그래도 됩니까? 절차 엄청 따지시던데.” “조금만 무리해주지.” 왠지 신우빈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 모양이다. 주민성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한마디를 건넸다. “차 살살 모세요. 건물이 아파요.” “…….” 주민성에게 손해란 있을 수 없는 일. 유물은 유물이고, 건물은 건물이었다. 스스스! 다행히 신성측 차량들은 초가속 모드로 전환하지 않고 조용히 움직였다. ‘남은 건물들의 안전은 확보했고. 다음은…….’ 주민성은 비석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비석에서 다른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거죠?” “예? 그렇습니다만……. 어어?” “따라오세요. 일 조금만 합시다.” “네!” 고블린, 데빌도그보다 강력한 몬스터의 출현. 그것은 주민성으로 하여금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되고 있었다. “대장님! 그쪽은 위험합니다!” “괜찮아요. 공사만 할 거라서.” “고, 공사요?” 주민성은 정말 대규모 공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도 단 한 종류의 소재만 활용하는 괴상한 공사를. “자자. 새로 오신 분은 저쪽 텐트 완성해 주시고요.” “예!” 다른 능력자들 또한 잠에서 깨어나는 족족 이 공사에 합류하고 있었다. “이건…….” “아시잖아요. 텐트.” “그것은 알지만, 위치가 좀 위험하지 않습니까?” “저쪽 좀 빳빳하게 펴 주실래요?” “아, 예…….” 다급하게 달려온 김 대위부터, 봉춘향과 송몽룡까지. 저마다 압도적인 재능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주민성이 이들을 활용할 방법은 텐트 공사뿐이었다. ‘가진 게 텐트뿐인데 어쩔 수 있나.’ 건물 잔해들은 쌓아도 건물로 판정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텐트도 처음부터 건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텐트를 설치하고, 건물주가 한 번은 입장해야 건물로 판정되어 부가효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잘됐지. 가장 많이 해 온 일이 노가다라서.’ 주민성은 도시의 텐트용품점을 순회하며 싸구려 텐트만 전량 구매했다. 안락한 거주를 위한 고급형 텐트도 몇 개는 사뒀지만, 이것은 정말 안전한 공간에서 활용할 예정이라 전투용은 아니었다. “대장님.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네. 대충 모양만 나오면 됩니다. 잡고 계세요.” [소유자가 없는 건물에 입장하였습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 “다 됐습니다.” “아, 네.” 주민성은 건물로 판정된 텐트를 그대로 접어버렸다. 와직! “……어어?” “괜찮아요. 이건 여분이라.” 최우선 목표는 인벤토리에 여분 텐트를 30개 정도 마련하는 것. 목적은 간단했다. “이거 몸에 감으세요. 복대처럼 감아 주는 게 착용감이 가장 좋습니다.” “……예?” 모양새는 상당히 기괴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텐트를 몸에 두름으로 건물의 부가효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텐트를 두르는 대상이 능력자라면, 전투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타인에게 절대 양도하지 마세요. 효과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거, 그냥 감기만 해도 되는 거예요?” “네.” “이런 버프는 처음이라…….” “곧 익숙해질 겁니다.” 한참의 노가다를 통해 판자촌 능력자들에겐 개인당 한 개씩의 텐트가 배분되었다. ‘이걸로 밑밥은 깔았고…….’ 주민성은 아직 만족하지 않았다. 이것은 큰 그림 중 하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잠시만 주목해 주십시오!” “예!” “지급 받은 텐트는 다들 착용하고 계시죠?” “예!” “좋습니다.” 고블린 꽃으로 인한 숙면, 그리고 건물 부가효과로 인한 컨디션 보정은 판자촌 능력자들을 기운차게 만들었다. “목소리가 아주 좋습니다. 이용료 청구.” “이, 이용료 청구!” “복명복창은 안 해도 됩니다. 저 군인도 아니고요.” [대상에게 이용료를 청구했습니다.] [대상이 이용료를 납부할 확률이 존재합니다.] [이용료는 이십삼만 원입니다.] …… 화려한 이용료 청구 메시지가 주민성을 감쌌다. 그동안 상승한 건물주 등급 덕분에 10만 원에 불과했던 이용료는 어느새 23만 원까지 치솟은 상황. “어? 대장님? 저희는 돈이…….” “괜찮습니다. 이용료는 제 돈 쓰시면 됩니다.” 한 번에 수백만 원을 벌어들일 기회였지만, 상대가 나빴다. 판자촌 능력자들은 부당계약에 묶여 제대로 돈을 벌어들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어휴. SSS급 건물주는 이런 고생도 안 하겠지?’ 주민성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곧장 인벤토리에서 지폐 다발을 꺼냈다. “개인당 23만 원씩 집으시고요.” “예!” “그대로 납부하세요.” “예!” [학원 이용료가 납부되었습니다.] [이용료는 인벤토리에 수납됩니다.] [학원 이용료가 납부되었습니다.] [이용료는 인벤토리에 수납됩니다.] …… 동시 납부가 이뤄졌지만, 투자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자, 다시 합니다. 이용료 청구.” “대, 대장님?” 주민성의 목표는 장기이용자, 그 이상의 것이었다. 이 다음 단계는 정말 투자였으니까. “어휴. 힘드네. 조금만 10분만 쉬었다가 청구할게요.” “예!” 동시다발적인 능력 사용은 레이드에 비견될 정도로 부담스러울 정도의 정신력 소모가 있었다. 다른 능력자들 대부분은 주민성의 행동을 걱정 반, 흥미 반으로 받아들였다. “와. 이거 진짜 특이한 능력이지 말입니다.” “글씨까지 직접 구현한 거로 모자라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보안성까지 갖췄다. 상당히 큰 대가를 치르셨겠지.” “절로 책임감이 생겨납니다.” 주민성은 이런 능력자들의 대화를 흐뭇하게 지켜보며 힘든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좋은 현상이네. 투자도 나름의 재미가 있구나.’ 이미 최선아를 통해 큰 이득을 맛본 상황. 지출이 영원한 지출이 아니라는 사실은 여태껏 겪어 본 적 없는 일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자, 이제 열세 번만 더 청구하면 됩니다.” “예!” 장기 이용자가 되는 조건인 이용료 청구 30회. 주민성은 이 조건을 달성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메시지 확인해 보시구요.” “헉.” 능력자들에게서 한결같이 우렁차던 대답이 사라졌다. 장기이용자의 혜택 때문이었다. “시, 신체 능력 상승!” “부가효과 두 배?” 장기이용자가 되기만 해도 압도적인 혜택이 펼쳐진다. 이들의 미래는 앞으로도 유망했다. 송몽룡을 제외한 다른 능력자들은 교육 과정까지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자. 아직 안 끝났습니다.” “아, 아직도 말씀이십니까?” “네.” 이제부턴 아직 연구가 덜 된 새로운 길이 열린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효과는 호위 서비스. ‘이건 진짜 지출이지.’ 주민성은 손을 파르르 떨며 능력자들에게 손수 200만 원씩 건넸다. “이것은……. 사라지는 돈입니다…….” “……헉.”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책임감. 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돈을 전부 나눠준 주민성은 손의 떨림을 멈추기 위해 주먹에 힘을 잔뜩 쥐며 말했다. “각자 마음에 드는 고블린 라이더 한 마리씩 데리고 모여 주십시오. 이름이 있는 녀석은 제외입니다.” 이때, 몇 명의 능력자가 손을 들며 질문했다. “대장님! 질문이 있습니다!” “네?” “다른 몬스터는 안 됩니까?” “……네?”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폐허 도시엔 고블린과 데빌도그뿐. 다른 몬스터라면 전부 죽었을 터였다. “다른 몬스터가 있습니까?” 설명은 봉춘향과 한 남자가 대신했다. “수료한 교육 과정 중 몬스터 포섭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실패했지만, 코볼트를 비롯한 소수의 하급 몬스터들의 포섭엔 성공했습니다.” “…어떻게요?” “키에에에엑! 하고 외치면 됩니다.” “…….” 주민성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소식이었다. “코볼트요? 다른 몬스터는 몇 마리쯤 됩니까?” “제가 포섭한 몬스터는 총 5마리입니다.” “저는 7마리입니다.” “…….” 이건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예……. 다른 몬스터도 포함해서 데려오십시오.” “다녀오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때 아닌 선착순이 펼쳐졌다. “야! 가속은 반칙이잖아!” “죄송합니다! 대위님!” 주민성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능력자들을 바라봤다. 심지어 송몽룡은 이미 낯선 몬스터와 함께 달려오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대장님. 허허.” “크거억…….” “진짜네…….” 송몽룡이 데리고 온 것은 오크. 그것도 다른 개체들보다 훨씬 전투력이 강력한 투사급이었다. “……이거 받으시고요.” “이건!” “마석입니다.” 호위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이것은 전부 최선아에게 들은 정보였다. “마석은 몬스터 밥입니다. 데려온 몬스터에게 애착도 가져주셔야 하고요.” “허허! 물론입니다!” “그러다 보면 호위 서비스 메시지가 뜰 텐데, 그때 떠오르는 구체에 200만 원을 넣으시면 됩니다.” “오오오…….” 송몽룡은 이 게이트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한 능력자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큰 투자를 할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주민성은 큰맘을 먹고 인벤토리를 뒤적였다. “일단은 이것부터 먹여 보죠. 중급 마석입니다.” “허어! 이 비싼 걸! 감사합니다!” “크거어!” 시간을 멈추고 몬스터를 마구 사냥하는 오크 투사. 상상만으로도 전율이 일어나는 전투력이었다. 심지어 배신 걱정도 없었다. 송몽룡과 주민성은 이미 이용료 청구로 인해 갑을관계가 형성되었으니까. ‘핸디캡이 있으니 중요한 임무 때만 활용하는 게 좋겠군.’ 오크 투사의 미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했다. 당장 떠오르는 레이드 기습 요원은 기본이고, 주민성을 추적하는 능력자를 역제압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도착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주민성은 다른 몬스터의 개체 수부터 파악했다. ‘오크 둘에, 코볼트 다섯, 호박 술사 넷. 나머지 하나는 뭐지?’ 주민성이 익히 알고 있는 몬스터 외에도, 처음 보는 몬스터가 한 마리 있었다. “저 몬스터는 뭡니까?” “아, 이것 말입니까?” “칙!” 주민성이 지목한 몬스터는, 고블린보다 체구가 작은 괴물 쥐 몬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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