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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몬스터 (1) (14/250)

기묘한 몬스터 (1)2021.12.15.

보스가 존재하지 않는 게이트. 보스를 사냥해 얻을 수 있는 유물은 당연히 발견되지 않고, 잡다한 몬스터를 잡아 봐야 추출할 수 있는 마석의 질 역시 매우 낮다. 그래서 F급 게이트가 된다.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닌데.’ 고블린도, 데빌도그의 괴성도 아니었다. 주민성이 들은 괴성은 전혀 다른 위압감을 가진 괴성이었다. 보스 몬스터라고 확신할 수밖에 없는 수준. 주민성은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선아 씨, 만약 이 게이트에 보스가 있다면요?” “예? 보스 몬스터요?” “네.” 최선아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보스가 있었으면 여기는 당연히 붐볐겠죠. 협회 직원부터 시작해 연구원들까지 주기적으로 방문할 테고.” “……그렇겠죠.” 심지어 이곳은 몬스터 웨이브까지 의도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장소였다. 마석을 수거하는데, 인건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모양새가 되었을 뿐. 귀중한 인력은 더 많은 돈을 버는 장소에 투입된다. ‘이 게이트를 겪은 사람들이 보스를 놓쳤을 가능성?’ 절대 없다. 보스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 수준이 아니라 유물을 남기는 몬스터니까. 특히 최초 발견된 보스 몬스터는 항상 엄청난 유물을 선사한다. 각성 스캐너도 그중 하나. ‘미치겠군.’ 최선아의 말대로라면 지금 있는 폐허 도시는 보스 몬스터가 없는데도 불구, A급 능력자 미만 출입 주의 구역이었다. 즉, 여기 계속 있으면 죽는다는 말이다. ‘사냥이고 뭐고 도망치는 게 맞는데…….’ 주민성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를 콩이와 함께 이겨냈다는 실적이 있어 더욱 망설이게 만든다. ‘보스 몬스터가 정상적이지 않은건 맞지만, 미세먼지에도 분명 타격을 입었고.’ 보스 몬스터와 관련해 협회에서 뭔가 손을 썼다는 심증이 존재하지만, 여태껏 보스 몬스터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유물을 얻을지도.’ 최초 발견 보상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이는 현대인들이 능력자로 각성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유물 한 개만 팔아도 평생 먹고 살 수준의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주민성은 최선아의 각오를 가늠하기 위해 물었다. “선아 씨.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파티 사냥 잘 안 하죠?” “네. 고등급 능력자 혼자라면 모를까 같은 조건이라면 더 높은 등급의 게이트가 있으니까요. 거기다 수입도 N분의 1이고 마석들을 하나씩 추출하는 것도 일이고요. 아, 물론 저는 의뢰비만 받아도 괜찮고 마석 추출도 제가 하겠습니닷!” 최선아의 의도는 돈을 벌 목적도 있었지만, 주민성의 활약을 구경하기 위한 목적도 제법 있어 보였다. 주민성 역시 처음으로 생긴 파티원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 “여기 위험한 거 알고 파티하는 거 맞죠?” “민성 씨만 믿어요!” 이곳의 몬스터는 데빌도그와 고블린뿐. 최선아는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듯했다. 그녀는 보스의 존재를 모르니까. ‘보스에 대해선 차라리 알리지 않는 게 낫겠군. 일단 보스와 싸우는 건 확정. 그것보다…….’ 긍정적인 사실이 한 가지 생겼다. ‘이 꽃집을 써먹을 수 있을지도!’ 이 지역의 주요 방문자는 S급 이상의 능력자! 그 말은 즉, VIP 고객이 주요 방문자라는 소식이었다. ‘이 꽃집도 어떻게든 써먹어야겠어. 간판이라도 사 올까? 휴식처로 나쁘지 않아. 침대도 사야겠어. 푹신푹신한 바닥에서 자는 거야말로 원정의 꿈 아닌가!’ 이미 보스에게 타격을 입혔다는 자신감은 주민성으로 하여금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여유를 선사했다. 가뜩이나 고등급 능력자들에게 자격지심이 있는 상태. 그들에게 돈을 뜯는다는 상상 하나만으로 입이 헤벌쭉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민성 씨?” ‘꽃이 이용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지 실험해 봐야겠어. 그러고 보니 하루 이용료가 10만 원이었지? 이거 더 못 올리나?’ 보스는 어차피 주민성을 노리고 있다. 생각해 보니 굳이 탐색으로 체력을 뺄 이유가 없다. 지금은 사업 구상이 더욱 생산적인 활동이었다. “민성 씨이!”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제 말 듣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좋은 사업이 생각나서.” “사냥이 아니고 사업이요?” “네.” 주민성은 꽃집을 가리키며 물었다. “후후……. 선아 씨, 이 건물 내부 어때요? 돈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네? 돈 냄새는 잘 모르겠고 꽃향기는 좋네요.” “그게 끝?” “네. 끝인데요.” 사냥하려다 말고 갑자기 건물을 보며 히죽대는 주민성 때문에 최선아의 표정엔 심통이 가득했다. “바깥에서 하는 노숙은 어떤가요?” “힘들겠죠? 시체 썩는 냄새도 심하고. 저는 다행히 이런 능력이라도 생겨서 당일 출퇴근도 가능해요.” “아…….” 최선아는 분위기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여자였다. 확실히 주민성이 보기에도 최선아의 짐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하아. 예외인 케이스군요. 제 능력, 궁금하지 않습니까? 이용료 청구를 당하셨었죠?” “네! 맞아요! 그거 뭐예요? 자꾸 돈 내라는데.” 최선아 역시 메시지가 마음에 걸린 모양. 차마 묻지는 못하겠고 혼자 앓은 듯했다. “일단 사업에 앞서 먼저 묻겠습니다. 이용료 청구 납부 기한은 언제까지죠?” “어……. 메시지가 사라져서 잘 모르겠는데……. 어라? 메시지가 다시 나왔어요!” ‘예상대로다. 지능이 있는 상대에겐 제대로 거래가 가능한 능력이군. 인벤토리랑 비슷하네. 이제 다음 검증 단계로 넘어가 볼까.’ 생각을 정리한 주민성은 다시 질문했다. “뭐라고 나왔어요?” “납부까지 남은 시간이 19시간이래요. 오잉. 원격 납부?” 주민성은 이용료 납부에 대해 전제를 세워 둔 상태였다. 첫째, 원거리에서 이용료 납부가 가능하다면 최대한 이용료의 값어치를 올려 돈을 뜯는다. 둘째, 원거리 납부가 불가능하다면 쿨타임을 넘기게 만들어 어떻게든 상대에게 페널티를 뒤집어씌운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이길 바랐는데 아쉽군. 능력자도 콩이처럼 말을 듣게끔 하면 좋을 텐데.’ 이 사업은 능력자를 위한 사업이 아니었다. 능력자를 갈취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혹시 지금 현금 있으세요?” “네. 조금은요. 10만 원은 있는데 한번 드려 볼까요?” “부탁할게요. 원격 납부로.” “음……. 어떻게 하는 거지…….” 부웅-. 인벤토리와 비슷한 작은 블랙홀이 최선아의 정면에 떠올랐다. “깜짝이야! 여기 돈을 넣으면 된다는데요? 유지 시간은 10분이래요.” ‘오호.’ 주민성이 대답 없이 지금의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자 최선아는 입을 삐죽 내밀고 돈을 블랙홀에 집어넣었다. [꽃집 이용료가 납부되었습니다.] [이용료는 인벤토리에 수납됩니다.] [최초로 이용료를 받았습니다.] [이용료 조회 권한이 추가됩니다.] [소유 중인 건물의 이용료를 확인합니다.] “와! 납부 완료래요! 신기하네?” ‘좋아.’ 처음으로 이용료 청구 능력을 얻을 때 당시 이런 메시지가 있었다. [이용료는 주변 환경과 상황에 맞게 조정됩니다.] 중요한 메시지가 떠오를 때마다 메시지를 지우지 않고 구석에 밀어 놓았다가 틈틈이 메모하고 분석해 둔 덕분에 주민성은 능력 활용에 거침이 없었다. ‘꽃은 무조건 효과가 있다. 다음에 여기에 올 때는 꽃으로 실험도 좀 해 봐야겠군. 식물도감도 사야겠다.’ 쇼핑 목록이 점점 늘어 갔다. 다음 계획까지 수립한 주민성은 건네받은 돈을 최선아에게 돌려줬다. “음? 왜요?” “뇌물입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능력자들을 경계하는 주민성이었지만 F급은 예외다. 능력자들의 생태계는 철저한 등급제.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그리고 가장 밑바닥을 차지하는 F급 능력자는 주민성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이었다. 물론 자신을 무시하는 F급에겐 얘기가 다르겠지만. “에이. 아니에요. 그냥 민성 씨 써요. 어차피 사냥도 제가 버스 타는 거 아니에요? 그보다 사냥 언제 가요?” “선아 씨도 가속 능력이라면 나름 여기서 사냥 가능하신 거 아니었어요? 버스 수준까지야.” “전 아직이에요. 무기빨을 못 받아서.” “아.” “괜찮아요. 무기 살 돈은 착실히 모으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용료 받으세요.” 최선아는 재빠르긴 하나, 몬스터를 상대로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힐 수 없는 상태. ‘선아 씨한테 마석 맛 좀 보여 줘야겠군.’ 제대로 된 무기가 갖춰진다면 최선아의 전투력도 상당해질 게 틀림없었다. 주민성은 최선아에게 상당한 수익을 분배하기로 마음먹고, 받았던 이용료를 주머니에 넣었다. ‘보스나 기다리려고 했는데 웨이브라도 더 일으켜야겠군.’ 주민성은 몬스터 웨이브를 한 번 더 일으키기로 마음먹었다. “좋아요, 이 돈 받을게요. 이제 슬슬 움직이죠. 마석 분배는 반반으로 괜찮아요?” “정말요? 정말 그러셔도 괜찮아요? 제가 짐이라도 정리할까요?” “아뇨. 내버려 두셔도 돼요.” “네!” 사업 구상은 대략 마무리됐다. 이젠 진짜 사냥 준비를 해야 한다. “선아 씨, 능력 좀 보여 주실래요? 괜찮으면 웨이브나 한 번 더 일으키죠.” “와! 웨이브! 민성 씨에 비해 제 능력은 진짜 별거 없는데. 일단 보여 드릴게요!” 파박! 최선아는 말을 마치곤 힘차게 땅을 박찼다. 타타타탓! ‘이게 가속계 능력이구나. 콩이보다 빠른데? 콩이보다 빠른 속도는 사냥에도 좋지만, 최선아의 진정한 장점은 도시 물품 조달이군. 체력만 온전하면 도시까지 1시간 안에 도착하려나?’ 주민성의 구상에 최선아의 존재감이 점점 선명해졌다. “이게 제 능력이에요. 별거 없죠?” 주민성은 그녀의 가능성을 제법 높게 봤다. 오히려 칭찬하고 싶을 정도. 제대로 된 무기만 있다면 사냥도 손쉽게 가능해 보인다. “아뇨. 아주 좋아요. 이제 작전 설명해 드릴게요.” “네!” “작전은 간단합니다. 최선아 씨가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켜 주세요. 그리고 저기 학원 건물 보이시죠? 거기로 도망 오시면 끝이에요.” “정말 그게 끝?” “네.” 이번 작전에선 콩이의 역할이 조금 바뀌었다. 콩이의 역할은 실내 호위. 전처럼 밖에서 미세먼지를 뿌릴 이유는 없었다. “어……. 조금 불안하긴 한데, 믿어도 되겠죠?” 주민성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어제 있었던 모래폭풍 있잖아요.” “네.” “제가 일으킨 거예요.” “아…….” “죄송했습니다.” 주민성은 최선아가 사고에 휘말린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10만 원을 돌려주려던 이유도 마찬가지. “괜찮아요! 안 죽었으면 된 거죠. 부상도 전부 회복돼서 병원비도 굳었는걸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진단은 받으세요. 사냥 끝나면 마석도 따로 챙겨드릴게요.” 그때, 콩이가 돌아왔다. 이번에도 어디서 마석을 잔뜩 먹은 모양. “컹!” “확실히……. 데빌도그네요.” “다른 데빌도그들보단 훨씬 강해요. 어제 건물 입구를 지킨 것도 이놈 덕분이죠.” “이것이 SSS급의 세계…….” “네?” “혼잣말이에요! 이제 출발하면 되나요?” “네. 웨이브만 일으키고 학원 3층 건물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중간에 위험하면 그냥 돌아오시고요. 콩이를 호위로 붙여 드리고 싶긴 한데 워낙 빠르셔서 어쩔 수가 없네요.” “괜찮아요! 혼자 정찰하는 게 제 전문이거든요! 그럼 다녀올게요.” 목에 걸린 쌍안경에 허벅지에는 표식을 위한 각종 장비들, 그리고 가볍게 만들어진 얇은 방어구까지. 확실히 장비를 제대로 착용한 최선아의 모습은 여느 정찰대와 다를 바 없었다. “조심하세요.” “네에!” 최선아가 발랄하게 대답하곤 웨이브를 일으키기 위해 출발했다. “캬. 진짜 빠르네.” “크르르…….” “보스가 저쪽에 나오진 않겠지?” “컹!” 자기 말만 믿고 달려 나가는 최선아의 뒷모습을 보며 주민성은 책임감을 느꼈다. ‘작전상 콩이는 입구에서 최선아를 맞이하는 게 효율적이긴 한데……. 저러다 혹시 죽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자신과 다르게 가족도 있을 터. 주민성의 마음이 바뀌었다. “혹시 모르니까 몰래 따라가 봐. 위험해지면 네가 가서 대신 싸워 주고. 몬스터들 쏟아지기 시작하면 건물로 바로 복귀해.” “컹! 컹!” 결국 콩이까지 최선아를 쫓아 달려 나갔고, 주민성은 작전에 맞추기 위해 학원 건물로 천천히 올라가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여기서 마석을 전부 수거하는 능력자는 나밖에 없겠지.” 다른 능력자들이었다면 몬스터 웨이브로 하루, 마석 회수로 하루. 이 역시 부지런할 때 기준일 것이고 대부분은 더욱 시간을 투자해야 효율을 볼 수 있는 사냥터였다. ‘확실히 수련용 아니면 거를 만하네. D급 게이트만 가도 비슷하게 돈이 벌리겠지? 중급 마석 한개만 먹어도 최하급 몇 십 개가 대체될 테니.’ RPG 게임으로 비교한다 치면 1골드가 화면 가득 쏟아지는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주민성은 미세먼지만 잔뜩 일으키고 나중 가서 한 번에 회수할 수 있다. 이 폐허 도시는 정말 주민성의 능력과 너무 잘 맞는 사냥터였다. “후후……. 보스까지 쓸어 담으면 본격적인 사업장 될지도. 아예 여기로 이사 올까. 전기랑 물만 나오면 딱 좋은데.” 건물에 혼자 남아 최선아와 콩이를 기다리는 일은 상당히 지루해, 주민성은 계속해서 혼잣말을 이어 갔다. “휴대용 발전기나 물탱크 같은 건 얼마려나. 살게 엄청 많구만. 그냥 수동 발전기를 사서 콩이한테 시킬까? 어차피 잠도 안 자던데.” 만약 콩이가 들었다면 식겁하며 도망칠 만한 계획이었다. “꽃도 몇 개 챙겨서 이용료 바뀌는지 실험도 해야 하고 할 게 참 많구나.” FFF급이라고 조롱받긴 했지만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이라 능력자 생활에 조금씩 보람을 느껴 가는 참이다. “캬오오오오오!” !! ‘왔다!’ 주민성은 혼잣말을 멈추고 창가로 달려 나가 밖을 주시했다. ‘어떻게든 보스의 특징을 파악해야 해. 놈은 어디 있지?’ 바깥은 그대로 적막한 상태. 아직 웨이브의 낌새는 없었다. 주민성은 회수해 뒀던 텐트를 빠르게 몸에 두르고 인벤토리를 창밖으로 빼 미세먼지를 방출할 준비를 마쳤다. ‘이번엔 잡는다!’ “캬오오오오오오!” 보스의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생겼다. 소리의 근원지는 분명 주민성이 바라보는 정면. 그것이 주민성의 뒤편으로 바뀐 것이다. ‘뭐지? 위치가 갑자기 변했어?’ 지금 주민성이 있는 장소의 뒤편에는 창문이 없었다. “젠장!” 주민성은 황급히 옥상으로 달려 나갔다. 만약 보스가 건물 근처에 있다면 웨이브가 오기 전에 건물 잔해로 보스를 미리 잡아야 동선이 꼬이지 않기 때문이다. 덜컹! “헉! 헉!” 거칠게 옥상 문을 열어젖힌 주민성은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내다봤다. “캬오오오오오오오!” 가까이서 직접 듣는 보스의 괴성이 주민성의 귀에 쩌렁쩌렁 울렸다. “윽!” 귀를 막은 주민성은 보스의 정체를 확인했다. “저게……. 뭐야?” 보스는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몇 배는 거대했으며 데빌도그의 머리를 하고 있는 거대 고블린이었다. “캬오오오오오오오!” 주민성과 거대 고블린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거대 고블린 주변에서 블랙홀이 떠올랐다. “어?” 주민성의 인벤토리가 아닌 또 다른 블랙홀이었다. 이후 거대 고블린이 블랙홀에 뛰어드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사라졌어……?” 주민성은 놈이 사라진 걸 확인하곤 급하게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분명 눈이 마주쳤다.’ 이유 모를 불길함을 느낀 주민성은 자신의 직감에 따르기로 정했다. ‘이 건물은 위험해! 꽃집으로 대피하자!’ 소유권이 없는 학원 건물보단 그래도 ‘건물 보호’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꽃집이 직접 전투에 있어서 좀 더 나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제길. 여차하면 꽃집까지 폭파해야겠어!’ 왜인지 어제와 달리, 직접 마주친 보스는 건물 잔해나 미세먼지로 상대할 만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콩이와 최선아는 인벤토리에 대피시키면 그만. 주민성은 건물 폭파를 고려하고 있었다. “크라아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는지 저 멀리서 데빌도그들의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허억! 헉! 젠장!”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주민성은 무사히 학원 건물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콰광! 쿠르르르! “크윽!” 순간 학원 건물이 굉음과 함께 주저앉기 시작했고 주민성은 급격한 진동에 땅바닥을 굴렀다. “캬오오오오오!” 그리고 다시 거대 고블린의 괴성. “미친.” 거대 고블린이 갑작스레 학원 건물 옥상에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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