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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능력자 (2) (13/250)

F급 능력자 (2)2021.12.14.

콩이의 돌발행동 덕분에 여자가 고의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콩이가 마석을 먹는 걸 보고 놀란 여자는 주민성의 정체가 궁금했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어둠에 적응하고 있었다. 주민성은 자신의 정체에 대해 공개할지 고민했다. ‘의뢰를 받았다고 했으니 결국 마주칠 상대였다.’ 상대는 가속계 F급 능력자. 현재 부상 중. 소유 중인 건물에서 이용료 청구가 발동된 상황. 곁에는 콩이가 있음. 주민성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포지션이었다. ‘어차피 해 뜨면 내가 누군지 알 텐데, 미리 알려 줘도 상관없겠지.’ 마음을 정한 주민성은 손전등으로 자신을 비췄다. “이제 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긴 했지만, 잊고 있었던 현실이 다시 떠올라 주민성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눈앞의 여자 역시 결국은 능력자. 능력자에게 있어 최신 정보에 대한 수집은 필수였다. 주민성은 능력자 대부분에게 얼굴이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 주민성 씨, 맞으세요?” 역시 여자는 알고 있었다. 주민성은 씁쓸하게 대답했다. “네, 맞아요. FFF급 게이트가 없어서 F급이라도 왔습니다.” “역시 언론이 거짓 정보를 뿌린 거 맞네요!” “네?” 적어도 당사자인 주민성은 언론이 팩트만 보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능력을 숨기신 거죠? 그렇죠? 협회의 음모에 휘말린 거 맞죠?” “혹시 부업이 기자나 소설가세요?” 어이없게도 눈앞의 여자는 자기 멋대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신나게 착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원래 생각해 둔 시나리오가 있던 모양인지 여자는 주민성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계속 말했다. “그럼 이번 의뢰의 폭발 사건도 협회의 능력자들과 싸우시다가……!” “잠깐만요. 너무 나가셨는데…….” 협회와 싸우긴 할 거지만, 지금은 아니다. 결국, 주민성이 여자를 나무랐다. “네? 비밀로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입은 제법 무겁거든요!” “저 FFF급 맞는데요.” “네!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눈앞의 여자는 주민성의 발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싱글벙글 미소 지으며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기, 그쪽 환자 아닌가요? 안정을 좀 취하셔야 할 거 같은데.” “어? 그러고 보니 이제 안 아프네?” ‘건물주’ 능력 부가 효과인 회복이 발동된 모양. “와. 민성 씨 회복 능력도 있으셨구나! 아! 생각해 보니 건물주셨죠? 그러고 보니 여긴 건물이네?” 쓸데없는 부분에서 예리한 여자였다. “……휴.” “와. 신기하네.” 신기해하던 여자가 아차 하더니 급히 말했다. “아! 통성명이 늦었네요. 저는 최선아라고 해요. 소개가 늦었네요. 하하…….” “예…….” F급 능력자니 당연히 모르는 이름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직 한밤중이다. 보스전을 대비하려면 체력을 비축하는 것은 필수. “아직 밤이니까 좀 쉬죠. 얘기는 해 뜨고 마저 듣는 걸로.” “아……. 네.” 최선아는 좀 더 얘기가 하고 싶었는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민성 씨, 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선아 씨 구한 건 제가 아니라 여기 있는 콩이입니다. 애완용이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주민성은 손전등을 옮겨 콩이를 비췄다. “크르르…….” 분위기를 파악한 콩이는 괜히 멋지게 으르렁댔다. “히약! 데빌도그?” “애완용입니다.”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네. 제대로 들으셨어요.” “생전 처음 보는 능력이네요. 역시 SSS급…….” “FFF급입니다.” “아, 네. 힘을 숨기셨죠. 나도 참…….” 이상하게 날카로운데 고집도 상당한 여자다. “저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했어요. 멀쩡합니다. 제 능력이 좀 이상할 뿐이에요.” “아, 그런데 이 데빌도그……. 콩이……죠? 물진 않아요?” “네. 안 물어요.” “크르르르…….” “히익.” 콩이가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최선아는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주민성은 콩이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마석 한 개론 부족한 상태라는 걸. 결국, 주민성은 인벤토리에서 마석을 한 개 더 꺼내서 콩이에게 던져 줬다. 아그작! “저와 관련된 모든 건 비밀입니다.” “네…….” 대답을 들은 주민성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다시 텐트에 누웠다. 겉으론 꽤 시크하게 대했지만, 속은 끝없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아. 젠장. 내일부터 설명을 어떻게 해 줘야 하지? 이용료 청구 메시지에 콩이까지 보여 버렸는데.’ 게다가 최선아는 자신이 알아낸 정보들을 제멋대로 조합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여자로 보였다. ‘아깐 SSS급이라고 했었나? 참나.’ 주민성의 복잡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선아는 바닥에서 꼬물대고 있었다. 기절할 땐 몰랐지만 눈을 뜨고 나니 자리가 불편한 모양. ‘하……. 나도 모르겠다. 쿨타임도 아깝고.’ 아침마다 반복해서 사용했던 ‘소유물 복제’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끝난 것이다. “선아 씨, 잠깐 비켜 봐요.” “네?” “소유물 복제.” [소유물이 복제됩니다.] [재사용까지 남은 시간: 23시간] [보유 건물 목록에 ‘텐트 4’가 추가됩니다.] ‘소유물 복제’는 주민성에게 달력 같은 역할도 담당하고 있었다. 벌써 텐트는 4개째. “으잉? 아, 죄송해요……. 제가 호기심이 많아서. 알면 다치겠죠?” “안 다치니까 그거 쓰세요. 일어날 수 있어요?” “네!” “쓰세요.” 최선아의 말대로 그녀는 확실히 호기심이 많았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텐트 주변을 기웃거리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와. 똑같은 텐트인가 봐. 우와, 진짜 텐트 맞나?” 최선아는 텐트 이곳저곳을 툭툭 건드려 보며 부스럭거렸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잠을 못 잘 거라 판단한 주민성은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잘 자요.” “아? 네!” 게이트 안에서 수면 패턴이 바뀌는 건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 가장 중요한 수입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에 주민성은 묵묵히 잠을 청했다. “콩아, 여기 잘 지키고 있어. 해 뜨면 깨우고.” “컹!” 주민성은 명령을 끝내고 편하게 누웠다. ‘콩이만 있으면 걱정 없지.’ 콩이가 F급 능력자를 상대로 패배하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 명령을 내린 이상 콩이는 믿을 수 있었다. 덕분에 잠은 금방 몰려왔다. ‘근데 저 여자는 걱정도 없나? 아무렇지도 않게 텐트에 들어가네. 근데 인벤토리에 사람은 들어가려나.’ 생각을 이어 가던 주민성은 어느새 잠이 들었다. [‘텐트 4’가 인벤토리에 수납됩니다.] “쿨…….” 메시지도 확인하지 못한 채. “컹! 컹! 컹컹!” 어느새 해가 밝았는지 콩이가 주민성을 깨웠다. 주민성과 콩이의 관계에 있어서 내려지는 명령은 그의 상상보다 훨씬 더 절대적이었다. “그래. 일어났다. 이제 나가서 마석 챙겨 먹고 와.” “컹!” 셀프 식사라도 시키면 수고가 덜해지니 괜찮은 방법이었다. 난입하는 몬스터는 직접 처리하면 그만. ‘아직 좀 피곤한데.’ 중간에 최선아 때문에 잠도 깨고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자다 보니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건물의 부가 효과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틀째부터 만신창이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선아 씨는 되게 조용하게 자네.’ 이상하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뭐지……?’ 주민성은 그제야 이상함을 느끼고 눈을 떴다. 그리고 작게 떠올라 있는 메시지. [‘텐트 4’가 인벤토리에 수납됩니다.] “으아악! 텐트 나와! 텐트!” 쿵! “꺅!” 당황한 주민성이 허공에서 바로 텐트를 꺼냈고 다행히 텐트 안에선 최선아의 비명이 제대로 들렸다. “저기 괜찮으세요?” “떨어져서 허리가 아파요…….” 텐트 천막까지 열어 최선아가 안전하게 살아 있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주민성은 안도할 수가 있었다. “놀랐잖아요. 선아 씨가 거기 왜 있어요.” “저는 그냥 여기 누워 있었을 뿐인데요?” “아, 그렇죠.” “네.” 이상하게 최선아와 대화를 할수록 머쓱해지는 주민성이었다. “그보다 새벽에 뭐였어요? 이상한 공간이던데?” ‘인벤토리는 빼도 박도 못하겠군.’ “무슨 방이 엄청 많고 마석은 한가득 쌓여 있고 기암괴석들에 모래에 각종 물건들에…….” 인벤토리 안에 별도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는 놀라운 얘기였다. 그 사실에 놀란 것도 잠시. 매일 콩이에 치여 가며 살아온 주민성에겐 더 급하게 알아봐야 할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잠깐.” “네?” “혹시 물건에 손대셨습니까.” 이미 인벤토리를 털려 본 경험이 있는 주민성은 급히 인벤토리 목록을 떠올리며 최선아를 심문했다. “아뇨? 구, 구경만 했어요!” “아…….” 주민성은 이 사실에 감동했다. 최선아는 상식적인 사람이었다. 훔치지만 않는다면 구경쯤은 얼마든지 허락할 수 있었다. 둘은 머쓱하게 서로를 마주 봤다. “실물이랑 화면이랑 똑같네요.” 민망한 분위기를 풀기 위함인지 최선아가 말을 걸어 왔다. “……그렇겠죠. 협회 놈들이랑 사진 찍은 게 당일 찍은 사진이었거든요.” 주민성에게선 까칠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야 최선아의 얼굴을 제대로 봤기 때문이다. ‘민낯인데 되게 예쁘네.’ 여자의 맨얼굴을 보고 예쁘다는 감상을 한 역사는 전혀 없었기에 오늘의 감상은 상당히 신선했다.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뇨. 깨끗해서.” 자기도 모르게 감상을 밝힌 주민성이 순간 당황했다. “아! 텐트에 있을 때 물티슈로 닦았어요. 새벽에는 모래범벅이었죠?” “그, 그렇군요.” 상황을 무사히 넘긴 주민성은 내심 안도했다. 최선아는 이상한 데서 날카로울 뿐,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니었다. “일단 식사나 할까요? 혹시 먹을 거는 있으세요?” “네. 3일 치 챙겨 왔어요.” 최선아 역시 주민성처럼 배낭을 메고 있었다. “그럼 식사나 할까요?” “네!” 그녀의 아침식사는 삼각김밥이었다. 우연하게도 주민성이 가지고 있는 삼각김밥과 같은 브랜드. “역시 참치마요는 진리죠.” “맛을 좀 아시는 분이네요.” 서로에게 가볍게 칭찬을 나눈 둘은 간단하게 식사를 끝냈다. 그리고 최선아가 먼저 말을 건네 왔다. “복귀는 언제쯤 하시나요?” “오늘이나 내일쯤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실례가 안 된다면 오늘 하루만 파티 안 하실래요? 하루 치 음식도 드릴게요! 저 참치마요 더 있거든요.” “네?” 상대 쪽에서 먼저 건네 온 파티 제안에 주민성은 당황했다. “저기……. TV에서 보셨잖아요? 그런데도 저랑 파티를 하겠다고요?” “네……. 실례인가요?” “아뇨, 당황스러워서. 제 등급 아시잖아요.” “네! 힘을 숨기신 거잖아요! 저도 소설 많이 봤거든요! 사실은 역시 SSS급! 능력자가 힘을 숨김!” 꽃집에 숨은 능력이라도 있는지 최선아 머릿속에 꽃이 핀 모양이다. “아뇨……. 저 FFF급 맞는데…….” “네!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비밀로 한다는 약속은 꼭 지킬게요! 그러니까 파티 하루만요! 네?” ‘아, 이게 아닌데…….’ 단호하게 거절해야 하는데 외모가 깡패인지 풍겨오는 분위기가 장난 아니다. 꽃향기까지 더해지니 주민성의 머릿속에도 꽃이 필 지경. 주민성은 최대한 이성을 부여잡고 이유를 물었다. “후……. 그보다 파티는 왜 신청하셨는지.” “비밀로 해 달라고 하셨잖아요. 의뢰 실패면 저는 보상금도 못 받아요. 그리고 하루 더 체류해야 선금이라도 지킬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런 거면 얼마든지 오케인데…….’ 최선아의 부탁은 꽤 합리적인 부탁이었다. 수입에 지장이 생겨 다른 방도를 찾는 모습 역시 상당히 호감이다. ‘다른 능력자들은 어떻게 사냥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돈이야 더 벌면 좋은 거지.’ “무리인가요? 평범한 가속계에 F급이니…….” 주민성은 마음을 정했다. “아뇨. 같이 사냥합시다.” “와! 감사해요! 잘 부탁드려요!” “저야말로. 그런데 몸은 좀 괜찮으세요?” “네. 조용하고 왠지 엄청 아늑해서 좋던데요?” 인벤토리와 텐트의 콜라보 효과는 상당한 모양. 효과는 이미 콩이가 한 차례 증명한 상태였다. ‘인벤토리가 대체 어떻기에 그러지? 되게 궁금하네.’ 의문이 생겼지만, 이 문제는 풀지 못하는 문제였다. 이미 주민성은 몇 차례 실험을 통해 인벤토리가 자신을 수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군요. 일단 사냥에 있어 선아 씨 능력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가속계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아, 그렇죠? 저는 말 그대로 빨리 달리는 능력이라 몬스터들을 유인할 수 있어요. 민성 씨는요?” “죄송하지만 제 능력은 설명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여기 게이트에선 거의 무적이나 마찬가지니까 걱정 마세요.” 무려 무적이라는 단어까지 꺼냈는데 최선아의 표정은 경악이 아닌 ‘역시’라는 표정이었다. “하긴. 그렇겠죠? 여기는 웨이브존이니.” “웨이브존?” “모르셨나요? 가끔 S급 이상의 능력자도 여기 놀러 와서 수련하거든요.” 이 게이트에 대한 정보는 방송이 아닌 현역 능력자들에게만 풀리는 정보인 모양. “아, 몰랐던 정보네요.” “어? 각성하고 안내 책자 안 받으셨나 봐요? 여기는 꽤 자세히 적혀 있는데, 수련장처럼 쓰이거든요. 돈 보고 오는 곳은 아니에요. 워낙 몬스터들이 많은 지역이라 능력 연습엔 최고죠. 보스도 없고.” 주민성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보스가 없……다고요?” “네! 보스만 있었어도 여기 게이트, 인기 많았을걸요?” ‘미세먼지 폭풍에서 살아나간 놈이 보스가 아니라고? 내가 들은 괴성은 뭐지?’ 대답이 없는 주민성을 최선아가 물끄러미 쳐다봤다. “제가 혹시 말실수라도 했나요?” “아뇨……. 혹시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는 시간이 따로 있나요?” “예전에 본 거라 기억이 맞을진 모르겠는데, 시청 쪽에 괴물 석상이 하나 있다고 했어요. 그걸 건들면 5분 뒤에 몬스터가 공간을 찢고 쏟아져 나오고요.” 콩이가 일으킨 몬스터 웨이브의 비밀이 밝혀졌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주민성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보스는……, 정말 없는 거 맞나요?” “네. 그래도 여기는 꽤 위험해서 A급 미만 출입 주의 구역이에요.”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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