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건물 수집 보상 (2)2021.12.07.
타격 면역. 평생을 고생만 하며 살아 왔기에 더욱 크게 와 닿은 보상이었다. “후후…….” 주민성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블린과 데빌도그들을 내려다봤다. “키엑? 키에엑!” 당황한 고블린이 주민성의 머리를 힘껏 내려쳤다. 퍽! 고블린이 내지른 혼신의 일격은 고양이의 솜 주먹 수준조차 되지 못했다. “이제 내 차례지?” “키익!” 기절하기 직전에 입었던 부상 때문인지 주민성의 얼굴은 피범벅이었다. 끔찍한 얼굴로 실실 웃고 있는 주민성의 표정은 고블린들마저 공포감에 휩싸이게 했다. “키에엑!” “어디 보자. 만 원, 이만 원, 삼만 원, 사만 원…….” 주민성은 건물 안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감탄했다. 이것들은 이제 환전을 위한 마석에 불과했으니까. “삼십사만 원이라. 병원비로는 모자라겠는데.” 주민성은 몬스터를 지폐로 환산했다. 그것도 마리당 만 원짜리의 지폐! 치킨값으로 환산한다면 배가 터지도록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일단은 진정하자. 지금의 기회를 최대한 써먹어야지. 콩이를 구할 방법도 찾아야 해.’ 주민성은 한쪽 눈이 실명된 데빌도그에 박혀 있던 무기를 뽑았다. “너도 쫓아왔구나.” 꾸득! “후우. 이게 얼마짜린데. 와 줘서 고맙다.” 주민성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호흡하곤 이 몬스터들을 어떻게 마석으로 바꿀지 고민했다. ‘일단은 능력부터. 능력자가 게이트에 왔으면 능력을 써 봐야지.’ 주민성의 분위기가 달라짐을 느꼈는지 고블린들의 공격이 더욱 세차게 쏟아졌다. “키엑!” 퍽! 퍼퍽! 쾅! 공격이 소용없는 걸 깨달은 몇몇 고블린은 건물을 빠져나가기 위해 잠겨 있는 입구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금장치를 풀 정도로 고블린들은 똑똑하지 못했으며 데빌도그는 신체 구조상 잠금의 해제가 불가능했다. ‘지금 기회는 이 능력을 실험할 때다.’ 주민성은 몬스터들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이용료 청구.” [대상에게 이용료를 청구했습니다.] [대상이 이용료를 납부할 확률은 0%] [절대 을은 한 개의 개체만 보유 가능합니다.] [절대 을 개체를 이미 보유 중입니다.] [이용료 청구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대상에게 이용료를 청구했습니다.] [대상이 이용료를 납부할 확률은 0%] [절대 을은 한 개의 개체만 보유 가능합니다.] [절대 을 개체를 이미 보유 중입니다.] [이용료 청구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 메시지가 시야 가득 떠올랐다. “윽!” 전부 동일한 메시지. 이를 통해 주민성은 콩이의 생존을 확인했다. 절대 을의 지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아직 콩이가 살아있다는 뜻이니까. “키에에에엑!” 쾅! 쾅! 쾅쾅! 방금 능력이 아무 소용없진 않았다. 고블린들은 주민성의 능력에 크게 광분하며 날뛰었고 탈출하기 위해 입구로 몰려가 문을 두들겼다. ‘이럴 때 이용료를 청구하면 몬스터가 이성을 잃는구나. 함정용 건물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주민성이 떠올린 작전은 건물로 몬스터를 유인, 이용료 청구를 통한 몬스터의 이성 상실이었다. 여기에 적절한 함정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이리라. ‘트랩 하우스라…….’ 성공만 한다면 아무런 피해 없이 수많은 몬스터의 동시 사냥도 가능할 법한 발상이었지만, 주민성의 표정은 좋아지지 않았다. 이 방법을 실천하는 데 몇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수많은 메시지의 반복으로 인한 시야 차단. 둘째, 유인을 위한 재료 또는 사람. 셋째, 임시 권한에 불과한 타격 면역. ‘매번 단순한 몬스터들만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 유인에 특화된 능력자가 나랑 파티할 이유도 없고. 내가 FFF급이 맞긴 하구나. 참 어렵네.’ 이렇게 고민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몬스터들은 광분한 채 문을 계속 두들겨댔다. “키에에엑!” 주민성 역시 가만히 있지 않고 메시지를 열심히 치우며 시야를 천천히 확보했다. 누군가 본다면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장면일지도 모르겠지만 주민성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중이었다. ‘결국, 뭘 하든 콩이의 존재가 필수야. 나는 무조건 안전한 장소에 있어야 해. 콩이를 활용할 거라면 대피 방법도 마련해야 하고. 일단은 직접 숨통을 끊어야겠군.’ 결국, 복수는 손수 해야 제 맛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주민성은 메시지를 전부 지워 내는 데 성공하고 무기를 힘껏 쥐었다. ‘심장에 한 방 세게 꽂아 주자.’ 그 순간 눈앞에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용료 청구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적대적인 개체에 의해 건물이 손상 중입니다.] [임시 권한의 적합성이 감소합니다.] [상황에 맞는 대응 능력이 부여됩니다.] [내구력 강화와 건물 폭발 능력이 부여됩니다.] [건물 폭발이 자동으로 시전됩니다.] “오 새로운 능력! ……응?” 메시지 마지막 줄이 거슬려 주민성은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메시지를 읽었다. [건물 폭발이 자동으로 시전됩니다.] [1분 뒤 해당 건물(PC방)이 폭발합니다.] [60…… 59…… 58…….] “미친! 이게 뭐야! 취소! 건물 폭발 취소!” 메시지는 답이 없었다. “아이고.” 메시지는 건물의 폭발을 예고했다. 그리고 타격 면역은 소유 중인 건물 내부에서만 적용된다. “아, 안 돼. 다 비켜!”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주민성은 급히 건물 입구로 달려 나갔다. 복수고 뭐고 살려면 당장 여기서 대피해야 한다. “나와! 나오라고!” “키에엑!” 주민성의 바람과는 달리 고블린들은 이미 맛이 간 상태로 문만 두들길 뿐이었다. 지금의 주민성은 방어력은 무한이지만 근력은 그대로 1이나 다름없는 상태, 아무리 밀어도 힘이 부족해 몬스터를 밀어낼 수가 없었다. “아오!” 고블린들에게 튕겨 나온 주민성은 지금의 상황을 다시 분석해 보기로 했다. ‘가설을 다시 세워 보자. 지금의 면역 상태가 혹시나 폭발에도 면역이 된다면 어떨까?’ 폭발이 타격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지, 폭발은 별개의 피해로 적용되는지 주민성은 알 수 없었다. 또한, 타격 면역상태는 건물 내부에서만 적용된다. ‘오히려 건물 밖으로 나가면 폭발에 휘말려 죽는 거 아닌가? 더 위험해질지도 몰라.’ 결국, 주민성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남은 시간 안에 어떻게든 건물에서 빠져나갈지. 건물 안에서 임시 권한만 믿고 버텨 볼지. “아 젠장. 도박인가…….” 허무한 결과였다. 어떤 선택이든 죽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미안하다. 콩아. 형은 여기서 끝인가 봐.” [45…… 44…… 43…….] 남은 시간을 알리는 메시지는 계속해서 갱신되고 있었다. 털썩! “……폭발도 면역이길 빌어야지.” 주민성은 바닥에 주저앉아 배낭을 열었다. “키에에에엑!” 쾅! 쾅! 배낭 안에 있는 햄버거가 유독 눈에 띈다. 포장지에 적혀 있는 문구가 유혹적이다. [치즈 킹 더블 불고기 버거] -육즙까지 보존되어 풍부한 맛! 찌직. 주민성은 햄버거의 포장을 뜯어 한입 베어 물었다. “키엑! 키에엑!” “하. 맛있네……. 어차피 죽을 가능성은 게이트에 올 때부터 존재했다. 이왕 맛있는 거라도 먹으면서…….” 툭. 햄버거를 음미하던 도중 배낭에서 조립식 텐트가 굴러 나왔다. 너무 멀리 가게 되면 거점으로 당장 귀환하지 못했기에 여분으로 챙겨 둔 복제 텐트였다. “어……. 잠깐.” 주민성은 텐트 역시 건물로 취급된다는 점을 떠올렸다. 그리고 건물 폭발과 더불어 새로 얻게 된 내구력 강화 능력은 주민성에게 있어 한 줄기 희망이었다. “텐트에 내구도 강화라면? 혹시?” 주민성은 미친 사람처럼 텐트 조립을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키에에에에!” [28…… 27…….] “으아아아아!” 주민성은 다급하게 텐트 조립을 시작했다. 완벽한 조립은 불가능하지만, 어찌 모양새만은 30초 안에 갖추는 게 가능했다. 철컥! 철컥! “으아아아아!” “키에에에에!” [21…… 20…….] “더 빨리!” 주민성이 다급하게 외칠수록 몬스터들의 괴성도 커졌다. “키에엑!” 철커덕! “폴 조립 끝! 이제 천막!” “키엑!” 펄럭! 모든 몬스터들은 전부 입구로 몰려나간 상태! 구석에는 오로지 주민성 뿐이었다. [15…… 14…….] “헉! 헉!” 털썩! 천막 조립은 성공했지만 제대로 지지가 되지 않은 텐트가 옆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민성은 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몸만 들어가면 돼!” [4…… 3…….] 주민성은 천장을 바라보는 텐트에 빠르게 들어가 조악한 텐트 입구를 닫는 데 성공했다. “키에에에엑!” “내구력 강화!” [건물의 내구도가 2시간 동안 크게 강화됩니다.] [……1 ……0.] [건물이 폭파됩니다.] 꽈과과과과과광! “으아아악!” “키에에엑!” 폭발의 여파로 텐트천이 심하게 펄럭이며 온갖 잔해들이 주민성을 타격하고 텐트가 찢어졌지만, 다행히 텐트 안에서도 타격 면역은 발동 중이었다. “마, 맙소사…….” 주민성은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며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결과에 안도했다. “살았어! 또다시 살아남았다!” [건물주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보유 중인 건물 내부에서 심리적 안정을 얻습니다.] [건물주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보유 중인 건물 내부에서 신체의 회복력이 미량 상승합니다.] 게다가 두 번의 등급 상승 메시지까지! 은근히 외침에 호응하던 몬스터들의 괴성 역시 들리지 않았다. 주민성은 고개를 텐트 밖으로 내밀어 밖을 살폈다. “와…….” 텐트 밖은 전부 황무지가 되었으며 그 많던 몬스터들은 전부 고기조각과 마석이 되어 널브러졌다. “내가 이겼다……. 후우…….” 자신이 원하던 복수와는 거리가 이상하게 멀어지긴 했지만,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로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복수는 순간이지만, 목숨은 무엇보다 소중해. 끝까지 살아남는 놈이 가장 강한 거야.’ 뒤집어쓴 흙먼지를 털어내고 텐트를 나온 주민성은 주변에 널브러진 마석들을 주섬주섬 회수했다. “더럽게 힘드네…….” 주민성 역시 자신이 살아남을 거란 예상엔 반신반의였다. ‘내구력 강화가 폭발까지 견뎌낼 줄은……. 타격 면역이 아니더라도 죽진 않겠어. 이건 최후의 트랩 하우스로 써먹자.’ 새로 얻은 능력들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마저 반전시키는 능력! 이 능력은 자신이 FFF급이라는 사실조차 의심하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반경 100미터 정도는 폭발에 싹 다 휘말리는군. 이런 폭발에 견디는 능력자가 있긴 할까.’ 그런 생각이 날 정도의 압도적인 파괴 흔적이었다. “에휴. 그게 무슨 소용이야. 능력은 전부 조건부인데.” 애석하게도 능력자 대부분은 주민성과는 달리 지형과 조건에 상관없이 자유로운 능력 사용이 가능했다. 마석을 회수한 주민성은 문득 자신이 건물에 진입하고 처음 얻은 능력인 인벤토리를 떠올렸다. 무려 자산 가치 1000만 원 달성 보상이었다. 절대 평범하진 않으리라. “인벤토리.” 주민성의 눈앞에 작은 블랙홀이 생겼다. ‘내가 알고 있는 인벤토리가 맞겠지?’ 인벤토리는 분명 게임 내에선 필수적인 소지품창이었다. “테스트부터 해 볼까.” 주민성은 조심스레 마석 한 개를 집어 블랙홀에 집어넣었다. [인벤토리에 최하급 마석이 수납됩니다.] “오오……. 그럼 다시 꺼내 보자.” 블랙홀에 손을 집어넣자 주민성의 머릿속에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물건 리스트가 주입됐다. ‘으. 감각이 이상한데. 최하급 마석.’ 척. 블랙홀에 집어넣은 손에 작은 마석이 올려졌다. ‘이런 식인가? 불편해 보이기도 하고. 흐음.’ 마석을 쥔 채 손을 꺼낸 주민성은 작게 감탄했다. 놀랍게도 인벤토리에서 손을 빼냈음에도 불구하고, 인벤토리 내부의 물건 리스트를 떠올리는 감각은 그대로 유지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석을 다시 블랙홀에 던져 넣자 마석 역시 추가되었다는 감각이 생겨났다. “참 신기하네.” 몇 차례 인벤토리를 사용해 본 주민성은 만족한 표정으로 남은 마석들을 전부 회수했다. “일단 콩이한테 돌아가자.” 새로 얻은 능력은 콩이의 회복과는 큰 관련이 없었지만, 깨달음은 있었다. ‘텐트도 건물이니까 이걸 써먹으면 되겠지.’ 건물의 부가 능력엔 ‘회복 속도 상승’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등급 상승을 통해 회복력도 미량이나마 강화됐다. “아, 근데 텐트는 어쩌지. 복제품이어도 다 재산인데.” 마석을 전부 회수한 주민성은 폭발 현장에 있는 텐트가 신경 쓰였다. 그러던 찰나. 부웅-. “음?” [모든 소유 물품을 인벤토리로 회수합니다.] 메시지와 동시에 블랙홀이 자신 주변을 삼키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미친.” 인벤토리는 자신의 소지품이었던 배낭과 텐트를 챙긴 걸로 모자라 건물 잔해까지 전부 회수했다. ‘어. 잠깐만.’ 허탈하게 탄식하던 주민성은 문득 인벤토리에 들어간 물품 리스트를 떠올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건물 잔해 2미터……. 혹시.’ 주민성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자 인벤토리가 주민성의 앞으로 날아갔다. ‘대략 5미터까지 자유롭게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인벤토리는 무기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거기다 만약 콩이가 인벤토리에 수납이 된다면 처음 설계했던 트랩 하우스 작전까지 가능해진다. 콩이로 유인하고 회수만 하면 되니까. 앞으로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대박이다!” 자신의 상상력에 감탄한 주민성은 인벤토리를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이게 진짜 능력이지! 자산 가치 1억이 되면 어떤 능력이 생길지 기대되네.” 쿠구궁! 2미터짜리 건물 잔해를 꺼낸다는 상상을 한 주민성은 자신 앞에 떨어진 거대한 건물 잔해에 크게 만족했다. “좋아. 앞으로 내 무기는 이거다.” 회수 역시 아주 간단했다. 그저 생각만 하면 인벤토리가 알아서 건물 파편을 회수했기에. ‘소유 물품만 챙길 수 있다는 제한은 애매하긴 하지만 아주 좋아.’ 지금 정도의 위력이라면 F급 게이트에 있는 몬스터는 전부 주민성 혼자 사냥이 가능할 정도. ‘콩이가 회복될 때까지 숨지 않아도 된다.’ 새로 얻은 능력은 1000만 원의 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