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건물 수집 보상 (1)2021.12.06.
[건물주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보유 중인 건물의 최소 사용료가 5만 원 증가합니다.] 어느새 반나절이 흘러 주민성은 또 한 번의 등급 상승 메시지를 접했다. ‘레벨업하는 것 같네.’ 능력의 성장은 여태까지의 고난들이 씻겨 나가는 기분을 선사했다. 마석 또한 순조롭게 빼돌리고 있었다.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갔다. 우직! ‘이쯤에서 마석 한번 줘야겠군.’ 마석 보급 타이밍도 적절했다. “콩아~ 맛있는 밥이다~.” “컹! 컹!” 오도독! 주민성의 생각은 눈치도 못 채고 순진하게 주는 밥만 곧잘 먹는 콩이였다. “그래. 아주 착하다. 후후…….” 주민성은 콩이가 마석을 먹는 사이 근처의 건물에 진입했다. 자산 가치는 주민성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성장 루트. 그에게 가장 좋은 능력 획득처는 자산 가치 달성이었다. “이번에도 꽝인가. 이 정도면 나름대로 폐허 아니냐고. 아오…….” 아쉽게도 소유 가능한 건물은 최하급뿐. 심술이 난 주민성이 콩이를 노려보며 화풀이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 이럴 때만 눈치가 빨라지는 콩이는 살살 깨물고 부드럽게 빨아먹던 마석을 급히 삼켰다. “쳇. 잠시 대기. 놈들의 위치를 파악한다.” “컹!” 현재까지 주민성이 파악한 콩이의 전투력은 2 데빌도그, 3 고블린. 즉, 단독으로 데빌도그 두 마리와 고블린 셋을 해치우는 수준이었다. ‘마석을 먹여서 그런가? 기록이 점점 좋아지네.’ 콩이의 전투력에 뿌듯해하던 도중, 지나가는 고블린 무리가 포착되었다. “크르르…….” “쉿. 저기 고블린들 보이지. 조용히 기습해.” “컹…….” 주민성이 포착한 건 7마리 정도의 고블린. 콩이의 전투력으론 다소 빠듯한 전력이었다. 하지만 고블린들은 콩이가 10분 전 사냥 때 뜯어 놓은 시체에 하이에나처럼 몰려든 상태. 기습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체들을 유인 도구로 써먹어도 되겠군. 문제는 보관 방법인데. 그게 좀 곤란하네.’ 고블린이나 데빌도그의 시체는 왜인지 유독 부패가 금방 일어나 빠르게 썩기 시작한다. 박테리아 농도가 높은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게이트만의 특징이었다. ‘게이트는 참 신기하단 말이지. 음식은 꺼내 놔도 잘 안 썩는데.’ 몬스터 시체를 배낭에 담는 작전은 무리였다. 결국, 몬스터 시체를 향해 자연스레 모이는 몬스터들의 처리가 가장 무난한 방법이었다. “지금!” “크라아!” 콰직! 콰지지직! 콰지직! “키익! 키이이!” 몬스터의 시체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고블린들의 팔이 허공을 비산했다. 콩이의 기습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정면으로 맞붙었다면 지금처럼 빠르게 적들을 무력화시키지 못했을 터. ‘와. 유인 작전도 써먹기 엄청 좋아 보이는데.’ 한차례 기습이 끝나자 시체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고블린들이 빠르게 일어나 콩이에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어?”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다. 다시 살펴보니 고블린의 수는 아홉 마리가 넘었던 것. ‘뭉쳐 있어서 잘 못 봤네. 그래도 괜찮겠지.’ 다행히 기습으로 무력화된 고블린들이 반절이었기에 콩이는 손쉽게 고블린들을 상대했고 주민성은 이 모습을 담벼락에 올라 편안하게 관전했다. 교전은 이미 콩이의 압승으로 끝나는 게 확실해 보였다. ‘음?’ 주민성은 얼마 남지 않은 고블린들 사이에서 조금 특이한 개체를 발견했다. “키에엑! 키익! 키에에에엑!” 다른 고블린들보다 덩치는 반절이 컸고 다른 고블린들처럼 조잡한 무기가 아닌 폐건물의 철근을 무기처럼 쥐고 있는 고블린이었다. ‘이건 무슨 원시인들 진화 과정 같네. 저거 맞으면 콩이도 상처 입겠는데.’ 주민성은 판단을 빠르게 마치고 콩이에게 다음 명령을 내렸다. “콩아! 저기 철근 들고 있는 놈부터 잡아!” “컹!” 콰직! “미친!” 놀랍게도 철근 고블린은 다른 고블린을 집어 들어 콩이의 공격을 방어했다. 그리고 곧장 이어진 반격. 철근 고블린은 빈틈이 생긴 콩이를 내려쳤다. 퍼걱! “안 돼!” “크라아아아!” 철근의 위력은 강력했다. 여태 잔상처밖에 입지 않았던 콩이가 제법 큰 상처를 입었다. “목! 목을 노려!” “크라아!” “끄르륵!” 분노한 콩이가 철근 고블린에게 쇄도해 순식간에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전투는 마무리되었지만 콩이가 입은 상처는 상당히 곤란했다. “젠장!” 주민성이 급히 뛰어와 널브러진 고블린들의 숨통을 빠르게 끊었고 콩이는 바닥에 엎어졌다. “크르……. 크르…….” 주민성은 빠르게 콩이의 상처를 살폈다. ‘출혈이 심해.’ 배낭에서 구급상자를 꺼내 붕대로 콩이의 상처를 막아 봤지만, 인간용 구급 도구는 몬스터에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미안하다. 콩아.” 게이트엔 희박한 확률로 특수한 몬스터가 출현했다. 여태까지 마주치지 않았을 뿐. “F급 게이트에도 저런 놈이 있을 줄이야.” 뒤늦게 공부의 필요성을 통감했지만, 지금의 결과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크르……. 크르…….” “마석이라도 먹을래?” 꽁쳐 뒀던 마석까지 꺼내 콩이에게 내밀었지만 소용없었다. ‘회복 수단이 필요해. 다른 방법이라면…….’ 선택지는 한 가지로 추려졌다. ‘능력. 새로운 능력을 빠르게 받아야 한다.’ 주민성에겐 수령이 예정된 보상이 있었다. “자산 가치 조회.” [보유 자산: 989만 원 상당] [건물 다수 970만 원, 소지품 19만 원] 자산 가치는 1000만 원이 되기 직전. “이런.” 콩이가 먹어치운 마석들이 아쉬웠지만 여태 자신을 먹여 살린 콩이를 탓할 수는 없었다. ‘건물 한 개만 더 소유하면 되겠는데…….’ 주변엔 여전히 소유하지 못한 폐건물이 많았다. 하지만 소유할 수 있는 건물은 오직 최하급뿐. 조금이라도 등급이 높은 건물에선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장소를 옮겨야 해.’ 안타깝게도 주변의 소유 가능한 최하급 건물은 이미 전부 챙겨 둔 상황. 주민성은 결국 장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콩이가 부상당한 이상, 이는 상당한 도박이었다. “콩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참을 수 있지?” “컹…….” 주민성의 눈빛에 다시금 각오가 새겨졌다. ‘이제부턴 나 혼자의 힘으로 건물에 진입한다.’ 다음 건물 구역까진 대략 300미터의 거리. 구역의 크기로 볼 때, 다른 몬스터와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위험한 지점이었다. ‘콩이가 없으면 어차피 나도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 해야만 해.’ 콩이는 다른 데빌도그와 달리 유독 강력하게 성장했고, 투덕거리며 조금이나마 정도 쌓였다. 이젠 절대로 허무하게 잃어선 안 되는, 목숨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후!” 주민성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헉……! 헉……!” FFF급이 되면서 신체 능력이 크게 떨어진 주민성의 달리기 속도는 터무니없이 느렸다. 체력도, 하체의 근력도 부족했다. 이건 분명 비정상적인 현상이었다. ‘FFF급이 이정도일 줄이야…….’ 능력 각성 이전까지만 해도 주민성은 남들보다 훨씬 단련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인력사무소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라면 4시간은 거뜬히 해 오던 삽질조차 30분을 견디지 못하리라. “스읍! 후!” 그나마 개선할 수 있는 거라곤 호흡 조절뿐. ‘제발! 콩이를 살릴 수 있는 능력!’ “크르?” 반 정도 달리자 제법 멀리서 다른 데빌도그 한 마리가 주민성을 포착했다. ‘젠장! 하필 고블린도 아니고!’ 고블린보다 기동력 면에서 훨씬 뛰어난 상대였다. 게다가 지금 마주친 데빌도그는 전력으로 주민성을 노리고 있었다. 눈으로 움직임을 쫓지 못할 정도! ‘콩이가 착한 거였어! 미안해! 콩아!’ 사실 콩이는 주민성을 가지고 놀던 거라 착하다고 평가하긴 애매했으나, 지금 달려오는 데빌도그는 콩이에 비해 악마 그 자체였다. 뒤늦게 자아 성찰을 해 봐야 현실은 매정하기 짝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20미터도 못 벗어나고 물리겠어. 아직 건물은 멀다.’ 결국, 주민성은 자리에 멈춰 바닥에 주저앉았다. 대항을 선택한 것이다. “헉……! 헉! 후욱! 후욱! 덤벼!” 주민성은 그대로 배낭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타격은 소용없지만, 무기가 아예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마석을 캐면서 관통력만큼은 검증된 무기였다.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해 보자 그래!’ 비록 눈으로 움직임을 전부 쫓지는 못했지만, 데빌도그의 행동 패턴을 꾸준히 관찰해 오며 생긴 자신감이었다. “크라아아아!” “으아아아!” 순식간에 데빌도그가 주민성을 덮쳤다. 푹! 이번 공격은 본능적인 움직임에 가까웠다. 마석을 캐며 몬스터의 심장 위치를 파악해 둔 게 주효했던 것이다. ‘성공이다!’ “우윽!” 찌르기는 성공했지만 주민성 역시 데빌도그의 돌진을 방어구도 없이 그대로 받아내었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고 나뒹굴었다. “크륵……! 크르르!” “크으으!”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정신을 차린 주민성이 데빌도그를 노려봤다. “크르르……!” “으아아!” 다시 한번 뻗어진 공격은 데빌도그의 눈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이번에 주민성이 노린 건 시야 차단이었다. ‘깊게 박히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유효타야.’ 한쪽 시야가 차단된 데빌도그라면 주민성도 희망이 있었다. ‘나머지 한쪽 눈만 차단하면……!’ 주민성은 손으로 바닥을 빠르게 쓸며 모래를 한 움큼 쥐었다. “너 죽고 나 살자!” “크라아아!” 다시 한번 데빌도그가 주민성을 향해 크게 점프했고 주민성은 눈을 질끈 감고 최대한 옆으로 구르며 모래를 데빌도그에게 뿌렸다. “켕!” “크윽!” 데빌도그의 이빨은 피했지만, 놈의 머리가 주민성의 옆구리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입안에 모래 맛이 계속해서 느껴졌기에 주민성은 눈을 뜨지 않고 옆으로 계속 굴렀다. “흐읍!” “크라아아아! 크르륵! 커헝! 컹!” 놈이 제대로 모래 맛을 체험하는 걸 파악한 주민성은 고통을 억누르며 데빌도그의 괴성에서 벗어나 천천히 눈을 떴다. 데빌도그는 제자리에서 빙빙 돌며 고통스럽게 울부짖고 있었다. ‘마무리는 나중에, 능력 획득이 우선이다.’ 주민성은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곤 옆구리를 부여잡고 다시 100미터 앞에 있는 건물을 향해 절뚝이며 내달렸다. “크흑! 헉! 헉!” “키에에엑!” 데빌도그를 따돌리자 고블린이 출현했다. 그것도 무더기로. “젠장!” 데빌도그에게 입은 타격도 회복되지 않은 상황. 주민성은 대항을 포기했다. ‘저놈들 무기는 단순한 몽둥이. 머리만 조심하면 아프기만 하고 말겠지. 콩아 미안하다! 앞으론 마석도 제대로 먹여 줄게!’ 빠르게 계산을 마친 주민성은 콩이에게 다시 한번 사과하고는, 앞에 보이는 건물만을 바라보며 달렸다. “키에엑!” 퍽! “윽!” “키에에에!” 퍼퍽! 퍽! ‘젠장! 내가 고블린보다 느리다니!’ 평범한 일반인인 남자 고등학생조차 고블린을 따돌릴 수 있다는 게 현실이었다. 그 정도로 고블린의 다리는 짧았다. 하지만, 주민성은 FFF급이 된 이후 고블린조차 쉽게 따돌릴 수가 없었다. ‘다섯 대 정도만 더 맞으면 건물이다!’ 이젠 맞는 빈도가 계산되는 경지에 도달했다. 능력이 안 되면 몸으로 때운다는 작전은 단순하면서도 매우 효과적이었다. 퍽! “윽!” 퍼퍽! “키히히히히!” “웃지 마! 나쁜 놈들아!” 퍽! “크윽!” 주민성은 필사적이었지만 고블린들은 잔인하게도 주민성을 비웃으며 아픈 부위만 골라서 때리기 시작했다. 퍽! “야! 잠깐! 뼈 맞았어!” 주민성은 필사적으로 몽둥이찜질을 견뎠다. ‘이제 두 걸음! 이제 다 왔다!’ 이젠 자산 가치 달성을 통해 받는 능력만이 지금의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퍼억! “야! 그만! 악!” “키케켁!” 주민성은 자신의 시야가 아찔하게 흐려짐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건물의 내부를 향해 몸을 던졌다. [소유자가 없는 건물에 입장하였습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 [보유 건물 목록에 PC방(반파)이 추가됩니다.] [건물의 상태가 양호하지 않습니다.] [부가 능력이 발현되지 않습니다.] [자산 가치 1000만 원을 달성] [추가 능력이 부여됩니다.] [전용 인벤토리 권한이 부여됩니다.] [소유 물품의 무한정 보관이 가능합니다.] “아……!” 물건을 무한정 보관하는 건 굉장히 유용해 보이는 능력이었지만 지금의 주민성에겐 당장 전투에 도움이 되는 능력이 아니었다. “망한 건가. 미안하다……. 콩아…….” “키히히히힛!” 퍽! “끅!” 뒤통수에 느껴지는 타격과 함께 시야가 암전되며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주민성은 이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한 채로 기절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퍽! 퍽! “키힉……. 힉……. 힉……!” 퍽! 퍼퍽! 퍼걱! 주민성은 기분 좋은 마사지를 받는 감촉에 정신이 들었다. “키힉……. 힉……!” 퍽! ‘이건……, 분명 고블린들이 내는 소리인데…….’ “크헝!” 퍼억! 주민성은 힘겹게 눈을 떠 주위를 살펴봤고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는 걸 눈치 챘다. “키에에엑!” 건물 내부엔 주민성뿐만 아니라 수많은 몬스터들이 주민성을 둘러싼 채 각종 몽둥이찜질을 하고 있었다. “으아아!” 주민성이 눈을 뜨자 몬스터들이 필사적으로 울부짖으며 공격해 왔다. “키에엑!” 퍼억! “응?” ‘아프지 않아……?’ 아프긴커녕 오히려 시원하다는 감각이 맞았다. 주민성은 황당해하며 고블린을 쳐다봤고 고블린은 힘겹게 괴성을 지르며 주민성을 향해 공격을 계속했다. “키힉! 키엑!” 숨을 헐떡이며 주민성을 때리던 고블린과 눈이 마주쳤다. “뭐 하냐?” “키엑!” 퍽! ‘뭔가 새로운 능력이 생겼나?’ 정신을 집중한 주민성은 그제야 하단 구석에 메시지가 떠올라 있는 걸 확인했다. [50회의 건물 소유 시도로 임시 권한이 부여됩니다.] [소유 중인 건물 내부에선 모든 타격에 면역됩니다.] [권한은 60분 동안 유지됩니다.] [임시 권한 종료까지 남은 시간: 46분] 히죽. 주민성은 고블린들과 데빌도그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곤 건물 입구의 문을 굳게 잠갔다. 퍽! “후후후후…….” “키에에……?”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말,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주민성의 인생 첫 복수의 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