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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라는 능력 (1) (2/250)

건물주라는 능력 (1)2021.12.03.

주민성은 창문 틈새로 바깥을 엿봤다. 아직도 먹잇감이 남았는지 수많은 기자가 주민성의 집 주변에 모여 있었다. “두 번은 안 당해.” 주민성은 그대로 초인종의 전원을 꺼 버리고 방에 들어가 잠자코 때를 기다렸다. 눈빛엔 독기만이 남아 있었다. 어느덧 밤을 지나 새벽이 되었다. 기자 대부분은 사라진 상태. 언론사의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에 탑승한 인물들마저 쪽잠을 자고 있었다. ‘슬슬 움직여 볼까.’ 주민성은 최대한 어둠에 녹아들기 좋은 색깔의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모자나 마스크는 일부러 착용하지 않았다. 도리어 의심받을 수도 있었으니까. 편의점에 가는 차림 정도가 딱 좋았다. 끼릭. 성공이었다. 주민성은 기자들에게서 순식간에 벗어나 근처 골목으로 숨었다. “후우.” 기자는 따돌렸지만, 고비는 여전했다. 이젠 세상 모든 사람이 경계 대상이니까. 품에 챙겨 둔 마스크와 모자를 뒤집어쓴 주민성은 곧장 상가로 향했다. 게이트에 맨몸으로 진입하는 건 자살행위였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능력자 용품점에 도착했다. 원래라면 신중하게 골라야 할 장비들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해가 뜨기 전까지 신속하게 장비를 갖춰 F급 게이트에 도착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였다. ‘……젠장.’ 아이러니하게도 언론 보도 동의서에 서명했던 것이 도움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무기나 방어구는 가격이 상당히 비싸 300만 원이 없었으면 구매조차 못 할 정도. “풉!” 하나같이 일관된 계산원의 태도. 카드 결제 시 드러나는 이름 때문이었다. “저기요. 그런 장비로 게이트 가면 죽어요.” “……계산해 주세요.” “풋! 감사합니다. 고객님.” 사람들의 무시가 심해질수록, 게이트를 향한 갈증도 함께 커져만 갔다. ‘무기, 방어구, 배낭, 텐트, 식량. 됐어.’ 우여곡절 끝에, 주민성은 택시를 이용해 게이트에 도착했다. ‘몸이 무겁군. 저게 게이트구나…….’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F급 게이트. 주변의 공기부터 이질적이었다. ‘우선은 경비실에 입장 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었지.’ 이전에 친구라고 생각했던 놈들에게 들었던 게이트 관련 정보가 쓸데없이 도움 된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자신이 그들의 기대를 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돼. 부정적인 생각은. 아직 희망은 있어.’ 주민성은 상념을 지우고 묵묵히 게이트 입구 옆에 있는 경비실로 향했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며. 그러던 순간, 눈앞에 작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FFF급 건물주 능력이 연동됩니다.] [연동이 완료됩니다.] “음?” 눈을 몇 번이고 깜빡여도 사라지지 않은 채 존재감을 나타내는 메시지. “연동이라니……. 무슨…….”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결국 마음의 병이라도 만들어낸 걸까 고민하던 주민성은 조심스레 메시지에 손을 올렸다. 스륵. 메시지는 손이 닿음과 동시에 사라졌다. 그 너머로 경비실에서 나온 협회 소속의 경비들이 보였다. 의문을 당장 해결하기 보다는, 경비들에게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금부턴 일반인이 아닌 능력자가 상대니까. ‘최대한 조심히…….’ 주민성을 목격한 경비원 두 명이 접근해 왔다. 경비들은 주민성 또래의 남자들. 명찰에 보이는 등급은 D급이었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게이트에 입장하고 싶습니다.” “음? 주민성 아냐?” 자신을 훑어보는 모습에 기분이 나쁠 만도 했지만, 이는 충분히 예상한 상황. 세계 최초의 FFF급 능력자가 눈앞에 있으니 당연히 신기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네. 주민성 맞습니다.” “이거 입장시켜도 되는 건가? 아무리 능력 각성을 했다지만 일반인 수준이면 위험할 텐데. 그쪽, 능력 파악은 했어요?” “……아직이요.” 건물주 능력은 여전히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바뀐 거라곤 알 수 없는 연동 메시지뿐. “그쪽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닌데, 최소한 검증된 능력은 있어야…….” “아.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요.” 다른 경비원 한 명이 주민성을 향해 다가왔다. 협회 소속이라기엔 양아치 소속에 더 가까워 보이는 인상의 남자였다. ‘눈빛이 안 좋은데.’ 흡사 먹잇감을 발견한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과거, 유독 고된 일만 골라서 시키던 작업반장의 눈빛과도 일치했다. “능력 발현은 대부분 위기 상황에서 발생한단 말이지.” “야. 너 설마…….” “형님. 요즘 판자촌 애들 기어오르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기강 잡을 때도 됐다니까요? 본보기 하나 만듭시다.” 판자촌에 대해선 주민성도 알고 있었다. ‘낙오자 집단…….’ 판자촌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능력자들이 모여 형성한 구역으로 일컬어진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게이트에서 불구가 된 사람들이 반. 미미한 능력을 가지고도 능력자라는 자존심에 일반인과 섞이지 않고 게이트 주변에서 오늘만 사는 이들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세간에 떠도는 소문. 주민성이 들은 소문은 더 가관이었다. 위험한 도박장이 있고 인신매매부터 온갖 범죄가 판을 치는 곳이라고 들었으니까. 소문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눈앞의 양아치 같은 경비가 능력 발현이라는 핑계로 주민성을 괴롭힐 낌새였기 때문이다. “이놈, 딱 봐도 판자촌 합류하려는 놈이에요. FFF급이 여길 왜 오겠어요? 방송 출연료로 한탕 했을 텐데 미쳤다고 자살하러 왔겠습니까?” “…….” 출연료는커녕 비웃음만 잔뜩 받았던 주민성 입장에선 억울한 상황. 하지만 타인의 시선에선 경비 쪽의 말이 신빙성 있었다. 남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 테니까. “이놈, 돈 많을 거라니까요? 형님 저만 믿으세요. 부수입 한번 제대로 올려 드릴 테니까.” 경비는 아예 삥까지 뜯을 심산이었다. “크흠. 그럼 신원 조회라도 먼저 해 보지.” “크흐흐.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주민성, 거기서 대기.” “…….” 지금의 신원 조회는 너무나 노골적인 절차였다. 혹시라도 능력자 가족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일 테니. “어디 보자…….” 잠시 후, 휴대용 신원 조회 장비를 두들기던 경비원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족은 없고. 음……. 소속된 직장도 없이 인력소만 다녔군. 확실히 수상해.” “역시! 제 눈치가 이 정돕니다! 크흐흐!” 분위기는 점점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망했다……. 이러다간 게이트도 진입 못 할 텐데…….’ 그 순간, 경비실 안에서 만사 다 귀찮아 보이는 경비원이 나와 소리쳤다. “새끼들아! 잠 좀 자자!” “헉. 죄, 죄송합니다!” “……!” 당황한 건 주민성도 마찬가지. 경비의 명찰에 표기된 등급이 F급이었기 때문이다. ‘F급이 D급을 갈군다고?’ F급 경비의 기행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빠악! 빡! 주민성에겐 눈짓도 주지 않고 다른 경비원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것. “뻘짓거리는 다음 달에 하라고 했지? 니들 다 짤리고 싶어?” “하, 하지만 이놈 수상합니다!” “어쩌라고?” 빠악! “어쩌라고!” “죄송합니다!” “크흑!” F급 경비원에게선 술 냄새가 물씬 풍겨 왔다. 그것도 엄청 독하고 비싼 놈으로. 절대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빽이 장난 아닌가 보네.’ 이는 협회 고위급 자제라도 되지 않는 이상,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사건 터질 거 있으면 터트려. 그래야 보여 줄 실적이라도 생기지. 들여보내.” “아, 알겠습니다!” 도저히 F급에게선 나올 수 없는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남자의 시선이 주민성에게 닿았다. “……딱 봐도 푼돈 벌러 온 F급이구만.” “…….” 양아치 경비원의 입이 계속해서 들썩거렸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곳에서 발언권은 F급 경비에게만 있었다. ‘차라리 잘됐어. 나에 대해서도 모르는 모양이고.’ 주민성은 경비원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게이트로 진입했다. 나름 운 좋게 위기를 모면하긴 했지만, 그 대가는 더욱 커진 자기 혐오였다. 받은 것은 동정조차 아닌 모멸에 가까웠으니까. ‘제기랄.’ 모든 것들이 원망스러웠다. 최소한 뒷배경이 없는 건 둘째 치고, 등급만 받고 조용히 빠져나왔어도 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언론에 알려지지만 않았었어도……!’ 처음부터 전부 최악이었다. 협회에서 끔찍한 뒤통수를 맞았고, 협회 경비원들에게 앞통수까지 맞을 뻔했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협회 간부에게 철저한 무시까지 당했다. 앞으로도 협회에게 당할 걸 생각한 주민성은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 ‘두고 보자. 두고 보자고! 전부 두고 봐라! 보란 듯이 살아남을 테니까!’ 마음속으로 괴성을 지르며 협회를 저주하자 화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후우……. 진정하자……. 보란 듯이 살아남아야지…….” 이제부턴 진짜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일단은 건물부터.” 주민성은 의욕을 불태우며 탐색을 시작했다. 게이트 내부는 평범하게 폐허가 된 도시. 10분쯤 걷고 나니 건물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건물 입구를 가로막는 몬스터 때문이었다. “크르르…….” 주민성은 긴장한 표정으로 무기를 쥐었다. ‘저게 데빌도그인가. 실물은 처음이네.’ 데빌도그. 고블린과 더불어 가장 흔한 몬스터였다. 그리고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최약체 몬스터로 분류되는 놈이다. ‘주변에 다른 몬스터는 없는 건가? 다행이다.’ 1:1이라면 나름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제법 단련한 성인 남성이라면 F급 게이트의 몬스터 정도는 제압할 수 있다고 하니까. ‘이거라면 이길 수 있어!’ 게이트 탐색 시 무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주민성은 무려 100만 원을 들여 특수 무기를 구매했다. 초경량 금속으로 제작한 이 쇠 봉으로 타격한다면 분명 놈을 그로기 상태로 만들 수 있으리라. “크르르!” “비켜 줄 생각은 없겠지.” “크르!” 데빌도그가 빠르게 주민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보인다!’ 데빌도그의 움직임은 눈으로 쫓을 수 있는 수준! 또한, 공격 거리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한 우위도 점한 상황이었다. 주민성은 회피 동작을 준비함과 동시에 타격이 가능한 타이밍을 노리며 데빌도그의 돌진을 기다렸다. ‘지금!’ 팅! “음?” 깡 소리가 아닌 팅! 이라니. 플라스틱이라면 아마도 이런 소리가 났을 거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주민성은 급하게 데빌도그의 돌진을 회피하고 자신의 무기를 살펴봤다. -made in korae “으아아아!” 주민성은 무기까지 사기당했다. 점원의 비웃음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젠장!” 무기를 거칠게 집어던져 데빌도그의 시선을 돌린 주민성은 빠르게 데빌도그의 뒤를 선점. 강하게 주먹을 내리꽂았다. 퍽! “크라아아아!” 어느 정도 타격은 입히는 데 성공했지만, 그 대가는 데빌도그의 분노. “크라아!” 광폭해진 데빌도그가 강하게 반격했다. “흐읍!” 다행히 입고 있던 방어구는 국산이 맞는지 타격을 제법 방어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이빨만 조심하면 된다!’ 충격이 생각보다 덜함을 깨달은 주민성은 결국 데빌도그와 난타전에 돌입했다. 퍽! 퍽! 쿵! “크륵!” 말 그대로 개싸움이었다. “후욱! 좀 죽어라!” 퍽! “크라아!” 쿵! 주민성은 그제야 자신이 FFF급임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최하등급을 받음으로써 일반인 시절보다 신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만 원조차 이렇게 벌기 힘들다니!’ 더욱 슬픈 건, 몬스터 심장에서 얻을 수 있는 마석 가격이 단돈 만 원이라는 사실이었다. “크르르…….” “헉……. 헉…….” 데빌도그를 노려보던 주민성은 차분하게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체력이 곧 한계야.’ 데빌도그 역시 이를 눈치챘는지 결정적인 공격 없이 소모전을 유도했다. “컹!” 쾅! 콰직! “윽!” 데빌도그의 공격을 견디던 최하급 방어구가 깨졌다. “안 돼! 내 50만 원!” “크르르…….” “젠장!” 이젠 작전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건물에 들어가고 봐야 하는 도박만이 남은 것. ‘너무 안일했다. 도박이 더 안전한 길일 줄이야.’ 주민성은 경비병들의 폭언에 흥분해 호전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했음을 자각했다. ‘건물주라면 처음부터 건물로 갔어야 했어. 차라리 건물 안에서 싸웠으면 달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주민성은 공격을 포기하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급소만 보호한다면 치명상은 피할 수 있으리라. 퍽! 퍼걱! “큭!” 정신없이 공격당하며 뒷걸음질로 향하는 건물은 터무니없이 멀게만 느껴졌다. 퍽! ‘앞으로 한 방만 더 견디면!’ 퍼억! “크르르!” “으아아!” 주민성은 데빌도그의 공격과 동시에 폐건물로 몸을 날렸다. “제발! 제발 어떤 능력이든!” 바램이 닿았는지 주민성의 시야 가득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유자가 없는 건물에 입장하였습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 [보유 건물 목록에 상점(반파)이 추가됩니다.] [건물의 상태가 양호하지 않아 부가 능력이 발현되지 않습니다.] [최초로 건물을 소유하는 데 성공해 이용료 청구 능력이 부여됩니다.] [이용료는 주변 환경과 상황에 맞게 조정됩니다.] 메시지가 떠올랐다. “크라아……아아……?” “헉! 헉……?” 왜인지 데빌도그가 크게 당황하며 공격 의지를 상실했다. 그사이, 주민성은 빠르게 메시지를 읽었다. 남는 시간에 책을 즐겨 읽던 주민성의 몇 안 되는 장점인 속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진짜로?” 주민성이 다급하게 외쳤다. 왜인지 시동어 만으로도 능력이 발동할 거라는 확신과 함께. “될 대로 되라! 이용료 청구우우!” [대상에게 이용료를 청구했습니다.] [대상이 이용료를 납부할 확률은 0%] [대상을 절대 을로 정의합니다.] [주민성님이 절대 갑이 되었습니다.] [절대 갑은 절대 을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절대적인 관계는 해제가 불가능합니다.] [절대 을은 한 개의 개체만 보유 가능합니다.] [능력의 성장을 통해 보유 가능 개체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용료 청구’를 외침과 동시에 데빌도그의 태도가 급격하게 변했다. “깽?” “하아…….” 주민성은 데빌도그의 공격 의사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차분하게 읽었다. [절대 갑은 절대 을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거다.’ 주민성에게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이젠 대신해서 싸워 줄 괴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능력의 성장을 통해 보유 가능 개체를 늘릴 수 있습니다.] ‘성장까지.’ 이거야말로 주민성에게 무한한 희망을 주는 단어였다. ‘그런데 성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한참을 고민한 주민성은 결국 두 개의 키워드로 정리하는 데 도달했다. ‘건물의 소유, 이용료 청구.’ 주민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허탈한 웃음까지 나왔다. “건물주가 쓸모없어? 약해? 개소리하네.” “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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