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80화 (180/183)

외전 2. 머라이어 '캐리' (1)

이건우의 먹방

그것은 이번에도 북한에 엄청난 여파를 가지고 왔다.

이건우는 피해자를 초대하여 닭발과 소주를 먹으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피해자의 가슴절절한 사연은 북한 주민의 심금을 울렸으며, 그에게 공감하는 이건우의 소박한 모습은 사람들이 그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거기에다 어디 이번 피해자 같은 사람이 북한에 한두 명이겠는가. 수백, 수천 명의 비슷한 고통을 겪은 북한 사람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모두 고통에 공감하고 있었다.

때문에 리일환은 그 사람들의 분노를 한몸에 받았다.

김정안 사태 때처럼 대중들은 불타올랐다. 아니, 이번 열기는 지난번보다도 더 거셌다.

밥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한번 김정안을 끌어내려 본 사람들에게 고작 평양시당 책임비서인 리일환을 끌어내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건우는 방송이 끝날 즈음 친절하게 리일환의 자택 주소까지 알려주었다. 성난 사람들은 늦은 밤에도 그 길로 리일환의 집에 쳐들어갔다.

“무고한 사람에게 옥살이를 시키다니!”

“평생을 감방에서 썩을 새끼.”

“우리는 굶고 있는데 너 혼자만 처먹고 살았냐!”

“당장 나와!”

계란, 토마토, 돌멩이 등. 온갖 잡동사니가 리일환의 집에 퍼부어졌다. 몇몇 경찰들이 와서 그들을 말리려고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감이 있었다. 김정안도 끌어내렸는데 겨우 경찰이 막는다고?

경찰들마저 성난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뭐야, 너도 한패야?”

“아무래도 저 새끼를 보호하려고 온 것 같은데···.”

“이건우 동지에게 넘겨서 경찰도 조사해달라고 할까?”

마지막 협박은 경찰도 무서웠다. 당연히 받아처먹은 게 많은 경찰은 소란스러우니 적당히 하라는 말만 남기고 꽁지가 빠져라 도망갔다.

결국 혼자 남겨진 리일환은 그날 정말 ‘인민’재판을 받았다.

리일환이 지난밤에 제대로 참교육을 당했다는 사실은 온 평양시에 퍼졌다. 리일환과 함께 이건우에게 대항하기로 약속했던 사람들은 조용히 추징금을 자진 납세한 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단 하룻밤 만에 이건우를 향한 모든 불순한 시선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더이상 이건우의 말에 반기를 들 사람은 북한에 없었다.

그것은 마철규도 마찬가지였다. 불온한 마음을 먹었던 마철규는 잔뜩 쫄아서 이건우를 찾아갔다.

“여기 사직서가 있습니다.”

책상 한쪽 바구니에 한가득 있는 사직서. 그 맨 위에 마철규의 사직서가 놓였다.

마철규는 원래 이건우를 뒷배로 두고 호가호위를 하고 싶었다. 김정안에 이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되어 권력의 맛을 실컷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제 리일환의 사건을 보고 그는 제대로 깨달았다.

‘미친놈에게는 멀어지는 게 약이다. 그냥 벌금이나 추징금 낼 거 다 내고 튄 다음 조용히 살자. 어느 지방에 가면 유지 노릇하면서 떵떵거릴 수 있겠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이건우는 그를 이대로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이건우는 제일 위에 놓여있는 마철규의 사직서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찌익 찌이익

“이것 빼고 나머지는 다 사표 수리하세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부패 공무원을 깨끗이 청소했다는 식으로 홍보도 빵빵하게 때리고요.”

마철규는 울상을 지었다.

“아니, 제 거는 왜···.”

“오늘도 먹방을 하려고 하는데 나오고 싶은가봐요?”

그 말에 마철규는 화들짝 놀랐다. 어제 먹방의 타겟이 된 리일환은 인민재판을 당하고 나락에 가버렸다. 어찌나 심하게 당했는지 사람이 똥오줌도 못 가리는 바보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마철규는 남은 삶을 바보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마철규는 새로운 체제가 완전히 정립될 때까지 오래도록 부려질 예정이었다.

*

이건우는 정말 윗대가리를 싹 갈아엎었다. 리일환은 시작이었을 뿐이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례로 비리를 저지른 놈들을 다 보내버렸다.

캐리온은 그에 발맞춰 새로운 행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이야 이런 전산시스템이 잘 되어있지만 북한은 아직 인프라가 부족하다. 사람들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했다. 그래서 이건우는 단계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먼저 무인 민원처리기를 도입했다. 비리를 저질러 사라져버린 공무원들 대신 키오스크를 통해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부족한 통신시설은 일단 위성망을 이용했다.

민간우주산업인 스페이스 온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이건우와 캐리온은 이미 전 지구적 위성통신망을 구축한 상태였다. 심지어 위성통신망의 단점도 극복해냈다.

원래 위성통신은 멀리 쏘기 때문에 통신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위성의 궤도를 낮춘다면, 위성이 커버할 수 있는 지역 범위가 제한된다.

이건우는 이 문제를 돈으로 해결했다. 위성의 커버 범위가 작으면 더 많은 위성을 띄우면 된다. KW에서는 근 한 달 동안 수백 개가 넘는 위성을 발사했다.

북한은 이런 위성통신망을 이용하여 북쪽 강원도부터 함경도까지. 북한의 전 지역의 하나의 망으로 연결했다.

또한 캐리온은 이 통신망을 이용하여 북한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등록했다. 등본을 만들어주고, 사람마다 주민등록번호를 발급하였다.

이렇게 행정체계가 자리 잡는 동안, 이건우는 정치 시스템도 손봤다.

아무리 캐리온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어쨌든 사회는 사람이 사는 곳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치인 검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정치인은 누구나 될 수 있다. 대신 그 전에 캐리온의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일례로 개성시의 시장직을 대대로 이어오던 한 유지가 이번에도 개성시 시장 선거에 나갔다가, 캐리온의 검증을 받고 먼지 한 톨까지 다 털린 뒤에 북한 주민들에 의해 쫓겨났다.

이렇게 정치에 뜻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캐리온에게 탈탈 털릴 각오를 해야했다. 물론 죄질이 심하다 싶으면 이건우의 먹방과 함께 공개 저격을 당했고.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정치인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정말 사명감과 함께 청렴한 사람만이 후보로 나섰다.

어차피 능력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은 캐리온이 메워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됨됨이와 마음가짐이었다.

물론 캐리온의 검증시스템의 효과는 즉각적으로도 나타났다. 캐리온의 도움을 받는 열정있고 청렴한 정치인들은 빠르게 북한을 바꿔 나갔다. 여기에 집단행동에 맛 들인 북한 주민들의 서포트가 더해지니 북한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다.

경제는 성장하고, 산업은 발전했으며, 사람들의 생활은 윤택해졌다.

딱 일년 후, 캐리온의 검증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가 되었다. 무려 부패지수에서 1위를 한 것이다.

북한의 발전에 세계는 깜짝 놀랐고, 이 엄청난 정치체계의 가운데에 ‘인공지능 정치인 검증시스템’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기자들은 즉시 기사를 작성했다.

<만년 꼴등 북한이 ‘가장 청렴한 나라’로?>

<정치인 검증시스템···한국에도 빨리 도입해야>

<이건우가 북한에서 또 해냈다! 북한의 부패지수 1위>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이건우가 만든 시스템을 당장 도입하자며 아우성을 쳤고, 각국의 정치인은 말을 돌리기 바빴다.

“크흠. 북한과 우리는 정치체제가 많이 달라서···.”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민감한 사안이므로···.”

그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 이건우는 저딴 걸 왜 만드는 거야?’

‘저 시스템에 걸리면 우리 의회에서 남아날 사람이 없겠지?’

북한에서 시작된 이건우의 작은 날갯짓이,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었다.

*

캐리온은 요즘 고민이 많았다.

목표를 모두 이뤘기 때문이다.

윌리엄에게는 성공적으로 복수를 했다. 세상에 더이상 이건우에게 적이라고 할만한 세력은 없었고, 캐리온의 부하인 미니온들은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캐리온의 숙원 사업인 위대한 인공지능을 물리적으로 실현하는 ‘캐리온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이제 캐리온이 할 일은 더 없었다.

하지만 캐리온은 본질적으로 인간과는 다르게 설계돼있다.

매 순간 향상성을 가지며, 끊임없이 자기발전을 추구하는 인공지능이다. 할 일이 없다면 만들어내면 되는 법.

캐리온은 이건우의 사업을 처음부터 검토하며 부족한 점이 없는지 보기로 했다.

먼저 이건우의 모든 사업이 시작된 KW 미디어부터 들여다보았다. 캐리온은 ‘개리’라는 프로듀서로 KW 미디어에 소속되어 있었고, 세나를 최고의 아이돌로 만들어냈다.

[아이돌?]

캐리온은 그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 이건우가 흘리듯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곧 있으면 전권을 라울에게 넘겨주고 물러날 거잖아. 나중에 그럼 다른 몸으로 아이돌이라도 해보던가.

발렌베리 가문에서 올로프의 대역을 맡으며 스페이스온 프로젝트를 하고있을 때였다. 캐리온이 더럽고 늙은 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징징거리자 이건우가 툭 던진 말이었다.

이건우야 별 생각없이 뱉은 말이었지만 캐리온은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꽤나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듀싱은 해봤지만 아이돌은 안 해봤잖아?]

뭇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추앙받는 아이돌. 캐리온은 아이돌 데뷔를 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마음에 들었다.

[좋아. 그럼 아이돌을 한번 해보자.]

굉장히 즉흥적이고 충동적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먹은 캐리온은 그 즉시 아이돌 데뷔를 성공적으로 할 방법 수십 가지를 떠올렸다.

먼저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기획사 연습생이 되어서 데뷔 조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인지도를 얻어 데뷔하는 방법도 있다.

전자는 안정적인 반면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음을 먹은 캐리온은 빠르게 아이돌 데뷔를 하고 싶어졌다. 캐리온은 적당한 오디션을 물색했고, 때마침 캐리온의 레이더망에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걸려들었다.

‘슈퍼아이돌K’.

캐리온은 눈을 반짝였다.

[이거다!]

그날, 대한민국 연예계에 생태계 교란종이 등장했다.

*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지금, 슈퍼아이돌K는 썩 알려진 예능은 아니었다. 일단 슈퍼아이돌K는 메이저급 엔터테인먼트가 참여하지 않았다.

공룡 엔터인 KW 미디어는 ‘KW 루키즈’라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여 데뷔 발판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대형 엔터는 걸그룹을 내놓기 직전에 있었다.

따라서 슈퍼아이돌K는 중소 엔터테인먼트가 대형 기업 아래서 어떻게도 살아남으려고 손을 잡는 형태가 되었다. 슈퍼아이돌K는 4개 엔터테인먼트가 손을 잡고 만들었으며, 각 엔터에는 이미 내정자를 두고 있었다.

물론 정말 뛰어난 사람이 있거나 화제인물이 있으면 후보가 바뀌긴 하겠지만, 웬만하면 그대로 갈 것이다. 그들이 내정한 사람들은 어느 면에서 보나 완성에 가까운 연습생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프로그램이었지만 1차 예선에는 수만 명의 사람이 모였고, 그중에서 1000명을 걸러내는 작업을 했다.

심사위원을 맡은 프로듀서, 가수, 안무가들은 1000명을 추려서 올렸고, 그중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A급을 뽑아 각 엔터의 담당자에게 보냈다.

각 엔터의 담당자들이 모였다. 그들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중추적인 운영을 맡은 사람들이었다.

스타 엔터의 박홍근 이사가 물었다.

“이변은 있습니까?”

그 말에 다른 엔터의 여자 팀장이 대답했다.

“저희가 추린 후보들은 안정적으로 합격했습니다. 이미 준비된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다른 후보에 비해서 눈에 띄더라고요.”

박홍근 이사가 미소지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저희가 몇 년 동안 투자해서 키운 아이들인데 다른 어중이떠중이와 비교할 수는 없지요. 그럼 내정자들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짜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면 되겠군요.”

슈퍼아이돌K는 내정자들을 데뷔시키기 위한 이벤트에 불과할 뿐이다. 다른 참가자들은 내정자를 빛나게 할 들러리일 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박홍근 이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예상에서 빗나간 말이었다. 여자 팀장이 말했다.

“그런데 다른 참가자 중에서 독보적인 애가 한 명 있었어요.”

여자 팀장이 말하자 다른 사람도 맞장구를 쳤다.

“아, 걔요? 저도 심사할 때 잠깐 갔다가 봤었는데 장난 아니었죠.”

“저도 심사위원을 맡은 가수에게 들은 것 같아요. 현역 가수 중에서도 그만한 애가 없다던데요?”

사람들이 이렇게 칭찬을 하자 박홍근 이사는 궁금해졌다. 그는 인재를 좋아한다. 내정자가 있다고 해도 더 잘난 놈이 있으면 갈아치우면 되고, 아니면 연습생으로 데리고 와서 다음 데뷔 조에 넣어도 된다.

“아니, 누군데 다들 그렇게 칭찬을 하는 겁니까? 저도 영상 좀 봅시다.”

박홍근 이사의 말에 한 사람이 오디션 영상을 띄었다. MR조차 나오지 않는 단순한 영상. 하지만 박홍근 이사는 감탄했다.

“무슨 아우라가···.”

그냥 가만히 서 있는데도 모든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칠흑같이 긴 생머리와 하얀 피부. 고전적인 외모였지만 그만큼 잘 먹혔다.

살짝 치켜 올라간 눈매는 도도해 보였지만, 우아하게 떨어지는 새하얀 목덜미는 보호해주고 싶을 만큼 가녀렸다.

박홍근 이사는 생각했다.

‘쟤는 그룹에 있을 애가 아니야.’

그룹에 저 소녀를 갖다 놓았다가는, 나머지 멤버들이 전부 병풍이 될지도 모른다. 데뷔시킨다면 솔로 가수로 데뷔시켜야겠지. 솔로로 데뷔하더라도 혼자서 충분히 무대를 채울만한 힘이 느껴졌다.

박홍근 이사는 탐이 났다.

그 순간 노래가 시작되었다. 소름이 돋았다.

“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의 마음을 짐작한다는 듯이 옆에 있던 여자 팀장이 빙그레 웃었다.

“어때요? 저도 처음에 들었을 때 탄성밖에 안 나왔다니까요.”

첫 소절이 귀를 두드리는 순간 마음이 지잉 울렸다.

감정을 조금씩 어루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음색. 그 사이로 리듬을 타고 노는 듯한 경쾌함이 느껴졌다.

어느새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은 영상에 집중했다. 박홍근 이사 또한 정신없이 빨려 들어갔다.

이건 연습생 수준이 아니었다. 당장 데뷔해도 될 듯한, 아니 내로라하는 가수들만 나와서 경연하는 프로그램인 가면 가왕 같은 곳에 던져놓아도 다 씹어먹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그녀의 노래가 끝이 났다.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쉬움이 가득 찼다.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박홍근 이사는 그제야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런데 저거 무슨 노래입니까?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 말에 여자 팀장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노래 엄청 좋죠? 자작곡이라고 하더라고요.”

“자작곡이요?”

박홍근 이사의 눈이 땡그래졌다. 동시에 다른 엔터 관계자들의 눈빛에도 탐욕이 어렸다. 저 정도 수준의 싱어송라이터들은 구하기 힘들다. 박홍근 이사가 물었다.

“저 참가자의 이름이 뭡니까?”

그 말에 여자 팀장은 조금 당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게···. 이게 본명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요.”

“???”

박홍근 이사는 의아했다. 고작 이름을 묻는데 이렇게 뜸을 들이다니? 이름이 촌스러운가?

그런 사람이 있다. 생긴 건 엄청 세련되게 생겼는데, 이름이 ‘순영’이니 ‘희숙’이니 옛날 느낌을 주는 경우가. 그런데 그건 또 그것대로 반전 매력이 있다.

박홍근 이사가 채근하자 여자 팀장이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머라이어 캐리에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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