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70화 (170/183)

#170

본진털기 (1)

배우.

그들은 윌리엄이 전세계에 뿌려놓은 대역들이다.

전세계에 퍼진 그의 배우들은 그를 대신하여 사업을 돌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윌리엄은 그 모든 사장단을 소집했다.

미국에 있는 민간군사기업

러시아에 있는 천연가스회사

듀퐁 가문이 장악하는 신문사와 언론

세계 곡물 공급량의 40%를 차지하는 곡물 기업

금융계의 큰손이자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투자회사.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거물부터 시작해서, 수백 개의 유망한 기업들이 윌리엄의 명령에 따라 모여들었다.

세계는 갑작스러운 이동에 주목했다. 그들의 행보 하나하나가 기사화가 되었고, 세계는 그들이 왜 동시에 움직였는지 궁금해했다.

<이탈리아에 세계 10대 기업이 모여들었다!>

<곡물왕, 세계 1위 PMC, 기업사냥꾼···이들의 공통점은?>

<수백 개의 기업이 모인 이유는?>

<이들의 시가총액···. 100조 달러에 달해>

<거물들의 움직임. 이들이 향후 세계에 미칠 영향은?>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언론에서는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그 어느 언론도,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사장단은 이탈리아에 있는 한 저택에 모였다.

커다란 홀과 그 가운데 길게 가로지르는 탁자.

그곳에 사람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대부분은 내로라하는 기업의 수장이었지만, 탁자에 앉을 수 있는 것은 그중에서도 단 열두 명뿐이었다.

아직 윌리엄은 도착하지 않았는지 상석은 비어있었다.

먼저 온 사람들끼리 담소를 나누었다.

"다 함께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군요. 다들 이유는 들으셨겠지요.”

“예. 이건우 때문에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윌리엄은 지금껏 물밑에서 이건우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암살자를 이용하는 방법부터 리 가문을 이용하는 것까지.

그리고 이제 그와 맞서기 위해서는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건우는, 이제 더이상 음지에서 상대할 수 없는 놈이 돼버렸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건우를 박살내지 않으면 이제 역으로 당할 것이다.

윌리엄은 휘하에 있는 기업을 모두 연결해서 초국가 단체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수평적 관계를 맺은 가문연합과는 달리 이들 모두 윌리엄에게 종속되어 있었다.

수백 년동안 숨겨왔던 미네르바 가문의 준동. 사람들은 이 사실에 흥분했다.

“미네르바 가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니···. 이때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마냥 좋게 봐서는 안 될 일입니다.”

몇몇 사람들은 힘을 드러낸다는 것에 들떴지만, 몇몇은 이번 회의 결과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 경고했다.

“지금 저희가 모이기만 했는데도 언론에서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초국가적 단체를 만들기로 한다면 그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겠지요.”

지금까지 미네르바 가문이 은밀하게 힘을 쓸 때마다 세계가 요동쳤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도 그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그저 ‘보이지 않는 시장의 힘’으로 치부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숨겨진 거인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사람들은 거인이 지금껏 남긴 발자국을 보게 될 것이고, 이를 보며 경계할 것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사이,

쿠웅.

그 순간 거대한 문이 열렸다.

동시에 중절모를 쓰고 클래식한 정장을 입은 윌리엄이 들어왔다.

그는 한 손에 호루스의 눈 장식이 달린 지팡이를 쥐고 있었는데 마치 왕이 홀을 들고 행차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윌리엄이 그들 가운데로 걸어가자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추었다.

윌리엄은 상석에 앉으며 말했다.

“그동안 자리를 지키느라 고생했다. 모두들 이번 회의를 소집한 주요 안건은 들었겠지.”

“모든 준비는 마쳤습니다. 이제 발표만 하면 됩니다.”

“저희 사업의 대주주가 미네르바 가문이라는 것을 밝힐 것입니다.”

“저희 또한 회장으로 윌리엄 미네르바 님을 추대할 계획입니다.”

이 주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다들 빠르게 윌리엄을 세상에 등장시킬 안배를 마쳤다.

윌리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견제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을 거다. 하지만 감수해야겠지.”

그들이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윌리엄이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운신하기가 힘들지.”

옛날에는 영지전을 걸어서 힘으로 억눌러 상대의 영토를 뺏어왔다.

옛날에는 힘만 있으면 상대의 목을 따도 적당히 무마하고 넘어갈 수 있다.

이 얼마나 쉽고 간편한 방법인가!

하지만 법과 질서로 야만을 다스리는 지금, 상대를 누르려면 굉장히 많은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지금까지는 물밑에서 절차를 생략하며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지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사회에서 약속한 법규가 그를 제약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우를 제거할 수만 있다면 남는 장사이다.”

그는 이건우를 제거하는 것을 넘어서, 최종적으로 캐리온을 손에 넣는 것까지 목표하고 있었다.

이건우를 잡아서 그의 회사를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리고 이건우를 통해 캐리온을 손에 넣을 방법까지 알아낸다면?

모습을 드러내는 손해 따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아니, 성공만 한다면 윌리엄과 미네르바 가문은 더욱 거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일을 시작하지.”

그가 시작을 알리는 듯 손바닥을 짝 쳤다.

그러자 기업의 회장들은 모두 일어서서 예를 갖춘 다음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제 그들은 나가서 회의의 결과를 알리고, 윌리엄 미네르바가 새로운 단체의 수장으로 등극할 것을 알릴 것이다.

모두가 나간 후 비서가 다가왔다. 윌리엄이 물었다.

“준비됐나?”

“예. 사람들을 다 잡아왔습니다.”

이건우의 가장 큰 무기는 캐리온이다. 캐리온을 위해서 이건우는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큰 공을 들였다. 캐리온을 막을 수 없다면, 캐리온이 서 있는 발판인 데이터센터를 무너뜨리면 된다.

그래서 그는 준비했다.

이건우를 위한 폭탄 세례를.

준비한 폭탄들을 보내서 세계 곳곳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폭파할 것이다.

데이터센터가 무너지는 그 순간이, 윌리엄이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는 순간이 될 것이다.

*

“겨울인데 여기는 날씨가 좋네.”

나는 이탈리아반도 남단에 위치한 섬에 도착했다. 겨울인데도 적당히 선선한 날씨가 나를 반겼다.

새끼들. 이렇게 좋은 곳에 숨어있었다니.

내 뒤에는 캐리온이 있었다. 이번에는 캐리 교수가 아니라 외국인 여자의 모습이었다. 캐리 교수는 이미 얼굴이 많이 팔려서 안 된다고 하자 캐리온이 차선으로 이 몸을 선택했다.

키가 170cm가 넘는 글래머러스한 여성이었는데, 지나가는 남자마다 한 번씩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 시선이 신경 쓰여서 캐리온에게 한마디 했다.

“좀 더 평범하게 갈 수는 없냐?”

[올로프에게서 벗어나면 꼭 이 모습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살아야지.

나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서 뉴스를 확인했다. 지금 뉴스는 윌리엄 미네르바의 등장으로 시끌벅적했다.

<곡물왕 카길, 알고보니 대주주가 윌리엄 미네르바 개인소유>

<윌리엄 미네르바는 도대체 누구인가?>

<갓스프롬, 윌리엄 미네르바를 회장으로 추대>

반가운 기사였다.

“이제야 몸통이 등장했군.”

그놈의 팔다리를 다 잘라버리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이제 이 몸통만 잡아내면 모든 게 끝난다.

그리고 이 섬에는 바로 미네르바 가문의 본거지가 있다. 저번에 나는 올로프의 위성망을 털어서 미네르바 가문의 약점을 쥔 적이 있다. 그런데 본거지를 털면 얼마나 많은 약점이 나올까?

내가 느긋하게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는 사이, 캐리온은 윌리엄의 본거지를 털기 위한 작전 계획을 브리핑했다.

[위성으로 정찰 결과 현재 미네르바 가문의 경비가 약화되었습니다.]

“경비가 약화돼?”

뭔가 이상하군.

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혹시 어제 있었던 회의 때문인가?”

[시기가 맞지 않습니다. 닷새 전에 경비 인원의 절반가량 사라졌습니다.]

“닷새 전?”

회의는 어제 열렸다. 만약 가문의 개인 경비를 동원했다면, 적어도 지금은 경비 인원이 돌아왔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경비가 텅 비어있을뿐더러, 경비가 사라진 시기는 무려 5일 전이다.

뭔가 수상쩍은 냄새가 풀풀 풍겼다.

“혹시 윌리엄이 또 무슨 일을 벌였나?”

그때 캐리온이 다시 보고했다.

[한국 강원도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에 수상한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일본 니가타현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에 수상한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보고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핀란드 하미나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에···.]

[사우스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캐리온의 눈과 귀가 되어주던 데이터센터가 공격을 받고 있었다.

*

윌리엄은 이건우의 데이터센터를 공격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키우던 가문의 요원을 투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북한을 이용하려는 기존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리 가문도 이미 장웨이 주석에 의해서 숙청당해 당분간은 중국 본토에 발도 못 내밀게 생겼다. 자신이 이용하던 모든 세력이 이건우에 의해 박살 난 상황이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드러난 적이 없는, 가문만을 지키던 요원들을 투입했다.

그들이 목표로 하는 데이터센터는 총 다섯 곳이었다.

동아시아에 있는 한국과 일본. 미국에 있는 앨라배마와 사우스캘리포니아. 유럽에 있는 핀란드.

다른 곳에도 데이터센터 많이 있지만, 일단 이 다섯 곳이 주요 거점 지역이었으므로 여기를 공격하면 일차적인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총화기로 테러를 가한다는 계획은 시작부터 탈락했다.

이미 해봤지만 소용없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포탄이나 미사일을 쏘는 것도 제외했다.

어차피 이건우라면 충분히 방비를 해뒀을 것이다. 저번에 강원도에서 일어났던 불꽃놀이를 재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대신 윌리엄은 다른 생각을 해냈다.

그는 요원을 은밀히 보내 사람을 잡아왔다.

노숙자, 고아, 가출청소년, 혹은 아예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사람까지.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없어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그런 사람을 잡아왔다.

전세계에서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을 납치해서 일을 벌였지만 들키지 않았다. 어차피 세계에서는 이보다 많은 사람이 납치되어 사라진다. 겨우 스무 명으로는 티도 나지 않는다.

그렇게 잡아 온 사람들의 몸에 폭탄을 집어넣었다.

사람들이 들고있는 총화기는 드러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사람의 몸속에 있는 폭탄은?

외견만으로는 절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리고 사후 처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만약 몸에 폭탄이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대로 돌려보낼 수도 없다.

몸에 폭탄을 담고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돌려보냈다가는 이건우의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윌리엄이 심은 폭탄은 제거하기도 쉽지 않다. 그만 알고 있는 곳에서 원격으로 폭탄을 조종하고 있었으며, 미세한 접근에도 쉽게 터질 수 있도록 장치해두었다.

돌려보내지 않으면 더욱 좋다. 데이터센터 근방에서만 터져도 충분히 날려 보낼 수 있는 화력의 폭탄을 심어놓았다.

윌리엄은 인체 폭탄을 데이터센터 앞까지 배달했다.

데이터센터는 보통 도심보다는 외곽에 짓는다. 기계로 돌아가기 때문에 굳이 땅값이 비싼 도심에 지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건우의 데이터센터는 기계로 자동화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관리인원도 10명 안팎이다. 때문에 그들을 도와줄 사람이 더더욱 없었다.

데이터센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툭 던져진 사람들.

겁에 질린 그들에게 윌리엄은 친절하게 말했다.

“저 안으로 들어가라. 그러면 살려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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