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66화 (166/183)

되로 받았으면 말로 줘야지 (1)

윌리엄은 보통 놈이 아니다.

항상 이건우에게 당하는 모습만 보여주었지만, 그는 세상을 뒤에서 지배하려는 야욕도 능력도 가진 놈이다.

그런 놈이 단순한 계획을 짤 리 없었다. 윌리엄은 이번 ‘북한의 무력도발’이라는 사건을 준비하면서 여러가지 목표를 세워두었다.

첫 번째 목표는 당연히 이건우가 타격을 입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우가 미리 대비한 탓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물론 이건우가 어떤 놈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북한이 단순 포격이 아니라 미사일을 날려버렸다면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목표는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두 번째 목표는 북한 리스크를 이용해 이건우 중심의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것.

이건우에 의해서 급등한 종목들은 이건우라는 구심점이 공격당하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공격으로 이건우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출렁였다.

그리고 이 정보를 미리 알고 있던 윌리엄은 쏠쏠하게 돈을 벌 수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목적.

중국과 윌리엄의 세력이 북한으로 진입할 명분을 얻었다. 윌리엄이 말했다.

“이건우가 어디 보통 놈입니까? 자신을 공격한 북한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겠지요.”

분명히 이건우가 어떤 방식으로도 북한에게 보복하리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 공격으로 북한이 이렇게까지 흔들릴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이건우에게 호되게 당한 김정안은 SOS를 보냈다.

어쨌든 이로 인해서 북한에 직접 군사를 이끌고 들어갈 명분이 생겼다.

리 가문의 당주는 살짝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

“설마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오?”

“필요하다면.”

윌리엄은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필요하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지금 이건우와 윌리엄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전쟁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이건우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죽여야 하는 놈이오.”

윌리엄은 지금껏 이건우를 여러 번 공격하려고 시도했지만, 그 모든 시도가 수포가 되었다.

저격수를 배치해 캐리 교수를 암살하려고 했으나, 하지만 그녀는 날아오는 탄환을 정확히 빗겨내는 기술을 보여주며 암살을 막아내었다.

이번 포격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재래식 무기라고 해도 그렇게나 많은 포탄을 쏘아댔는데도 그걸 모조리 공중에서 요격해버렸다.

이건우에게 보통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아니, 이제는 이건우가 어떤 기상천외한 기술을 가지고 나타날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더이상 공격을 할 기회조차 없게 될 것이다.

남는 방법은 전쟁일 뿐.

그리고 북한에는 핵미사일이 있다. 북한이 만든 핵은 위력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핵미사일이다.

윌리엄은 이건우가 핵미사일까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핵미사일을 쏴서 받을 후폭풍보다 이건우가 살아남아 있는 편이 훨씬 부담이었다.

단지 이건우 한 명을 죽이기 위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핵을 쏴대겠다는 것이 미친 발상이기는 했지만, 윌리엄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윌리엄은 공을 들여서 북한으로 세력들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음”

하지만 리 가문의 당주는 윌리엄의 의도가 불편했다.

그는 리 가문이 안전하게 중국을 장악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그 리스크가 너무 크다. 심지어 핵까지 쏴버린다?

집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전범으로 몰려서 쫓겨날 게 뻔했다.

“나는 자멸하려는 취미는 없소.”

그의 불안을 안다는 듯 윌리엄이 살살 달랬다.

“걱정하지 마시오. 장웨이 주석을 이용하면 될 거 아니오.”

“장웨이 주석을?”

“장웨이 주석의 체제 아래서 전쟁을 일으키시오. 그러면 모든 화살이 그에게 쏟아지겠지. 그 명분으로 그를 제거하고 리 가문이 집권하면, 당신은 전범을 제거한 영웅이 될 거요.”

윌리엄의 계획을 들은 리 가문의 당주가 화색을 띠었다.

“역시!”

윌리엄의 말대로 하면 장웨이 주석에게 전쟁의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씌우고, 자신은 든든한 기반을 가진 채 중국을 장악할 수 있다.

장웨이 주석도 치우고, 이건우도 죽일 수 있는 완벽한 계략이었다.

윌리엄은 느긋하게 말했다.

“그러려면 장웨이 주석의 권력을 빼앗아서 군대를 일으켜야겠지만. 이미 계획은 세워뒀으니 걱정할 것 없소.”

현재 중국 내에서 장웨이 주석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모든 원인은 이건우에게 있었다. 희토류 전쟁으로 이건우에게 두들겨 맞은 장웨이 주석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국정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상황은 이미 총체적 난국이었다.

포비드로 남부 인구의 1/3이 사라졌다.

희토류라는 거대 시장을 잃었고, 거금을 들여 설립한 관련 기업은 폭삭 망했다.

이건우의 반도체와 배터리를 제대로 수급해오지 못해서 관련 산업은 10년 이상 뒤처졌다.

심지어 소수민족이 우세한 지역에서는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때를 틈타 리 가문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장웨이 주석은 권력을 지키는데 만큼은 필사적이었다.

무엇보다 리 가문은 기본적으로 홍콩에 바탕을 둔 가문이라서 중국 본토보다는 입지가 부족했다.

이대로라면 권력을 찾아오는데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윌리엄은 아니었다. 그는 중국에서 생체실험을 자행할 정도로 중국 권력의 중심부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았다.

리 가문의 당주가 윌리엄에게 도움을 청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윌리엄이 심어놓은 사람과 리 가문의 세력을 합한다면, 장웨이 주석을 충분히 쫓아낼 수 있었다.

윌리엄의 계획을 들은 리 가문의 당주는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좋소. 당신이 도와준다면 내가 중공군을 움직여서 북한에 보내겠소.”

“잘 생각했소.”

윌리엄과 리 가문의 가주는 그렇게 두 손을 마주 잡았다.

*

윌리엄의 계획대로라면, 장웨이 주석 체제는 유지하면서 내부 권력은 리 가문이 장악해야 한다.

리 가문의 당주가 리펑 총리에게 말했다.

“장웨이 주석이 지금 그나마 버티고 있는 건 언론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오.”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 관영통신사인 신화통신, 중국방송국인 CCTV.

이들은 아직까지 장웨이 주석의 말만 받아적는 사람들이며, 중앙선전부와 신문판공실에서 이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특히 중앙선전부에는 은퇴한 언론인들이 모여서 언론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중이었다.

“윌리엄이 중앙선전부와 신문판공실을 장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했소.”

중국에는 돈을 받아먹었든, 약점을 잡혔든 윌리엄의 손아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중앙선전부도 예외는 아니다.

평소라면 아무리 윌리엄이 명령한다고 하더라도 쉽사리 장웨이 주석을 까내리는 기사는 쓸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장웨이 주석 체제는 흔들리고 있다.

거기에 더해 윌리엄은 관리들의 약점을 쥐고 흔들었다.

중국 고위관리들에게 부패와 비리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평소라면 그냥 덮고 지나갈 수 있는 비리들도, 지금 상황에는 불가능했다.

지금 인민들의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은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높아진 상황이었다.

하필이면 여름에 대홍수가 터져서 남부의 곡창지대가 전멸했다. 지금 중국은 먹을 식량도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거기에 감염병도 돌고있다. 시체를 처리할 수도 없어서 그냥 쓰레기장에 던져놓고 불을 질러 태워버렸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른다?

그러면 정부에 문책을 당하기도 전에 인민에게 맞아 죽는다.

윌리엄은 이 점을 쥐고 교묘하게 흔들었다.

중앙선전부 관리들은 어쩔 수 없이 장웨이 주석에게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싣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대놓고 장웨이 주석을 깎아내리지는 못했다.

<장시성 곡창지대는 전멸···정부 구휼미는 언제 풀리나?>

<중국 최대 배터리 회사 CTL의 시장점유율이 40% → 6%>

하지만 단순히 사실을 적시하는 것만으로도 대중의 불만 가득한 심기를 건드리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중 몇몇은 눈치를 보며 장웨이 주석의 정적인 리펑 총리를 지지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리펑 총리, “당장 먹고사는 게 문제”···경제부흥 약속>

<경제 수장 리펑 총리의 긴급 화상 회의, “경제 발전”을 강력히 촉구>

리펑 총리의 발언들과 대조되면서, 장웨이 주석이 말아먹은 경제가 더욱 두드러졌다.

그렇지 않아도 불만이 많은 대중은 거기에 쉽게 선동되었다.

- 장웨이 주석은 차라리 리펑 총리에게 실정을 맡겨라!

- 장웨이가 이건우랑 척을 져서 아직도 포비드 치료제가 못 들어오고 있다

- 중국을 말아먹었으면 당장 그 자리에서 꺼져라!

원래라면 이런 기사가 나오는 즉시 해당 인원은 해고가 된 후,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다.

하지만 지금 중앙선전부 관리는 윌리엄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들은 일부러 게시물을 지우지 않았고, 장웨이 주석을 비판하는 여론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웬만하면 여론에 꿈쩍하지 않는 당 내부에서도 신경 쓸 정도였다.

장웨이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양 부주석이 심각한 목소리로 동향을 전했다.

“지금 상황이 심각합니다. 중앙선전부와 신문판공실이 저희 통제에서 벗어났습니다. 아무래도 리펑 총리 쪽으로 붙었습니다.”

“뭐라?”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지금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이제 대세는 리펑 총리가 아니냐면서요. 리펑 총리도 정치국 위원을 포섭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정치국은 최고정책 결정기관이다. 정치국의 총서기가 국가 주석이 된다.

그 말은 정치국 위원을 포섭하면 총서기를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장웨이 주석은 정권의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 동시에 이상하기도 했다.

“리펑 총리가 그럴 힘이 있나?”

리펑 총리는 리 가문 출신이다. 그들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가이기는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의 기반은 약하다.

“그게···. 알아보니 그들 뒤에 누군가 있습니다. 윌리엄 미네르바라는 사람을 만나고 다닌다고 하더군요.”

“윌리엄 미네르바?”

장웨이 주석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도 국가원수인 만큼 타국의 유력한 정치인이나 경제인은 줄줄이 꿰고 있으며, 매년 주요인물을 업데이트해서 보고받고 있다.

하지만 윌리엄 미네르바라는 이름은, 그도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왕양 부주석이 더 많은 정보를 알고있는 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국가안전부에 뒷조사를 시켰지만 나오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상했다.

국가안전부가 이건우에게 한번 털리기는 했어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보기관이다. 그런 곳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건 놈이 정말 수상한 놈이라는 뜻이다.

“끄응··· 보통 놈이 아니군.”

장웨이 주석은 정치 인생의 큰 고비를 맞이했다는 걸 느꼈다.

민생 현안을 처리하자니 정적이 날뛰고, 정적을 처리하자니 민생을 이대로 뒀다가는 폭발할 지경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왕양 부주석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부주석이 방법이 있다길래 장웨이 주석은 반색했다.

“그래. 방법이 뭔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있어서···.”

왕양 부주석은 이상하리만큼 뜸을 들였다. 장웨이 주석은 그를 재촉했다.

“마음에 들고 말고는 내가 판단하겠네. 그래서 뭔가?”

“이 모든 사태의 원인과 협조하면 길이 열리지 않겠습니까?”

“···원인?”

중국이 이렇게 파탄 난 원인은 하나이다.

이건우.

장웨이 주석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지금 나더러 이건우와 손을 잡으라는 말인가?”

왕양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이미 이건우에게 한번 사과했지 않습니까. 배상금도 지급했고요. 손을 잡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장웨이 주석은 놈과 손을 잡는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렸다.

이건우는 그에게 인생 최고의 굴욕을 선사해준 놈이다. 그 새끼 때문에 아직까지도 고생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자다가 벌떡 눈이 떠진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보면 왕양 말에 틀린 점은 없었다. 이건우라면 이 사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장웨이 주석은 고민에 잠겼다.

이건우에게 도움을 요청하자니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래.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지.’

어차피 리펑 총리가 권력을 잡으면 장웨이 주석의 미래는 없다. 윌리엄이라는 이름도 자꾸 마음에 걸렸고.

장웨이 주석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일단···말이라도 꺼내보게.”

장웨이 주석의 자존심이, 다시 한번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