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65화 (165/183)

옆동네 미친놈 (6)

저 멀리 영저리 미사일 기지.

또다시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에 타격 위치는 평양 모란봉.

조금 전 표적보다 김정안이 있는 곳에 훨씬 가까워졌다.

아무리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유도 기능의 명중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잘못했다가는 모란봉 언덕에 박혀야 할 미사일이 김정안이 있는 관저에 박힐 수 있었다.

자신이 책임지는 기지에서 쏜 미사일이 혹시라도 김정안 위원장에게 떨어진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질 게 뻔했다.

“멈춰! 멈추라고!”

지휘관이 필사적으로 중지 버튼을 눌렀지만, 당연히 멈춰지지 않았다.

또다시 미사일이 하늘을 갈랐다. 목적지는 평양. 만약 저게 평양 도심지에 제대로 박히면 수많은 인민이 다친다. 이건우가 거끼가지 생각을 못한 것은 아니다. 이건우도 괜히 관계없는 민간인들이 피해보는것은 원하지 않았다.

이건우가 오직 표적으로 삼은 곳은 금수산태양궁전이 있는 모란봉.

그리고 캐리온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계산 능력은 북한의 로동 7호가 정확하게 금수산 태양궁전만을 박살 내도록 만들었다.

콰과과과광!

로동 7호의 성능은 꽤 괜찮았다.

북한을 상징하는 지역 중 하나인 모란봉 기슭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김씨 일가의 성지인 태양산금수궁전은 반파되어 흉하게 허물어졌고, 김씨 세습을 우상화한 동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모란봉은 평양에 있는 언덕이다. 언덕이 무너지는 굉음은 관저에 있는 김정안도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귀가 먹먹해지고, 몸이 들썩일 정도로 엄청난 진동이 찾아왔다.

김정안과 고위 관리들은 부리나케 탁상 아래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김정안이 꼭 쥐고있는 전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렸다.

- 인민용사는 위대하다더니 위원장 동지는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제야 김정안은 자신의 꼴을 인식했다. 미사일이 날아왔다고 후다닥 식탁 밑에 숨은 꼴이라니! 심지어 그 광경은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고 있었다.

“크흠.”

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식탁에서 나왔지만, 그렇다고 이미 떨어진 위엄은 다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이건우가 말했다.

- 이번에는 계산에 실패해서 모란봉에 빗맞았지만 다음에는 제대로 관저를 공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란봉과 김정안이 있는 평양 관저는 굉장히 가깝다.

이건우의 계산이 들어맞아서 다행이지, 자칫 잘못했다간 김정안의 목숨이 날아가 버리게 생겼다.

김정안은 이제야 슬슬 쫄리기 시작했다.

'이건우는 진짜배기다.'

진짜배기 미친놈이야.

이 새끼는 한다면 하는 놈이다.

하긴, 중국도 털어먹은 놈이 북한 따위는 안중에도 없겠지. 아마 다음 미사일은 분명 본인을 향해 날아올 것이다.

‘진짜 배상금을 내야하나?’

중국이 이건우에게 엄청난 배상금을 내고 휘청거렸다고 들었다. 보통 배상금은 몇 년에 걸쳐서 내지만 이 새끼는 일시불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김정안은 머릿속으로 열심히 주판을 굴려봤다.

50억 달러. 큰돈이기는 하지만 김정안의 사재와 비자금을 털면 충분히 지급 가능한 돈이다. 하지만 김정안은 죽어도 그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국고에 잔고가 얼마 남았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진짜로 북한에는 이건우가 요구한 50억 달러조차 없었다. 김정안이 한참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보 있을 때, 이건우가 미끼를 던졌다.

- 배상금을 내지 않을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

이건우도 북한에게서 50억 달러를 뜯어낼 생각은 없었다. 지금 그는 전세계에서 돈을 갈퀴로 쓸어담고 있다. 겨우 50억 달러 받아서 누구 코에 붙인다고.

대신 이건우는 김정안이 꽉 잡고 있는 체제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리기로 했다.

“그게 뭐지?”

- 너는 돈이 없으니까 무릎으로 대신하자.

“?”

- 무릎 꿇고 사과하면 내가 특별히 용서해줄게.

“말도 안 되는 소리!”

김정안이 펄쩍 뛰었다.

뭐? 무릎을 꿇으라고?

그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심지어 아버지에게조차 무릎을 꿇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고작 남조선의 일개 사업가 따위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라니!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은 공화국의 위대한 수령이다. 함부로 무릎을 꿇는 일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 분명히 이 점을 알고 있을 텐데. 이놈은 도대체 어디까지 자신을 모욕할 셈인가.

“나는 그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지 않는다!”

김정안은 패기 넘치게 호통을 치며 거부했지만, 이건우는 뉘 집 개가 짖냐는 듯이 귀를 후볐다.

- 그래? 그럼 이번 기회에 한 번 꿇어봐. 내 덕분에 좋은 경험 한번 할 수 있겠네.

“이, 이익!”

열심히 귀를 파던 이건우의 손에서 왕건더기가 나왔다. 이건우는 그걸 튕기며 말했다.

- 설마 평양에 사는 수많은 인민보다 네가 더 중요한 건 아니겠지?

김정안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감히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김정안은 치솟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김정안에게는 이런 화나는 상황도, 당황스러운 순간도 처음이었다. 언제라도 그가 이런 상황을 맞이해본 적이 있었던가? 결국 김정안은 마음속에서 그가 항상 생각해왔던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평양? 평양이 아니라 인민 전체가 죽는다고 해도 네놈한테 절대 무릎 꿇지 않겠다!”

이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단 말이지.

이건우도 딱히 평양 한복판에 미사일을 꽂을 생각은 없었다. 다만 김정안이 인민을 얼마나 호구로 아는지는 전 북한에 보여주고 싶을 뿐이었다. 그들의 수령이 얼마나 못나고 부족한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역시나, 김정안은 딱 이건우의 계획대로 움직여주었다.

이건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 근데 지금 이거 방송되고 있는 건 알고있지?

씩씩거리는 김정안의 귀로 이건우의 목소리가 꽂혔다. 김정안은, 그제야 이성을 되찾았다.

'좆됐다.'

*

북한 사람 대부분은 뉴스를 봤다. 군에서도 군인들을 통제했지만 그래도 간부쯤에 속하는 사람들은 몰래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 뉴스가 워낙 자극적이었던지라 북한 사람에게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슴슴한 누룽지 끓인 물만 먹다가 처음으로 MSG가 듬뿍 들어간 라면을 먹은 느낌이랄까?

그들은 먼저 이건우가 선보인 ‘먹방’에 홀렸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족발을 통째로 들고 뜯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침을 주르륵 흘러나왔다.

나중에 이건우는 세나와 둘이서 먹다가 너무 많아서 다른 직원들까지 불러서 먹었다. 마치 축제 같았다.

‘나도 저기 껴서 먹고싶다.’

‘남조선 사람들은 다 저런 걸 먹고사나?’

'우리는 저런걸 안 해본 지 얼마나 된거지?'

마침 그때가 저녁 식사 시간이었기에 사람들의 식욕은 더욱 폭발했다.

심지어 이건우가 게스트로 데리고 나온 세나는 예뻤다. 북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분홍빛 머리는 새하얀 얼굴과 찰떡같이 어울렸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귀에 쏙쏙 꽂혔고, 저도 모르게 몸을 들썩거릴 정도로 흥겨웠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놀고먹기만 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자신의 상에 올라와 있는 허여멀건 죽과 풀떼기는 저기 나오는 음식들과 너무 비교가 됐다. 이때부터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그리고 이어지는 김정안의 추태는 경악할만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민은 다 굶고 사는데 혼자서 호화롭게 여자들을 거느리고 왕처럼 사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다가 모란봉에 미사일이 꽂히자 식탁 밑으로 들어가는 순간, 북한 인민들이 김정안에게 가지고 있던 환상은 와장창 깨져버렸다.

물론 몇몇 충성심 높은 사람들은 이건우가 감히 최고 존엄을 모욕한다며 눈물을 좍좍 흘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동안 속고만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이라이트는 김정안의 발언이었다.

- 평양? 평양이 아니라 인민 전체가 죽는다고 해도 네놈한테 절대 무릎 꿇지 않겠다!

김정안의 이 발언은 북한 주민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TV를 안 본 사람도 있었지만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통 입으로 퍼지는 소문이 더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어느새 김정안이 한 말은 과장에 과장을 더해 북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김정안이 안전원을 풀어 불온한 말을 퍼뜨리는 사람을 전부 잡아 족치라고 했고, 안전원이 눈에 불을 켜고 다녔다. 하지만 그래도 퍼지는 입소문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게 김정안의 체제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

김정안은 정권을 잡은 이후 피의 숙청을 감행해왔다. 군부의 장성들만 100명 이상 죽었고, 남은 사람은 살기 위해 바짝 엎드려서 기었다.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도 김정안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김정안이 당하는 꼴을 보고 그들의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이건우한테 설설 기는 것을 보며 생각보다 엄청난 사람은 아니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김정안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었다. 그들은 꽤 오랜 세월 동안 김정안을 두려워했고, 뿌리 깊은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 깊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태세전환이 빠른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김정안이 이건우에게 빌빌 기는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마철규 부위원장이 그랬다.

그는 지난 방송을 보고 재빠르게 판단했다.

‘지금 김정안의 집권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겨울이라 식량도 없고, 포비드 사태로 언제 전염병에 걸릴지 몰라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거기에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쌓였다.

심지어 김정안을 뒷받침해주던 군부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기름을 잘 먹인 도화선처럼 누가 불을 붙인다면 언제든 터질 것 같이 위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건우는 곱게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북한이 갖고 있는 미사일을 전부 앞바다에 빠뜨려버렸다. 김정안이 그토록 돈을 쏟아부은 현대식 무기 시스템은 모두 사라졌고, 남아있는 거라고는 고철 덩어리의 재래식 무기밖에 없다.

‘이거 해볼 만한데?’

마철규 부위원장의 마음속에, 위험한 생각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

김정안은 바보가 아니다. 그는 이건우가 뭘 노렸는지 알고 있고, 그게 직방으로 통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무릎을 꿇는 건 어찌어찌 막아냈지만, 지금 지도부를 비롯해 북한 전체가 불온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안전원과 군대를 동원해서 그런 사람들을 억누르고 있지만, 김정안은 군대와 안전원조차 적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국제 사회에서조차 그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민족의 원수 일본부터 시작해서, 미국, EU까지.

이건우가 미리 작업을 쳐둔 놈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원래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놈들이, 이건우가 공격을 당하니 언제 싸웠냐는 듯이 한목소리로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평소대로라면 국제 사회가 뭐라고 하든 말든 별 신경쓰지 않았다. 그에게 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핵만 가지고 있지, 그것을 실어나를 발사체가 없어졌다. 이건우가 전부 바닷속에 빠뜨리고 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제 사회에서 핵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걸 알게 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당장 대한민국부터 북한을 압박할 것이다. 핵이 없는 북한은 국제 사회에서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다. 조만간 북한을 아니꼽게 보는 놈들이 달려들겠지.

김정안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큰일 났다.

정말 큰일 났다.

이러다가 북한이 망하게 생겼다.

그가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었다. 며칠 전 대량의 식량을 비롯해 치료제와 자금을 건네주며 이건우를 공격하라고 지시한 리 가문.

김정안은 전화기를 들어 중국에 SOS를 보냈다.

*

리 가문의 당주가 말했다.

“김 위원장이 우리에게 보호 요청을 했군. 이것까지 노린 거였소?”

윌리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요. 이건우가 북한의 공격을 받고 피해를 보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입니다.”

이건우는 멀쩡했지만 그래도 다른 목적은 달성했다.

바로 중공군을 이끌고 북한에 들어가는 것.

윌리엄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