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동네 미친놈 (5)
이건우가 세나와 함께 북한 전역에 신선한 충격을 전파하는 동안, 인공위성을 제어하는 북한의 지상관제소에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누군가 강제로 도킹을 시도했습니다. 관리자 권한을 완전히 뺏겼습니다!”
“뭐? 무슨 말이야? 누가 시도한 건데?”
“그, 그게···. 상대측에서 역으로 암호화를 걸어버려서. 심지어 처음 보는 형태라 암호체계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어떤 새끼인지 당장 밝혀내!”
인공위성의 탈취. 이건 비단 지상관제소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인공위성은 군부와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북한의 현대식 무기들이 모조리 넘어가게 된다는 뜻이었다.
역시나, 북한의 군사 시스템은 이내 캐리온의 놀이터가 되었다.
“어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건만, 관제소에서 미사일 발사 프로그램이 실행되었다. 마치 귀신이 곡한 듯 프로그램의 암호가 저절로 입력되었고, 발사 프로그램의 보안이 모두 뚫리고 어느샌가 발사 명령어까지 입력이 되었다.
장교가 미사일의 발사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눌렀지만 먹통이었다. 그가 당황하자 지휘관이 물었다.
“무슨 일이지?”
“갑자기 로동 7호의 명령어가 발동됐습니다.”
로동 7호라면 최근에 개발한 미사일 이름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북한의 미사일 기술의 정수가 들어간 무기로, 그 화력은 이전의 미사일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그런데 그 명령어가 갑자기 발동됐다니?
로동 7호 미사일의 승인장치는 작전기획관과 사령관이 갖고있다. 즉, 양측의 허가가 모두 떨어져야 발사할 수 있는데, 관측소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아무런 공문도 받지 못했다.
“후···. 확인해보지.”
지휘관은 전화기를 들었지만,
뚜-뚜-뚜-뚜
당연히 먹통이었다.
통신은 끊기고, 계획에도 없던 미사일이 발사 준비를 하고있다?
그제야 지휘관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우우우웅
그 순간이었다. 불길한 진동음이 지축을 흔들었다. 바로 포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포문이 열리며 거대한 미사일 한 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웅장한 모습에 관제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미사일로 쏠렸다.
이건우가 준비한 새로운 선물이었다.
*
“으아아아악!”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김정안은 비명을 지르더니 천장을 향해 총을 여러 번 쐈다.
탕 타앙 탕 탕
그 소리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납작 엎드렸다. 하지만 김정안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자신의 사생활이 북한 만천하에 공개됐다. 심지어 비명을 지르고 도망가기까지 해버렸다.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위엄이 모조리 땅으로 처박힌 것이다. 북한 인민들이 한낱 남조선 기업인에게 농락당한 최고 존엄을 보며 뭐라고 생각할까.
그것만 생각하면 다시 머리끝까지 화가 뻗쳐올랐다.
“지금까지 저 미국의 대통령도 감히 나를 모욕하지 못했다. 그런데 일개 기업인이 이딴 짓을 저질러? 당장 남조선을 공격하라. 당장!!!!!!”
“그, 그게···.”
마철규 부위원장은 당혹스러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방금 보고받은 바로는 지금 남조선을 공격할 처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그 소식을 듣지 못한 김정안이 김이 모락모락 나고있는 뜨거운 총구를 들이댔다.
“내 말이 장난으로 보이나?”
마철규 부위원장이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실토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지금 군과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다.”
생뚱맞은 소리에 김정안이 인상을 찌푸렸다.
“연락할 방법이 없다니?”
마철규는 군에서 보고가 올라온 이후,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기 위해 역으로 연락을 해보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조금 전까지 됐던 통신이 두절되어 있었다.
“지금 방송 및 통신시설을 비롯한 모든 네트워크가 먹통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들은 보고에 따르면, 미확인 인공위성이 저희 측 인공위성을 도킹했다고 합니다. 그 직후에 연락이 끊긴 것을 보면 위성 쪽을 통해 해킹한 듯합니다. 지금 최대한 어디에서 해킹한 것인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 말에 김정안이 이를 갈았다. 어차피 범인은 뻔했다.
“···이건우.”
TV에 나오고 있는 저 뻔뻔한 얼굴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인공위성을 도킹할만한 기술력을 가진 사람은 전세계에 이건우밖에 없다.
심지어 이건우는 전적도 있다. 김정안은 예전에 이건우가 옆 나라에서 일으켰던 사건을 떠올랐다.
‘중국도 한번 털렸었잖아?’
그 비극이 북한에 재현된 것이다.
좀 더 커진 스케일로.
사실, 북한도 아무런 생각 없이 이건우를 공격한 건 아니었다.
윌리엄이 약속한 물자가 어마어마해서 혹하긴 했지만, 나름 합리적인 계획을 갖고 움직였었다.
먼저, 지금까지 수십 번 남조선을 공격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민간 포격이 있을 때나 관계가 극도로 경색되었지, 평소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정권이 바뀌어도 그저 그뿐. 몇 년이 지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차민태 대통령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도박을 해볼 만하다고 여겼다.
둘째, 이건우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개인일 뿐이다. 소문으로만 듣던 이건우의 성격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자국이, 그것도 군용 내부망이 해킹을 당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번 중국이 해킹당한 것은 놈이 보낸 USB를 심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굉장히 폐쇄적인 나라이다. USB이든 뭐든, 이건우가 해킹 프로그램을 심을 가능성은 0에 수렴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안은 늘 그랬듯 이번에도 도발을 포함한 땡깡 외교가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이건우는 보통 미친놈이 아니었다.
이 새끼가 포탄을 좀 쐈다고 위성을 해킹해버리네?
심지어 해킹으로 끝낸 게 아니라 조선중앙TV에 직접 얼굴을 내비치며 자신을 농락하는 중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을 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건우는, 말 그대로 또라이였다.
김정안은 자꾸만 치솟는 혈압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연락이 안 되면 직접 가서 전하라. 그래. 포탄이 너무 약했나 보군. 그렇다면 이번에 개발한 로동 7호를 보내야겠어.”
눈이 돌아가 버린 김정안의 의지는 강력했다. 부위원장이 알겠다고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벌컥
문이 열리며 총참모장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위원장 동지! 큰일 났습니다.”
김정안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또 무슨 일이 터진 걸까?
“뭔가?”
“로동 7호가 발사 준비를 마쳤습니다.”
김정안은 순간 이해를 하지 못했다. 조금 전에 로동 7호를 발사하자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발사 준비를 마쳤다니?
그러자 총참모장이 말했다.
“군용 내부망이 해킹당했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김정안의 눈이 돌아버렸다.
“으아아아! 이건우 이 개새끼가아!!!!!!”
동시에 방 안에 있던 전화기가 울렸다. 김정안은 받지 않을 수 없었다.
*
나는 정말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세나가 싸온 양이 너무 많아서 한서진과 스튜디오 직원도 불러서 다 함께 먹었다.
세나는 노래도 기깔나게 한 곡 부르고, 전 직원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잔치 같은 흥겨운 시간이 지나갔다.
그럼 이제 슬슬 일해야지. 나는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어유 배부르다. 다들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그때 캐리온이 북한 시청률을 알려왔다.
[대략 51.2%입니다.]
먹방을 시작하기 전보다 두 배나 더 올랐다. 이쯤이면 TV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 가정에서 보고 있다는 건데? 솔직히 의외였다.
‘경찰에서 단속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아무래도 내가 연락체계를 박살내는 바람에 명령체계에 혼선이 발생한 듯했다.
“이쯤이면 위원장 동지도 상황을 파악했을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전화나 걸어볼까요?”
띠리리 띠리리
신호음이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 이 간나새끼가 제 몸값을 올려보려고 어르신의 귀뺨을 쳐?
“정안아 말이 좀 심하다. 지금 이거 방송 나가고 있는데 인민들이 너의 경박한 말투를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건너편에서 똥싸는 듯한 신음과 함께 작은 욕설이 넘어왔다.
- 그래, 원하는 게 뭔가?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김정안도 슬슬 테이블에 앉을 생각이 들었나 보다.
아무래도 군용 내부망까지 해킹당한 소식이 들어간 것 같다. 이번에 북한에서 개발한 신형 미사일은 지금 발사 직전에 놓여있다.
암. 미사일 위력 테스트를 본인 땅에 하고 싶지 않으면 말을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돼야지.
“우리 일단 얼굴부터 보고 얘기할까? CCTV가 있는 방으로 돌아와.”
김정안은 똥 씹은 표정으로 비서들과 간부들을 대동하고 방안으로 돌아왔다. 방을 아직 치우지 못했는지 호화스럽게 놀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화면을 통해서 김정안의 화가 난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어구 착하네.”
- 닥쳐라.
칭찬해줘도 지랄이야. 나는 느긋하게 요구조건을 말했다.
“네가 나한테 포탄을 날리는 바람에 내가 입은 손해가 막심하다.”
김정안은 어이가 없었다.
- 무슨 소리냐. 그 포탄은 전부 강원도 상공에서···.
김정안은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 생각해보니 이건 생방송이었다. 그리고 북한 주민은 전부 그가 남조선 괴뢰를 혼쭐낸 줄 알고있다.
그가 머뭇거리길래 내가 대신 말해줬다.
“물론 강원도 상공에서 터졌지만 너 때문에 세계 증시가 요동치면서 입은 피해는 어쩔래? 그러니까 더도 말고 딱 50억 달러만 배상액으로 내자. 원래는 100억 달러도 모자라지만 네가 돈이 없는 건 전세계 사람들이 아니까 특별히 할인해줄게.”
- 뭐? 오십억 달러?
김정안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오십억 달러면 6조다. 참고로 작년 북한의 국가 예산이 9조였고, 국방비가 1조였다.
-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북한은 너 따위 역도에게 내어줄 돈이 없다!
“그래.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
그런데 미사일을 맞고도 같은 소리가 나올까?
*
영저리 미사일 기지. 로동 7호의 미사일 포문이 열렸다. 다행히 카운트다운은 3분 전에서 멈췄다. 그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빌었다.
'제발 여기서 멈추길.'
그러나 그 순간, 모습을 드러낸 미사일의 점화장치에서 불길이 쏟아지며 발사 준비가 척척 진행되고 있었다.
어느새인가 관제소의 모니터에 미사일이 도착하는 장소가 특정되었다.
관측장교는 찍힌 타격 위치를 보고 지휘관을 불렀다.
“이,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타격 위치는 바로 평양 근처에 있는 야산이었다. 북한에는 산이 널리고 널렸지만 그게 평양 근처에 있다는 게 중요했다.
그 순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180···170···160···.
지휘관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막아!”
막을 수 있으면 진즉 막았다. 메인파워를 공급하는 전원을 차단하는 등 별짓을 다했지만 오히려 감시 공백만 생길 뿐 바꿀 수 있는 게 없었다.
해커병들이 달라붙어서 캐리온이 빼앗아간 통제권을 회복하려고 했지만, 캐리온의 철옹성 같은 방벽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그사이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60, 59, 58···.
“안돼!!!!!!”
10, 9, 8, 7, 6···.
지휘관의 처절한 외침에도 미사일은 무심하게 하늘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로 날아간 미사일이 평양의 야산에 처박히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꽈앙!
*
쿠르르르 콰앙!
힘차게 솟아오른 로동 7호는 이름 모를 야산에 꼬라박혔다. 신형 미사일이라서 그런지 성능 하나는 확실했다.
야산이 평양 근처라서 굉음이 김정안이 있는 관저까지 희미하게 전해질 정도였다.
김정안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그는 화면에 나오는 이건우를 바라보았다.
‘이 미친 새끼가’
50억 달러를 내놓으라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요구이다. 북한에는 그런 배상금을 지불할 돈이 없다.
그런데 저놈은 자국의 미사일을 쏘면서 협박을 해대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한국에 그랬듯이, 이건우는 똑같은 방법으로 되돌려주고 있었다. 김정안은 악을 썼다.
“우리 인민 용사는 위대하다! 그런 겁박에 넘어가지 않는다.”
이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민 용사는 위대하겠지. 그런데 너는 얼마나 위대한지 볼까?”
“뭐, 뭐?”
자, 두 번째 미사일 들어갑니다.
타격 위치는 평양 모란봉이었다.